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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석가족들이 많이 사는 상카시아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상카시아에는 정토회에서 마련한 담마센터 부지가 있습니다. 아직 건물 불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숙소 한 동만 짓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상을 모셔놓은 작은 방에서 새벽 5시에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석가족 불교 청년회(YBS)의 회장을 맡고 있는 수바스지는 힌디어로 된 수행법요집을 펴고 함께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오트밀과 야채로 죽을 만들어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상카시아는 밤기온도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더웠습니다.
“상카시아는 가야보다 훨씬 덥네요. 너무 더워서 밤새 세 번이나 물을 뒤집어썼어요.”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지금 건축하고 있는 숙소 건물을 둘러보았습니다. 옥상에 올라가니 넓은 담마센터 부지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풍경이 정말 멋지네요.”
이어서 상카시아 담마센터 건립과 인도 성지순례 준비에 대해 수바스지와 회의를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인도 성지순례를 오면 인근에 석가족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지, 담마센터에서 행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화장실은 얼마나 만들지, 무대는 어떻게 설치할지, 식사는 어떻게 준비할지 등 여러 가지를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인도 성지순례 때 순례객들이 숙박할 장소를 답사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한 곳과 스리랑카 절에서 운영하는 학교 한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지나 학교에 도착해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따랐습니다.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과 잠시 인사하는 시간을 요청하셔서 쉬는 시간에 잠시 교실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한국 알아요?”
“네! BTS 알아요.”
“그래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실내와 실외의 화장실도 확인했습니다.
“화장실이 부족할 것 같은데 외부에 임시 화장실을 지어도 될까요?”
“가능합니다.”
교장선생님은 흔쾌했습니다. 다만 학교를 운영하는 스리랑카 절에 허가를 받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수바스지가 책임을 맡아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답사를 마치고 오전 10시부터는 석가족들과의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2년 6개월 동안 상카시아를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석가족들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예로 들며 부처님 가르침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셨어요? 코로나 이후 상카시아를 방문하지 못하다가 2년 6개월 만에 여러분을 뵙게 되었네요. 그동안 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습니다. (웃음)
선진국들의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범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한국도 지금 출산율 저하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50년 전에는 해마다 70만 명씩 인구가 증가했지만, 지금은 20만 명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 수가 많을 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다 보니 시골에 있는 학교는 거의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대학교 역시 폐교가 속출한 위기에 처해있어 현재 대학교 수의 절반은 폐교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외국 유학생들의 유입으로 현상 유지를 하는 대학교가 있긴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폐교를 해야 할 실정입니다. 선진국들 대부분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100년 이상이 소요된 데에 비하여 한국은 단 20년 만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어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지금이 가장 좋을 때인 줄 알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항상 지금 여기 깨어있어야 해요. 과거도 생각하지 말고 미래도 걱정하지 말고 지금 깨어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위파사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이어서 올 겨울 인도 성지순례 준비 상황에 대해 공유해준 후 석가족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성지순례 준비에 대해 석가족 모두가 흔쾌히 함께할 것을 동의하자 다음은 담마센터 건립과 관련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땅을 구입하고 담마센터를 짓자고 결의한 지가 20년이 지났습니다. 20년 전에 석가족이 50%를 부담하고 제가 50%를 부담해서 명상센터를 짓자고 한 약속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합니다.”
“제가 20년을 기다렸지만 아직 여러분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서 이제 담마센터 건립을 일단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건립기금의 50% 이상을 낸다면 운영권을 여러분들이 갖는 석가족 담마센터가 지어질 것이고, 그럴 의향이 없다면 한국인이 운영권을 갖는 담마센터가 지어질 겁니다. 20년 전에 세 가지 약속을 했는데 기억나세요?”
“기억합니다.”
“첫째, 상카시아 스투파와 똑같은 스투파를 여기에 새로 지어서 재현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둘째, 이곳에 사는 30만 명의 석가족 부디스트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담마센터를 짓는 겁니다. 인도에 있는 인도 절이니까 인도에 있는 외국 절보다 규모를 훨씬 크게 지으려고 해요. 셋째, 석가족 여러분들이 여기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1만 명을 수용하는 광장을 짓는 겁니다.
우리가 이미 20년 전에 한 약속이에요. 내년 2월에는 기공식을 하고 시작을 해보자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먼저 마음을 내서 석가족 담마센터와 상카시아 스투파를 새로 만들자는 운동을 하면 30만 부디스트가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직 마음을 쉽게 내지 못하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건립기금을 냈는데 완공이 되지 못할 경우, 비용 손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걱정입니다. 또 하나는 기금이 정확하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수바스지가 모금을 한다면 ‘수바스지가 떼먹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의 확신이 부족한 걸 저도 이해해요. 그래서 제가 보증을 서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참여하지 않아도 스님 혼자서라도 담마센터를 지을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낸 돈은 절대로 헛되게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담마센터, 상카시아 스투파, 대중 광장을 짓기 위해 한국에서 활동가를 파견하여 직접 재정 관리를 할 겁니다. 정토회는 회계장부가 아주 정확해요. 모금된 돈이 정확하게 쓰이도록 하고, 개인이 절대 횡령할 수 없도록 합니다. 공사에 관계되는 모든 돈의 쓰임새도 전부 감독하고 공개할 겁니다. 이렇게 담마센터가 분명히 건립된다는 것과 돈이 정확하게 쓰인다는 것을 스님이 보증을 서겠습니다. 이제 믿고 참여할 수 있겠지요? 그 외에 건의사항이 더 있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약속대로 기금의 50%를 여러분이 내면 운영권을 모두 석가족 불교인들이 가집니다. 기업에서도 지분이 50%가 넘는 사람이 경영권을 가집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기금 50%를 내면 석가족이 경영 책임자가 되고, 5명의 이사를 선임할 자격을 갖습니다. 정토회도 지분 50%를 내니까 이사 5명을 선임할 자격을 갖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건축 경비 중 50%를 모금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정토회가 운영권을 가지게 되는 거예요. 대신 석가족에서 30%를 내면 이사 3명을 선임할 수 있고, 10%밖에 내지 못하면 이사 1명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참여 비율에 따라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가 결정되니 공평하지요.
상카시아에 담마센터를 짓는 일은 이미 20년 전부터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 일은 석가족 불자를 위해 만드는 것이므로 여러분들이 절반을 모금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수자타 아카데미가 운영이나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걸 보세요. 여러분들이 모금하지 않았는데 석가족 담마센터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무런 공로도 없는 사람들에게 경영권을 주면 서로 싸우기 쉽습니다. 부처님은 싸우지 말라고 가르침을 주셨는데, 괜히 절을 지어서 싸우면 이는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겁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법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난 20년 전에 여러분이 기금을 내고, 여러분이 운영권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기다렸는데, 아직도 지지부진하니 내년 2월에는 기공식을 하려 합니다. 이후에 여러분들이 논의해서 결정하면 그 결정에 따라 건축도 하고 운영도 하겠습니다.
건물은 중요하지 않아요. 건물을 짓는 과정을 통해서 석가족 불교인들이 단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카시아 스투파를 우리가 세웠다’ 이 사실이 중요한 거예요. 법륜 스님이 지은 건물을 보고 ‘아, 스님이 잘 지었구나’ 하는 구경꾼이 될 것인지, ‘이 스투파는 내가 지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주체가 될 것인지, 둘 중에 여러분이 선택해야 합니다. 그 주체를 정하기 위해서 이렇게 회의를 하는 거예요. 건물을 짓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상카시아 주위에는 200만 명이 넘는 석가족이 살고 있잖아요. 그중에 30만 명이 불자인데 그들이 작게라도 이 일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참여해서 계속 회자가 되어야 나중에 부자들도 기부를 합니다. 부자들은 일이 될 것 같고 자기 이름이 날 것 같아야 기부를 하지 쉽게 기부를 하지 않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해야 정치인들도 여기 참여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을 지지하는 표가 늘어나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처음부터 단합해서 출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건물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상카시아 스투파를 재건하자는 이 운동을 통해서 석가족 불자들의 마음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개인이 돈을 얼마나 내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시키느냐가 중요해요. 지금은 ‘과연 될까?’, ‘그걸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들고 엄두가 안 나죠? 그러나 마음을 내야 작은 출발을 할 수 있어요. 스님은 여러분을 처음 만난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잖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하는 일도 똑같고, 하는 말도 똑같이 하잖아요. 변한 게 있어요?”
“없습니다.”
“저는 상카시아 스투파를 석가족 불교인들이 지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스님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석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내도록 했습니다.
이어서 인도 성지순례 준비와 상카시아 담마센터 건립을 위해 이사회 멤버를 추천받은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즉문즉설 모음집 영어 번역 책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대화가 길어져서 12시가 넘어서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석가족들이 점심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그룹별로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모두들 스님이 시간을 내어 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상카시아를 떠나며 차에 타기 전 스님은 다시 한번 석가족들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상가는 화합하고 청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화합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논쟁을 하거나 갈등하지 않는 것입니다. 항상 상대편을 이해하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해요. 코삼비에서 비구들이 부처님 말씀을 안 듣고 계속 갈등을 해서 부처님께서 그곳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래서 대중들도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지 않았어요. 스님들이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자 결국 부처님을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무조건 참고 있으라는 뜻이 아니라 의문이 있으면 묻고 항상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화합하는 것입니다.
청정해야 한다는 것은 검소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은 옷은 시체를 덮었던 옷을 주워서 입고, 밥은 걸식해서 먹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돈을 사용했을 때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정확하게 처리를 안 해요. 자꾸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회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곳에서 석가족을 계속 지원하다가 지원이 끊어진 이유는 회계가 투명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청정과 화합을 꼭 명심해 주세요. 아시겠죠?”
“YES!”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 후 상카시아를 출발해 델리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에 출발한 상카시아를 출발한 차는 다섯 시간이 걸려 저녁 7시에 델리에 도착했습니다.
노이다에 차를 세운 후 늘 JTS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위말라 시스터의 초대를 받아 늦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위말라 시스터는 25년 전에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1년 동안 아이들의 급식을 맡아 봉사를 한 분입니다. 지금도 JTS를 위해 여러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스님은 위말라 시스터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반야심경 책을 선물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델리 공항 근처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델리 공항을 출발하여 방글라데시 다카로 이동하고, 다시 다카에서 콕스바자르로 이동하여 오후에는 UNHCR을 방문한 후 로힝야 난민촌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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