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16. 천일결사 기도, 논매기, 행복학교 특강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종성,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사고가 났을 때,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그 사고에 대해 생각을 너무 많이 합니다. 부모나 형제나 자식이 죽더라도 그 사건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면 문제가 됩니다. 지나치게 생각하기 때문에 슬픔을 가눌 수 없는 거예요. 만약 누가 나를 욕하면 그 사람을 미워하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마치 몸을 너무 많이 움직이면 과로가 되듯이 정신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과로가 돼요. 그게 괴로움입니다. 괴로움이란 정신이 과로해서 나타난 현상이에요.

몸이 과로했다면 휴식을 해야 합니다. 휴식할 때는 동작을 멈추고 쉬어야 해요. 마찬가지로 정신이 과로했다면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을 하면 진정한 휴식이 된다는 거예요.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자식이 죽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그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주식하는 사람들도 주식이 떨어졌을 때 그 생각을 계속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그 생각을 멈추어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명상입니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은 앉아 있지만 머리로는 계속 한 생각에 빠져있다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하는 게 낫습니다. 운동을 한다든지 자기 일상에 집중을 해서 그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나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도 계속 그 생각만 합니다. ‘그때 내가 잘할 걸, 그때 그 말을 안 할 걸’ 이렇게 계속 그 생각만 골똘하게 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몸이 과로해서 병이 난 것과 똑같아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조그마한 일이 생겨도 그 일을 너무 많이 생각합니다. 지나간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너무 지나치게 생각을 합니다. 너무 많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신이 피로해지고 괴로운 거예요. 응급치료법은 그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그 생각을 완전히 멈춰버리거나 다른 일에 관심을 두면 됩니다. 보통 정신과에서는 다른 생각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치료를 합니다. 코인이나 주식을 샀는데 폭락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때 그 생각에 빠지면 더 투자를 하든지 무슨 조치를 취했다가 실수가 계속 반복이 되고 스트레스는 더 심해져요. 그럴 때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다른 일을 해야 돼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육체노동을 하라고 하는 이유는 육체가 피곤하면 정신적으로 고민할 여가가 없기 때문이에요.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은 명상입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어요. 동작을 멈추고 생각을 멈춰야 합니다. 일단 명상을 시작하면 강제로라도 동작은 어느 정도 멈춰집니다. 물론 앉아서 계속 꼼지락거리고 다리를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몸은 가만히 있을 수 있어요.

근데 생각은 멈추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앉아서 생각을 더 많이 해요. 티브이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딴 일을 하면 생각을 덜 하는데, 앉아 있으면 자기가 스트레스받았던 일을 더 골똘히 생각하기 쉬워요. 그러니 명상을 잠깐 해서는 스트레스 해소가 안 돼요. 며칠을 연 달아서 명상하면 처음에는 생각이 치성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호흡에 집중하게 되고, 생각을 덜 하게 됩니다.

생각에 끌려가지 마세요. 생각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해서 붙잡지는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명상을 한다고 앉아서 오히려 더 옛날 일까지 파내 가지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명상을 하다가 울고 화내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생각에 빠졌기 때문이에요. 오늘 경전을 함께 보겠습니다.

‘온전한 깨달음을 얻으신 붓다의 제자는
생각이 끊어진 경지에 도달하였다’

명상을 할 때는 생각이 끊어진 경지, 무념무상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생각도 계속 붙잡지 않아야 해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니까 '무념'이 되는 건 조금 어려워요. 그러나 적어도 그 생각에 의미를 부여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는 건 멈춰야 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는 상태가 번뇌입니다. 그래서 할 일이 없어야 해요. 아무 할 일이 없으면 생각할 일도 없고 움직일 일도 없습니다.

‘그는 늘 거룩한 침묵과 함께 하고 있다.
바위산이 당당한 모습으로 요지부동인 것처럼
미망에서 벗어난 수행자는 두려움이 없다. 마치 저 산처럼’

부처님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으셨습니다. 오늘 이 수행자의 이야기를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꾸 생각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에요. 우리의 생각은 가상현실과 같습니다. 가상현실 속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주가가 폭락하면 꼭 현실처럼 울고불고하죠. 그런데 컴퓨터를 꺼버리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컴퓨터를 꺼버리는 일과 같아요.

사람이 한 생각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혼이 빠졌다, 정신이 나갔다고 해요. 한 생각에 몰두되어서 누가 말을 해도 귀에 안 들리고 뭔가 봐도 보이지 않아요. 여러분이 평소에 법륜스님이 훌륭하시다 해도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지도법사고 부처고 어른이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게 없고 귀에 들리는 게 없어요. 자기 생각에 딱 빠져 있기 때문에 수행이고 뭐고 없어져요.

바로 그때 딱 한 생각 돌이키면 해탈하게 되는 겁니다. 사로잡힌 상태만 보면 나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로잡힘에서 돌이킨 경험이 있으면 '아, 생각이 정말 가상현실이구나' 이걸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이 이 이치를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체화해서 이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에서 바위처럼 꿋꿋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대중들 120여 명이 와서 함께 논에 들어가 피 뽑기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은 대중들이 오기 전 논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며칠 사이에 벼가 엄청나게 커버렸네요. 지금 나락이 필 때가 다 되었기 때문에 발로 밟거나 찌그러뜨려 버리면 수확을 못해요. 잠시 후 대중들이 오면 안내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직접 논으로 들어가 대중들이 밟아서 쓰러진 벼를 하나씩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쪽은 이미 대중들이 벼를 많이 밟아서 오늘은 저쪽에서 피를 뽑아오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작업을 하게 될 1000평 논과 2400평 논을 모두 둘러본 후 느티나무 아래로 향했습니다.

7시 30분이 되자 피 뽑기 봉사 신청을 한 120여 명이 느티나무 아래에 차례로 도착했습니다. 대중들이 주차한 차가 논 옆에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게 대중들을 맞이한 후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논에 들어가서 피를 뽑을 때 유의할 점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논에 피를 뽑는 일입니다. 벼 속에 이미 알이 배어 있는 상태인데 그걸 발로 밟아버리면 그 벼는 그냥 죽게 돼요. 그래서 일을 잘못하면 피를 안 뽑고 그냥 놔두는 것보다 못한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골 사이를 다녀주시기 바랍니다. 힘들어서 주저앉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엉덩이에 벼가 눌려서 찌그러져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금 유의해 주세요.” (웃음)

“네!”

다 함께 명심문을 세 번 외친 후 1000평 논으로 향했습니다.

뒤이어 도착한 사람들은 별도로 모아놓고 스님이 다시 유의할 점을 안내했습니다. 스님은 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이끌고 2400평 논으로 향했습니다.

“이 논은 피가 별로 없어요. 재수가 나쁘면 피 뽑을 일 없이 그냥 스윽 지나가야 할 수도 있어요. 자, 그럼 오는 순서대로 일렬로 주욱 논에 들어가 보세요.”

1인당 두 줄 또는 세 줄을 맡아서 일렬로 선 후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운데에 한 사람 공간이 비었어요. 맨 뒤에 계신 분이 빈 공간을 하나 메워주세요.”

2400평 논은 무척 넓지만 피가 많지 않아서 한결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자리를 잘 잡아서 피를 뽑기 시작하자 스님은 1000평 논으로 이동했습니다.



1000평 논에서도 대중들이 열심히 피를 뽑고 있었습니다. 가운데 부분에 피가 워낙 많아서 일렬로 전진을 하다가 모두 가운데 부분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스님도 논으로 들어가 대중들과 함께 피를 뽑았습니다.


“제대로 뽑고 있는 것 맞아요?” (웃음)

피가 가장 많은 가운데에 모두가 일렬로 서서 릴레이 방식으로 뽑은 피를 바깥으로 전달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경과하자 스님이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자, 이제 끝냅시다! 두 시간이 되었어요. 더 하면 안 돼요.”

대중들이 모두 논 밖으로 나가자 스님도 눈에 보이는 피를 뽑으며 논 밖으로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모두 논둑에 앉거나 선 채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피 다 뽑았다!” (웃음)

다 함께 아침에 모였던 느티나무 아래에 다시 모였습니다. 2400평 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찍 일을 마치고 휴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늦게 도착해서 일찍 끝마쳤죠? 일 한 거 맞아요?” (웃음)

스님의 경상도식 농담에 모두 큰 박수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는 10시부터 강의를 하러 가야 해요. 빨리 사진 한 장이나 찍읍시다.”

2400평에서 일했던 대중들과도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대중들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미숫가루와 수박을 참으로 먹으며 마음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강의를 하기 위해 서둘러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행복학교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행복학교 특강은 한 달에 한 번 행복학교 참가자들이 수업과정 중에 생긴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음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게 안내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입니다.

3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어떻게들 지내세요? 날씨가 더워서 힘드시죠? 도시에 살면 에어컨 밑에 있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저는 시골에 사니까 낮에는 정말 더워서 활동하기가 힘듭니다. 특히 저희들이 사는 곳은 옛날 초등학교 폐교이다 보니까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많이 덥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논에 나가서 피를 뽑다가 시간 맞춰서 겨우 들어왔어요. 요즘은 다 논에 제초제를 치니까 피 뽑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들은 제초제를 안치고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시작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조그마한 면적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농사를 1만 평 가까이 지을 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공동체 대중들 몇몇과 매일매일 뽑아도 피가 줄지 않았어요. 지난주에도 봉사자들이 70여 명 가까이 와서 피를 뽑았습니다. 오늘은 120명이 왔어요. 사람들이 논에 가득히 들어가서 피를 뽑고 있습니다. 겨우 급한 불은 끄고 왔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잘 받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 행복학교에서 마음 나누기를 할 때마다 생기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예민하고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잘 받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 행복학교에서 나누기를 할 때 저는 솔직하게 과거나 현재의 상처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는데 다른 참가자는 저만큼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본인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면 저만 바보가 된 것 같아요. 행복학교도 하기 싫은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과거에 타인에게 내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 손해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 나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우스운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수업 중에 가볍고 행복한 이야기만 하는데요. 그럴수록 제 마음은 오히려 답답합니다. 제 심리는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내놓고 싶으면 내놓고, 안 내놓고 싶으면 안 내놓는 건 자유예요. 그런데 내가 솔직하게 내놓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왜 솔직하게 안 내놓냐고 요구하는 건 문제예요. 내가 마음을 내놓고 안 내놓는 건 내 자유듯이 상대가 마음을 내놓고 안 내놓는 것도 상대의 자유예요. 또 상대가 괴로움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얘기만 하는 건지, 괴로운 얘기를 숨기는 건지는 내가 지금 알 수 없잖아요. 질문자는 자꾸 자기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게 문제예요. 상대가 마음을 솔직하게 내놓는지 안 내놓는지를 따져서 내 마음을 내놓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행복학교를 다닌다면 질문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겁니다.

행복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이 무슨 경쟁하는 관계도 아니잖아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내놓는 쪽이 마음공부에 유리하고,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면 마음을 내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내놓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안 내놓으면 돼요. 내가 선택하면 됩니다.

나의 억압된 심리를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내놓을수록 내가 더 자유로워집니다. 행복학교는 이런 마음의 원리에 따라 설계된 과정입니다. 질문자는 자기 공부만 하면 돼요. 남이 마음을 내놓고 안 내놓는 걸 문제 삼아서 ‘네가 내놓으면 나도 내놓는다, 나는 내놨는데 왜 너는 안 내놓냐?’ 이런 태도는 행복학교에서 가르치는 원리하고는 안 맞아요. 그건 장삿속입니다. 친구 관계도 다 장삿속이 깔려 있어요. ‘내가 커피 한 잔 샀는데 너는 왜 한 잔 안 사냐? 나는 전화를 두 번 했는데 왜 너는 한 번만 했냐?’ 이렇게 따지잖아요. 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너보다 뭐가 못나서 내가 너한테 숙이냐' 이런 식으로 전부 계산하기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이 계산을 놔버려야 돼요. 내가 좋으면 연락하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 하면 되죠.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든 안 하든 그건 그 사람의 문제예요. 이런 태도로는 남녀가 만나도 관계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문제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한 것이 좋습니다.

너무 계산적으로 살면 행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행복학교에서는 '계산하지 않을 때 내가 더 주인이 되고 내가 더 행복해진다'라고 알려줍니다. 세상에서는 계산을 해야 내가 더 이익을 받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죠. 그렇게 계산하고 살았는데 왜 행복하지 못할까요? 거꾸로 원인을 살펴보면, 계산을 너무 해서 그런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면 계산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냥 내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이렇게 마음을 내놓고 싶으면 내놓으면 돼요. 이렇게 할수록 타인에게 영향을 덜 받게 되고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남이 나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그건 그의 문제니까 내가 간섭할 필요가 없어요. 남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도 내가 우쭐댈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좋다고 말해도, 실제로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별개잖아요. 또 누가 나를 싫어한다 해도 그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나에게 무슨 나쁜 요소가 있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를 좋아한다고 우쭐대지도 말고 싫어한다고 침울해지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건 그의 문제고, 나는 내 갈 길을 가면 됩니다. 이렇게 살아야 삶이 자유로워지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너무 남한테 매여 있습니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도 이렇게 한다'라고 너무 계산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그러면 결국 타인 또는 세상의 노예가 됩니다. 늘 그들의 태도에 따라서 내가 흔들리거든요. 너무 잔머리를 굴리면 오히려 손해가 나요. 행복학교에서 그 사람이 프로그램대로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문제예요. 나는 그냥 프로그램대로 해봅니다. 그게 나한테 훨씬 이롭습니다.

부부도 자존심 때문에 잘 싸웁니다. 내가 상대의 말에 먼저 ‘예스, 오케이!’라고 해보세요. 보통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내가 맞춰주면 자기가 잘난 줄 알 거 아니냐? 그 꼴 보기 싫다’ 그런데 딴 사람도 아니고 우리 남편이 잘난 게 나한테 손해 날 일이 뭐가 있어요? '내가 우리 남편한테 고개 숙인다고 손해 날 일이 뭐가 있어, 남도 아니고?' 이렇게 탁 놔버리면 나에게 좋습니다. 첫째, 나한테 좋고 둘째, 상대에게도 좋아요.

질문자는 타인에게 의존적인 삶의 자세를 갖고 있어요. 대부분이 그런 면이 있지만 질문자가 조금 지나칩니다. 그러면 삶이 그만큼 피곤해집니다. 저는 딱 다섯 가지 빼고는 내 삶에 대해서도 간섭받지 말고 남의 삶에도 간섭하지 말라고 합니다.

첫째,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마라
둘째,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지 마라
셋째, 성적으로 남을 괴롭히지 마라
넷째, 말로 남을 괴롭히지 마라
다섯째, 술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지 마라

이 다섯 가지가 아니면 나도 남 눈치 보지 말고, 나도 남을 간섭하지 마세요. 이 다섯 가지는 금기사항입니다. 이 외에 세 가지 권유사항도 있어요.

내가 돈이 있더라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아라.
내가 지위나 재주가 있더라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고 마음을 고요히 해라.

이 정도만 지켜도 이 세상에서 별로 괴로울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남 눈치도 보지 말고 남의 인생에 간섭도 하지 말고 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탁 집어서 결혼해놓고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삽니까? 한 집에 살면서 상대를 딱 쥐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도 말고, 너무 의존하지도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세요. 한 집에 살아도 각자의 자유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어느 정도 자유를 가지고 협력을 하며 살아야죠. 상대는 내가 꽉 잡고 싶고,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건 모순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제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남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고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네요. 저희 엄마는 솔직한 이야기는 일기장에나 쓰고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남들이 속으로 비웃고 내 약점이 된다고 하셨는데 사회생활을 해 보니까 그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버릇들이 행복학교 안에서도 발현이 됐나 봅니다. 지금부터는 행복학교 안에서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공부에 집중하며 남은 시간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을 욕하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면 회사에서도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지내세요. 손해 좀 보면 어때요? 손해를 감수하면 안 되나요? 승진에 약점이 되면 승진을 안 하면 되고 월급도 좀 깎이면 되죠. 상사가 내 남편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닌데 상사한테 귀여움 받아서 뭐할 거예요? 남의 남자잖아요. 귀여움 받아서 뭘 어떡하겠다는 거요? 솔직하게 지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단 타인을 괴롭게 하는 욕이나 비난은 참아야 해요. 그게 아니라면, 힘들면 ‘저 힘듭니다’, 싫으면 ‘저는 좀 싫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돼요. 상사가 커피를 타오라고 하는데 싫으면 ‘저는 싫어요’라고 하면 됩니다. 상대가 ‘그 정도도 못 해줘?’라고 하면 ‘제가 오늘 좀 기분이 안 좋네요. 알아서 드세요’ 이러고 지내도 돼요. 성질 더럽다고 비난 좀 받고 살면 되잖아요. 그 소리 듣는다고 뭐가 문제예요? 욕하면 욕 좀 얻어먹고 살면 되죠. 그렇게 배짱을 탁 내놓고 살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어요.

좋은 소리 들으려면 자꾸 신경을 써야 하고 착한 척해야 돼요. 사람들한테 굳이 좋은 소리 들어서 뭐 해요? 질문자는 제 이야기를 듣고 한다는 이야기가 겨우 또 조심하겠다는 거예요?(웃음) 우선 행복학교에서 탁 솔직하게 한번 내놓아보고 괜찮다 싶으면 세상 속에서도 솔직하게 내놓고 살아요. 꽁해가지고 움켜쥐는 데서 마음병이 생깁니다. 비밀을 다 터트리라는 게 아니라 감정을 툭 터놓고 살라는 거예요.

어떤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세가 진정한 자유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남편이 어떻다, 우리 아내가 어떻다, 아들이 어떻다' 이런 말 하지 말고 그래서 그런 사람하고 살 건지 안 살 건지 생각을 해보세요. 산다고 결정했으면 괴롭지 않게 사는 게 좋습니다. 상대를 바꾸기는 어려워요. 내가 적응해야지요.

나를 욕하지만 관계를 맺으면 이익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번뇌할 이유가 없어요. 욕을 듣기 싫으면 이익을 포기하든지, 이익을 보고 싶으면 욕을 좀 얻어먹어야 해요. 선택하고 책임지면 됩니다. 여러분은 늘 좋은 것만 가지려고 해서 인생이 피곤한 거예요.

농사를 지으면 여름에는 땀을 좀 흘려야 돼요. 에어컨 밑에 있으면서 농사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유기농을 하려면 풀을 좀 뽑아야 하고 힘들면 유기농을 포기해야 되는 거예요. 인생은 늘 좋은 것만 다 가질 수가 없습니다.

좋은 것만 가지려는 마음이 욕심입니다. 늘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을 하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돼요. 하나님, 부처님 보고 책임지라고 하지 말고, 운명이 정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서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딸이 고2 때 갑자기 가출을 하고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오빠와 자신을 차별한 엄마도 원망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딸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저는 주택가에 살고 있는데 밤늦게 또는 이른 새벽마다 옆집에서 TV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 지구의 인구수가 명백히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젊은이들(MZ) 세대들은 어떤 종류의 발전을 추구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12시부터는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와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만준위에서는 2차 만일결사의 방향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안건을 준비해 와서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2시가 넘었습니다.

뙤약볕을 피해 오후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질 무렵 텃밭에 물을 준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도 스님은 아침 일찍 대중들과 함께 논에 피 뽑기를 하고,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도 논에 들어가 피를 뽑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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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힘들때마다 이글을 보러옵니다.
외워야겠어요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여기 다 있네요

2022-10-04 11:02:06

고광남

스트레스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
- 스트레스가 해소되려면 동작과 생각을 멈춰야 한다(명상)
- 정신질환자 일수록 조그마한 일, 과거나 일어나지 않은 미래 생각 집착
(생각을 멈춤, 다른 생각으로 바꾸거나, 육체적인 활동을 함으써 생각할
여유를 없앤다.)
- "생각은 가상현실" 이치를 체화

2022-07-22 22:17:00

고광남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법
- 계산하지 않을 때 내가 주인이 되고 행복해진다.
- 오계 외 에는 내삶에 간섭받지도 남의 삶에 간섭하지도 말라
- 어떤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능동적으로 적응 대응하는 자세
- 좋은 것만 가지려는 마음은 욕심,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진다.

법륜스님 법문을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2022-07-22 22: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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