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13 농사, 수행법회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을 했을 때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산밑밭으로 가서 채소를 수확했습니다. 어제 하루 수확을 안 했더니 하루 사이에 잘 익은 채소들이 많았습니다.




바구니에 담아보니 호박, 가지, 토마토, 오이 별로 한 상자씩 나왔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들깨 모종이 죽은 자리에 모종을 새로 심었습니다.


오늘 서울에 가는 김에 서울공동체 식구들에게 야채를 전해주기 위해서 방금 수확해 온 야채를 상자에 담았습니다. 딱딱한 상자를 찾아 신문지를 깔고 품목별로 가지런히 담았습니다.


포장을 마치고 사용한 도구와 장화, 장갑을 깨끗이 씻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서울에 가 있는 하루 동안 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울력복도 빨았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주간반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오전에도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주까지 폭염으로 정말 더웠습니다. 아침저녁으로나 조금 일할 수 있지, 낮에는 도저히 일을 못 할 정도였어요. 논에 피가 많아서 피를 뽑다 보면 해가 높이 뜰 때까지 일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들어와서 장맛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좀 떨어지니까 그나마 일할 만 해졌어요. 그리고 구름이 끼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할 수도 있었고요. 저희가 농사를 좀 서툴게 지은 탓에 논에 피가 많아 매일 피 뽑는다고 논에 붙어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어서 지난 주말에 대중들이 으뜸절에 와서 실천활동을 한 모습과 스님이 지난 일주일 동안 논에서 피 뽑기를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나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백중 기도 기간 중이어서 오늘은 삶과 죽음에 관련한 질문을 먼저 받고 나서 개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먼저 가족이나 지인들이 자살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자살을 했을 때 어떡하죠?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하고, 노인 자살률도 세계 1위입니다. 우울증, 왕따, 가혹행위, 사회적 고립감,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의 자살로 죄책감을 느끼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충격과 상처가 큽니다. 수행자로서 가족이나 지인들의 자살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까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가 얘기했듯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부동의 1위입니다. 최근 10년 가까이 흔들림 없이 계속 1위를 고수하고 있어요. 게다가 2위와도 차이가 큽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하는 사람이 우리는 24명 정도 되는데, OECD 국가 평균은 11명 정도예요. 30년 전 정토회가 만일결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들은 지금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11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우리는 자살률이 경제 성장과 동시에 같이 높아져서 한때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32명까지 올라갔습니다. 어마어마하죠. 그게 2011년의 일입니다.

그걸 계기로 저도 대학이며 전국 시군구를 다 다니면서 2012년 한 해에 300회 연속 강연을 하고, 그 이후로도 즉문즉설 강연을 매년 100회 이상 했었습니다. 그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자살자 수가 24명이 되었어요. OECD 국가 중에서는 제일 높지만,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편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정토회에서 이렇게 즉문즉설을 진행함과 동시에 자살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자살률이 떨어지는 데 정토회 활동가들이 조금은 기여했으리라고 자부심을 가지셔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평균치의 두 배 정도이므로 자살률을 좀 더 많이 낮춰야 됩니다. 그러려면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정토회의 활동이 더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살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외부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과도한 입시경쟁, 취업난, 빈부격차, 가족 갈등, 이처럼 좀 각박한 현대 생활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사회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분석하면 대부분 자살은 정신질환에서 빚어진다고 해요. 예를 들어 시험에 떨어졌다고 다 자살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보통 사람은 시험에 떨어지면 좀 충격을 받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회복합니다. 헤어진다고 모두 자살하는 게 아니라, 헤어져도 충격을 받지만 좀 있으면 회복을 해요. 파산한다고 자살하는 게 아니라, 파산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질환이 있습니다. 수행 차원에서 자결을 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자살에는 정신적인 질환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큽니다.

이런 정신적인 질환은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아주 소수예요. 대다수는 어릴 때, 즉 자아가 형성되는 세 살까지의 경험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 시기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심한 불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거나, 학대를 받는다면 정신질환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안 낳으면 몰라도, 낳았으면 세 살 때까지는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도록 따뜻하게 돌봐야 합니다. 심리적 불안 상태가 고착되면 이 아이는 평생 행복하게 살기가 어려워요. 이런 마음의 안정과 행복은 천금을 줘도 얻기가 어렵고, 지위를 가지고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그런 정신적인 불안 증세 때문에 네로 같은 폭군이 많았잖아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심리적인 불안에서 비롯된 정신질환으로 인해서 왕이 폭정을 하고, 자기도 불행해지고 세상도 괴롭히는 사례가 허다하지 않았습니까? 정신적인 불안 증세를 가지고 있으면 지위가 높거나 영향력이 클수록 세상에 해악을 더 많이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정말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오도록 해주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은 그거는 내팽개치고 맛있는 거 해주고, 좋은 옷 입히고, 좋은 학교에 보내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무지’의 소산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자살을 유발하는 정신질환의 발병을 최소화하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첫째, 세 살 때까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의 가족 구조에서는 대부분 부모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둘째, 아이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이때는 뭐든지 그냥 흉내 내고 따라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사치하면서 아이에게는 검소하게 살라고 하거나, 본인은 집에 늦게 들어오면서 아이에게는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그걸 지킬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 아이가 검소하게 살도록 하고 싶으면 내가 아무리 부자라도 아이를 위해서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 시기는 무조건 따라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과잉보호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부터는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는 기회입니다. 몸과 마음이 다 성장해서 어른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자기 생각과 자기 결정을 통해 자립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공부하라고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면서 그저 ‘너는 공부만 해라’ 이렇게 과잉보호를 해버리면 아이는 자생력을 잃어버리게 돼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평생 부모가 근심 걱정하며 보살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이처럼 요즘 아이들은 옛날 아이들에 비해서 학대는 덜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립을 배워야 하는 사춘기 때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대부분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어요.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형편이 못 되면 안 해주면 되는데, 여러분은 해 주면서 야단치고 신경질을 냅니다. 또 우울증이 있거나 심리적 불안이 있을 경우에는 가능하면 자녀를 안 키우는 게 낫습니다. 내가 낳더라도 다른 사람이 키우도록 하고, 나는 아이에게 근접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낫습니다. 또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받는 동안에는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절대로 부부가 싸우고 짜증내고 화내고 야단치는 등의 일을 하지 않아야 해요. 옛날에는 아이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만연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면 아동학대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것은 교육상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어졌어요. 이 모두가 아동학대죄에 해당됩니다.

그러면 버릇이 나빠지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에요. 따뜻하게 보살피되 애들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안 해주면 됩니다. 야단치지 말고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말로 알려주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신경질 내고, 화내고, 짜증내고, 몇 대 때리기도 하고, 그래 놓고 또 애가 울면 해달라는 걸 해줘요. 이렇게 해서 버릇도 나빠지고 심리적 억압도 일어나게끔 지금 잘못하고 있어요.

자살률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법

이런 심리적 억압이 자주 일어나서 내면에 불안이 쌓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정신적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요인이 있는 사람은 연애하다 헤어지거나, 사업에 실패하거나, 시험에 떨어지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하면 자기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쪽으로 가기 쉬워요. 그래서 자살률을 낮추거나 자살을 예방하려면 이런 정신적 질환의 요인이 없도록 어릴 때 잘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이 근본 치료법이에요.

그렇게 못 했다면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야 합니다. ‘아이의 심리가 불안하구나’, ‘집중력이 떨어지는구나’, ‘감정 조절이 안 되는구나’ 이런 것을 빨리 관찰해서 조기에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해요.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곳곳에 병원이 있고, 마을마다 보건소가 있고, 학교에도 급식의 영양 구성과 조리, 위생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담심리사, 정신과 의사 같은 사람들이 보건소나 학교마다 배치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할 수 있어야 합니다.

풀도 어릴 때 매면 쉽지만 다 자란 후에 매려면 어렵잖아요. 이런 정신적 질환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면 쉽게 치료가 되는데, 만성화시킨 뒤에 치료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거예요. 이처럼 조기 대응한다면 자살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비롯해 사회에서의 지나친 경쟁, 빈부 격차의 심화, 계층이나 집단 사이의 갈등,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좀 더 평화롭도록 만들어간다면, 정신적으로 자살에 취약한 요인이 있더라도 발병하는 경우가 적어집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10만 명당 24명인데, 이렇게 한다면 그 수치를 0으로까지는 못 만들더라도 10명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은 몇 년만 노력하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나 이런 것을 정책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지도자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을 여러분이 지도자로 뽑아주질 않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은 그저 이게 싫어서 저 사람 뽑고, 저게 싫어서 이 사람 뽑고,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고, 지역적으로 편중해서 지지하고, 종교적으로 편중해서 지지하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세워준다면 지지하고, 이런 식으로 하고 있잖아요.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를 좀 더 평등하게 만들고, 인권을 존중하게 만들고, 아기를 낳으면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엄마에게 유급 휴가를 줘서 아무 걱정 없이 아이만 키우도록 해주는 데 예산을 쓰는 등 이런 사회적 정책을 하려는 사람을 선출하는데 여러분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정치인들에 대해 욕만 합니다. 그 사람들을 다 우리가 선출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정토불교대학을 열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즉문즉설을 하고, 깨달음의 장을 진행해서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정말로 큰 변화를 가져오려면 이런 것을 제도화시키고 정책화시키는 사람이 교육감이 되고, 시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깨어있어서 올바른 선거를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민의식이 굉장히 높아야 해요.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많이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가 노력하면 자살률을 조금씩이라도 떨어뜨릴 수는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반면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은 다른 나라보다 크게 높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자살자 수는 이렇게 두 배로 높은 이유가 뭘까요? 우울증에 대한 무지 때문입니다. 즉 알지 못해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자녀를 잘 살펴보다가 문제가 발견되면 금방 병원에 가서 체크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여러분은 그러지 않잖아요. 특히 정신과 치료는 부모들이 자녀의 치료 경력을 기록에 안 남기려고 치료를 안 한다고 합니다. 애초에 병원에 데려오질 않거나, 설령 데려와도 그냥 체크만 하지 정기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 발병 사례는 비슷하지만 우울증 치료약의 소비량이 다른 나라의 30퍼센트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치료를 거의 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니 자살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이제는 자살이 우리 주위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나서 죽는 사람보다 자살해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을 정도예요. 예전 같으면 주변에서 뱀한테 물려 죽었다, 벌한테 쏘여 죽었다, 교통사고 나서 죽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은 이런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자살이 많아요. 주변에 조금만 건너가면 ‘누구 집 아들이 자살했다’, ‘누구네 부인이 자살했다’, ‘누구네 부모가 자살했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되는 일을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살은 전생의 죄도 아니고,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사주팔자로 인한 일도 아닙니다. 비가 오고 비가 안 오는 것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 아니듯이, 자살도 그냥 원인이 있는 일이에요. 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것을 해결할 길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해결책을 선택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뿐입니다.

가족이 죽었다고 여러분이 그걸 갖고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충격은 큽니다. 교통사고로 죽었거나 병으로 죽은 것보다 자살해서 죽으면 더 가슴이 아픕니다. 만약 자식이 그렇게 죽었다면 부모로서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젊은이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옛날에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 아주 드물었는데, 자살이 빈번해진 요즘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부모 가슴에 못을 박게 돼요. 그러나 자살은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아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이 거기에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굳이 잘못을 했다면 근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참회를 해야 해요. 첫째, 내가 인생을 너무 물질 중심으로, 돈 중심으로, 욕망 중심으로, 출세 중심으로 산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둘째, 내 성질대로 안 된다고 애들한테 화내고, 짜증내고, 야단치고, 매를 때린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이런 삶의 방식이 자살이 일어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따져보면 또 내 잘못만도 아니에요. 나도 이런 성질을 갖게 된 건 그런 부모 밑에서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성질이 지금 안 고쳐지는 거예요. 그러나 수행자라면 이것을 고쳐서 내 밑으로는 전이가 안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우리의 자녀와 후손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을 치거나 사주를 봐서 정신질환이나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옳지가 않습니다. 정신질환과 자살은 치료를 요하는 병이에요. 그래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가능하면 이런 환자는 직장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압박이 심한 환경에 놓여 있을 경우 분위기를 조금 완화시켜줘서 자살 충동을 좀 덜 느끼도록 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주변에서 미리 알고 유의를 하면 될 일이지 상대의 자살이 내 죄는 아니에요.

그리고 이처럼 많은 사람이 자살하는 사태에 대해 정말로 반성을 한다면 죽은 자식을 붙들고 울거나 천도재를 지내는 것보다는 세상을 바꿔나가는 일에 손을 보태는 것이 올바른 참회의 자세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사는 데 급급하다 보니 생긴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세상에 이런 일이 적게 일어나도록 어려운 사람을 돕고, 환자들을 돌보고, 불교대학을 널리 확산하고, 즉문즉설을 더 많이 듣도록 하는 활동을 통해 참회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난번 즉문즉설 시간에 한 분이 질문을 했는데, 자살로 자식을 잃고 너무너무 가슴이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든 분이었어요. 그래서 법문을 해드렸더니 그분이 돌아간 아들을 위해서 보시를 해주셨습니다. 연세 드신 분이어서 제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이번에 인도에 가면 이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 1만 명에게 공양을 올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백중의 유래가 되었다는 목련존자 설화에 보면 500명의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려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구제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보시해 주신 돈으로 배고픈 사람 1만 명에게 일일이 공양을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슬퍼하시고 본인의 남은 인생을 바르게 사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위로한들 자녀를 잃은 부모의 아픔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은 다시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가 이를 예방하는 데에 우리 삶의 나머지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눈 후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대중들은 백중기도 기간을 맞이해 돌아가신 분들과 조상 영가들을 위해 온라인 천도재를 정성껏 지냈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서울에서 병원 검진 일정과 사회인사 미팅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저녁반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전처럼 백중 기도 기간을 맞이해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질문들을 받은 후 개인 고민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주 수행법회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은 후 평화재단에서 미팅을 가진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붓다 제13강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8

0/200

독심

너무 힘든 상황을 겪어 나쁜맘 먹었다가 남겨질 가족 생각에 이 글까지 읽게 되었네요 고통이 무섭습니다

2024-04-19 15:23:15

덕산

언제나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얼마나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부정할수 없는 수치로 표현이 되는군요. 그 국민에 그 정치인이 나올수 밖에 없음을 알겠습니다.
나로부터 인과법과 연기법을 삶의 근간으로 하고 중도의 길을 걷겠습니다. 여지껏 큰탈 없이 살아있다는 것이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2022-08-06 14:23:40

워니

하나밖에없는 아들을 보낸지 이년이되어가네요ㅡ
똑똑하고 멋지고 열씨미 인생을 살던 애였어요
전 내아들의 멋지게펼쳐질미래만 생각하고살던 어미였구요 그런데 저에게도 이런일이 생기더군요
무엇때문에 이애를 이렇케보내야만했는지 아직도죄책감과부정으로하루하루보내요인정하기싫어요 함부로말하는사람들 만나기도싫쿠요
위로될까스님글읽어도 내맘은 검은빛ㅡ
늘 검은하루여


2022-07-29 02:32:5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