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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살리고센터 위로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늘도 스님은 논에 나가 피를 뽑았습니다. 피가 모보다 더 많아서 구분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피를 뽑으면서 스님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면 피를 효과적으로 뽑을 수 있을지 계속 연구를 했습니다.
피가 너무 많아서 수레를 논 한가운데로 끌고 와서 수레에 피를 가득 담아 운반했습니다. 논두렁에는 방금 뽑은 피가 산처럼 쌓여 나갔습니다.
피를 뽑는 도중에 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저는 논물을 좀 보고 올게요. 논에 물이 적어서 뽑은 피를 씻을 수가 없어요. 논물을 더 대야 할 것 같아요.”
논물을 보러 저수지까지 올라갔습니다. 아랫논과 윗논이 연결된 농업용 호스를 살펴보면서 논물을 댄 후 다시 피 뽑기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스님이 땀을 흘리며 한참 피를 뽑고 있을 무렵 서울에서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위원들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논에 도착했습니다.
“스님, 저희들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일을 마저 하고 갈 테니 먼저 가서 식사하고 있으세요.”
기획위원들을 먼저 보내고 스님은 한참 있다가 논에서 나왔습니다.
아침 울력을 마치고 나서 하루 종일 평화재단 기획위원회와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환경’을 주제로 즉문즉설을 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모두 접속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날씨가 후텁지근하죠? 기온은 높고 비도 계속 오다 말다 해서 아주 습한 날씨입니다. 인도의 우기 날씨와 거의 비슷해요. (웃음)
그러나 이번 장맛비 덕분에 좋은 일도 있습니다. 두북 수련원 앞에 개울이 하나 있는데, 작년 가을 이후 처음으로 물이 흘렀어요. 가뭄이 심해서 겨울 내내 마르고 봄에도 내내 말라 있었거든요. 지난주에 비가 왔을 때 밭농사는 해갈이 됐지만 개울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개울에도 물이 흐를 정도로 비가 많이 왔습니다. 한편 일부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홍수가 난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러나 아직도 전국적으로는 강수량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아마 이번 주 내내 이렇게 비가 오다 말다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지난 주말에 봉사 활동한 내용을 잠시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주말마다 전국 으뜸절에서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재미있어 보이죠? 재미있어 보이는 분은 주말마다 으뜸절로 오시면 이렇게 일하면서 밭에서 놀 수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정토회 산하에 환경운동 단체인 에코붓다의 30년 역사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 시청을 마친 후 스님이 정토회가 30년 동안 펼쳐 온 환경 운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정토회가 30년 전에 환경 실천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환경 문제가 그렇게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환경위기가 우리 생활의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에서는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만큼 환경위기는 우리에게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습니다.
환경 위기를 경고하고 환경 파괴를 반대하지만 정작 본인은 소비를 줄이는 환경 실천에 소극적인 환경운동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 자체가 검소한 삶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토행자들은 나부터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검소하게 사는 것, 스스로 적게 소비하는 것을 ‘청빈(淸貧)’이라고 합니다. 깨끗한 가난이라는 뜻입니다.
‘스스로 청빈한 생활을 하자. 누가 많이 쓰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자. 내 수행을 위해서 스스로 검소하게 살고, 이웃을 위해서 나눠 가지는 복지와 서로 돕는 관계가 되는 평화,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환경운동을 함께 해보자. 수행과 사회 실천은 둘이 아니다.’
정토회는 이런 관점에서 지난 30년 동안 환경실천 운동을 해왔습니다. 절에서는 ‘발우공양’이라고 해서 밥을 먹을 때 고춧가루 하나 남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닦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이런 전통을 ‘빈그릇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사회화해서 국민운동으로 전개했어요. 100만 명 이상이 동참해서 정부의 정책으로까지 반영되는 성과를 올렸고,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견해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소멸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며,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현재 지구온난화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이 있습니다. 첫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환경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최대 인구 보유국인 중국이나 인도를 중심으로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 개발도상국들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국가들의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모든 제품의 소비가 급격히 상승한다고 보는 거죠.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 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하는 메탄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축산업도 성장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반 산업 제품의 생산량도 당연히 동반 증가하게 되어 지구 온난화가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지구 온난화가 소멸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난 20년간 과학기술 발달이 기대했던 속도보다 100년은 앞당겨졌다고 판단합니다. 현재는 대부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라면 앞으로 50년 내에 태양광이나 풍력, 파력, 지열 등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바뀐다고 합니다. 또는 획기적인 무공해 대체 에너지가 개발 및 상용화되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대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구 온난화는 사라지고 맑고 청정한 물과 대기를 보존할 수 있으리라는 견해입니다.
이처럼 정반대의 견해와 해석이 있기에, 지구 온난화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질문자가 이야기했듯이 이 문제는 아직 토론 중이기 때문에 어느 쪽 주장이 맞다거나 틀린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태입니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는 쪽도 결국 인류의 과잉 소비가 지구온난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통해 청정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마찬가지예요. 다만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문제의 해결책은 똑같습니다.
질문자가 이야기한 두 가지 견해를 비롯해서 또 다른 두 가지 견해도 있습니다.
첫째, 인간과 지구 온난화는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견해예요. 지구 온난화는 자연 현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지구의 온도가 너무 떨어져서 문제가 되었던 빙하기도 있었고, 반대로 지구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 문제였던 시기도 있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고,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자원을 과소비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는 견해입니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도 전문가 중에서 10% 이상이라고 해요. 지구 온난화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인간이 없던 과거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과잉소비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인간이 일으킨 것이니까 인간이 막아야 한다는 거죠. 질문자가 이야기한 두 가지 견해는 모두 크게 보면 이 후자에 속합니다. 인간의 과잉소비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일어났고,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전제는 동일한 거예요.
다만 대처하는 방법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하나는 인간이 지금 당장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Co2 중립화를 빨리 진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서서 결국 기후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견해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직은 여유가 있고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견해예요. 기술 개발을 통해 대체 에너지로 빨리 전환하면 극복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태양 축전지나 전기자동차가 개발되는 속도만 봐도 예전에 비하면 천지차이로 성능이 향상되었잖아요. 이처럼 기술 개발을 통해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면 지구 온난화도 극복 가능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극복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극복하지 못하리라는 쪽에 오히려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물론 극복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극복 못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봐요. 왜냐하면 지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인간의 소비가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냉장고의 소모 전력이 100와트였는데, 이제 기술 개발을 통해 50와트가 되었다고 해봅시다. 얼핏 보면 절약이 된 것 같지만, 정작 냉장고 용량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면 결국 총소비량은 마찬가지예요. (웃음)
이처럼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술 개발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좀 늦춰준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첫째,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둘째,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다 병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늘 기술 개발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를 줄이는 운동과 기술 개발이라는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해요.
하지만 선진국을 모델로 하고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는 한 지구 상의 모든 개발도상국들도 다 이 기준을 따라가려고 할 거예요. 중국과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도 이 기준을 따라가려고 하겠죠. 이때 선진국들이 ‘우리는 이미 발전을 이루었으니 너희는 더 이상 발전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잖아요. 그러니 지금의 개발 지향적이고 소비지향적인 가치관이야말로 모든 인류를 공멸로 이끄는 원인입니다. 선진국에서부터 일단 멈춰야 해요. ‘이게 좋은 게 아니다’ 하고 앞서 가본 사람이 말을 해줘야 합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은 아직 본인이 안 가봤으니까 ‘에이, 그래도 가볼래’ 이러면서 어느 정도는 따라올 거예요. 그러나 ‘굳이 이렇게 갈 필요가 없다’ 하는 쪽으로 인류 사회 전체의 방향이 정해진다면, 뒤따르던 사람들도 속도를 점점 늦추다가 언젠가는 멈추게 될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문명 전환은 기술 개발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닙니다. ‘과연 어떤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고 하는 가치관의 문제가 먼저 잡혀야 해요. 가치관이 새롭게 정립되었을 때 새로운 문명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새로운 문명은 지속 가능한 문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에서는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성장 중심의 논리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을 보세요.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에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파트를 엄청나게 짓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까요? 게다가 전체 인구에서 자기 주택을 가진 개인의 비율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고 있어요. 집을 가진 사람이 계속 집을 더 갖고, 집의 평수를 자꾸 늘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5인 가족이 20평에 살았다면, 이제는 혼자서 30평에 사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거예요. (웃음)
물론 인구가 줄고 있으니 언젠가는 해결이 되겠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충격이 클 거예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금 빈집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어서 빈집을 처리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과제입니다. 그래서 빈집 보유세라는 게 생긴다고 합니다. 빈집에는 사람이 사는 일반 집에 비해 5배, 10배의 세금을 물리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억지로라도 빈집을 처분하면 집값이 좀 떨어지겠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도 빈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는 계속 부족하지만 실제로는 빈집이 늘어나요. 그래서 부동산은 장기적으로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돈이 많이 풀려서 부동산에 돈이 몰리니까 일시적인 과열 현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소비를 줄이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가치관이 바뀌어야 해요. 술 마시는 사람은 한 병에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까지 하는 고급 술을 찾게 됩니다. 커피 마시는 사람은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커피를 찾게 돼요. 보이차도 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보이차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잖아요. 그 세계에 빠진 사람은 그 안에서 더 고급화를 추구하거든요. 그러나 저처럼 차 안 마시고 커피 안 마시는 사람은 그게 고급인지 아닌지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거기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는 그게 굉장한 일이지만, 거기에 가치를 안 두는 사람에게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닙니다. (웃음)
명품 가방을 자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은 이 가방이 모 브랜드라며 명품이라고 자랑하지만, 거기에 의미를 둔 사람에게나 중요하죠. 저 같은 사람은 가방에 물건만 담기면 되지, 가방 상표나 고급인지 여부는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 중요해요.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환경 위기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이 환경 위기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은 할 거예요.
그러나 제가 이렇게 인간의 가치관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열심히 강조하면 1천 명 가운데 한 명이나 1만 명 가운데 한 명 정도의 소수만 동의할 뿐 다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 위기가 닥쳐서 인류가 엄청난 희생을 치른 뒤에야 남은 사람들이 반성을 해서 가치관이 바뀔 것이라고 봐요. 그런 뒤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경 실천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우리가 사람인데 그런 희생을 안 치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하고 연구를 하는 사람이 수행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환경 실천 운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하면 기후 위기가 해결된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죠. 해결이 어렵거나 희생을 막을 수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하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봐야죠. 그렇게 해야 위기를 극복하든지, 위기가 오는 속도를 좀 늦추든지, 희생을 좀 적게 치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환경 실천 운동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면 삶의 대안을 만드는 게 필요해요. 작은 방에 살면서 옷도 적게 가지고 음식도 간단하게 먹으면서도 오히려 행복하고 재미있게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이것이 그냥 하나의 문화가 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위기가 도래했을 때 ‘어, 저렇게 사는 길도 있네!’ 이렇게 확 바뀔 수가 있어요. 그러나 이런 모델이 없으면 변화는 어렵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시작할 때 본 영상처럼 정토회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럽다’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잖아요.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법륜스님 존경스럽다’ 이렇게 말은 해도 ‘나도 한번 해볼래!’ 이렇게 마음 내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돈 몇 푼 보시하고 흉내 조금 내면서 자기만족이나 하고 ‘스님 훌륭하십니다’ 이런 소리나 하지, 정작 자기 삶의 방식은 바꾸지 않으려 해요. 이렇게 하면 뭐가 바뀌었겠어요?
정말로 변화가 일어나려면, 제가 이렇게 검소한 삶을 살면서도 여러분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살고 건강하고 행복해 보여야 해요. 불쌍해 보이면 안 돼요. 불쌍해 보이면 여러분은 ‘아이고, 우리 스님 불쌍하다’ 이러면서 돈 몇 번 주고 잊어버립니다. 본인은 실천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제 삶이 여러분 눈에 좋아 보여야 해요. 제가 지금 여러분보다 더 행복하게 웃으면서 사는데도 안 따라오는데, 저부터 인상 쓰고 살면 누가 따라오겠어요? (웃음)
그래서 저는 기후위기 해결에 희망을 갖고는 있지만, 질문자가 딱 노골적으로 물었기에 ‘저는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답하는 거예요. 인간 존재가 그렇게 근본적으로 바뀌기가 참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냅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정말 인류의 문명 전환을 위한 선구적인 역할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정토회의 성공이나 실패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인류가 새로운 차원의 지속 가능한 삶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우리가 죽기 전에 샘플 하나라도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어, 저렇게 사는 길도 있네.’
‘그때는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대. 우리도 한번 해보자!’
먼 미래 사람들이 보고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샘플을 하나 만들 수 있다면 인류 문명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거예요. 정토회는 지금 이런 실험을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런 의미 있는 일에 손가락 하나만 딱 집어넣고 대충 때우지, 발까지는 잘 담그지 않으려 하잖아요. 스님이 법문 할 때 앞에서는 좋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여러분끼리 ‘정토회에 너무 빠지지 마라’ 이렇게 속닥거리잖아요. 다 들려요. 말 안 해도 얼굴 표정을 딱 보면 압니다. 그래도 제가 못 본 척하고 계속하는 거예요. (웃음)
이렇게 정토회에 10년씩 20년씩 다닌 사람들도 잘 안 따라오는데, 어떻게 이 세상 사람들이 금방 바뀌겠어요? 그러나 안 되는 것 같은 가운데에도 정토회 안에서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어떤 집에 가보면 환경 실천을 저보다 더 철저하게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면을 보면 우리에게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즉문즉설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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