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27 전법활동가 법회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생활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드디어 가뭄을 완전히 해갈할 것 같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산아랫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장마철에는 들깨를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살아요. 오늘은 들깨를 심읍시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밭에 들깨를 심었습니다.



스님이 모종을 두둑 위에 올려놓으면 묘덕 법사님이 구멍마다 하나씩 들깨 모종을 심었습니다. 빗발이 점점 굵어지면서 비를 흠뻑 맞으며 일을 했습니다.

법회를 할 시간이 다 되어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스님은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가정의 날을 공동체 대중들과 함께 경상북도 봉화 수련원에서 들깨를 심으며 보냈습니다. 봉화 수련원에는 농경지가 3천 평 정도 있습니다. 작년에도 들깨를 심었는데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풀이 더 많이 자라다 보니 수확량이 적었습니다. 올해는 공동체 대중이 다 함께 밭에 두둑을 만들고 풀이 자랄 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고 들깨를 심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를 맞으며 두북 수련원 근처 밭에 들깨를 심었습니다. 장마철에는 들깨를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삽니다. 그래서 아침에 비를 맞으며 작업을 했는데요. 봉화 수련원에서 공동체 대중과 함께 일하는 영상을 같이 보시겠습니다.”

영상을 함께 본 후 다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와서 어제 심은 들깨가 잘 자랄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고 좋아 보이는 분은 은퇴 후에 공동체로 들어오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웃음)

이어서 스님은 정토회가 제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올해 하반기 일정에 대해 주욱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님이 직접 생방송하는 경전대학, 백중 회향, 정토사회문화회관 개원식, 국제참여불교세계대회(INEB), 1차 만일결사 회향수련과 회향식, 인도성지순례, 2차 만일결사 입재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즉석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이 없어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명은 포살을 할 때 늘 참회를 하게 되는 계율이 있다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생활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포살 계본 15번은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생활하며 나온 쓰레기는 분리배출한다’입니다. 저는 항상 이 계본을 참회하는데요.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게 생활하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이 계본에 대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현대 도시에 살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생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시골에서 살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조리하면서 나온 야채 꼭지나 남은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것들은 썩히면 모두 거름이 됩니다. 똥이 곧 쓰레기가 아니에요.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거름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합니다. 들짐승들이 산천에 똥오줌을 누는 걸 오염됐다고 할까요?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아무도 오염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순환하지 못하면 쓰레기가 되고, 순환하면 쓰레기라 할 수 없습니다.

도시에 살더라도 가능하면 재료를 버리는 것 없이 요리하고, 어쩔 수 없이 뿌리나 껍질 등 쓸 수 없는 부분은 지렁이 밥을 줘서 퇴비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가능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살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하고 난 물건은 재활용을 할 수 있게 분리해서 배출한다면, 그것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에 해당합니다. 재활용되는 것은 쓰레기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도시에서는 재활용이 될 수 없는 생활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과대 포장한 것들 가운데는 재활용할 수 없어 폐기하는 것들이 많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한 친구는 꼭 흐르는 물에 용변을 봤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땅에 누면 지저분하고 흐르는 물에 누어야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이게 수세식 변기의 원리와 같은 거죠. 그런데 똥오줌이 물에 들어가면 영양분이 과해져서 물이 썩는 녹조현상이 생기고, 많이 과해지면 물속의 생물들이 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똥오줌이 밭에서는 거름이 되잖아요. 이렇게 순환되는 것은 쓰레기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사는 원칙을 갖고 살지만, 도시에서는 그렇게 살기 힘드니까 매번 참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 구조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현대인은 자연과 너무나 동떨어져 순환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쌓인 쓰레기가 환경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순환된다면 환경 위기가 올 이유가 없지요. 우리가 배출한 탄소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간다면 기후 위기의 요인이 되지는 않겠죠. 순환하지 못하고 허공에 쌓여있으니까 온실효과가 일어나는 거예요. 플라스틱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부서져 미세한 가루는 되지만 분자, 원자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크기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해져도 물속에 그대로 떠돌다가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먹는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가 장기적으로는 기후 위기 다음으로 큰 위협입니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다시 석유로 환원시키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재 그 기술은 있지만 환원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니 경제성이 없어서 정부와 기업에서는 꺼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생활을 하기 힘든데도 우리가 계율로 삼는 이유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인간 삶의 현실을 반성하고, 가능한 재활용이 되도록 분리배출하며 살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이 계율의 정신입니다. 이곳 두북 수련원에도 재활용팀을 두고 물건의 사용 빈도를 높이기 위한 방도를 찾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경우 한 번 쓰고 버릴 것을 열 번 쓰고 버린다면 그만큼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구나 생활용품도 폐기하지 않고 교환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창고도 마련했습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새것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은 경제 논리입니다. 꼭 새것일 필요가 없다면 이미 있는 물건 중에 골라 쓰는 생활이 지구환경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렇게 교환해서 생활하는 삶의 자세가 없으면 재활용 창고는 앞으로 쓰레기장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모아 놓기만 하고 아무도 재사용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이것을 폐기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겠죠. 예전에는 기와가 아주 귀해서 한 장 구하는 데 돈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기와를 낱개로 구하려면 매우 비쌉니다. 얼마 전 어느 절에서 몇 채의 지붕 기와를 새것으로 바꾸고 헌 기와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 기와를 다 버린다고 해서 제가 받아 놓았는데 기와를 쓸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있습니다. 제가 기와를 받아올 때 모두 누가 쓸 거냐고 걱정을 태산같이 했어요. (웃음)

담장을 만들거나 화단을 만들 때 이 기와를 쓰면 보기도 좋고 유용합니다. 그리고 기와는 깨지면 쓰레기가 아니라 돌이 되고 흙이 됩니다. 그런데 이걸 잘 모르니까 기와를 찾는 사람이 없어요. 화단을 가꾸거나 담장을 고칠 일이 있으면 기와를 가지고 가셔서 재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재활용은 원재료를 백 퍼센트 재생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 번 쓸 것을 여러 번 쓰고 버려 쓰레기를 줄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계율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나서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법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하반기 정토경전대학 교과과정을 어떻게 구성할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는 인도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125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순례이기에 실무적으로 점검하고 연구해야 할 사안들이 참 많았습니다.

오후 내내 회의를 하는 동안 창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스님은 다시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저녁반 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만일결사 회향을 앞두고 하반기 정토회 일정에 대해 소개한 후 2차 만일결사의 사업방향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천일준비위원회와 만일준비위원회에서 2차 만일결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사업 방향이 확정되면 2023년 3월 19일에 제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올해는 제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해이고, 내년은 제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는 해입니다. 그래서 마무리와 준비로 좀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세계 전법과 청년 전법을 향해

제2차 만일결사는 주요 목표 중 첫 번째는 ‘세계 전법’입니다. 현재 외국인을 위한 즉문즉설과 불교대학은 영어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2차 만일결사에는 적어도 십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청년 전법’입니다. 정토회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요. 제가 제1차 만일결사를 모두 청년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모두 50대 후반 60대 초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토회 회원 중 청년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제2차 만일결사에는 청년 전법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2차 만일결사는 1차와 큰 틀에서 방향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부족했던 점은 보충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계획은 수정을 해서 새로운 30년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토회 운영과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진행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논에 들어가서 피를 뽑는 일을 한 후 저녁에는 ‘불교와 복지’를 주제로 정토불교대학 생방송 수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0

0/200

사탕구

순환되면 쓰레기가 아니다. 적게 먹고 생활 방식을 단촐하게 방점을 찍어봅니다.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2022-07-10 14:44:34

청정화

감사합니다

2022-07-07 16:54:15

신수진

감사합니다

2022-07-01 14:44:0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