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5 영어 즉문즉설, 온라인 주말 명상 회향식, 일요 명상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인으로 살기가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작업복을 입고 아침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텃밭에 부추를 수확했습니다. 20cm 정도 자란 부추를 땅에서 1cm 정도 줄기만 남겨 두고 윗부분은 몽땅 베어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시원해진 밭에 부추가 다시 자랄 수 있게 웃거름을 주었습니다.


“부추는 오줌과 재를 뿌려주면 잘 자라요.”

오줌을 뿌리자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옆에 있던 행자님이 코를 막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너무 냄새가 심해요.”

“내 몸에서 나왔던 게 다시 내 몸으로 들어가는 건데요, 뭐.”

이어서 며칠 전 죽순을 삶을 때 불을 지폈던 재를 삽으로 퍼서 골고루 뿌려 주었습니다. 나뭇재는 부족한 칼륨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하니까 산아랫밭에 가서 비닐을 거두어 둡시다. 그래야 물이 땅 속에 흠뻑 스며드니까요.”

수확한 부추는 오후에 부추무침을 만들어 먹기로 하고, 스님은 향존 법사님과 함께 낫을 들고 산아랫밭으로 향했습니다.

날이 너무 가물어서 작물이 거의 성장을 멈추었습니다. 비닐을 걷어내고 새로 두둑을 만들어서 다른 작물을 심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듬성듬성 조금이라도 모양새를 갖춘 양파와 마늘을 모두 뽑아서 따로 모았습니다.


“비닐이 아주 멀쩡하네요. 재사용할 수 있게 반듯하게 잘 말아 둡시다.”

비닐을 가지런하게 말아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울력을 마치자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비가 오네요!”

비가 오는 게 정말 반가웠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내리는 비였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8시 정각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외국인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제가 있는 한국의 남부 지방은 가뭄이 아주 심합니다. 저수지도 말라서 거북이 등처럼 금이 쩍쩍 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밭농사 피해가 아주 큽니다. 북한은 관개수로 개발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올해 농작물 피해가 아주 클 것 같습니다.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이런 가뭄과 홍수는 역사 속에서 늘 있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를 어쩌면 우리 살아생전에 경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기후 변화를 겪기도 전에 말이죠.

기후 위기를 막는 방법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더 많이 생산해서 더 많이 쓰는 게 좋다는 소비주의적 가치관에 젖어서 이 위기에 둔감한 것 같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검소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비록 내가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소박하게 살아야 합니다. 기후 환경을 생각해서 개인이 일정 이상 소비하면 안 된다는 소비 상한제 같은 제도가 도입돼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겸손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치 발전을 저해하는 사고로 잘못 인식될 때도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닥친 지금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간다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명을 꿈꾼다면 종교를 넘어서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어서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러시아인이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반대해서 반전 운동을 하고 있는 사연을 이야기하며 지금 상태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인으로 살기가 힘들어요

“I am from Russia and in Russia, I protested against the war because I think that this war is unjust and a terrible thing to do. Because of that reason I had to run away. Of course, I can get 15 years in prison for that. Somehow I cannot explain to every person I meet that I am actually against the war and I feel ashamed of saying that I’m Russian and sometimes it’s even dangerous to say that. I’m in a black hole surrounded by some meaningless pieces. I know that I have to start something to do something and start living again. I don’t know how to do that because nothing makes any sense anymore. How can you find internal peace and motivation to live on in such a situation?”

(저는 러시아에서 살던 러시아 사람으로서, 이 전쟁이 부당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저는 도망쳐 나와야 했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에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제가 러시아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어쩔 때는 위험하기조차 합니다. 저는 의미 없는 조각들에 둘러싸인 블랙홀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뭐라도 새로 시작하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무의미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내면의 평화와 살아갈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요?)

“러시아인 중에도 이렇게 고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 한 사람의 고뇌로 인해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자리 잡은 러시아에 대한 미움과 오해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라는 국가 또는 정부가 잘못했지 러시아 국민이 모두가 잘못한 것은 아니에요.

질문자는 지금 착각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과 러시아라는 국가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에 죄책감이 심하게 드는 거예요. 반대로 러시아 사람 중 일부는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러시아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나 심리적으로는 동일합니다. 질문자는 러시아를 이루고 있는 1억 명 이상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일 뿐이에요. 일부분입니다. 본인이 곧 러시아 정부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잘못을 질문자가 온전히 다 껴안는 정도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문제는 러시아인만 처음 겪어보는 건 아니에요. 지난 역사 속에서 미국인도 겪었고 독일인도 겪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 군인들의 일부 또는 미국 시민들도 이런 고통을 겪었습니다. 정부, 국가가 부당한 일을 저질렀을 때 그에 소속된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아주 큽니다. 국적을 버린 사람들도 있었고, 정부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반전 운동을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반전운동을 펼친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거나 처벌을 받았죠.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 국민들의 저항도 있었지만 미국 안에서 일어난 반전 운동이 전쟁을 종식시키게 했어요.

이 전쟁이 평화롭게 종결되려면 러시아 안에서 반전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워낙 강압적이기 때문에 저항하기가 쉽지 않죠. 독일 같은 경우는 일부 사람들이 저항을 해서 희생을 치르기도 했지만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망명을 했습니다. 결국 독일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라 히틀러 정부가 패망해서 전쟁이 끝났습니다. 지금까지도 독일 국민들은 계속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있잖아요.

과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주변 국가를 침략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했기 때문에 전국민적으로 반성하는 태도가 약해요. 전쟁에 졌을 뿐이라는 억울하다는 생각만 있지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람 중에도 부당한 침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정부가 워낙 강압적이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였습니다.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러시아 안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저항하는 길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둘째, 러시아를 떠나는 길입니다. 그 안에서 희생을 무릅쓰고 반대는 못할지언정 그 전쟁을 지지하고 지원하지는 않는 거죠.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을 일으킨 독일로부터 많은 독일인들이 외국으로 망명을 했습니다. 이 방법도 소극적인 저항입니다. 셋째, 국외에서 반전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것은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 방법의 중간쯤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꼭 반전운동을 해야만 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거기서 이탈해 온 것만 해도 일단은 그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100퍼센트 잘못한 거예요. 현대사회에서는 폭력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국내법과 국제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때때로 폭력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어요. 또 여러 나라에서 주민들의 저항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경우가 있지 않았습니까? 요즘 미얀마 같은 곳이 가장 대표적인 곳입니다.

그래서 러시아가 잘못한 것이 분명히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방세력도 러시아의 안보 위기의식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이 전쟁은 러시아가 강대국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패배해서 끝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도 없습니다. 서방 세력이 지원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전쟁은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많은 희생이 따를 것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많은 군인들이 죽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재산이 파괴될 것입니다. 수입 금지나 수출 금지로 인해서 세계인들이 고통을 겪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이 문제를 너무 자기 문제로 껴안는 것은 제가 볼 때 조금 과잉반응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다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당신이 가졌던 모든 것들은 깨끗이 포기하고, 새로운 정착지에서 다시 출발해서 살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형편이 된다면 이 전쟁의 부당함에 대해 본인이 러시아를 대표해서 ‘나는 러시아인이지만 이 전쟁에 반대한다’ 하는 입장을 가지면 됩니다. 그 정도로는 본인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해외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전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편안하게 새로운 곳에서 정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반전운동을 하든, 생활에 전념하든, 어떤 일을 하든, 마음의 평화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심리가 불안하면 화가 나서 폭력적으로 행동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쳐서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부터 먼저 자세를 가다듬은 다음에 러시아와 세계인들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꾸준히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북한’ 하면 미사일, 핵, 독재, 이런 것만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북한이 악마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2,500만 명이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외면합니다. 그들은 북한 정부로부터도 피해를 본 사람들이에요. 거기다가 우리 또한 북한 정부를 핑계로 그들을 외면합니다. 이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그런 것처럼 러시아 정부의 부당한 행동 때문에 러시아를 점점 악마화시켜서 러시아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천사이고, 러시아는 악마다’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갈등이 생길 만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선제공격했다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된 겁니다.”

“Thank you Sunim. Actually, that’s what I do now live in Seoul. I engage in anti-war protests here as a pianist I play concerts on the street. Thank you for your advice.”
(고맙습니다, 스님. 맞습니다, 이제는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러시아인에게 난민 비자를 주지는 않기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피아니스트로서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반전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정토불교대학 수업에서 모든 현상은 영속적이지 않다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경지나 해탈은 영구적인가요, 아닌가요?
  • 정토회에서 배우는 불교와 선불교는 목적은 모두 같지만 방법은 서로 다른 종파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 두 집단 사이에서 갈등이 있을 때 어떤 불교적 이치를 적용해야 할까요? 나의 현실 속 갈등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아침 9시 3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바깥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조금 내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려서 스님도 무척 기뻐했습니다.

“거사님들이 산윗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번 올라가 봅시다.”

스님은 비옷을 입고 숫돌로 낫을 간 후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밭 중간까지 올라갔을 무렵, 내려오는 거사님들과 마주쳤습니다.

“아니, 벌써 끝났어요?”

“스님, 비가 많이 와서 이제 울력을 마쳤습니다. 땅이 질어서 트럭이 갈 수 없어서요.”

“아이고. 나도 같이 하려고 왔더니... 그럼 사진이나 한 장 찍읍시다.”

길 위에서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거사님, 파이팅!”

스님은 거사님들을 배웅한 후 걸어서 내려갔습니다.


“아이고, 일을 못하니 찝찝하네.”

스님의 발길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동네 어르신 댁 비닐하우스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주변과 꿀벌을 키우는 통 주변에 난 풀을 낫으로 베어 냈습니다.


“여기는 벌통이 있어서 예초기도 못 돌려요.”

마을을 내려오면서도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길 밖으로 삐져나온 덩굴이나 풀을 다듬었습니다.

결국 밭에서 내려오면서 한 시간 울력을 했습니다.

하기로 한 울력은 다 못했지만 내리는 비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온라인 주말 명상 회향식

작업복을 벗고 가사와 장삼을 수한 후 오후 3시 10분부터 지난 2박 3일 동안의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 온 참가자들은 화상회의 방에 모두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먼저 소감문 발표를 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를 경청한 후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박 3일 동안 주말 명상을 하신 경험을 나누어준 내용을 잘 들었습니다. 명상은 쉬는 것이기 때문에 ‘잘됐다’, ‘못됐다’ 하는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일을 했다면 평가를 할 수가 있는데, 쉬기로 했는데 평가를 할 수가 없잖아요. 쉬는 동안에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방금 전 여러분들이 발표했던 겁니다. 잠이 왔다, 다리가 아팠다, 허리가 아팠다, 편안해지니 망상이 많았다, 이렇게 푹 쉬어보니 몸과 마음에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 한 번 점검해 본 것입니다.”

곧바로 명상을 하며 궁금했던 점에 대해 질문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한가한 마음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일상에서도 명상할 때처럼 한가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죠?

“주말 명상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유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지금 이 느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이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고 하는데, 지금 이 느낌이 어떤 느낌인데요?”

“마음이 편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가해요. 정말 오랜만에 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네, 이게 좋으면 일상을 그렇게 한가하게 보내세요. 직장에 나간다고 해서 왜 한가하게 못 보냅니까? 만약 아침 7시에 출근을 한다면,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에 출근을 하려니까 서두르게 되는 겁니다.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면 여유가 생기잖아요 그러니 조금 일찍 일어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 계속 바빠질 겁니다. 그리고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더 바빠져요. 서울 가는 데 4시간 걸리는 버스를 2시간 걸리는 고속철로 바꾼다고 해서 사람이 덜 바빠질까요? 더 바빠집니다. 만약 4시간짜리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라도 4시간 동안 누워 있을 수 있는데, 2시간짜리 고속철도를 타면 누워 있는 시간이 2시간밖에 안 돼요. 그래서 더 바빠지는 겁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을 한가하게 안 쓰고 일을 또 만들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는 옛날에 사람들이 약속을 할 때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요. ‘그래, 내년에 보자!’ 이럽니다. 내년에 언제 보자는 날짜도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내년에 보자!’ 하고 말합니다. 그보다 좀 가깝게 약속을 잡을 때는 ‘설 지나고 보자’ 이렇게 말해요. 더 가깝게 날짜를 잡을 때는 ‘응, 그래. 내일 다시 보자’라고 하지 내일 몇 시에 보자는 것이 없었어요. (웃음)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은 초를 다투잖아요. 시간, 분, 초를 다투면서 바쁘게 삽니다. 모든 게 다 편리해졌기 때문에 더 여유가 있을 수 있는데도 갈수록 여유가 없어지는 이유는 자꾸 일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을 많이 하니까 나는 더 좋다!’ 이렇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바쁘게 사는 것이 정말 스트레스받고 힘들다면 그렇게 안 살면 돼요. 어떻게 바쁘게 안 살 수가 있느냐? 여유 있게 살아도 내일이 되면 해는 뜨고, 지구는 돌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금 당장 죽어도 세상은 다 잘 돌아가는데, 일 좀 덜 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그런데 게을러서 일을 안 하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그러니 일상을 명상하듯이 그렇게 한번 지내보세요. 명상을 해보니까 ‘졸리더라’, ‘지겹더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일상도 느긋하게 한번 해보니 어떻더라 하는 걸 점검해 보는 겁니다. 수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상사에게 얼마나 야단을 맞게 되는지, 어떤 일이 생기는지 점검해 봤더니 수입이 10% 정도 줄어드는 정도라면 ‘아! 그 정도야 감수하면 되지!’ 하면 됩니다. 야단을 두 번 더 맞는 정도라면, 바쁘게 일을 하지 않고 야단 두 번 맞는 게 낫잖아요. 한 달 내내 바빠서 쪼들리는 것보다 야단 두 번 맞고 편안한 게 낫지 않나요?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한번 지내본 후 평가를 해보면 ‘편안하게 살아도 되네!’, ‘별일 없네!’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명상을 할 때 실제로 편안하게 쉬어 봐야 해요. 명상할 때도 안 쉬어지면 일상에서 안 쉬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요. 명상에서 쉬어져도 일상에서 안 쉬어져요. 명상할 때 묵언이 안 되면 일상에서도 묵언이 될 수가 없습니다. 명상할 때 묵언이 돼도 일상에서는 안 돼요.

그런데 명상할 때 묵언을 해보고 ‘말 안 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네!’ 이런 자각이 일어나면 일상에서도 묵언할 수 있는 자기 나름대로의 경험을 하게 되는 거예요. 명상할 때 ‘간섭 안 하고 살아도 다 잘 사네’ 하고 깨달아야 일상에서 간섭을 좀 덜 하게 됩니다. 명상할 때 안 되면 일상에서도 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지금은 일상을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2박 3일이든 4박 5일이든 명상수련을 할 때 탁 놓아 버리는 연습을 계속해야 해요. 계속 놓아지지 않으면 이렇게 자각을 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구나! 그래서 피곤하구나! 가족 때문에 피곤하고, 회사 때문에 피곤한 게 아니라, 내가 이미 일에 중독이 되어 있구나!’

누가 마약을 먹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마약을 먹고는 마약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누가 술을 먹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술을 먹고는 술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본인이 과음하고 나서 힘들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욕먹어요. ‘누가 먹으라고 그랬나, 본인이 먹고 왜 난리야, 어리석은 놈이네!’ 이럴 겁니다.

그러니 명상을 계기로 해서 ‘음식을 적게 먹어도 되겠네’, ‘담배를 안 피워도 되겠네’, ‘술을 안 먹어도 되겠네’ 하는 것을 자각하고 일상에 적용하게 되는 겁니다. 명상을 통해 일상도 편안하게 사는 계기로 삼는다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계기가 된다면 2박 3일 동안 명상을 한 것은 엄청난 이득이에요. 그렇게 편안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회향 법문을 하고 온라인 주말 명상을 모두 마쳤습니다.

온라인 일요명상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13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스트리밍을 시작하자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내린 비에 대해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무척 더웠습니다. 5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예년의 6%밖에 안 될 정도로 날이 가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반가운 비가 오고 있습니다. 가뭄에 단비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비가 조금 올 줄 알았는데 하루 종일 오네요. 내일까지 비가 계속 온다면 아마 바짝 마른 개울에도 물이 흐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날이 가물어서 곡식이 타들어 가고, 식수가 떨어지고 하는 어려움을 겪어 봐야 비가 얼마나 귀한 줄 알게 됩니다. 또 흐린 날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햇빛이 귀한 줄 알게 되죠. 이렇게 뭐든지 어려워 봐야 고마운 줄 알고 귀한 줄 압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가까이 있을 때는 늘 도움을 줘도 그것이 당연한 줄 알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못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없어져야 아쉬움을 느끼게 되죠. 그러나 그 사람이 없어지면 감사함을 느껴도 감사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까 후회를 하게 됩니다.

만약 지금 여기 깨어 있다면 항상 고마운 줄 알게 됩니다.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어서 고맙고, 마실 물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또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은혜로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늘 갖게 되면 불평이나 불만이 많이 없어집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게 되면 마음에서 저절로 ‘아! 감사하구나!’ 이런 마음이 일어납니다. 고마운 줄을 모르는 이유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은 부모가 자기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커서 자식을 키워 보면 ‘아! 자식을 키우는 데 수많은 노고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행이란 명상, 참선, 절, 요가가 아니라 항상 지금 여기 사실에 깨어 있는 겁니다. 우리가 앉아서 눈을 감고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도 모두 지금 여기 사실에 깨어있기 위해서입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만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우리의 마음은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자꾸 관심이 달아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망상을 피웁니다. 지금 여기에 깨어 있지 못하고 과거로 미래로 내달립니다. 이런 작용을 멈춥니다. 망상이 계속 일어난다면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오직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데만 관심을 둡니다. 애써서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편안한 상태에서 저절로 알아차릴 뿐입니다. 어떤 애씀도 하지 않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35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을 끝나고 스님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한 주 편안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장수 죽림정사로 이동해 오전 10시에 용성조사 탄신 기념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경남지부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해 즉문즉설을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공동체 법사단 회의와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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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정의

스님께서는 왜 러시아가 무조건 잘못이라고 전제하시는 것인지요? 러시아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도록 서방 국가들이 한 것은 아닐까요? 서방국가들은 무조건 옳고, 그에 반대하는 국가는 무조건 나쁘다는 뜻인가요? 하다못해 프랑스 국영방송에서도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조약위반 등등 반성도 하고 있는데요…

2022-06-16 00:58:37

ㅎㅎ

편안하게 살겠습니다

2022-06-13 10:13:29

정토회

고맙습니다

2022-06-12 12: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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