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4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결사행자회의, 물 주기
“조금 더 편안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려면”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종성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한 후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전을 함께 독송한 후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인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침에는 쌀쌀하고, 낮에는 무더웠습니다. 그만큼 날씨가 건조하기 때문에 일교차가 크게 납니다.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 밭작물 피해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옛날처럼 농사에 의존하고 살았다면 이러한 가뭄은 큰 근심과 걱정거리인데, 경제의 중심이 농업이 아니다 보니 뉴스에서도 가뭄을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적고, 또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다 보니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죠. 관개수로가 잘 갖추어져 있는 만큼 벼농사에는 크게 지장이 없고, 또 그러다 보니 그만큼 우리의 삶이 날씨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더우면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보일러를 틀면 되니까, 일상 속의 작은 일들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상 속의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한 우리들의 노력은 결국 기후변화를 초래해서 우리 삶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작은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애쓴 노력이 큰 장애를 가져온 꼴입니다.

천천히 해도 좋을 일은 서두르고
서둘러야 할 때는 천천히 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바른 도리대로 처신하는 일이 곤란하여
늘 괴로움을 당한다.
그의 형편은 기울어 간다.
이지러지는 달처럼.

천천히 해서 좋을 일은 천천히 하고
서둘러야 할 때는 서두르는 현명한 사람은
바른 도리대로 처신하여
행복을 얻는다.
그의 형편은 원만해져 간다.
차오르는 달처럼.

<삼부타 비구>

오늘 우리가 읽은 경전도 이러한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글입니다. 천천히 해도 좋을 일을 천천히 하지 않고 서두르고, 긴급하게 대응해야 할 일을 긴급하게 대응하지 않고 내팽개치거나 천천히 하면, 결국 스스로 손해를 입고 괴로움을 만듭니다. 이렇게 살아가면 마치 달이 기울어지듯이 우리의 삶 전체가 어려움과 괴로움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안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은 하고,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은 천천히 하고, 서둘러야 하는 일은 때맞춰서 합니다. 이것이 곧 지혜입니다. 수행은 지혜를 닦는 것입니다. 절을 많이 하거나, 참선을 많이 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알아서 이치대로 행할 줄 아는 것이 곧 수행입니다. 이렇게 이치대로 행하게 되면 어려움에 부딪히지도 않고, 설령 어려움을 마주한다고 해도 그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마치 그믐이 지난 달이 나날이 차오르듯이 인생의 괴로움은 점점 줄어들고, 편안함과 안온함은 차츰 늘어나게 됩니다.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근세에 들어와서 세계의 주도권을 유럽이 쥐게 되었습니다. 16세기만 하더라도 유럽이 세계의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로마시대에는 유럽이 중심이었지만, 그 후로는 중동, 몽골, 중국, 인도 등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7, 18세기가 되면서 유럽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는 나라가 곧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죠. 그렇게 유럽에서 세계의 패권을 가장 먼저 장악한 나라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고, 그 뒤를 이은 나라가 네덜란드와 영국이었습니다.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들은 대륙을 차지하는 것에만 주로 관심이 있었고, 유럽을 차지하는 것에 안주했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같은 섬나라나 해양 세력은 유럽 외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른 대륙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세력을 바다로 뻗치고 세계를 제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럽 대륙에서는 전통적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가 가장 강한 세력이었고, 러시아는 그에 비해 변방의 세력이었습니다. 세계대전도 주로 영국, 독일, 프랑스 사이의 각축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유럽에서 일어난 두 번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보니 오히려 변방이었던 미국과 러시아가 세계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조개와 학이 서로 싸우다가 어부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뜻으로 ‘어부지리(漁夫之利)’라고 합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로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 일 자체만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해서 시작된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서방세력이 구소련의 각 영토들을 하나씩 나토(NATO)에 가입시킴으로 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했기 때문에 시작된 일입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하려고 하자 무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쟁을 서방의 시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라고 바라보지만, 러시아는 서방세력과 전쟁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장소가 우크라이나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을 놓고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늘 ‘누가 옳은가’, ‘우리는 누구 편인가’ 하는 것을 주로 살피지만, 그렇게 볼 게 아니라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름을 알아야 합니다.

서방세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니까, 우크라이나가 패하거나 러시아가 패해야 전쟁이 끝난다고 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강대국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러시아에게 내주어서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전쟁이 끝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강경세력은 러시아를 패배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온건-평화세력은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를 양보해야 러시아와의 휴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바라보면 사실상 어느 쪽이든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서방 세력이 직접적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않는 한 러시아가 패배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가 러시아로 편재되는 것 또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이나 나올 수 없고, 이 전쟁은 장기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서방이 러시아에게 안보 위협이 되는 정책을 바꾸는 겁니다. 그러면 러시아를 패배시키는 것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는 것도 아닌 선에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죠.

이처럼 어떤 문제든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서방 세력도 러시아도 자기의 노선을 고집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고, 문제 해결이 안 되니까 결국 서방세력이 러시아를 패배시키기 위해 경제 봉쇄를 하게 되고,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을 금지하는 강경 조치를 취하게 된 겁니다. 러시아 또한 자국의 자원 수출을 금지시키니까 결국 전 세계의 원자재 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수출품 중 하나가 밀인데, 지금 밀이 수출되지 않으니까 밀 가격이 70%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어리석음이 초래하게 될 재앙

만약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러시아가 더 불리하게 되면 자기들이 가진 다량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칫 핵전쟁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누가 이기는지를 떠나서 인류에게 큰 재앙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람들만 고통을 받는 게 아니에요.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 밀과 러시아 밀을 수입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입니다. 밀 가격이 폭등하게 되니까 오히려 이들이 기아의 위험에 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쟁도 아주 큰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옛날에 일어난 전쟁들은 누가 이기는지, 또 그 전쟁으로 인해 누가 이득을 보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관점에서 지금 러시아와 서방 세력 사이의 전쟁을 보면, ‘과연 이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나 중국이 이득을 보는가?’ 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유럽이 득을 보는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갈등은 이제 이득의 선을 넘어서서 기후위기를 더욱더 부추기고, 인류 전체에 큰 재앙을 초래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남북 간의 갈등도 한민족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게 됩니다. 한국 안에서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권력을 잡으려고 정쟁(政爭)을 일삼게 되면 나라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하게 되고,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게 되면 아이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런 게 모두 어리석은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어리석음을 빗대어 이런 이야기를 하신 게 있습니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나무 위에서 매미가 열심히 울고 있어요. 매미는 우는 데 정신이 팔려있는데, 매미 뒤에서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으려고 합니다. 매미는 우는 데 정신이 팔려 있으니 그걸 전혀 모르고 있죠. 또,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려있는 가운데, 사마귀 뒤에는 사마귀를 잡으려고 새 한 마리가 사마귀를 겨누고 있습니다. 또, 새는 오직 사마귀를 잡을 생각만 하고 있는데, 새 뒤에는 사냥꾼이 활을 겨누며 새를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각자 다 자기 생각에 빠져서 눈앞의 이익만 보고 거기에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의 위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도 자기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고수도 자기의 위험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곁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비록 수가 낮아도 그 위험을 훤히 다 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수는 수가 높아도 자신의 위험을 전혀 못 봐요. 이런 게 다 사로잡힘에 의해 생기는 일입니다.

어리석음은 사로잡힘에 의해 생겨납니다. 전생에 죄가 많아서도 아니고, 하느님이 벌을 줘서도 아니고, 사주팔자가 나빠서도 아니고, 자기 생각에 딱 집착해서 다른 걸 못 보기 때문에 어리석음이 발생해요. 자기 생각에 빠지고 집착하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지고, 아는 게 없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위험과 고통을 스스로 만듭니다.

이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이런 사로잡힘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오늘 경전에서 읽은 것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단호하게 하지 않는, 그런 자세와 태도를 갖출 수 있습니다.

마음에 어리석음이 있으면 경계에 부딪히기 전에는 다 아는 것 같지만 경계에 탁 부딪히면 사로잡히게 됩니다. 또 지나 놓고 보면 ‘그때 내가 미쳤나’, ‘그때 눈에 뭔가 씌었나’ 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를 다른 곳에 전가하면 ‘하느님의 시험’, ‘전생의 업보’라고 변명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늘 깨어있는 자세, 사로잡히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평화의 개념이 과거처럼 군사적 충돌을 막는 평화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나 인간성 상실도 모두 평화의 장애 요소입니다. 옛날에는 국방에 관계되는 군사 안보만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인간 안보, 즉 인권, 생존 등이 위기에 처해가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합니다. 앞으로 물이 부족한 식수 위기, 공기 오염에 의한 위기, 기온 상승에 의한 위기 등 갖가지 위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기후가 바뀌면 생물종이 바뀌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위기도 계속 생겨날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자 각국이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모습을 보였듯이 국가 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쉽습니다. 이런 전반적인 평화 문제를 살펴야지, 이제는 정치, 군사적인 면만 볼 게 아닙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점에서 폭넓게 봐야 합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려면

그러니 오늘 읽은 부처님의 말씀처럼 천천히 할 일은 천천히 하고, 서두를 일은 서둘러서 해야 합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이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주 뚜렷해집니다. 병충해와 같은 일은 조짐이 보일 때 빨리 방지해야 합니다. 일처리가 늦으면 약을 쳐도 수습이 잘 안 됩니다. 풀을 매는 작업도 풀이 어릴 때 하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인데, 풀이 자라고 나서 하려고 하면 엄청난 일이 됩니다. 이런 것처럼 조기에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순서를 잘 모르면 일은 많고 능률은 오르지 않는 상황이 자꾸 발생하게 됩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어리석으면 일이 많아지고 힘이 듭니다. 지혜로우면 그 가운데서도 조금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지혜를 닦아나가야 합니다.

여러분들 중에 지금 가정사, 직장사, 정토회 활동으로 인해 일이 많아서 죽겠다고 아우성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정말 일이 많은지, 그 많은 일들이 모두 필요한 일들인지, 꼭 해야 하는 일인지, 그 가운데 내 건강을 해치거나 환경을 위기에 빠뜨리는 일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면 좋겠어요. 때로는 내 건강을 해치거나 환경오염을 시키는 일인데도 그런 일을 죽기 살기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앞서서 해야 할 일과 천천히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삶을 지혜롭게 영위할 수 있습니다.”

짧은 경전 문구 속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스님은 텃밭 귀퉁이에서 제 알아서 자란 맨드라미를 캐서 모종 컵에 하나씩 옮겨 심었습니다.

10월에 INEB(국제참여불교) 심포지엄으로 전 세계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한국 정토회를 방문합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 즈음에는 피는 꽃이 잘 없는데 맨드라미는 가을까지 피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모종을 만들어서 문경 수련원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묘덕 법사님이 흙을 체에 걸러주면 행자님이 모종 화분에 흙을 담아 스님께 주었습니다. 스님은 맨드라미 모종을 하나 심고 흙을 덮어준 후 모종판에 담았습니다.

“공장이 잘 돌아가네.”

척척척 각자 일을 나누어 하니 모종판이 빠르게 채워졌습니다.


빠르게 흙을 담다 보니 모종에 흙이 닿았습니다. 스님은 맨드라미 모종을 컵으로 가려놓고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모종 다섯 판을 만들고, 맨드라미를 캔 자리는 흙으로 메웠습니다.

모종에 물을 주고, 비료도 주었습니다.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씻어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8시부터 결사행자회의가 있습니다. 스님은 앞치마만 벗고 바로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결사행자 교육 신청자 심사, 으뜸절 원장법사 임명 절차, 실천활동가 임시 운영안, 만일결사 전환기 중요 행사 준비 단위 구성 방안 등 정토회의 중요한 의결 사항에 대해 심의하고 토론했습니다.

10시가 넘어 회의를 마치고 행자님 세 명과 함께 다시 밭으로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산아랫밭으로 갔습니다. 며칠 전 풀을 뽑다가 끝 쪽에 풀을 다 뽑지 못했습니다. 땅이 바싹 말라있으니 풀은 쉽게 쑥쑥 뽑혔습니다.




저녁 공양을 한 후 물을 주기로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아이고, 가물어서 땅이 점점 더 말라가네요. 해질녘에 한 번 더 와서 물을 줍시다.”

잠시 휴식을 했다가 해가 질 무렵 다시 밭으로 향했습니다. 트럭에 물통을 두 개 싣고 물도 가득 담았습니다.


오르막길에서 물통이 흔들거리는 와중에 간신히 산아랫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호스를 풀어가며 밭으로 향했고, 행자님은 호스를 물통에 넣고 펌프를 돌렸습니다. 향존 법사님이 중간에서 호스를 붙잡고 호스를 이동시킬 때마다 보조를 해주었습니다.

“스님, 펌프를 돌렸습니다. 물이 잘 나오나요?”

“네, 잘 나옵니다.”

처음에는 물이 졸졸 나오더니 곧 물이 안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호스의 구멍이 작아서 물을 넓게 뿌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물을 주다가는 한 시간도 더 걸리겠는데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구멍마다 정성을 기울여 물을 주는 가운데 갑자기 호스 중간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굵은 호스에서 가는 호스로 연결하는 부위에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물이 옆으로 뿜어져 나온 겁니다.


순간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좋아요! 이렇게 물을 뿌리면 더 빨리 물을 줄 수 있어요.” (웃음)

스님은 뿜어져 나오는 물을 그대로 밭을 향해 뿌렸습니다. 이쪽저쪽 방향을 틀 때마다 곳곳에 물이 흠뻑 젖었습니다.

“이렇게만 물이 들어가도 작물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밭의 절반 이상이 물에 젖었을 무렵 행자님이 크게 소리쳤습니다.

“물통에 물이 거의 바닥까지 닿았어요.”

“벌써요? 그럼 펌프를 꺼주세요. 지금부터는 낙차를 이용해서 줍시다.”

호스에 물이 다시 약하게 졸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밭에는 처음처럼 구멍마다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날이 가물고, 물을 못 줘서 작물이 발육을 멈춘 겁니다. 물만 주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되었어요.”

물을 다 준 후 생강을 심어 놓은 구멍을 하나 파 보았습니다.

“물이 없으니까 싹도 안 올라오고 있어요. 땅 속에서는 싹이 텄는지 한 번 봅시다.”

다행히 땅 속에서는 싹을 틔운 상태였습니다.

“싹이 텄으니까 물만 충분히 주면 혹시 살 수도 있어요.”

제법 작물이 자라고 있는 두둑은 계속 물을 주기로 하고, 작물이 거의 다 죽어가고 있는 두둑은 내일 비닐을 다 걷어내고 땅을 갈아서 새로운 작물을 심기로 하고 오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내일 비 소식이 있으니까 기다려 봅시다.”

산을 내려오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대중들은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하고, 오전에 외국인을 위해 영어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는 거사님들과 산윗밭을 정비하는 일을 하고,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 회향식을 한 후, 저녁에는 일요 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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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희

스님 감사합니다. 사로잡히기 전에 깨어 있는 연습 필요함 이 절실 합니다.

2022-09-21 10:30:14

김해순

고맙습니다~~~스님 건강하세요

2022-06-24 06:00:32

김미숙

스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셔요~♡0103

2022-06-11 16: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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