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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드리고 아침 공양을 한 후 스님과 공동체 대중은 일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7시부터 앞 밭에서 돌을 줍는 울력을 했습니다.
밭에 도착하자 아침햇살이 부드럽게 사람들 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스님은 먼저 도착해서 돌을 줍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도착하자 간단하게 안내를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밭에 돌이 많아서 농기계로 밭을 가니 돌이 걸려서 날이 자꾸 상해요. 기계에 걸릴만한 큰 돌을 싹 주워서 트럭으로 옮겨주세요.”
대중은 각자 자기 할 일을 찾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호미를 들고 돌을 줍는 사람, 레기로 돌을 모아주는 사람, 모아진 돌을 나르는 사람, 트럭을 운전해주는 사람으로 나누어 일을 했습니다.
행자들이 돌밭에서 질리지 않고 재밌게 일할 수 있도록 스님이 한 마디 해주었습니다.
“이 돌이 다 금이에요! 금!” (모두 웃음)
행자들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돌보기를 금같이!”
한 사람이 줍는 돌은 적을지라도 많은 대중이 함께하니 트럭에 빠른 속도로 돌이 쌓였습니다. 어느 정도 돌을 줍고 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러분, 돌이 적어서 아쉽죠? 돌을 더 많이 캘 수 있도록 기계를 불렀어요.”
곧 트랙터가 나타나 돌을 줍고 난 땅 위를 뒤엎고 지나갔습니다. 스님과 행자들은 트랙터를 따라간 후에 보이는 돌을 한 번 더 골라냈습니다.
두 시간 만에 돌 줍기가 끝이 났습니다.
“와, 새 밭이 됐네요. 다들 수고 많았어요!”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고 두북 수련원에 내려왔습니다.
곧바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유적지에서 마이크로 설명하면 다른 관광객들에게 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팽나무 아래에 둘러앉아서 스님에게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 게임하고 나니까 아주 좋죠? 비실비실하더니 오히려 생기가 도는 거 같네요. 일꾼이 많으니까 좋습니다. 농사 담당자 어디 있어요? 감사하다고 인사해야죠.”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박수와 환호에 이어서 스님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산책 갈 곳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입니다.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천전리 각석은 제가 어릴 때 친구들과 수영하고 고기를 잡던 곳이에요. 그때는 바위에 얼룩덜룩한 것이 선사시대 유적인지 몰랐어요. 바위에 난 구멍에 물이 고이면 손 씻을 생각만 했죠. 그것이 공룡 발자국인지 몰랐습니다. (모두 웃음)
천전리 계곡에는 세 가지 볼 것이 있습니다. 첫째, 약 1억 6천만 년 전 공룡 발자국이 2백여 개가 있어요. 큰 초식공룡, 작은 육식공룡 발자국이 다 있습니다. 둘째, 선사시대에 새긴 그림이 있어요. 바위에 마름모꼴, 동심원, 물결무늬, 짐승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제작 시기를 청동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신석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셋째, 암각화 아래쪽에 신라시대 왕족들이 글씨를 새겨 놓았어요.
천전리 각석에서 한 2km 아래로 내려가면 반구대 암각화가 있습니다. ‘반구대’란 반석 반, 거북이 구자를 쓰는데요. 시골에서는 원래 바위를 방구라고도 합니다. 바위가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을 하고 있어요. 경치가 아주 좋아서 정몽주가 유배 왔던 곳이기도 합니다.
반구대에서 한 500m 내려가면 바위 절벽에 선사시대에 새긴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은 호랑이·사슴·멧돼지 같은 육상동물과 고래, 그리고 사람 등 200여 점인데, 주로 고래 그림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이 많으니까 조금 조용히 주의해서 다녀주세요.”
“네!”
차를 타고 먼저 천전리 각석에 도착해 쥐라기 시대, 선사시대, 삼국시대를 넘나들며 역사의 흔적을 느껴보았습니다.
천전리 각석에서 반구대 암각화까지 2km를 걸어가 반구대 암각화를 보고 현장에서 다시 스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유적을 보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분부터 공동체를 주제로 공청회를 했습니다.
“봄나들이 괜찮으셨습니까?”
“네!”
“피곤하지요?”
‘네’와 ‘아니요’가 섞인 대답이 나왔습니다.
“여러분이 피곤하다고 하면 저는 어떡해요? (웃음) 앞으로 저는 나들이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에는 저는 산 밑에 있으면서 ‘갔다 오너라’고 얘기하고, 밭둑에 앉아서 ‘돌 주워라’라고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함께 모일 수 없었고 주로 온라인으로 만나서 대화를 했는데 오늘은 직접 만난 김에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대화를 좀 해보면 좋겠습니다. ‘공동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는 제안이 있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지부장님께서 진행해주시기 바랍니다.”
2차 만일결사 공동체 지부 구성에 대해 TF팀이 회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대중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이어서 지부장님의 제안으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진행자와 돕는 이를 하면서 어떤 점이 좋고 어려운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이 되고 공동체 행자들은 생활은 공동체에서 하고, 업무는 각 부서에서 하면서 전법 활동이 추가가 됐습니다. 직장인 활동가들과 비교하면 공동체 생활이 가정생활이고, 부서 업무가 직장 생활인데 그분들이 저녁에 전법 활동하는 것처럼 우리도 해보는 거죠. 저희는 저녁반 전법활동가인 거예요. 이렇게 진행하시면서 어떠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진행자와 돕는 이를 하는 행자들은 대부분 전법 활동이 자신의 수행에 도움이 되는 건 좋았지만 부서 업무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되는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나누면서 직장 또는 가정생활을 하면서 전법 활동을 하는 대중부 활동가분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그런 어려운 점들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또 해소할 방안이 있는지 대중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각자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몸이 고단하고 졸릴 시간인데도 눈이 초롱초롱했습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공동체 공청회가 아니라 어느 순간 불교대학 공청회가 되었네요.”(웃음)
10분간 휴식했다가 ‘공동체 자급자족’을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자급자족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지금부터는 한 30분 간 먹거리 자급자족에 대해 질문과 제안을 받겠습니다. 오늘 나온 얘기를 농사팀이나 TF팀에서 잘 수렴해주시기 바랍니다.
‘자급자족’이란 우리가 먹는 것은 가능하면 우리가 생산한다는 의미입니다. 상품으로 구입해야 하는 건 가능하면 재활용품을 사용하고요. 예를 들어 옷 같은 건 헌 옷을 입는 겁니다. 고추를 키워 팔아서 번 돈으로 다른 음식을 사 먹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것의 상당 부분을 직접 생산해서 먹자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식자재, 예를 들어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를 안 먹어야 할까요?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아스파라거스처럼 우리가 키울 수 있는 식재료를 시장에서 사 먹는 건 자제하는 게 낫습니다. 우리가 재배할 수 있는 건 가능하면 직접 재배해 보자는 뜻이에요.
시골에서 농사지어서 먹고사는 사람들을 보면 키우는 작물이 한 50종 되는 거 같아요. 옛날에 제가 어릴 때도 거의 다 키워서 먹었거든요. 수수는 떡도 해 먹지만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서도 키웠어요. 채소는 물론이고 조, 기장, 보리, 메밀, 밀 같은 곡류도 다 키워서 먹었죠. 옷도, 신발도 다 만들어서 신었어요. 짚신 만들어서 신고 삼베, 모시, 무명, 비단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우리가 독립하려면 그런 정도는 해야겠죠. 대여섯 명이 모인 가족이 그 모든 일을 다 하고 살았는데 우리는 100명이니까 분업을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스님, 그런데 그때 사람과 지금 사람은 다르잖아요.”(모두 웃음)
“지금은 기계와 과학기술의 힘이 있기 때문에 훨씬 낫죠. 그때는 100명이 해야 할 일을 요즘은 5명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질문과 제안을 받았습니다.
“2차 만일결사 기간에는 공동체지부 전체 사업 중에서 자급자족이 1순위, 2순위로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데 서울지회 같은 경우는 부서 업무를 가장 후순위로 둔다고 하더라도 부서 업무를 아예 폐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기존 업무 외에 갑자기 들어오는 업무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사를 어느 정도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도법사든 누구든 하루에 두 시간은 운동 삼아 노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전문으로 하고 나머지 부서에 있는 사람은 하루에 2시간 정도는 기본 생활에서 할애하는 거예요.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한다면, 2시간은 노동을 하고 나머지 6시간은 부서 업무를 하는 거예요. 이렇게 계산한다면 노동시간이 5일에 10시간이지 않습니까? 10시간이니까 서울지회 사람들은 주말에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거나 반나절씩 이틀 일하거나 하셨으면 합니다. 서울에서 평일에 이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주말에 하루씩 농사일을 하거나 격주로 1박 2일 농사일을 하는 정도로 계획을 세우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특수한 업무가 있는 사람은 못 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렇게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정도라면 서울지회는 스님이 말하신 자급자족 이상향에 못 미칠 것 같습니다.”
“공동체 전체가 자급자족을 하면 되는 거지 개인별로 자급자족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서 농사팀은 부서 업무 자체가 농사이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배정해야죠. 대신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합니다.
아직은 엄격히 말해서 자급자족은 아니에요. 지금은 대중부 활동가들이 상당 부분 자원봉사를 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시골 사람들이 하는 자급자족과는 많은 차이가 나요. 그런 면에서 대중이 기여한 부분을 대중에게 돌려줘야 되지 않느냐고 해서 봉사 마일리지 제도가 제안된 거예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우리가 지어야 할 농지가 백만 평 정도는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급자족 개념을 넘어서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부서도 신설해야 할 겁니다. 우리가 농사짓는 게 알려지면 땅을 줄 테니 농사를 지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두북으로 한정해서 농사를 짓지 말고 전국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거예요. (다들 웃음) 그걸 대비해서 친환경 농법으로 짓는 대량 농사를 연구해야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몇 가지 제안과 질문을 더 받고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사용한 공간을 청소하고 5시가 되어 각자 처소로 돌아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07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주말 동안 스님의 하루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저는 어제와 오늘 양일간 공동체 안에서 사는 수행 대중들과 함께 2년여 만에 경주 남산을 순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해제가 됐습니다. 저희는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라서 함께 순례를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왜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다닐까’ 하고 오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공동체 수행 대중들이 순례를 못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공동체 대중이 모두 모여 밭에서 돌을 주워내는 노동을 함께 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대중이 모여서 노동하는 풍경을 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많은 대중이 모여서 일을 하니까 어린 시절에 논과 밭을 새로 경작할 때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던 옛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출가하고 나서 지난 50년 동안 어떤 일이든 대중들과 함께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든 일을 다 함께하기에는 체력이 못 받쳐주는 것 같아요. 연말이 되면 정토회 만일결사가 끝나니까 ‘내년부터는 아마 뒷방으로 좀 물러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오늘은 두 번 연이어서 명상을 하는 날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한 타임 명상을 온전히 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스님이 명상하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도 멈추고 한가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할 일을 다 마쳐서 아무런 할 일이 없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뭘 해야지’ 하는 어떤 의도도 하지 않고 관심을 코끝에 둡니다. 그러면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갈 때 다만 그 호흡을 느껴 봅니다. 그 외에는 다 망상입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바로 내려놓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려야지!’ 하는 의도를 일부러 갖지 말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 명상을 하고, 10분 포행을 하고, 다시 30분 명상을 한 후 실시간 채팅창에 각자 명상을 해 본 소감을 올렸습니다.
스님이 직접 소감을 한 줄씩 읽어준 후 마무리 말씀을 했습니다.
“명상은 항상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한가하고 편안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둘째, 코끝에 딱 집중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알아차림이 분명해야 합니다. 놓치면 다시 하고, 꾸준히 해 나갑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산 아랫밭에 가서 생강을 심은 후, 오전에는 주간반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가야에 불교를 전래한 허황옥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허황옥 3일’ 시사회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저녁반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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