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4.18 전법활동가 법회
“불살생 계율을 받고 나서 벌레를 죽일 때마다 자책을 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아침 일찍 산윗밭, 논둑에서 엄나무순과 가죽을 채취했습니다.


선물용은 따로 보관하고 두북 수련원의 대중이 먹을 양을 행자들에게 가져다준 후 오전 10시 정각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전법활동가 전체가 정해진 계율을 기준으로 각자의 삶을 돌아보고 참회하는 ‘포살’을 하는 날입니다. 화상회의 방에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입장하자 곧바로 포살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외우는 계본을 잘 듣고 잘 생각하여, 스스로 허물이 있다고 자각하게 되면 대중들께 드러내어 참회하십시오. 그러면 곧 청정해질 것입니다.

첫째, 살아있는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다. 어떤 행자라도 이 계본을 어기면 허물이 됩니다. 이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계본에 대해서 청정합니까?”

전법활동가들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계율이 나오면 곧바로 삼배를 하고 참회를 했습니다. 정토행자 18 계본에 대한 참회를 모두 마친 후 이어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진행한 포살의 소감을 나눠 주시거나 포살 하면서 의문이 든 게 있다면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살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났던 다양한 의문들에 대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여러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한 분은 첫 번째 계율인 불살생 계율에 대해 자책을 많이 하게 된다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불살생 계율, 벌레를 죽이고 나면 자책을 해요. 어떡하죠?

“저는 포살을 할 때 첫 번째 계본인 ‘살아있는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지 않는다’에 대해 항상 참회합니다. 특히 여름이 되어 벌레가 나오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참고 지나가는데 벌레가 점점 많아지면 벌레와는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죽이게 됩니다. 계율에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벌레를 죽이게 되고, 포살 시간에 참회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하는 제가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첫 번째 계본을 참회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물론 참회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참회하고 내일 또 벌레를 죽일 제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흔쾌하지 않습니다. 다른 계본은 제 습관에 관한 문제라서 ‘놓쳤네!’ 하고 돌이킬 수 있는데, 이 계본에 대해서는 자책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의 존재는 다른 생명을 해치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불살생 계율은 이런 존재의 근본적 한계에서 나온 계율입니다. 따라서 이 계율에 대해서는 항상 참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계율을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종교가 자이나교(Jainism)입니다. 자이나교도는 달걀이나 우유도 먹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게 이 계율을 지킵니다. 당연히 살생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살생하게 되는 직업은 아예 갖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살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벌레를 손으로 잡든지 약을 치든지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자이나교도는 농사를 짓지 않고 장사를 합니다. 그리고 호흡을 하다 보면 코와 입으로 벌레가 들어가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상 마스크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의 관점에서 볼 때는 좀 극단에 치우칠 정도로 철저하게 지키면서 삽니다.

자이나교 출가승은 무소유를 실현하기 위해 옷을 입지 않고 생활해서 나체파, 나형외도(裸形外道)라고 불립니다. 수행자는 원칙적이고 극단적으로 계율을 지키고, 신도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일절 육식을 하지 않는 생활을 합니다.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자이나교도는 주로 장사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부를 많이 축적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도에서 이 종교를 믿는 인구는 적지만 부유 계층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도인의 장사하는 습관은 일반적으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자이나교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신용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인도와 무역할 때 자이나교도가 운영하는 기업을 만난다면 횡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신뢰를 지키는 신앙은 생활상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존재 자체는 살면서 살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해있어요. 부처님께서는 농사를 짓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에스키모나 유목민은 고기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데 그렇다고 그들은 불교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이겁니다.

‘함부로 죽이지 마라!’

살생을 절대적으로 금하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생계를 위해 어부가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닌 취미로 낚시를 하는 것은 함부로 죽이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 ‘오계 수계’를 할 때는 우리의 존재가 살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저선을 먼저 지키라고 강조합니다. 즉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절에서 큰스님이 개미를 밟아 죽일까 봐 바닥에 기와를 깔고 그 밑을 지나가도록 해 주고, 방에 들어온 벌레들은 쓰레받기로 쓸어내 보내는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상좌에게는 화를 불같이 내고 사정없이 때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건 모순된 행동이란 거죠.

불교를 만나기 전에는 오랜 습관대로 아이들 교육한다고 회초리를 들었지만, 부처님의 제자가 된 이후에는 어떤 이유로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해야 합니다. 그가 비록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저런 인간은 사형을 시켜야 해!’라고 말하면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지 마라’ 하는 것을 먼저 지키고, 그다음 단계로 ‘적어도 포유류는 죽이지 않겠다’ 해야 하고, 그다음은 조류, 파충류, 어류, 이렇게 단계적으로 실천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합니다. 고기를 먹더라도 이 순서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부처님 당시에 제자들 사이에서 물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강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걸식할 때 ‘주는 음식은 가리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있었지만, 그 물고기를 받아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가지고 논쟁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참회는 하되 벌레 잡은 걸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거나 죄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벌레를 죽이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 생명의 입장에서는 죽임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존재가 그렇게밖에 살 수 없으므로 참회는 하되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살인과 폭력을 하지 말아야 하고, 포유류를 죽이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 여기까지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준비된 안건에 대해 발표하고, 스님으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은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해질 무렵에는 다시 산윗밭으로 올라가 엄나무 순을 땄습니다. 엄나무 순을 따다 보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처럼 포살을 먼저 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녁에도 계율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계율에 대한 해석을 넓은 범위로 할 것인지, 좁은 범위로 할 것인지에 따라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는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서 관점을 다시 분명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나서 스님은 전법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부터 행복학교 1만 명 모집을 새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불교대학 진행하시느라고 수고들 많으십니다. 또 경전대학 진행하시는 분들도 요즘 고생을 많이 하십니다. 온라인 시스템을 만드느라 지난 2년 동안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고, 여러분들도 거기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을 거예요. 그러나 온라인 시스템은 부처님의 좋은 법과 국민 행복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폭발적 확산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자꾸 남하고 비교해서 가치를 두지 마세요.

‘내 삶이 행복한가?’
‘내가 이 세상이 좀 더 나은 쪽으로 가는데 기여하는가?’
‘함께 사는 이웃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돕는 데에 내가 역할을 하는가?’

이런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누가 봐도 좋은 일입니다. 정토회가 하는 일들은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을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의 활동에 대해 지탄할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어요. 바로 여러분들의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부모, 자식들입니다. 가족들은 불평이 좀 심할 수 있어요. 그런데 독립운동을 할 때도 가족들의 불평이 많았고, 민주화 운동을 할 때도 가족들의 불평이 많았습니다. 가족들이 고생도 많이 해야 했고요. 그러나 이런 활동은 사회 정의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고,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그래서 가능하면 가족들과도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활동을 해나가자는 것인데, 그래서 더 어려운 길이지요. 부처님의 법은 ‘눈 있는 자는 와서 보라, 내 손에 숨겨진 어떤 비밀도 없다’ 하는 아주 투명한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불평이 많다 보니까 이 좋은 활동을 가족에게는 조금 숨겨가면서 하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어요. 이제는 좀 더 당당하게 이 활동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 일은 나를 위해서도 좋고 세상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수고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 3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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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무지한자에게 주신 지혜로운 답변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스님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_()_

2024-05-13 06:51:52

김숙경

_()_

2022-07-21 08:25:05

홍재현

최소한 포유류. 소 돼지부터 먹는걸 삼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2022-04-24 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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