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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산윗밭에 도라지, 더덕, 모란을 심고, 밭 주변을 정비하기로 한 날입니다. 산 위에 있는 밭이라 자주 올라올 수가 없어 특별히 날짜를 잡아서 서울공동체 대중들과 대중부 거사님들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새벽기도와 발우공양을 마치고 도구를 챙겨 산윗밭으로 갔습니다. 산윗밭에 오르는 길에 어느새 연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도착해 오늘 일감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행자들이 도착하자 오늘 할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밭은 산 위에 있어서 자주 오기가 힘들어요. 한 번 심어놓고 풀만 가끔 뽑으면 되도록 도라지, 더덕, 고사리 같은 작물을 심기로 했어요. 윗단에는 도라지와 모란이 2년째 자라고 있어요. 오늘은 아랫단에 도라지와 더덕을 심고, 윗단 남은 땅에도 모란을 심으면 됩니다.”
도라지를 심기 전에 먼저 윗단으로 올라가 모란밭에 김을 맸습니다.
봄이 되자 온갖 풀들이 너도나도 땅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모란은 2년째 자라고 있지만 아직 키가 작아 풀 속에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스님과 행자들이 지나가자 모란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풀을 뽑으며 쑥은 따로 모았습니다. 금세 한 컨테이너 가득 쑥이 모였습니다.
“스님, 거사님들이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럼 이제 거사님들과 울력하러 갈게요.”
행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스님은 더 높은 지대로 올라갔습니다.
거사님들이 울력 장소에 도착해 도구를 손보고 있었습니다.
“오셨어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 땅은 예전에 주민들이 뽕나무 밭으로 사용하던 땅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덤불과 나뭇가지로 정글이 되어 있었습니다. 덤불과 나뭇가지를 치운 후에 과일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따사롭던 햇살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붉어진 얼굴에 땀이 흘렀습니다.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계속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나뭇가지를 치우다가 가시 덩굴 사이로 잘 자란 두릅과 엄나무 순을 발견했습니다.
한 소쿠리 가득 두릅을 땄습니다. 스님은 두릅을 쪄서 거사님들에게 맛보여 주었습니다.
“잠깐 쉬면서 참 드세요! 봄나물은 소고기보다 영양가가 높아요.”
“와, 스님 정말 맛나네요.”
잠시 숨을 돌렸다가 계속 울력을 했습니다.
오후 4시가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일이 정말 많았는데 하루 만에 끝냈네요. 거사님들이니까 이렇게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거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헤어졌습니다.
한편 서울 공동체 행자들은 모란밭을 다 매고 넓은 밭에 도라지, 더덕, 모란까지 다 심고 물을 주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산윗밭으로 가서 일을 마친 행자들에게도 오늘 딴 두릅을 맛보여주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이 밭이 넓어서 농사팀 한 두 명이 와서 도라지를 심었으면 며칠이 걸렸을 텐데 사람이 많으니까 하루 만에 끝냈네요. 오늘 딴 두릅 좀 맛보세요.”
“너무 맛있어요.”
“맛있으면 울력하러 자주 오세요. 맛있는 거 많이 줄게요.”(웃음)
산을 내려와 농사 창고에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고 수련원으로 돌아가는데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105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어제와 오늘, 제가 있는 한국의 남부 지방은 섭씨 29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봄을 지나 거의 여름 같이 더워졌어요. 그래도 아침에는 10도 아래로 떨어져서 좀 쌀쌀합니다. 오늘 낮에는 여름처럼 더웠어요. 하루 종일 잡목을 베고 나무 가지를 치는 일을 했어요.
봄이라 꽃이 만발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져서 꽃들이 좀 빨리 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경주에 벚꽃이 활짝 피어서 너무 예뻤는데, 바로 다음 날 손님들을 모시고 다시 경주에 갔더니 꽃잎이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날씨가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건물 안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경주와 두북 수련원 주위에 활짝 핀 봄꽃들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During last week's meditation session sunim made a decision between focus and mindfulness. You said that non-Buddhist meditation emphasizes focus by Buddhist Meditation emphasizes mindfulness.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focus and mindfulness?”
(지난주 명상시간에 스님은 집중과 마음챙김을 구분하시면서 불교 명상은 마음챙김을 강조하는 반면 비불교 명상은 집중을 강조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중과 마음챙김의 차이점을 더 알고 싶습니다.)
“제가 불교와 비불교라고 말했지만, 불교 안에도 여러 불교가 있다 보니 딱 맞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불교의 명상이라고 지칭했던 것은 부처님께서 직접 하셨다고 여겨지거나 그 제자들이 했다고 여겨지는 초기 명상을 말합니다.
불교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서로 다른 종파로 갈라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불교가 일어나기도 하면서, 다른 명상법 또는 다른 종교의 명상법이 많이 뒤섞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파에 따라 명상법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떤 것이 불교 명상법이라고 정의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말하는 명상은 불교 초기 명상법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합니다.
첫째,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시작합니다.
둘째, 마음을 한곳에 집중합니다.
셋째, 생각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유지합니다.
여기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는 것이 불교 명상법의 큰 특징입니다. 몸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각을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느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느낌의 변화를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그 변화를 알아차린다는 뜻입니다. 편안한 가운데 마음을 한곳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명상법이 비교적 비슷해요. 그러나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차리는 것이 불교 명상법의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을 유지하게 되면, 첫째, 계속 일어나고 사라지면서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둘째, 즐거움이라는 것도 계속 관찰하면 조금 있으면 괴로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느낌을 알아차려 보면 즐거운 느낌도 있고 괴로운 느낌도 있는데, 즐거운 느낌도 시간이 흘러가면 괴로운 느낌으로 바뀐다는 거죠. 그로 인해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할 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이 불교 명상의 목표가 아니에요. 명상을 통해서 집착할 바가 없다는 것을 자각해서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이 불교 명상의 목표입니다. 고요함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이치를 꿰뚫어 알아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 즉 해탈과 열반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예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도를 따진다면 알아차림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겁니다.”
이어서 한 가지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한 후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언덕 위에 편안히 앉아서 바닷가를 물끄러미 보듯이 그렇게 한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콧구멍 끝에 관심을 둡니다. 바닷가를 보고 있으면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코끝에 관심을 두면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파도를 일어나게 하고 사라지게 하지 않듯이,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도 내가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요. 일어나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파도가 사라지네’, ‘파도가 밀려오네’, ‘이번엔 파도가 크네’ 이렇게 알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코끝에 관심을 두고 있으면 숨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길게 들어오기도 하고, 길게 나가기도 하고, 짧게 들어오기도 하고, 이렇게 호흡의 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호흡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호흡하는 줄 알려고 긴장하지도 않고, 그냥 편안한 가운데 코끝에 관심을 두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숨이 들어오고 나감을 저절로 알 수 있어요. 놓치면 다시 합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나서 스님이 다시 법문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인터넷 스트리밍이 중단되었습니다. 아마 유튜브 생방송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생방송을 종료하게 됨을 실시간 댓글창에 공지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낮에는 개쑥을 뜯고 경주 남산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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