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29 경주남산 꽃구경, 정토불교대학 실천적 불교사상 1강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 세 가지”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부터 교정에는 벌써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나서 아침 일찍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대중들도 스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지금쯤이면 진달래가 많이 피었을 거예요. 오늘은 꽃구경 좀 시켜줄게요.”

해마다 봄이 되면 스님은 행자들에게 진달래를 구경시켜 주기 위해 경주남산 새갓골을 오릅니다. 올해도 진달래가 얼마나 많이 피어 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산을 올랐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분홍빛 진달래가 반갑게 스님 일행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진달래는 영롱하게 빛났습니다.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인 진달래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오솔길이 내내 펼쳐졌습니다. 제법 완만한 오르막길인데도 스님은 숨이 가쁘다며 여러 번 멈춰 섰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습니다.

“내 뒤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똥차가 다 됐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쌩쌩 잘 올라갔는데...” (웃음)

얼마 전 스님은 심장이 좋지 않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나서 오르막길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행자들은 쉬엄쉬엄 꽃구경을 하며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열암곡 마애석불 앞에 도착했습니다. 석불이 엎어지면서 코가 바위로부터 5cm 앞에서 기적적으로 멈추었다고 합니다.

철망 사이로 바위에 닿을 듯 말 듯한 석불의 코를 보며 행자들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엎어진 마애석불 옆에는 연화대좌 위에 석불좌상이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얼굴의 마모가 심했지만 항마촉지인을 하고 당당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엄숙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새갓골에서 칠불암으로 가는 능선에는 봉수대가 있었던 자리가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봉수대를 지나자 정상 부근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고위봉과 불국사 방향으로 넓은 평야가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이 봉우리가 고위봉이고 높이가 494m입니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금오봉이고 높이가 468m예요. 두 개의 봉우리 사이에 있는 골짜기가 용장골입니다.”

바위 위에 앉아서 가방에 넣어 온 과일을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서 먹는 과일이 꿀맛이었습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어요. 내려갈 때는 똥차도 잘 갑니다. 쉬지 않고 내려가겠습니다.”

다시 소나무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스님은 진달래가 유독 많이 피는 길로 행자님들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아직 진달래가 많이 안 피었어요. 일주일은 더 지나야 만개할 것 같네요. 일주일 뒤에 다시 옵시다.”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핀 진달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어두운 숲 속에 유독 밝은 분홍빛을 발하고 있는 진달래를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진달래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덧 고위봉 중턱에 자리한 백운암을 지났습니다. 백운암을 뒤로하고 소방도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발걸음을 옮겨 새갓골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진달래 구경 잘했습니다.”

행자님들은 스님에게 인사를 한 후 업무를 보기 위해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습니다.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준비와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첫 번째 강의인 ‘실천적 불교사상 1강’을 생방송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곧바로 스님이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인생 대학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웃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자연계에 있는 모든 동물을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규칙이나 법칙 없이 제 좋을 대로 살고 있잖아요. 생태계 동물들도 자기 좋을 대로 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좋을 대로 못 산다면 동물보다 못하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그러니 여러분 모두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되는데 배울 게 뭐가 있겠어요? 다람쥐가 뭘 따로 배워서 삽니까? 토끼가 뭘 따로 배워서 사나요? 그냥 생긴 대로 살죠.

그런데 동물들은 지혜가 없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쥐를 잡으려고 쟁반에 고구마를 얹어 놓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평소 쓰레기장을 뒤져서 먹고살던 쥐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일이에요. 자기를 대접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구마를 덥석 먹었다가 죽게 돼요. 자기 좋을 대로 살았는데 오히려 나쁜 결과가 닥칩니다. 이럴 때는 자기를 돌아봐야 해요.

‘쓰레기장의 음식보다 접시에 있는 음식이 더 좋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접시에 있는 음식이 나에게 더 나쁘구나. 그렇다면 다음에는 접시에 담긴 음식은 안 먹어야겠다.’

이렇게 자기를 돌아보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동물은 이런 지혜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물은 어리석음을 상징한다고도 말합니다. 사람은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사람이 동물보다 좀 더 지혜롭기 때문이에요.

오늘날 사람들은 모두 자기 좋을 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좋을 대로 살았다면 결과도 좋아야 할 텐데 대부분 결과가 안 좋습니다. 자기 좋을 대로 살았는 데도 불구하고 쥐가 쥐약을 먹듯이 결과가 안 좋은 경우에는 하고 싶어도 안 해야 합니다. 지금 좋다고 반드시 좋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지금 좋아도 반드시 좋다는 보장이 없다는 성찰이 너무 지나치면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명제가 우선이 되고, 거기에 속박을 받고 살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명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윤리와 도덕을 지켜야 한다’ 이런 명제는 비록 좋은 것이라 해도 인간의 자유를 박탈할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지혜롭게 살고자 했던 원래 의도와는 멀어져 버리게 되는 거죠. 자유도 가지되 이런 어리석음으로 인한 과보도 없는 삶은 없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이 질문에 대해 함께 대화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다 지성인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먼저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특히 종교, 윤리, 도덕, 교육을 통해 접하는 대부분의 가르침이 이런 방식을 취하죠. 그 가르침을 따라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정작 인생이 괴롭다는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되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동물처럼 제 마음대로 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접근 방식은 기존의 종교나 도덕, 교육처럼 ‘어떻게 살아야 한다’ 하는 가치를 먼저 제시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 현실을 먼저 점검하고자 합니다. 그런 후 ‘여기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 모색해 보려 해요.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현황을 먼저 점검해 봅시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난 지금 사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토끼보다 못한 거예요. 토끼는 힘들게 살지 않는데 나는 힘들게 살고 있으니까요. 나는 기쁘게 살고 있다면 토끼보다 낫습니다. 토끼는 사는 걸 괴로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기쁠 것도 없이 살거든요.

여러분의 지금 마음 날씨를 한번 볼까요? 마음이 좀 맑아요? 아니면 좀 흐린가요? 한번 살펴보세요. 욕심이 없으면 마음이 맑아집니다. 욕심을 내면 마음이 탁해져요. 어리석으면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지혜로우면 마음이 밝아져요. 마음이 무거운 지 가벼운 지는 마음의 짐을 지고 있는지 여부를 나타냅니다.

부모를 모셔야 한다거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처럼 어떤 사명감이나 의무감을 가지면 마음이 무거워져요. 마음만 무거운 게 아니라 실제로 몸도 무거워져요. 마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적으면 마음이 가벼워요. 마음이 무거운 사람은 뭔가 속박을 받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점검을 해보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각자 점검해 보세요.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 세 가지

마음 상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부정적인 경우가 좀 많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이 즐겁고 자유롭고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돈이 많으면 된다.’
‘지위가 높으면 된다.’
‘지식이 많으면 된다.’
‘명예가 있으면 된다.’
‘인기가 있으면 된다.’
‘집이 좋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 제일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기가 있다고 행복하다면 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일이 일어날까요? 젊다고 행복하다면 왜 젊은이들이 자살할까요? 물론 이런 것들이 사는 데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갖춰진다고 해서 행복하다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두 번째 주제는 ‘왜 우리는 이렇게 살까’입니다. 우리는 왜 토끼와 다람쥐보다도 힘들게 살까요? 인간이 부정적 심리를 많이 갖게 된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자신의 성질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는 돈이 많아도, 지위가 높아도, 지식이 많아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지식이 많은 학자도 괴롭고, 돈이 많은 사람도 괴롭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괴롭고, 인기 있는 연예인도 괴롭게 사는 거예요. 이 세 가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집착’입니다. 집착을 하게 되는 원인은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것을 다른 말로 ‘무지(無智)’라고 해요. 무지가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향해

그렇다면 우리는 괴롭게 살 수밖에 없을까요? 이 괴로움이 하늘로부터 주어졌거나, 전생에 지은 과보이거나,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사주팔자라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하겠죠. 그런데 괴로움의 원인이 이미 밝혀졌잖아요. 그러니 이 원인만 제거하면 부정적 심리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마치 무슨 병이든 일단 병명이 진단되면 치료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 삶의 현실이 어떤가?’ 하고 진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심리 상태인 괴로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괴로움의 원인이 뭘까요? 바라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 성질대로 하려는 것, 자기 판단대로 하려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집착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그냥 한두 시간 강의 듣는다고 괴로움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겠죠. 이제는 강의를 듣고 나서 일상에서 계속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불교대학 학생들이 앞으로 일주일 동한 연습해야 할 실천과제를 안내했습니다. 각자 일상생활에서 수행 연습을 해본 후 다음 시간에 다시 온라인 공간에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하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교실별로 학생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어느덧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울력을 한 후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경주 남산과 활짝 핀 진달래, 오늘 스님의 하루를 영상 속에 담아 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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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24

0/200

황정숙

잘 살아겠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나이값을 하는
지혜는 과연 가져지고 있나를
돌아봅니다
늘 감사합니다

2023-09-22 08:30:05

사랑부자한개

감사합니다.

2023-07-12 07:05:49

이언주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 질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지금 현재 나를 잘 살펴보겠습니다

2023-05-11 22: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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