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22 발우공양, EBS 클래스e 녹화 3부
“선을 넘는다고 느껴지는 직장 상사에게 어디까지 맞춰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예불을 했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6시 30분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일정을 대중에게 공유한 후 발우공양의 본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녹화 일정이 있어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녹화를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JTS 구호단은 현재 헝가리에 있습니다. 지혈대가 미국에서 도착하면 난민 지원을 한 후 답사를 마칠 예정입니다. 답사 과정에서 현지인들의 연락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전쟁 상황이 악화되면 곧바로 지원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에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유럽 각국에 물자가 풍부해서 JTS가 별도로 지원할 필요성은 없어 보입니다.

발우공양은 법공양입니다

발우공양 시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밥을 먹지 않은 사람은 발우공양이 끝나고 나서 따로 챙겨 먹으면 안 됩니다. 마치 밥통이 내려올 때 본인이 밥을 뜨지 않으면 다시 먹지 않는 것과 같아요. 과일이든 빵이든 발우공양 시간에 먹지 않았으면 나중에도 따로 챙겨서 먹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행공동체에서는 공양물에 대한 사적 소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몫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본인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먹되, 먹지 않은 것은 그 자리에서 그만두어야 합니다. 발우공양 시간에는 자기 몫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는 원칙을 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중들은 이와 관련하여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새벽에 외부 일정이 있어서 밥을 먼저 먹어야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발우공양 때 먹는 밥을 다 푼 후 남은 밥을 먹는 것은 괜찮나요? 그것도 먹어서는 안 되나요?”

“모든 대중은 발우공양에 최우선적으로 참석해야 합니다. 일이 급한 사람의 경우에도 발우공양에 먼저 참가했다가 중간에 먼저 일어나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것도 도저히 어렵다면 먼저 밥을 떠주는 것은 일절 안 되고,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해줄 수 있습니다. 가능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아요.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럴 때는 발우공양 때 먹을 밥을 먼저 푼 후 특별한 경우에만 남은 밥을 줄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절에 사는 대중은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발우공양을 하기 전에 외출을 해야 되는 사람은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러나 지금처럼 코로나 방역 수칙 때문에 밖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발우공양 때 남은 밥을 먹고 가는 것을 허용해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발우공양은 법공양입니다.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고 수행을 하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법복을 다 입고 참여하는 겁니다. 예불과 똑같이 생각하면 돼요. 새벽 5시에 예불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새벽에 외부 일정이 있다고 해서 혼자서 촛불 켜고 목탁치고 예불을 먼저 해버리고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혼자 법당 구석에서 조용히 삼배를 하는 것은 괜찮은데, 정식 예불을 개인이 앞당겨서 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면 돼요.

설령 스님이 새벽에 외부 일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우공양에 낼 밥을 먼저 떠서 주면 안 됩니다.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발우공양을 하기 전에는 밥을 미리 떠서 주어서는 안 돼요. 발우공양이 끝나고 나서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은 괜찮습니다. 원래 정신은 발우공양에 참석하지 않으면 굶는 거예요.”

발우공양의 정신을 명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대중들은 각자의 부서로 이동하여 업무를 시작했고, 스님은 EBS 방송 녹화를 위해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촬영을 했습니다. 오늘로서 EBS 클래스e에 방영할 ‘부처님의 일생’ 15회 강연에 대한 녹화를 모두 마쳤습니다. 녹화한 내용은 4월 27일부터 5월 23일까지 EBS 1tv(밤 11시 55분)와 2tv(밤 10시 20분)에서 월, 화, 수, 목요일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온 스님은 오후 내내 찾아온 손님들을 만났습니다. 오후 4시에는 KBS <이슈 픽 쌤과 함께> 제작팀과 미팅을 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나 시대의 이슈가 되는 사람을 ‘쌤’으로 불러내 사회 흐름을 꿰뚫고 삶의 지혜를 얻는 방송 프로그램인데요. 제작진은 스님에게 방송 출연에 대해 요청을 한 후 돌아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5일에 금요 즉문즉설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선을 넘는다고 느껴지는 직장 상사에게 어디까지 맞춰야 할까요?

“저는 회사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소개하는 일을 16년째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일의 핵심을 잘 파악하여 처리하는 편이어서 주변에서 일을 잘한다는 말을 꽤 듣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먼저 리더와 잘 어울려야 합니다. 그런데 상사는 일 뿐만이 아니라 개인사 등 많은 부분을 지시하고, 본인이 하라는 대로 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막말을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에 관한 좋지 않은 말을 하고, 없는 이야기를 소문내기도 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에 다니지만 어디까지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 성향은 좋아하는 사람들 하고만 어울리는 스타일이고, 일은 필요할 때만 관계를 맺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의 이런 점을 상사는 이기적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 답답합니다. 다른 일을 찾으려고 알아봤지만 나이 제한에 자꾸 걸리고, 지원을 해도 지금 하는 일과 비슷한 곳에서만 연락이 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상사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으며, 제 생각에 선을 넘는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옛날 말에 엿장수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질문자 마음대로 대하면 됩니다. 욕을 하려면 욕을 하고, 웃으려면 웃고요. 그렇게 해보고 사이가 나빠지면 직장을 그만두면 돼요. 또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상대도 조심해서 괜찮다고 느껴지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 되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서 좋은 길을 찾으면 됩니다.

다른 직장에 가서는 이만한 월급을 받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인간관계가 조금 어려워도 양보하면서 있어야 됩니다. 또 인간관계가 힘들면 월급을 조금 적게 받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서 편하게 살아야 합니다.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된다고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질문자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받는 선택을 하면 됩니다.

다른 곳을 알아보니까 같은 직종을 구하는 곳이 많이 있다고 얘기했잖아요. 직종은 괜찮은데 인간관계가 문제라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 됩니다. 그곳에서는 인간관계가 나쁘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면 월급을 체크해보고 급여가 큰 차이가 없으면 직장을 옮기면 됩니다. 또 옮긴 곳에서도 인간관계에 갈등이 발생한다면 또 한 번 옮기면 돼요. 이렇게 두 번 이상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기를 체크해 봐야 합니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해요.

지금은 첫 번째로 문제가 생긴 것이니까 내가 문제인지 상대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상사가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한 번 직장을 옮겨보면 돼요. 옮겨 봐서 큰 문제가 없으면 상사가 문제였던 겁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1987년에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을 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본인이 감옥에 갔거나 가족이 감옥에 갔거나 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잖아요. 이걸 개인의 문제라고 한다면, 어떻게 30년 동안 모든 대통령이 다 문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왜 우리 국민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만 뽑았을까요? 전생의 죄라든지 하느님의 벌이라고 해도 설명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망해야 되는데,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 왔다는 거예요.

이것은 바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너무 많은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얘기예요. 모든 것을 청와대가 결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에게 권한이 있어서 대부분의 결정권이 그들에게 분산되어 있고, 국방, 외교, 안보 등 몇 가지만 대통령이 권한을 갖고 있다면, 설령 사고가 났더라도 각 부 장관이 사표를 내거나 국무총리가 사표를 내게 되지 대통령은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결정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으니까 뭔가 잘못되면 다 대통령 책임이 되는 겁니다. 5년 동안 나라를 이끄는 데 어떻게 사건 사고가 없겠어요. 무수한 사건 사고를 대통령이 다 책임을 져야 되니까 이 시스템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든지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도를 개선해야 됩니다.

물론 제도만 개선하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도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아직도 사람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내각에 좀 넘겨주는 이원집정부제 같은 것을 도입하든지, 아니면 아예 내각제로 바꾸든지, 무언가 제도를 개선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데, 국민들은 개인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렇듯 몇 번을 해보면 문제가 어느 쪽에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쪽에 문제가 있는지 자각을 못해요. 일단 갈등이 생기면 내가 문제인지 상대가 문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대가 문제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 갈등이 생기면 다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돼요.

그러니 지금 질문자도 이것이 내 문제일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자각하려면 일단 상대가 하자는 데로 한번 해보는 거예요. 특별히 회사 사규나 공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한 번 해보는 겁니다. 해보니 큰 문제가 없으면 여기에 있으면 되고, 상대가 문제라고 확인이 되면 질문자가 직장을 옮기면 돼요.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서로 상대가 문제라고 해요. 객관적으로 보면 누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해보면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돼요. 예전 사람이 더 나은 것 같다며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즉문즉설을 할 때 덥석 이혼을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하는데,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혼하지 말라고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덥석 좋은 면만 보고 결혼했다가, 또 싫은 면만 보고 덥석 이혼하게 되면, 결국 후회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결혼할 때 좋은 면만 보고 덥석 했다면, 이혼할 때는 좀 신중하라는 얘기예요.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한 번 범한 실수를 다시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니 내 고집대로 하지 말고 한 번 상대에게 맞춰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려다가 즉문즉설을 듣고 생각을 바꿔서 상대에게 맞춰보니까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고 하거든요. 댓글 달린 것을 한 번 보면, 즉문즉설 덕분에 이혼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면 이혼을 하라는 겁니다. 저는 이혼을 하지 말라는 소리를 절대 안 합니다. 이혼하고 혼자 살아보니 훨씬 편하고 좋다는 분들도 있어 그런 분들에게는 이혼을 잘했다고 얘기해 줍니다.

질문자가 일단 먼저 해야 될 것은 내 생각만 고집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서 상대의 생각도 수용해 보는 거예요. 상대만 문제가 아니라 나도 문제가 있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 석 달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냥 직장에 다니는 것이 낫습니다. 새로 직장 옮기고, 새로 사람을 사귀는 것이 더 복잡해요.

여러분 중에서도 만약 결혼을 했다면 가능한 상대에게 맞춰서 사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몇 년을 같이 살아도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새로 찾아야지, 만나서 파악을 해야지, 그렇다고 지금 같이 사는 사람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래서 실리적인 측면에서 봐도 지금 관계 맺는 사람에게 잘 맞춰 보는 것이 일단 해 볼 일이라는 겁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예요. 직종에 문제가 없다면 일단 한 번 상대에게 맞춰보세요. 그게 안 되거든 직장을 옮기면 됩니다. 상대에게 맞춰보니 큰 문제가 없다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직장을 옮겨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를 깊이 돌아봐야 합니다. 저절로 해결되기를 바라지 말고 노력을 좀 해야 돼요.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면서 지혜를 터득해가는 것이 인생이에요.”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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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신

감사합니다.

2022-03-31 18:20:08

맑음

우선 파악해보고 맞춰보기. 그래도 안되면 바꿔보기.. 잘알겠습니다~

2022-03-28 10:42:50

무위성

이런저런 노력을 하면서 지혜를 터득한다. 늘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해결이 안된다. 나를 돌아본다
지금 해주신 모든 말씀 잘 기억하고 실천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2-03-28 0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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