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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스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우면산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오전 7시가 되자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 등 종교인분들이 속속 평화재단에 도착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입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은 후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북한 주민들의 근황에 대해 전해 주었습니다.
“최근에 단둥에서 신의주로 기차를 통해 일부 지원 물품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어린이를 위한 지원 물품인 분유와 사탕 등이 우선적으로 들어가고 있고요. 농업 자재인 비닐 방막과 비료도 들어가고 있고, 일부 건축 자재와 부속품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안에서는 약품이 가장 부족하기 때문에 약품도 일부 들어가고 있다고 해요.
사람의 이동은 일절 없고, 물자의 이동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조금 더 교역량이 많아질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수입품목의 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곧 다가오는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또 남북 교류가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이어서 종교인분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소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목사님이 먼저 우려점을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너무 분열이 되고 있어요. ‘정치보복’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너무 감정적인 선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 운동이 과열될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비전과 정책이 제시되기보다는 서로에게 미움과 증오의 감정만 표출하고 있거든요. 나라가 어려울수록 3.1운동을 일으킨 종교 지도자들처럼 상대편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면 참 좋을 텐데요.”
스님도 우려에 대해 공감하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의회의 다수 의석을 확보한 것을 배경으로 정치적 독주를 할지 모르고, 반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느 후보도 기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저도 지금 사회의 원로 어르신들을 계속 만나고, 전화하고, 여러모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협력의 정치를 하지 많으면 어느 누구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어려워요.”
“네, 동의합니다. 지금 절박한 것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가 아니에요. 5천만 국민을 하나로 결속하는 정치적 협력과 국민 통합의 발걸음을 내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인분들은 국민들의 근심을 없애주려면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이 되든 낙선이 되든 초당적인 국정 협력을 통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이 뜻을 모아 이후 대사회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자고 의논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종교인분들의 바램처럼 2022년 대통령 선거가 소모적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마감하고 새로운 통합 정치의 시작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곧이어 평화재단에는 사회 원로분들이 줄지어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려면 어떡해야 할지 사회 원로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또 경청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님에게 ‘대중문화를 통해 보는 달라진 시대정신과 리더십’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먼저 정덕현 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덕현입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를 너무 좋아해서 어머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TV를 보면서도 밥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습니다. 제가 재능은 별로 없는데 꾸준히 하는 건 잘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매일 글을 썼습니다. 매일매일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의 흐름이 보여요. 예를 들어 20년 전에 드라마에 나오던 가족의 모습과 현재 가족의 모습은 정말 다릅니다. 요즘은 드라마에 아예 가족이 잘 안 나오고 개인만 많이 나오죠. 그리고 장르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 흐름을 보면서 대중문화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대중문화콘텐츠 속에는 그 당대의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정서가 담겨 있어요.
특히 드라마에는 대중들이 갈증을 느끼는 부분, 현실에 없는 부분을 어떻게 대리 만족하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 그 시대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저보고 드라마 보고 글 써서 돈 번다고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물론 좋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저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가볍게만 보지는 않아요. ‘요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좀 변해야겠구나’ 이런 것을 늘 읽고 있습니다.”
이어서 평론가님은 먼저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최근 유행했던 대중문화 콘텐츠 담긴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짚어주었습니다.
“이런 콘텐츠들을 보면 K-디스토피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쟁이 너무 심하고 불공평한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죠.
저는 우리나라의 시대 변화를 사람의 연령기에 비유해서 표현하는데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청년기라고 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활발하게 뭔가를 생산하고 꾸준히 성장했던 시대요. 그랬다가 90년대 이후로는 중년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그런데 중년기가 됐으면 그에 맞는 철학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청년기의 철학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 괴리가 지금 한국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헬조선, K-디스토피아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년기에는 그에 걸맞은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뭔가 아등바등 집착하고 얻으려는 가치관으로는 지금 사회가 결코 편안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중년기에 필요한 철학을 보여준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결국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다. 밖에서 어떤 흔들림이 와도 안에서 내가 단단하면 무너지지 않는 거야. 그래서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살아야 해.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 싸움이고 모든 일에 있어서 내력이 세면 이기는 거다.’
바깥에서 뭘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안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얻는 단단함, 이것이 지금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망가진 삶을 수용하는 모습들을 그려냅니다. 제일 마지막에는 주인공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끝이 나요.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제 뭔가 수치적으로 성과를 더 내려는 자세로는 당면한 한국의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보다 자기를 내려놓을 수 있고, 심지어 자기를 버릴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편으로 종교나 영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동안 강의를 듣는 평화재단 실무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습니다. 이어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이 먼저 소감을 말했습니다.
“드라마가 원래 이렇게 좋은 거예요, 아니면 평론가님이 해석을 잘하신 거예요? 드라마가 저렇게 좋은 거였으면 저도 드라마를 좀 볼 걸 그랬어요. 수행자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멀리하거든요. 오늘 소개해 주신 콘텐츠 중에 제가 보았던 것은 단 한 개도 없네요. 제목도 생소하고요.” (모두 웃음)
“스님, 오늘 평론가님께서 굉장히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해주셨어요. 보지 않았더라도 제목을 모르면 간첩입니다.”
“저는 간첩은 아니에요.” (모두 웃음)
이어서 자유롭게 소감을 말하거나,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최근에 히트 쳤던 드라마와 영화를 단 시간에 몰아본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 속에서 지쳐 있는 대중들을 공감하는 해석을 들으면서 저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는 소개해 주신 드라마 중에 한 절반은 본 것 같아요. 근데 다 재미없게 봤거든요. 평론가님 해석이 더 재미있었어요. K-디스토피아라는 표현 속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좌절에 공감할 수 있었고, 어떻게 그 좌절을 소화하며 살아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토론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나 사회운동뿐만 아니라 문화도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이외에도 국가별 문화의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사회 현상이 어떻게 문화에 반영되는지, 시대에 따라 창작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역사왜곡 논란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쉬지도 않고 3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다시 한번 평론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처음 평론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드라마를 좀 봐야 하나 생각을 했는데요. 다른 분이 혼자 봤을 때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작품도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가 중요하네요. 그동안 평화재단에서는 늘 딱딱한 한반도 평화문제나 정치 사회문제만 다루었는데요. 오늘 평론가님의 강의를 듣고 실무자들에게 생기가 도네요.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기가 돈다는 말에 한바탕 웃으며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평론가님에게 책을 선물하고 문 앞까지 배웅을 한 후 바로 다음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회의를 하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접속하자 스님이 간단히 인사말을 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사전에 4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할 일을 미루는 습관 때문에 고민이라며 스님에게 해결책을 여쭈었습니다.
“저는 할 일을 최대한 미루거나 안 하는 습관이 오래됐습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108배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개선하려면 관점을 어떻게 잡아야 좋을까요? 저는 주로 현실에서 당장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에만 습관을 개선하고, 그날 당장 과보가 느껴지지 않으면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습관이 좀 오래되어서 예전에는 자책하는 마음이 좀 컸어요. 어떤 관점을 잡으면 이 습관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직장에 나가요?”
“네, 다니고 있습니다.”
“결혼은 했어요?”
“네, 했습니다.”
“질문자의 생활 습관 때문에 부인이 많이 힘들어해요?”
“가끔 한심해 하긴 하는데, 아주 닦달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대단히 힘들어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질문자의 그런 습관 때문에 회사에서 큰 비판을 받거나 회사 일에 장애가 생깁니까?”
“조금 문제가 되긴 했는데, 기도를 꾸준히 하면서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정도면 그냥 놔두세요. 제가 보기에는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웃음) 지금 이대로 살아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 고쳐지는 거예요. 안 고치면 죽어야 하는 정도가 되면 안 고칠 사람이 없거든요. 질문자는 지금 이 상태로도 사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가정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고, 직장생활에도 큰 문제가 없네요.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하면 물론 좋겠지만, 7시에도 기도를 안 하는 사람이 있는 데 비해서 그래도 질문자는 기도를 하고 있잖아요. 매일 기도를 안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래도 늦게 일어나 300배까지 하는 걸 보면, 본인의 습관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러니 지금 생긴 대로 살아도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 그 정도라도 하는 건 굉장히 잘하는 편에 들어가는 거예요.
만약 질문자가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제가 얘기를 해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지금보다 더 잘하려고 하면,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자기를 보면서 질문자가 또 괴로워해야 해요. 그래서 ‘그 정도면 잘하는 축에 들어간다’ 하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더 잘하려고 하는 게 지금 제 수준에서는 욕심인가’ 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하다 보면 자꾸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지난주에도 기도를 일주일에 3일 정도만 새벽 5시에 하고, 4일 정도는 늦게 일어나서 했습니다. 뭔가를 개선하려면 관점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습관을 고치려면 핑계를 대면 안 돼요. ‘늦게 잤다’, ‘어제 회사 일이 많았다’, ‘술을 먹었다’ 이런 핑계를 대면 개선을 할 수 없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하기로 했으면, 4시에 자도 5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3시에 자도 5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졸려도 5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아파도 5시에 일어나 기도해야 해요. 알람을 맞춰두고 5시가 되면 그냥 싹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개선이 됩니다. 핑계를 대면 10년이 지나도 개선이 안 돼요.
지금처럼 일주일에 3일은 5시에 기도하고 4일은 7시에 기도한다 해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러니 지금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좀 더 개선하고 싶다면 핑계를 대지 마세요. 5시에 기도하기로 했으면 ‘따르릉’ 하고 알람이 울리면 싹 일어나서 그냥 해버리세요.
물론 막상 해보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그러나 굳이 본인이 더 잘하겠다고 한다면, 전기 충격기를 하나 사세요. 제때 못 일어난 날은 전기 충격기로 자신을 한 번씩 지져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과보가 눈앞에 팍 느껴지도록 해서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첫째, 지금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둘째, 굳이 좀 더 잘하고 싶으면 이유를 대지 말고 무조건 정해진 대로 하세요. 다른 건 놔두고 우선 기도부터 꾸준히 해봅니다. 기도라도 이유를 안 대고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건 나중에 저절로 되게 마련입니다. 셋째, 그것도 잘 안 되면 전기 충격기를 사서 자신을 지져 버리세요. 그렇게 해서 과보를 현장에서 바로 딱 받게 되면 금방 개선이 됩니다. 몸이 그냥 까무러치는 경험을 다섯 번만 하면 웬만큼은 새벽에 일어나집니다. 왜냐하면 무의식 세계에서 ‘윽!’하고 몸서리를 치기 때문이에요. 침대에 이불 덮고 누워 있다가 몸서리가 쳐지니까 벌떡 일어나서 기도하게 됩니다.
이대로도 괜찮고, 개선하려면 핑계 대지 말고 싹 일어나고, 잘 안 되지만 그래도 개선하고 싶으면 전기 충격기 같은 수단을 쓰면 됩니다. 부인에게 ‘여보, 나 좀 도와줘’ 하고 얘기해서 바늘 같은 걸로 콱 찔러버리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기 충격기가 좀 심하다 싶으면 손가락에 피를 내는 수지침 같은 걸 하나 사다 주고 ‘여보, 내가 안 일어나면 팍팍 찔러줘’라고 부탁하면 돼요. 그걸 찔러서 피 몇 방울 나는 정도는 건강에 좋으면 좋지, 나쁜 건 아니거든요. 이처럼 자기 힘으로 못 하면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세요. 이렇게 해야 개선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웃음)
이어서 한 청년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권을 해도 되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스님께선 최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뽑으라고 하셨지만, 저는 선거에 참여하기가 싫습니다. 현 정부가 잘한 일이 많은 줄은 알지만, 제가 보기에 부동산 정책은 최악이에요. 집을 사려는 청년들의 꿈을 아예 망가뜨려 놓은 것 같아서 너무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또 다른 후보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후보가 됐을까’ 싶을 정도로 무식해 보여요. 그래서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선거는 차라리 기권해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투표를 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안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다양합니다. 종교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특징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긴 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이다’라고 공통적으로 정의한 게 바로 헌법입니다.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어요.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뜻입니다. 이어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임금이 나라의 주인인 왕국이나 제국이 아니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라는 거예요.
모든 국민이 주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5천만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직접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를 운영해줄 지도자를 뽑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 지도자를 옛날의 왕처럼 여깁니다. 그 지도자는 옛날의 왕과 같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국민을 대신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주인인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여러분의 이익을 보장하고, 여러분의 행복을 담보하고, 여러분의 안전을 담보하겠습니다. 그리고 임기 동안 여러분의 뜻을 충실하게 받들어서 나라를 운영하겠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누구한테 나라를 맡기는 게 나을지 결정하는 것이 선거예요. 그러니 선거는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질문자는 후보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표를 안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투표를 안 하는 것도 권리 중 하나입니다. 투표를 할 권리도 있는 반면에 투표를 안 할 권리도 있으니까, 권리의 측면에서는 안 해도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하고 안 하고는 내 자유이니까요. 그런데 투표는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라는 겁니다. 의무 차원에서 보면 투표를 안 하는 건 자기 의무를 방기 하는 것에 해당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모든 남성은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조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지킬 권리도 있고, 나라를 지켜야 할 의무도 있다는 뜻입니다. 외국인이 ‘나도 군대에 가겠다’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은 권리가 없으니까요. 권리란 행사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즉 권리의 측면에서는 군대를 가도 되고, 안 가도 됩니다. 그런데 군 복무는 의무이기도 해요. 의무는 안 하면 안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군 복무의 의무를 안 지키게 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는 거예요.
그것처럼 엄격하게 보면 투표도 국민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입니다. 권리를 행사하고 않고는 자유이지만,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어떤 나라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기도 한답니다.
그럼 찍고 싶은 마땅한 후보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들이 투표를 안 할 경우 후보들의 입후보 사실이 취소되고 후보를 새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면 당연히 투표를 보이콧하면 되겠죠. 그러나 현재로서는 투표수가 과반에 미달되면 무효로 처리된다는 법률적 규정이 없어요. 투표율이 낮아도 그중 다수의 지지를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선거 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70% 이하면 무효라든지, 과반수 득표를 못 하면 다시 투표를 한다든지, 전체 국민의 과반수를 넘는 표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제대로 된 선거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그게 아닌 상황에서는 여러분이 싫다고 투표를 안 하면 적극적 지지층이 있는 후보가 소수의 지지만으로도 대통령이 되고, 그러다 보니 갈수록 정쟁이 심해지게 됩니다. 투표자가 적으면 금권 선거나 조작 선거도 쉬워져요. 그러나 투표자가 많으면 그런 게 잘 통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서는 최선이나 차선이 없다 해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이나마 선택을 해야 해요. 그러니 여러분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투표에 꼭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도 투표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민주시민이라면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줄 알아야 하고, 의무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 잘 들었습니다. 후보를 좀 더 살펴보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이 많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선거권을 잘 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곧이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손님과 늦게까지 대화를 나눈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평화재단 이사회를 한 후 하루 종일 국민 통합을 위해 사회 인사분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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