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17 경주 남산 천룡사,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방문
"성전환 한 아들이 자꾸 성형수술을 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엊그제가 정월대보름이었죠. 새벽부터 두북 수련원의 뒷산 위로 둥근 달이 휘영청 밝았습니다.

오늘은 송형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님을 비롯한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국립공원 내에 있는 경주 남산 천룡사를 방문하기로 한 날입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 내내 정토불교대학 교재의 원고를 교정하던 스님은 점심 식사 후 12시 30분에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틈수골에 차를 세운 후 경주 남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원래 옛날 사람들이 다니던 옛길로 올라가 봅시다.”

스님의 제안으로 탐방로가 아닌 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낙엽이 많이 쌓여서 조금 미끄럽기는 했지만 탐방로보다 완만해서 걷기에는 좋았습니다.

“완만하니까 내려올 때 이 길로 내려오는 게 낫겠네요. 연세 드신 분들 중에는 무릎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심장이 좋지 않은 스님은 걷고 서기를 반복했습니다. 중간에 땀이 나서 옷을 한 겹 벗고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지만 겨울 햇살이 제법 따뜻했습니다. 그래도 찬바람이 불 때면 추웠습니다.

등산을 시작한 지 삼십 분이 지나서 천룡사에 도착했습니다. 곧이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일행 분들도 도착했습니다. 스님과 송형근 이사장님은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천룡사의 유래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악붕구라는 당나라 사신이 와서 이 절을 보고 ‘이 절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실제로 이 절이 망하고 신라가 망했어요. 고려가 건국된 후 최제안이라는 사람이 재상이 되자 고려의 발전을 위해 천룡사를 중창했습니다. 그래서 고려가 융창을 했는데 고려 말에 이 절이 망하자 다시 고려도 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조선이 건국되자 유교를 숭상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무학대사가 조선왕조의 발전을 기원하며 이 절을 중창했어요. 그렇게 해서 다시 이 절이 번성을 하다가 영조 때 유생들이 불을 질러서 소실이 되었습니다.

천룡사에는 예부터 비밀스러운 기록 같은 것들이 전해 내려왔어요. 거기에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온다’ 하는 후천개벽의 사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곳 천룡사에서 공부한 스님들도 그런 사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호국 삼부경을 인쇄했어요. 그것 때문인지 어떤 다른 문제인지 아래 마을에서 유생들이 올라와서 이 절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유생들이 천룡사를 불태울 때 조실스님도 불에 타서 돌아가시고, 조실스님을 시봉 하는 제자 한 명이 화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아 이 빈터를 지키며 수행했다고 해요. 용성조사님이 그 제자 분을 모시고 이곳에서 7년 동안 보림을 했습니다. 용성조사님은 이 분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기록들을 다 배울 수가 있었어요.

이런 인연이 있는 곳이다 보니 용성조사님이 돌아가실 때 ‘천룡사를 복원하라’ 하는 유훈을 남기셨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 그 국가가 발전하려면 이 절을 복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천룡사는 그냥 일반 사찰이 아니에요. 이런 곳을 호국 사찰이라고 해요.”

“정말 유서가 깊은 곳이군요.”

스님은 이사장님에게 천룡사 복원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앞마당으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천룡사 앞 삼층석탑을 둘러보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은 산을 다시 올라 백운암에서 차를 타고 돌아가고, 스님은 다시 산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교재 원고를 점검하고,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일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성전환 한 아들이 자꾸 성형수술을 해요. 어떡하죠?

“저는 나이가 스물일곱 살인 자식이 한 명 있는데, 얼마 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이후 외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눈과 코를 수술하고 치아 교정도 했습니다. 이제는 광대뼈가 남성스러워 보인다고 또 수술을 하겠다고 우깁니다. 광대뼈 수술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제 말이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싸우다가 관계만 냉랭해진 상태입니다. 광대뼈 수술을 하고 나면 이마도 고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제 눈에는 보통 여성으로 보이는데, 자기 마음에는 들지 않나 봐요. 저는 너무 겁이 나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 세상 모든 신들께 간절하게 기도만 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3월에 수술 예약을 해놓았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 모든 신들께 부탁을 해놨으니까, 그중에 누구 한 분은 들어주시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님이나 부처님 한 분한테만 부탁해도 소원을 성취하는 사람이 많은데, 질문자는 여러 명에게 부탁해 놨잖아요. 누가 들어줘도 들어주실 거예요. 답이 됐어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한숨)

“자기 엄마 말도 안 듣는데 누구 말을 듣겠어요.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운 아이가 내 말도 안 듣는데, 그 애가 남의 말을 듣겠어요? 성인이 된 자식이 부모 말을 듣기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스무 살이 넘었으면 성인이고, 성인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살 권리가 있잖아요.”

“성인으로서 권리가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꼭 필요하지도 않고 위험한 수술을 하겠다는 자식을 가만히 보고 있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괴로운 거예요. 성인이 되면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권리가 있습니다. 동시에 부모는 더 이상 성인이 된 자식을 지원하지 않아도 돼요. 이 문제는 간단합니다.

‘네 알아서 해라. 그런데 나는 수술은 반대하니까 수술을 하고 싶으면 집에서 나가라. 나는 너한테 밥도 해주기 싫고, 방도 주기 싫다.’

장학금을 받으면 지원해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듯이, 스무 살이 넘은 자식이 엄마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살면 지원해주는 엄마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 말을 안 듣겠다고 하면 관계를 끊으면 돼요. 그 후에 자식이 광대뼈를 깎든지 턱을 깎든지 ‘네 알아서 해라’ 하고 신경을 꺼야 합니다. 외면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성인 대 성인으로서 각자 자기 삶을 사는 겁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해서 같이 살다가 서로 도저히 안 맞으면 합의해서 헤어지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살잖아요.

자식이 미성년자일 때는 부모와 자식은 보호자와 피보호자 관계입니다. 자식은 부모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있고, 부모는 자식을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는 끝이 나고 성인과 성인으로서 사회적 관계를 맺게 됩니다. 부모가 성인이 된 자식을 지원해줘도 돼요. 그런데 그건 이웃집 청년을 지원해 주듯이 내가 지원해주고 싶으면 해 주고, 안 해주고 싶으면 안 해주면 됩니다. 의무는 아니에요. 대신 자식을 간섭해서도 안 됩니다.

자식은 부모의 지원을 받으려면 간섭을 좀 받아야 하고, 간섭받기 싫으면 지원을 안 받으면 돼요. 스무 살이 넘은 사람은 결혼을 할 때 부모가 승낙해 주면 다행이고, 안 해주면 그냥 하면 돼요. 대신 부모가 지원해주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성인이 된 자식의 일에 대해 부모 입장에서 의견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섭은 하면 안 돼요.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 ‘오케이, 알았다. 대신 지원은 없다’ 이렇게 정리하면 됩니다. 제일 좋은 건 간섭하지 말고 ‘너 알아서 해라. 대신에 집에서 나가라’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수술 경비를 지원해 주나요?”

“본인이 냅니다. 건강이 제일 걱정입니다.”

“본인이 비용을 내면 간섭할 필요가 없어요. 부모로서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는데, 수술 부작용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의견은 내세요.

‘좋다. 지금까지는 봐줬는데 이건 위험해서 반대다. 엄마가 생각할 때는 이 정도 외모면 충분하다.’

보통 부모들과 비교했을 때 질문자는 자식의 성전환을 인정한 것만 해도 이해를 많이 해준 편이에요. 아직 성전환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질문자는 자식에게 본인의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안 그러면 뭐 계속 말려 보세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말릴 방법은 없어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거든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걸 누구한테 배웠겠어요? 그 아이를 누가 낳았죠?”

“저요.” (웃음)

“누가 키웠죠?”

“제가요.”

“누구를 닮았을까요?”

“저 닮았어요.”

“그래요. 엄마 닮아서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질문자 의사만 분명히 얘기하면 되지, 그 이상 더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자식에게 일절 지원을 딱 끊고 이렇게 얘기해보세요.

‘성인이 됐으니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다. 그러나 엄마는 수술에 동의는 못 해 준다. 지원도 못 해 준다. 엄마는 반대하지만 네가 꼭 해야겠다면 내가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를 때릴 수도 없고 방 안에 가둬놓을 수도 없고 감옥에 보낼 수도 없지만, 마음 같아서는 방 안에 가둬놓기라도 하고 싶다. 엄마는 반대 의사가 아주 분명하다. 그러나 선택은 네가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

그리고 질문자가 신께 빌어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방법이 없잖아요.”

“방법이 왜 없어요. ‘네가 알아서 해라’가 방법이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질문자가 말려서 자식이 수술을 안 할 것 같으면 저한테까지 안 물었겠죠. 자기가 가진 온갖 수단으로 해도 해결이 안 되니까 저한테 물었을 거 아니에요. 저는 다른 방법을 가르쳐 줬잖아요. 본인이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봤지만 통하지 않으니까 저는 다른 방법으로 해 보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다른 방법은 사실대로 말하는 겁니다. ‘과거에 내가 너의 보호자였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서 너도 성인이 됐다. 나는 너를 지원해줄 의무도 없고 대신 너를 간섭할 권리도 없다. 너도 엄마한테 간섭받을 의무도 없고 대신 지원받을 권리도 없다. 그러나 엄마한테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반대다.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니까, 하고 싶으면 나한테 묻지 마라. 엄마한테 묻는다면 엄마는 반대다.’ 이렇게 얘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감사합니다. 그냥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생기는 일은 아니지만, 백신에 부작용이 있듯이 성형에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사고 날 위험이 있듯이 이 세상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합니다. 부모는 ‘안 해도 되는 일을 괜히 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고, 자식은 자기 생각대로 하겠다는 거니까 그걸 어떡하겠어요. 수술하다 죽거나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자기가 감수하겠다는데요. 결혼이든 무슨 일이든 자식이 성인이 됐는데도 엄마가 너무 간섭하면 나중에 ‘엄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원망합니다. 부모는 자기 의사는 분명히 말하되 지나친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해요. 간섭은 나를 괴롭히고 아이에게 부담을 줍니다.”

“어차피 자식을 말릴 수 없는 일인데, 수술을 시비하지 않고 그냥 스님 말씀대로 자식의 선택을 인정하겠습니다.”

“네. 좋아요. 그런데 내 돈까지 줄 필요는 없습니다.”

“네, 돈을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자기 돈으로 자기가 하는 걸 어떡해요.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요. 법원에 고소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안 되는 일은 미리 안 된다고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내 의사를 뚜렷이 말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NCNK(전미북한위원회) 사무총장인 키스 루스(Keith Luse) 님과 온라인으로 미팅을 한 후 오후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화상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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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맨

스님, 산림관계자인 저는 의무적으로 병해충 방제를 위해 약을 뿌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약들은 병해충도 죽이고 아무 죄없는 벌레도 다 죽입니다.

사실 너무 죄책감이 듭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2022-05-26 07:56:18

무아맨

스님.. 과거 치산녹화 시절을 지나서 이제 대한민국은
전 국토가 푸릇푸릇한 산림강국이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산림기술도 발달했습니다.

위의 국립공원 관계자들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사람들은 발달한 과학기술로 자연을 기계처럼 조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2022-05-26 07:53:31

띵킹

회자되는이유도 모르겠고
화나고 속상해도 잘달래주고 싶지만 사실 요새는 선하다는 느낌을 못받아서 예전처럼 조용히 사라지고싶은마음이 듭니다 그냥 모두다 부처님께 귀의하며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22-02-28 17: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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