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16 수행법회
“이 사람도 찍기 싫고, 저 사람도 찍기 싫어요. 투표를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입춘 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다가 지난 한 주는 따뜻했습니다. 봄이 오는가 했는데 주말에 비가 온 후 어제부터 다시 추워졌습니다.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6도였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이번 3월에 시작하는 정토불교대학 강의계획안을 점검했습니다. 몇 주째 정성을 기울여 정토불교대학 강의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어제 산에서 해 온 나무를 장작으로 만들어서 쌓는 일을 했습니다. 날씨가 추워도 일을 하다 보니 땀이 많이 났습니다.



나무를 가지런하게 쌓은 후 법회를 하기 위해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연세가 많으신 노보살님 들을 위한 특별 수행법회가 열렸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을 노보살님들의 고충도 들어보고 소감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처음으로 두북 수련원 방송실 모니터에 머리가 하얀 분들의 얼굴이 가득 찼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노보살님들께서 많이 참여하셨습니다. 옆에서 컴퓨터 접속을 도와주는 분들이 계시는지, 배워서 직접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먼저 어떤 분들이 참석하셨는지 소개를 잠깐 한번 해보죠.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면 좀 도와주세요. 80세가 넘으신 분이 계시면 손들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연세가 90세인 할머니가 손들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법회를 인터넷인가 뭔가 그걸로 하니까 저는 딸이 옆에 없으면 법문을 못 듣습니다. 항상 딸이 옆에서 도와줍니다. 오늘 스님을 직접 화면으로 뵙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아흔입니다.”

“오늘 참가하신 분들 중 제일 연세가 많으시네요.”

노보살님들의 얼굴이 연달아 큰 화면 속에 나타났습니다.


“75세가 안 된 분은 방송에 소개할 수준은 안 되니까 그렇게 아시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웃음)

노보살님들은 컴퓨터 작동법을 몰라 갑자기 화상회의 방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말씀 하시다가 어디에 갔다 오셨어요?” (웃음)

“갑자기 집에 전기가 나가서 다시 주소를 찾아 들어오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도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노보살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음 달에 법회를 할 때는 젊은 사람들이 한 명씩 노보살님들의 집에 가서 컴퓨터 작동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가능한 노보살님들이 많이 참석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얼굴을 보니까 전부 정토회의 초창기 멤버들이시네요. 다들 건강하게 계시니까 보기가 참 좋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오늘의 정토회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초창기에 정토회를 열심히 일구어주신 덕분에 오늘의 정토회가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법회를 온라인으로 하니까 저 멀리 해외에 사시는 분들조차 가까운 이웃집에 가듯이 법회에 참가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연세 드신 분들은 컴퓨터를 못 하셔서 법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버튼 누르는 방법을 알려드려서 법회에 참석을 했다 하더라도 갑자기 연결이 끊어지거나 화면이 꺼져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못 들어오세요. (웃음)

정토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온라인 상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정해진 시간만큼은 법사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전법활동가입니다. 둘째, 으뜸절과 각 지역에서 한 분야의 책임을 지고 활동하되 시간은 자유롭게 참여하는 실천활동가입니다. 특정 분야의 기술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 이에 속합니다. 셋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본인이 시간 날 때 아무 때나 와서 봉사할 수 있는 일반회원입니다. 이런 분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지금 정토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정토회로 바뀌고 나서 지금은 법문을 듣거나 명상하고 절하고 기도하는 것은 모두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자신의 집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계시거나 멀리 떨어져 계셔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기가 어려운 분들은 49재도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지낼 수 있어요.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절에 가서 천도재를 지내고 싶은 사람은 각 지역마다 마련한 으뜸절에 가서 천도재를 지내면 됩니다.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정토회가 운영되고 있으니까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한꺼번에 다 개선하기는 어렵잖아요. 개선을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무엇보다 노보살님들도 온라인 법회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요. 건물을 짓는 것만이 불사가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것도 불사라고 생각해요.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원래 있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전환하려고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갑자기 그 시기가 3년이나 앞당겨져서 온라인 전환이 조금 급하게 이루어졌어요. 컴퓨터 이용이 어려운 분들에 대한 대책을 면밀하게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느라 특히 노보살님들이 입은 피해가 컸습니다.

그리고 종교 활동을 온라인으로 하게 되면서 아쉬운 점도 많을 거예요. 연세 드신 분들은 친목활동도 오랫동안 해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두 중단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정토회에서 아직 세우지 못했어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정부의 방침도 변경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일단 부족한 상태에서나마 오늘과 같은 모임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노보살님들은 온라인에서 활동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당장 실천 활동을 할 수도 없지만, 이런 모임이라도 가져서 정토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공유도 해드리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청춘톡톡 말고 실버톡톡을 해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웃음)

노보살님 들은 스님의 자상한 설명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사홍서원으로 노보살님 들을 위한 특별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에는 외주 제작물에 대한 회계 원칙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화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관계된 실무 담당자들과 두 시간 동안 의논을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5시에는 3월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 교과 개편과 교재 제작을 위해 실무준비팀과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실천적 불교사상, 인간 붓다, 사회강의, 각 과목마다 교재 수정본과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검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1월에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기획 법회를 했다면, 2월부터는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즉문즉설 법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사람도 찍기 싫고 저 사람도 찍기 싫다며 어떤 마음으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솔직한 질문에 대해 공감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하면 좋을지 스님의 견해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대통령 후보요? 이 사람도 찍기 싫고, 저 사람도 찍기 싫어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 이런 지적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의 칼바람이 불고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 같다는 걱정도 듭니다. 스님께서는 최악이 아니라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이 사람도 싫고 저 사람도 싫어요. 투표를 해야 할까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돼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찍었는데, 당선된 차악이 마치 자기들이 잘해서 찍어준 줄 착각하는 꼴도 보기 싫다는 거겠죠.

그래서 국민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좀 다양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실 다당제가 되어야 해요. 국민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서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정치는 양당 구조로 되어 있어서 마치 OX 문제처럼 둘 중 하나만 무조건 찍어야 해요. 그래서 질문자처럼 둘 다 싫게 되면 망설임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투표율이 50% 이하가 될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선거 보이콧을 한다고 해서 정치인들이 과연 정신을 차릴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상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테고, 그 사람이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가 그렇다면 과연 선거 보이콧이 더 효과적인지,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게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저는 차악이라도 선출해서 최악을 막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투표 독려 캠페인에 늘 참여해 온 겁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면 양쪽 모두 서로 일방적 비난과 선전이 너무 심해요. 한쪽에서는 ‘진보 세력이 집권을 하면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쳐서 나라가 망한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양쪽의 주장 모두 너무 극단적인 발상이에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 수 없고, 북한에 나라를 갖다 바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과 갈라서서 살 수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중국을 외면하고 살 수 없어요. 대통령이 되어보면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또 나라를 지키는 사람은 국민들이지 몇몇의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향해 발전해 왔고, 국민들이 깨어있을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 역시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나라를 마음대로 운영할 수는 없어요. 그런 면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무런 차이가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에요. 소속 정당에 따라, 어떤 사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후보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덜 손해 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후보들을 보면서 ‘인물이 아니다’, ‘능력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지나친 속단입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두고 ‘능력이 없다’,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실제 사실이 아니에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능력에는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런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우선 후보들의 능력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을 뽑는 기준 세 가지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어요. 이번 선거는 시장이나 도지사를 뽑는 선거도 아니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도 아니고,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점입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만약 저에게 대통령을 뽑는 기준에 대해 묻는다면,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국가를 운영할 만한 역량이 되느냐’입니다. 국정 운영 능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외교 안보 정책입니다.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역량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중국의 전승절에 천안문 망루에 섰다가 미국의 비난을 받고,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사드(THAAD)를 배치했다가 다시 중국의 비난을 받고, 결국 중국과 미국 모두와 사이가 나빠져서 국가가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처럼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외교 역량을 갖추었느냐가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통령은 한반도가 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평화를 지켜내야 해요. 만약 외국에서 침입을 한다면 단호히 막아내는 역량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해요.

그러나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잣대로 삼는 사람이 있고, 능력을 잣대로 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기준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한테 묻는다면, 대통령은 국가를 경영해야 하니까 국정 운영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는 얘기예요.

물론 능력만 되면 다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심성이 나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때는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적으로 보되 그다음으로는 도덕성, 성격, 인품도 함께 봐야 합니다.

둘째, 해당 후보가 내건 정책이 어떤지를 봐야 합니다.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순서가 다 달라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힘든 사람들은 지원금을 많이 주느냐 안 주느냐를 우선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느냐를 우선하듯이, 다들 자기와 관련된 현안을 우선하겠죠. 이처럼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후보들도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그 사람들에게 맞는 맞춤 공약을 남발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크게 다섯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나,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해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지키는 정책을 구현해야 합니다. 만약 전쟁을 유발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나라에서 침공을 한다면 단호하게 막아내겠다는 안보관이 있어야 합니다. 투철한 안보관이 전쟁을 부추기는 데 작용해서도 안 되지만, 평화를 지킨다고 공격을 받았을 때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됩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해요. 첫째, 평화가 우선이고, 둘째, 외부로부터의 무력 침공은 단호히 막아내야 합니다. 또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평화가 바탕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둘, 국민을 통합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분열되어 있어요. 진보와 보수가 분열되어 있고, 자본과 노동이 분열되어 있는 등 사회 전체가 사분오열이 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국민 통합의 정치를 내걸어야 해요. 국민 통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만약 선거 결과 A후보가 50%를 얻고, B후보가 30%를 얻고, C후보가 20%를 얻었다고 한다면, A후보는 국민의 50%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뒤에는 전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서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승자 독식으로 간다면 분열의 정치를 만들게 돼요. 가령 내각을 구성할 때 자신의 득표율만큼만 국무위원을 구성할 정도로 거국내각이나 연합정부에 준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할 때는 서로 경쟁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각 당의 지지율만큼 국무위원을 배치해줄 정도로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근래에 이런 통합의 정치를 가장 잘 해낸 사례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사람이죠. 민주주의 시대에는 나와 의견이 반대되는 사람도 국민의 지지가 있다면 그만한 지분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해요. 내 주장만 밀고 나가면 국가를 계속 분열시키게 됩니다. 그러니 통합의 정치를 과연 누가 더 잘하겠는지를 봐야 해요.

셋, 빈부 격차를 줄이는 분배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한국 국민의 평균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실질적인 소비 수준은 일본을 능가했다고 하는데도, 국민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굉장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이 문제는 절대적 빈곤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한마디로 빈부 격차가 너무 큽니다. 집이 없는 무주택자와 청년들은 집을 사기가 불가능해서 절망을 느낄 정도가 되어 버렸어요. 이런 빈부 격차를 좀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성장 정책도 필요하지만 분배 정책을 잘 펼쳐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세금을 많이 내게 해서 그것을 재분배해야 해요. 그래서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최고 임금 상한제와 같은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이를 없애자는 게 아니에요. 차이를 두되, 그 차이가 수백 배가 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양극화를 개선하고 국민 전체가 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과연 누가 펼칠 수 있을지를 봐야 합니다.

넷,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지금 최대의 위기는 기후 위기예요. 대통령이 될 사람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에너지 정책을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기후 위기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국가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친환경적 산업 재편과 청정에너지 정책이 매우 필요합니다. 적어도 국가 지도자라면 ‘기후위기 대응은 생존이자 살길’이라는 점까지 내다보고 대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해요.

다섯,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처럼 과학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는 창의적인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해요. 그러려면 학교 교육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은 ‘기술이 경제다’라고 할 만큼 첨단 기술의 개발은 미래 경제 발전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정책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쟁점을 잘 살펴보세요. 저는 개인보다는 국가 전체를 우선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이런 기준을 갖고 있는데, 여러분은 또 여러분 나름대로 어느 쪽이 개개인에게 더 이익일지에 대해서도 고려하겠죠.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평가를 하면 그나마 어떤 후보가 나을지 눈에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경제를 가장 중요시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한테 이익이 되는 걸 가장 중요시할 겁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기준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어요. 다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와 같은 지역이나 성씨, 동창, 종교, 학맥, 인맥 등에 휘둘리는 것에서는 벗어나 줘야 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전체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니까요.

셋째, 후보뿐만 아니라 그 후보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즉 그 후보가 소속된 정당도 함께 봐야 한다는 얘기예요. 어떤 정당은 자기만 옳다는 주장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서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들만 옳다고 주장해서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요. 반면에 어떤 정당은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너무 밝아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잘 모릅니다.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요. 이렇게 그 후보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 어떤 사람, 어떤 정책, 어떤 정당이 운영하는 게 그래도 조금 낫겠는지 살펴서 뽑되, 그렇게 뽑힌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과 협력해서 국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어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라는 가르침과 남의 노예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아라는 가르침이 모순처럼 느껴져요.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나요?
  • 정토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면 가족과 트러블이 일어나고, 가정주부로서 당연한 도리를 지키다 보면 정토회 활동에 빠질 때가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혼란스러운 저는 정토행자가 될 자격이 없는 걸까요?
  • 정토불교대학을 주위에 권하다 보면 논쟁을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납니다. 얼마 전에는 발전이 더딘 개발도상국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이 이상적으로만 들리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를 받았어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까요?

대화를 모두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지금 정토회는 정토불교대학을 1만 명과 인연을 맺기 위해 전법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전법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하며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이 좋은 법을 우리 주위에 좋은 마음으로 전하되, 상대가 싫다고 하면 굳이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를 위해서 전할 뿐이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는 그의 문제입니다. 어떤 반응이 돌아오더라도 편안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경전을 보면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을 보자마자 막 욕을 한 사례가 나오잖아요. 부처님 같이 인격이 훌륭한 분도 비난을 받는데 하물며 우리가 욕 좀 먹는 게 무슨 대수겠어요? (웃음) 우리와 부처님의 차이는 이거예요. 우리는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위축되지만, 부처님은 빙긋이 웃으면서 그런 사람 하고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셨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공부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경주 남산에 있는 호국 호법 사찰인 천룡사에 올라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일행분들과 차담을 나누고 천룡사에 대해 안내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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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정치의 꽃은 복지이고,
외교의 꽃은 평화라고 하죠?
일반 국민들 뭐 큰거 바라지 않습니다.
평화롭고 복지 잘해주는 대통령을 바랄뿐입니다.
사드,선제타격 발언으로 중국, 북한 자극하지 맙시다.
필요하면 조용히 해야지 ...그걸 왜 자기 정치에 이용해서 불안감 조성합니까?
촛불정부를 차악이라고 폄하하시니 좀 불편합니다. 스님 ㅠ

2022-02-27 10:57:44

토촌

첫째, 능력에 기준을 두시는 건 이해됩니다. 후보들이 능력이 엇비슷하다고 봅니다.
둘째, 정책 방향은 스님 말씀은 맞는데, 다들 답안지는 100점 짜리 비슷하게 써냅니다만 새빨간 거짓말로 결말이 날듯합니다.
공약은 현재 법적으로 책임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잘 할수록 유리합니다. 결국 도덕성으로 선택해야 할 듯 합니다.

2022-02-26 00:49:53

풍경소리

지금의 민주당은 아니됩니다
5년동안 거짓으로 내로남불로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어요 2030청년들 죽지마세요 제발~
곧 좋은세상옵니다 청년들이 희망이 없으면 나라는 망합니다 제발 내로남불 정치 그만하세요,이제 더이상 국민들은 속지 않아요

2022-02-25 10: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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