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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예불을 했습니다.
오전에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1시부터 평화재단 창립 17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평화재단은 2004년에 창립된 이후 17년째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의 비전을 연구, 교육, 실천해 왔습니다. 오늘은 창립 기념으로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대한민국의 국가모델 비전과 차기 정부의 평화선도전략’을 제시하고자 심포지엄을 마련했습니다.
1시 정각이 되자 스튜디오에 설치된 표시등에 ‘ON AIR’라고 빨간 불이 들어오고, 곧바로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의 국가모델’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탈냉전기 세계질서는 다극화와 무극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팬데믹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새로운 위험, 자본주의 성장과 분배의 위기, 그리고 디지털이 지배하는 새로운 연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선진국 위상을 정립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평화 달성을 기반으로 대전환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연성 강국의 세계 국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며, ‘선도적 포용 국가’의 완성을 통해 개인의 삶과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다음은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님이 ‘차기 정부의 평화선도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청일전쟁 이후 지난 120년 동안 한반도에서의 ‘삶’은 줄곧 전쟁과의 대결이었습니다. 정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한국전쟁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왜곡되고, 분열한 근대국가 프로젝트가 분단이라는 지리적 환경을 매개로 해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결과였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일이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이며, 다른 한편으로 ‘한일 화해 프로세스’입니다. 한국이 ‘중도 외교’의 상상력으로 한일 화해 프로세스를 개시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여, 광장 국가로 거듭나 인류를 성숙 인류세로 선도해 나가는 것, 이를 차기 정부의 평화선도 전략으로 제안합니다...”
토론자로 나온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님과 황재호 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님이 각각의 주제 발표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두 시간 동안의 토론과 발표가 끝난 후 심포지엄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스님이 맺음말을 했습니다.
“두 분 발표와 네 분의 토론을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우리보다 앞서간 선진국을 따라서 모든 것을 모방해 왔습니다. 발표자 분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제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막상 서 보니까 그동안 우리가 따라갔던 선진국도 현재 당면한 문제에 부딪혀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선진국에게 물어서 그들의 경험을 통해서 해법을 찾고 처방을 내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자와 패널 여러분 모두 지금 한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던져주신 것 같습니다.
인간은 과거를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살아가는데 장점이 되기도 하고,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에 자기가 경험했던 것을 잘 기억해서 교훈으로 삼게 되면, 그 교훈이 현재와 미래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다른 동물이 갖고 있지 못한 인간의 큰 장점입니다. 반면에 역작용도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상처로 간직해서 현재와 미래에 큰 장애로 작용하는 겁니다. 이럴 때는 너무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저는 즉문즉설에서 개인들의 괴로움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과거에 사로잡히는 것이 괴로움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역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본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민족적 상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이 분단되고 전쟁을 치른 이후 오래 동안 냉전 체제로 서로 경쟁해 왔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위협감이 우리들에게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합니다. 옛날에는 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면 동지가 될 수도 있고, 친구였는데 상황이 바뀌면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세상사이듯이, 남한과 북한의 관계도 변했습니다.
북한의 공격을 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늘 북한을 위협 세력으로 보고 두려워하는데, 저는 이것이 남한 안에서 특히 보수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객관적으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보면, 경제력이든 군사력이든 국제 관계에서든 모든 면에서 남한은 북한을 더 이상 위협 세력으로 볼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그런데도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직도 그 틀에서 못 벗어나다 보니까, 우리의 많은 국력을 북한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 상처를 치유해내면, 북한을 위협 세력으로 보고 두려워하기보다 위험을 잘 관리해내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위험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굉장한 손실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것은 맞지만, 세력으로 보면 북한은 남한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세력이 약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는 협력을 하면서 위험을 관리해낸다는 관점에 서야 됩니다. 북한은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아니에요. 일본이나 중국 등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적 관점에서 볼 때는 대한민국의 세력이 너무 작습니다. 우리가 중견 국가라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서는 매우 작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점을 잡는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이지 실제로 균형추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균형추 역할을 하려면 일본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일본은 과거에 우리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우리가 미래에 미중 경쟁에 휘말려 들지 않고 어느 정도 자기를 지켜가면서 균형을 잡으려면,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해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그 세력이 미국과 중국의 3분의 1일 정도는 되니까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를 본다면 일본은 우리가 협력해야 할 첫 번째 국가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 세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과거 상처에 너무 연연해서 환상의 적을 만들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협력해 나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과거를 잊으라는 게 아니에요. 가상의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겁니다.
남한 내에 두 세력이라고 하면, 크게 진보와 보수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하나는 북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하나만 해결하고 하나는 버릴 것이 아니라, 둘 다 해결해야 하고 둘 다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을 가져오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 선다면 오늘 두 분의 발표를 이해하는 것이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경쟁상대로 보지 말고 더 큰 시야로 보고,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균형을 잡으려면 일본과 협력해야 된다는 이런 관점 자체도 과거 프레임의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은 이런 것마저도 과거의 관점에서 보지 말아야 됩니다. 즉 경쟁적 관점에서 보지 말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상생의 관점에서 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라고 하는 거대한 문제는 전 지구의 문제이고 전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가 오면 경쟁에서 이기거나 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되고 인류 전체가 공멸하게 됩니다. 서로 협력해서 같이 살아남는 길을 찾아나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또 가상현실이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초연결 사회가 되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긴다’ 이런 관점보다는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 스스로부터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갇혀 사는 것에서 벗어나야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세계 문명의 중심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강대국이 되어서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새로운 가치관과 모델을 제시하는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해낸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크기로 보나, 과거 역사적 경험으로 보나, 대한민국도 하는데 뭐 때문에 우리가 못 하겠냐’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희망을 갖게 될 겁니다. 중국이나 미국이 이런 역할을 한다면 ‘저건 원래 큰 나라니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데,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해낸다면 우리의 발전이 곧 세계의 발전이 되고, 우리의 희망이 곧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에서 해주신 네 분의 말씀을 더욱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제 대한민국이 문화면에서만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 모델, 민주주의 모델, 협력 모델, 평화 모델, 이런 것들도 앞서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큰 박수로 스님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오후 4시에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과 발표자, 토론자 모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장소를 이동해 잠시 차담을 나누며 심포지엄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오늘 심포지엄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서로의 생각을 깊이 나누었습니다.
발표자와 토론자 분들을 배웅한 후 오후 5시에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에 해가 저물었습니다.
잠깐 휴게소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밤 9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해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부터 3일 동안 두북 수련원에서는 김장을 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밭에 가서 배추와 무를 뽑고, 오후에는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고 뒤집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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