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9 경주 유적지 안내
“남편이 저보고 수행을 거꾸로 한다고 해요. 어쩌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나오니 찬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멀리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손님과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불국사, 무열왕릉, 황룡사지 등 경주에 있는 유적지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30일 수행법회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이 저보고 수행을 거꾸로 한다고 해요, 어쩌죠?

“남편이 요즘 들어 가끔가다가 저보고 수행을 왜 하느냐고 자꾸 묻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시댁 식구들도 이해하고, 내 마음 편해지려고 수행을 한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본인도 사무실에서 스님의 법문을 자주 듣곤 하는데 제가 수행을 거꾸로 한답니다. 스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를 못한 것 같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가만히 있었는데 두 번이나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이럴 때 제가 남편한테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이 구체적으로 뭘 지적해요?”

“스님께서는 음식을 못 먹는 가난한 나라의 어린아이들이 많다고 하시는데 저보고 왜 자꾸 음식을 많이 차리느냐고 해요. 그런데 남편은 꼭 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 사람이라서 두세 번 먹을 정도로 끓여 놓는데 그게 좀 불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끼 먹을 것만 끓이라고 얘기를 하는 중에 수행을 거꾸로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남겨서 버린다면 남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해서 버리는 것이 아니고 한 번 끓이고 두 번 끓이고 세 번 끓이고 하려니까 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서 한 번 끓여 두 번 나누어 먹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남편에게 이렇게 한번 얘기를 해보세요.

‘여보, 내가 음식을 마련해서 안 먹고 버리는 것이 있으면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나는 많이 만들어서 버리는 것이 아니고 아침에 끓이고 저녁에 끓이고 하니까 너무 힘이 들어서 아침에 끓여 두 번 나눠 먹으려고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보면 남편이 왜 그렇게 지적하는지 이유를 이야기할 거예요. 이때 남편이 그렇게 지적하는 이유는 둘 중에 하나일 겁니다. 첫째, 정말로 질문자가 그렇게 국을 많이 끓여서 남은 것을 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지적을 하는 겁니다.

둘째, 남편은 매번 새 음식을 먹고 싶은데, 자꾸 끓여 놓았던 국을 데워서 주니까 그게 싫은 겁니다. 몇 번 얘기해도 말을 안 들으니까 이제는 지적하는 이유를 다른 걸로 바꾸는 거예요. ‘나는 식은 밥 먹기 싫어, 국도 데운 것은 먹기 싫어’ 이렇게 말하면 ‘그럼 네가 해 먹어라’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음식을 조금 해서 먹고 또 새로 하면 어떠냐. 그런데 왜 너는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남기느냐’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듣기에는 이 확률이 높습니다.”

“친정 엄마가 5분 거리에 사셔서 반찬을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엄마는 저희가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한 솥 씩 끓여주시거든요. 그럴 때 제가 엄마가 해준 음식을 그냥 버려야 되나 매번 고민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을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거든요. 또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회사에 출근합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본인이 살림을 다 하고 있어요.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냉장고며 집안 살림을 다 바꿔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거기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음식의 양 때문에 지적하는 것은 이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데 저보고 수행을 거꾸로 하고 있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를 하기가 힘듭니다.”

“음식으로 예를 들어 볼게요. 남편은 음식을 냉장고 안에 많이 집어넣어 놓는 것을 싫어하는데, 질문자는 자꾸 묵은 음식을 넣어 놓으니까 ‘스님은 그렇게 말하지 않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죠. 그리고 친정어머니가 계속 음식을 많이 가져오면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죠.

‘엄마, 음식이 너무 많아서 냉동실에 쌓여 있는 것을 남편이 싫어해요. 그러니 엄마가 음식을 주는 것은 고마운데 양을 절반만 주세요. 어머니가 주시는 것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리려니까 아깝고, 먹으려니까 양이 너무 많고 해서 걱정이에요.’

그래서 엄마가 음식의 양을 줄여서 가져오도록 조정을 해야 합니다.”

“엄마에게 누누이 말씀을 드리지만 엄마는 또 엄마 고집대로 해주시거든요.”

“그렇다면 엄마한테 여러 번 이야기해야죠. 그래도 개선이 안 되어서 엄마가 자기 고집으로 그렇게 해주면 질문자가 남편한테 욕을 얻어먹어야죠. 엄마한테 신경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고맙지만 결국 버리게 된다고 자꾸 얘기해야 돼요. 사실은 안 버린다 하더라도 그렇게 자꾸 말해야 합니다. ‘엄마, 음식은 절반만 주세요. 계속 버리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해서 그 양을 줄여야죠.

그리고 남편이 그런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합니다. 남편이 식은 밥 준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인지, 냉장고에 음식을 너무 많이 쟁여 놓는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인지,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 살피는 힘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네, 저는 남편이 수행을 거꾸로 한다는 말에 자꾸 걸려 넘어집니다.”

“수행을 거꾸로 한다는 표현의 뜻은 남편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남편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는 거예요.

‘스님의 법문을 들어보면 항상 상대편의 마음을 이해하라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너는 상대편 마음을 별로 살피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고, 네 마음대로 사는 것 같다.’

그것이 식사든 뭐든 관계없이요. 그래서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라고 했던 겁니다. 방금 전 이야기는 음식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또 어떤 것을 갖고 거꾸로 한다고 지적해요?”

“남편이 수행을 왜 하느냐고 물어봐서 내 마음 편하기 위해 수행한다고 대답했어요. 제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시댁 식구들과 관계가 조금 안 좋았는데, 수행을 통해 답답한 마음이 많이 풀렸거든요. 시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 말에도 남편이 수행을 거꾸로 한다고 했어요. ‘어떻게 너만 편하려고 수행을 하느냐. 주변에도 좀 보살심을 내야지’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남편이 그렇게 말하면 질문자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여보, 아직은 내가 수행이 부족해요. 우선 내가 괴롭지 않은 것이 1단계이고, 그다음에 남을 돕는 것이 2단계인데, 나는 지금 수준이 안 되어서 나라도 안 괴롭고자 하는 1단계까지 겨우 나아가고 있어요.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받다가 이제 시부모님도 이해하면서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단계까지 현재 와 있는데, 당신이 지금 나한테 요구하는 것은 뱁새한테 황새걸음 하라는 소리예요. 우선 내 괴로움부터 극복하고, 그다음에 주변에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한번 나아가 볼게요.’

이렇게 자기가 부족한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도 뭔가 수행을 한다고 멋이 들어갔었나 봐요. 그리고 예전과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좀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과 많이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하면, 수행이 의무이자 사명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계속 긴장하고 신경 쓰게 돼요. 그러니 그런 의무감은 탁 놓아 버려야 해요. 그냥 ‘제가 요즘 좀 괴로워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내 편하려고 수행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상대는 기분이 나쁜 겁니다. 남편은 ‘너만 편하려고 수행하는 게 무슨 수행이냐’ 이런 생각이 드니까 질문자를 이기주의자라고 느끼게 되는 거예요. 불교는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가르침이잖아요. 그러니 이렇게만 말하면 돼요.

‘여보, 내가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죽을 것 같아. 그래서 수행이라도 해야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주위 사람을 좀 돌보라는 소리는 안 합니다. 내 마음 편하려고 수행한다고 하니까 ‘너만 편하면 되니? 다른 사람은 힘든데!’ 이렇게 말꼬리가 잡힌 겁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서울로 이동하여 저녁에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수행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0/200

세숫대야

고맙습니다()()()

2021-11-15 06:00:32

수행의 이유

법문 감사합니다.

2021-11-14 09:32:28

장희정

그러네요 말꼬리 잡히고 사는 저를 바라봅니다
가볍고 쉬운 가르침인데 실천은 늘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봅니다~~^^♡

2021-11-14 05: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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