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6.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수행 법회
“재가 수행자는 부부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고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9시부터는 기획위원회 콘텐츠 분과 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개원 기념 백일 법문을 언제 하는 게 좋을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 대학의 커리큘럼을 어떻게 개편할지, 담당 부서는 어디로 할지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10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정토회 정식 출범 이후 새로 선출된 전국 지부장들을 대상으로 소임자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전환 이후 지금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현재 운영 상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지부장들은 스님에게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1년 3개월 동안 지부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차 만일결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잘 의논해서 정토회를 이끌어 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한 명씩 소감을 들어본 후 12시 30분에 지부장 소임자 교육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대한민국의 미래 30년 비전’을 주제로 마련한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남북 통합이 가는 시너지 효과와 메타버스를 비롯한 과학기술의 접목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경희대 미래문명원에 재직 중인 안병진 교수님이 팬데믹과 기후 위기, 미중 신냉전을 바라보면서 향후 30년 미국 정치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인류는 지금 기후 위기, 팬데믹, 신냉전으로 인한 장기 비상 시대에 본격적으로 도래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는 단순히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엄청난 재난 속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위기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이제는 국가 전략의 모든 분야에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을 넣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 교수님은 국가 패러다임의 전환, 생태 외교 전략 구축, 초당적 기후평화위원회 구성, 청년 중심으로 기후생명 복원단 구성, 기후시민의회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스님과 평화재단 연구위원들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여러 가지 질문을 안 교수님에게 던졌습니다. 열띤 토론 끝에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과거에 당나라, 송나라와 같은 제국들이 망할 때 항상 일어났던 현상은, 첫째,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과 다수 빈곤층의 확대였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농민 반란으로 이어져서 제국이 무너지게 되었죠. 둘째, 권력의 독점이었습니다. 소위 명문세족이 세습되면서 관료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명문세족들의 권력 다툼에 전부 묻혀버리는 거예요. 이 두 가지가 늘 제국이 망하는 기본이 되었습니다.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는 권력의 세습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부의 세습은 오히려 옛날보다 더 정당화되고 있는 게 자본주의예요. 두 가지 문제 중 하나가 그래도 해결됐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가 그전 사회보다 더 오래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갈수록 빈부 격차가 극심해져서 노동에 의해 부가 생산되기보다는 자본에 의해 부가 생산되는 구조가 더 강화된다면 빈부 격차가 극심해져 사회가 굉장히 혼란스러워지게 될 것 같아요. 부의 독점이 사회의 안정성을 해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는 권력의 세습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권력의 세습에 의해서 부의 세습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거꾸로 부의 세습에 의한 권력의 세습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요. 이것이 사회의 역동성을 해치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회 발전이 둔화되고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을 때 대응이 어려워질 겁니다. 과거의 예를 보아도 늘 외세의 침입 등 주변 상황이 변할 때 방금 말씀드렸던 두 가지 문제로 제대로 대응을 못했습니다. 적절한 대응을 못해서 결국은 침략에 의해서 망하든지 내부 반란에 의해서 망하게 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기후 위기든, 코로나 팬데믹이든,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이런 사회 현상에 의해서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망한다면 코로나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합리적으로 못 해서 망하게 되는 겁니다. 기후 위기 때문에 망하는 게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한 합리적 대응을 못 해서 망하게 되는 거예요.

또 사회가 이해관계로 경직되어 있으면 다수 대중은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에 문제를 방기 하게 됩니다. ‘이러나저러나 될 대로 돼라. 너희가 알아서 해라’ 이런 무책임한 마음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본인들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 구조이니까요.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이 전반적으로 변화에 대한 대응이 좀 어려운 사회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이나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나마 대처를 잘 한 이유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경직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변화의 유동성이 떨어지는 사회로 점점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이 부분이 앞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권력의 세습은 반대하지만 부의 세습은 용인하는 사회

오늘날과 같은 민주 사회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력의 세습은 ‘말도 안 된다’ 이렇게 하면서 왜 부의 세습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자본주의 사회가 지나가고 후대 사람들이 지금을 평가한다면, 마치 과거의 봉건 사회에서 권력을 세습한 게 지금은 말도 안 된다고 보듯이 ‘부의 세습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이렇게 평가하게 될 겁니다. 자본주의는 권력의 세습을 민주화라는 과정으로 조금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건강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 자본주의가 건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물론 자본주의가 그 전의 봉건 사회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역시 부의 세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또다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부를 어떻게 분배할 거냐 하는 관점은 정반대이지만,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소비주의 관점에서는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 사회주의 역시 기후 위기를 막는 데는 아무런 대안이 될 수가 없습니다.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최대의 적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소비주의입니다. ‘자본주의가 다른 봉건제나 사회주의에 비해 소비주의를 더 강화시키는 제도이다’ 이렇게는 볼 수 있지만, 사회주의라고 해서 물질적 소비를 늘리는 게 발전이라는 생각에 대해 달리 접근하느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니거든요. 분배의 문제에 있어서 자본주의와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소비주의를 강화시켰는지 살펴봐야 해요. 자본주의가 소비주의를 강화시킨 것도 한 요소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기술 혁명이 소비주의를 확대하는 데 뒷받침을 해줬고, 이것이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아무리 생산을 해도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자연의 복원력이 더 컸습니다. 자원을 써도 새로 재생되는 게 더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원이 무한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현재의 기술 혁명은 자연이 재생시키는 힘보다 인간이 파괴하는 힘이 더 크기 때문에 축적된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것을 급격히 소모시키고 있습니다.

소비주의를 극복하려면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가 나와야 합니다. 물질 추구 이외의 대안적인 가치가 나와서 지금까지 간과된 부분을 보충해 줘야 해요. 기본 생활은 물질로 하지만, 인간이 물질을 추구하는 것 외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을 마련할 수 있다면 ‘문명적 전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기후 위기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지구 전 역사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기후 변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구는 지금 이렇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첫째, 대응을 잘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입니다. 둘째, 우리의 대응은 꼭 통상적 의미의 ‘해결’만이 대응은 아닙니다. 병도 치료가 되는 병이 있고, 안 되는 병이 있습니다. 치료가 되면 치료를 하는 것이 해결책이지만,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는 현상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에요. ‘어떻게 하면 해결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논리이고 욕심입니다. 다만 우리가 노력을 하면 해결되든지, 현상 유지하든지, 악화되더라도 속도가 늦춰지든지, 뭐가 돼도 하나는 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기후 위기가 ‘해결될 거냐, 안 될 거냐’ 하고는 관계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저는 기후 위기가 해결되기 좀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결국은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인류 문명이 새롭게 변화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아예 완전히 망해서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여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법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급해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조금 더 길게 보면 좋겠습니다. 대신 행동은 적극적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런 시대에 아직도 진보와 보수를 논하고 있다면 너무 과거에 매여 있는 거예요. 미래를 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 서서 함께 방법을 찾아 나가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화두를 던져 준 안 교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스님은 참석한 분들에게 밤을 한 봉지씩 선물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줍고 포장한 밤입니다.

“제가 직접 줍고 포장한 거예요.”

“감사합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정토회는 이제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5개월간 임시 체제로 운영하다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이번 주부터 정식 체제로 출범했습니다. 지난주에 임원단 소개를 드렸던 것에 이어 오늘은 법사단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부별, 지회별 전국 법사단 배정 결과에 대해 발표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수행자의 부부 생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재가 수행자는 부부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재가 수행자가 부부 성생활을 어떻게 바로 알고 행해야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재가자의 부부 성생활이 계를 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에서는 감각적 쾌락과 욕망을 멀리하라고 가르칩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과 경전 대학을 졸업하고 천일결사 기도에 참여해 매일 명상을 하고 초기 경전들을 읽는 가운데 성적 욕구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이나 관계 악화 등의 문제가 아직까지는 없지만, 앞으로 이것이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수행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를 출가 수행자와 재가 수행자라는 두 종류로 나누어서 수행을 지도했습니다. 거기에 다시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을 나누어서, 네 종류의 수행자를 말씀하셨습니다. 출가 남자 수행자인 비구(比丘), 출가 여자 수행자인 비구니(比丘尼), 재가 남자 수행자인 우바새(優婆塞), 재가 여자 수행자인 우바이(優婆夷), 이렇게 네 종류의 수행자가 있습니다. 이를 일러 사부대중(四部大衆)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출가 수행자 중에서 성년 여부에 따라 두 부류를 더 나누기도 합니다. 미성년자인 남자 수행자는 사미(沙彌), 미성년자인 여자 수행자는 사미니(沙彌尼)라고 했습니다. 또 여자 수행자 중에는 성년이라 하더라도 출가해서 바로 비구니가 못 되고 2년간 기다렸다가 비구니가 됩니다. 기다리는 기간 중에 있는 여자 수행자를 식차마나(式叉摩那)라고 해요. 여자인 경우에 이렇게 기다리는 기간을 둔 이유는 임신 가능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출가한 사람이 어제 남자와 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출가한 이후로는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거로 인해서 아기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비구니가 된 이후에 아기를 낳는 것은 맞지가 않기 때문에, 예비 승려로 있으면서 그 기간 중에 혹시라도 아기를 낳게 되면 속세로 돌아가든지 아기를 입양시키고 본인은 수행자의 길을 가든지 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유예기간을 2년간 둔 제도가 있고,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여자 수행자를 식차마나라고 합니다.

이처럼 출가 수행자는 비구와 비구니에 더해 미성년 여자 수행자인 사미니, 미성년 남자 수행자인 사미, 비구니가 되기 전에 기다리는 과정에 있는 식차마나, 이렇게 해서 다섯 부류가 있습니다. 이를 출가오중(出家五衆)이라 부르기도 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미성년자의 경우 정확하게 수행자의 그룹에 넣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가 남자 수행자인 우바새, 재가 여자 수행자인 우바이, 출가 남자 수행자인 비구, 출가 여자 수행자인 비구니, 이렇게 사부대중으로 승단을 구성합니다. 주로 소승불교에서는 출가오중으로 승단을 구성하고, 대승불교에서는 사부대중으로 승단을 구성합니다.

출가 수행자와 재가 수행자는 각기 계율을 지키는 내용이 달라요. 재가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에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아무리 화가 나고 욕심이 나더라도 남을 해치지는 마라. 다시 말해 죽이거나 때리지는 말라는 것이 1번이에요. 둘째, 아무리 욕심이 나고 성질이 나도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지는 마라. 손해 끼치지 말라는 뜻이죠. 셋째, 아무리 내가 좋아도 상대가 싫다고 할 때 강제로 타인을 성적으로 접촉하지 마라. 즉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 말은 남을 괴롭히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 행위가 비록 나는 좋을지 몰라도 상대에게 괴롭힘을 주기 때문이에요. 넷째, 아무리 내가 말할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를 말로 괴롭히는 폭언이나 거짓말, 사기는 치지 마라. 거짓말과 폭언, 욕설은 하지 말라는 거죠. 다섯째, 뭘 먹든 본인의 자유지만 술을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지 마라. 즉 술 먹고 취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 다섯 가지가 기본 계율인 오계(五戒)입니다. 이 다섯 가지 기본 정신의 핵심은 ‘남을 괴롭히지 마라’ 하는 겁니다.

두 남녀가 결혼을 했다는 것은 서로 부부관계도 갖고 아기도 낳아 키우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가져도 내가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부부라 하더라도 상대가 싫다는데 강제로 부부관계를 맺으려고 하면, 나는 즐겁지만 상대를 괴롭히기 때문에 세 번째 계율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행을 하기 위해서 부부관계를 안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럴 때 부인이나 남편이 동의를 했다면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배우자가 부부관계를 원하는데 내가 안 하려 한다는 거잖아요. 내가 만약 수행자라면 그럴 때는 상대를 위해 이혼을 해주는 게 옳습니다.

내가 부부관계를 하려는데 상대가 안 하려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내가 내 욕망을 자제해야 합니다. ‘상대가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혼을 하겠다’ 이건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욕망을 쫓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수행자는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자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부관계에서 상대가 가진 정당한 권리를 내가 보장해주지 못할 때는 내가 물러나 줘야 합니다. 이처럼 어느 쪽이 원하거나 원치 않느냐에 따라 적용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부부지간뿐만 아니라 서로 동의를 해서 관계를 가진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와는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남의 부인이나 남의 남편과도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서로 동의했다 하더라도 관계를 갖는 것과 관련해서 재가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계율이 있습니다. 미성년자, 남편이 있는 아내, 아내가 있는 남편, 세 가지 경우에는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미성년자와 서로 좋아서 관계를 갖게 될 경우 그 부모가 알게 되면 엄청난 괴로움이고, 서로 성년이고 합의해서 관계를 가지더라도 그 남편이나 아내가 들으면 큰 괴로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즐겁기 위해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욕망은 스스로 절제하는 거예요. 먹는 것을 절제해서 아주 검소하게 먹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출가자는 하루 한 끼의 음식을 먹도록 되어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재가자의 경우 하루 한 끼의 음식을 먹으라고 규정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세속 생활을 그냥 유지해도 됩니다. 그러나 맛에 탐닉해서 과식하는 것은 계율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잠도 마찬가지예요. 잠에 취해 있으면 수행자의 계율에 어긋나지만, 잠을 자도 되는 주어진 시간에 자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율에는 ‘때 아닌 때에 자지 말라’ 이렇게 되어 있어요. 낮에 막 졸거나 자는 것은 안 된다는 거죠. 그러나 자는 시간에 자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자신의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수행자로서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질문자 같은 재가 수행자의 경우에 그것을 부인도 함께 좋아하고 기뻐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질문자가 그것을 행하지 않았을 때 부인이 굉장히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부인의 권리를 빼앗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에 질문자가 수행자라면, 부인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내가 물러나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질문자가 아내와 부부관계를 갖고 싶지 않다면, 먼저 아내와 충분한 대화를 해서 아내도 동의하는 범위 안에서 그것이 이루어져야 바람직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한 명의 질문을 더 받았습니다.

  • 저는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부분을 나도 똑같이 따라야 한다는 것에 반발심을 갖고 있습니다. 내 생각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게 강한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재가 수행자의 부부 성생활에 대해 질문한 남자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 간의 진심을 터놓고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중이 정근과 희사를 하는 동안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9시부터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대표, 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 지원국장, 만일 준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에 행복학교 참가자를 어떻게 하면 더욱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고, 도착 후 아침 울력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 대전 사상팀 법사님들과 회의하고, 저녁에는 결사 행자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0

0/200

무애안

환경문제를 다룬 법문 잘 들었습니다.
나름 사정이 있었겠지만 밤 선물에 비닐 포장이 의아했습니다. 정토회에서 비닐 포장을 해서 선물하는 사진이 좀 아쉽습니다.

2021-10-10 15:35:24

임태종

스님. 감사합니다..
건강조심하세요_()()()_

2021-10-10 14:55:41

맑음

욕심을 내려놓고 수행이 깊이있게 들어가다보면 직면하는 문제이므로 잘 짚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2021-10-10 08:17:12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