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26. 공동체 상근활동가들과 대화, 봉화 수련원 들깨밭 울력
“미래 30년, 출가 공동체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봉화 정토수련원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12시가 넘어서 봉화에 도착했습니다. 서울, 문경, 두북에 살고 있는 공동체 상근활동가들도 어젯밤에 모두 봉화 수련원에 도착해 하룻밤을 잤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다 함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아침 식사를 하고, 6시부터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이 갑자기 변경되어 먼저 스님이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이랬다 저랬다 해서 프로그램 변경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대중에게 공지된 사항은 변경하지 말고 행한다’ 하는 계율이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공동체 성원인 여러분들은 다 내려놓고 출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사람들이니까 큰 문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웃음)

비 오면 고추 모종을 심고, 날씨가 맑으면 약을 치고, 인연 따라 살아가는 삶이니까 어느 쪽이든 효율적인 쪽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는 오전에 울력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땅이 질기 때문에 오전에는 대화를 하고, 땅이 좀 마르면 오후에 울력을 하겠습니다.”

“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상근활동가들은 이틀 동안 으뜸절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아도모례원, 봉림사지, 천룡사, 죽림정사, 미륵사를 탐방하고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질문과 제안, 스님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으뜸절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스님의 설명을 충분히 들은 후 2차 만일결사의 방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미래 30년, 출가 공동체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정토회가 2차 만일결사에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전법을 중점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럴 때 공동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1차 만일결사가 끝나면 공동체 대중은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와서 농사를 짓는다는 제안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니까 사회활동 기구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아직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없습니다. 공동체 대중이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간다는 결정을 한 적도 없고, 정토회가 사회활동을 안 하겠다고 결정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체가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서 근무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을 뿐이에요.

아직도 공동체 대중의 상당수가 사회운동 때문에 서울에 많이 남아 있는데, 이제는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와서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에 내려가서 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서울보다는 오히려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에 사무실을 더 만들어서, 오전에 두 시간은 운동 삼아 울력을 하고, 낮에는 사회 활동 등 자기가 맡은 일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방송이나 전법 활동을 하면서 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거예요. 공동체가 이런 방식으로 산다면 굳이 서울에 있는 비싼 건물 안에서 살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거죠.

정토회가 사회활동을 안 하겠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비대면 시대에 실무자 몇 명이 NGO 방식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기존 방식이 과연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는지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대중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주민자치 운동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거죠.

현재 여러 실무자들이 낸 의견은 정토회 이름으로 사회 활동을 통합적으로 하면 되지 전문적인 기구를 여러 개 가질 필요는 없다는 문제 제기부터, 대중이 사회운동을 하더라도 그래도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구호활동의 경우 대중이 해외로 파견을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체 대중이 중심이 된 전문적인 기구가 여전히 필요할 수 있겠죠. 난민을 돕거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정치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활동은 정토회 이름으로 하기보다는 그래도 전문기구 이름으로 하는 것이 나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활동 기구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대중이 참여하는 풀뿌리 주민자치 운동은 그것대로 진행하는 양자를 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여기에는 또 다른 반론이 있습니다. 양자를 겸하면 좋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을 포괄적으로 진행할 것인지, 인력이 부족하니까 선택해서 몇 가지에만 집중할 것인지, 이런 토론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모자이크 붓다가 여는 2차 만일결사

어느 정도 초안이 정리되면 여러분께 공유를 할게요. 그 초안에 여러분들이 의견을 덧붙여 주시면 이런저런 안이 다시 올라올 것이고, 그걸 수용하는 공청회를 또 열면 새로운 방안이 다시 만들어질 겁니다. 그 방안이 또 대중에게 넘어가서 대중들이 의견을 덧붙여서 더욱 새로운 방안을 만드는 절차가 앞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계획은 이렇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방향에 대한 초안이 나오면 인터넷에 올려서 모든 정토행자들이 한두 달 정도 자기 의견을 덧붙일 수 있게 하고, 공청회와 투표를 통해 다시 정리를 해서 초안을 업데이트합니다. 여기에 대중이 다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거예요. 이렇게 만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2차 만일결사의 방향을 잡아 볼 계획입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방식이에요. 기술적으로는 메타버스(Metaverse, 가상현실 세계)라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던데, 메타버스에 들어가서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고,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서 1안, 2안, 3안을 만들고, 일정한 시간 동안 의견이 다 모아지면, 공청회를 해서 정리하고,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내고, 이런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방향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1차 만일결사에서 가장 중요한 2대 목표는 부처님의 정법을 대중화하는 것과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환경을 지키는 것, 국제구호 활동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는 것,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는 것, 수행 정진하는 것, 이렇게 4가지 목표입니다. 이 중에 환경과 수행은 계속 2차 만일결사에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구호활동과 평화는 좀 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빈곤퇴치에서 개발 구호로, 그리고 세계 전법

30년 전 구호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생존을 위협하는 극빈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호활동을 앞으로도 지금의 비중처럼 중요한 목표로 가져갈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해요. 30년 전만 해도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은 노동자의 수입이 하루에 1달러가 안 됐는데, 지금은 4달러 정도 됩니다. 물론 물가 인상이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예전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구호활동을 시작할 때 목표로 잡았던 기아, 질병, 문맹 퇴치는 이제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긴급구호를 빼면 구호활동은 그 비중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래서 ‘빈곤퇴치에서 개발 구호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개발 구호를 굳이 수행자가 할 필요가 있는지, 개발 구호를 하는 것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전법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문제 제기가 있는 상황이에요.

만약 빈곤퇴치에서 개발 구호로 전환을 하게 된다면 운영방식이 달라져야 됩니다. 단순히 학교 못 가는 아이들을 학교에 가게 해주는 것에서 약간의 전문가를 키우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됩니다. 아이들을 그 사회에서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운다든지, 여성 지도자 교육을 한다든지요. 그리고 식량을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농업기술개발 방식으로 바뀌어야 됩니다. 개발 구호로 방향을 전환하면 그에 맞게 목표도 바뀌어야 해요. 개발 구호는 세상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세상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수행 공동체가 굳이 그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이런 문제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 전법이 중심이 되는 2차 만일결사 시기에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중요한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보편적 평화인 세계평화가 더 중요한 목표이지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하위 변수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한국 사람에게는 통일이 중요하지만, 외국인이 볼 때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과 환경은 계속 갖고 있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고, 빈곤퇴치와 평화는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럼 이것 말고 다른 것이 뭐가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가 빈부격차 해소입니다. 그러나 빈부격차 해소는 간단한 문제 같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다룰 것인지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세 가지의 길

그래서 큰 틀이 정해지면 그걸 향해서 공동체는 어떤 일을 하고, 대중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다시 논의를 해봐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향은 차차 논의를 해나가야 하겠지만, 크게 세 가지의 길이 있습니다.

첫째, 불교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세계인들에게 전파하는 길입니다.
둘째, 수행을 전파하되 불교라는 이름을 버리고 누구든지 접근하기 쉽게 ‘행복’을 보편화하는 길입니다.
셋째, 사회 변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사회 실천 운동을 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길이 있는데, 여기서 공동체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더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미래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안전한 먹거리’와 ‘재활용’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환경오염이 심해지니까 공기, 물, 안전한 먹거리 문제가 어떤 다른 문제보다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람들이 어떤 핸드폰을 가졌느냐, 어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느냐, 이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앞으로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가 올 겁니다. 그리고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재활용 문제가 점점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지금 두북 수련원에서는 두 가지를 실험 중입니다. 첫째, 물질을 생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생산한 것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활용 유통 사업을 실험하고 있어요. 둘째,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유기농 농사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면서 공동체가 미래에 어떤 사회적 기여를 해나가는 것이 좋겠는지 계속 논의를 해나가야 해요. 일단 어떤 활동에 집중할지 먼저 정해야 하고, 그것이 정해지면 공동체 대중의 거주지를 어디로 할 것인가는 다음 단계에서 논의가 되어야 합니다.

공동체 대중의 활동 공간

요즘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이 되니까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는 것처럼, 공동체 대중도 꼭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미국도 지금 집값이 예전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도시에 있는 집이 비쌌는데 지금은 대도시의 집값은 내려가고 변두리에 있는 집값이 올랐어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전부 도시의 외곽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그것처럼 사회활동을 하는 것도 온라인으로 한다면 굳이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죠.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이 다 되니까 폐교에 스튜디오 하나만 꾸며놓고도 전 세계 사람들과 얘기하는 시대잖아요. 건물을 짓더라도 땅값이 비싼 서울에 지을 것 없이 시골에 건물을 짓고 인터넷으로 전부 소통하면 되잖아요.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 이외에 서울에도 공동체를 둔 것은 오프라인 시대의 얘기이지 온라인 시대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시대에 공간 활용법

물론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는 합니다. 가령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을 할 때 집에서 가족과 사는 사람은 친구 집이나 펜션 등 장소를 빌려서 명상에 참가하는데, 도시에서 명상을 하니까 소음이 많은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장소를 빌려서 가족이 없는 곳으로 나왔으니까 방해하는 사람은 없는데, 소음 문제는 어디에 가도 해결이 안 되고 너무 시끄럽다고 해요. 반면에 문경 수련원이나 연수원은 주변이 조용하니까 명상하기에 참 좋거든요. 그런데 도시에서는 주변 사람들한테 조용히 하라고 얘기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문경 수련원과 연수원은 오히려 온라인 명상 시대에는 더욱 필요할 건물이 될 것 같아요. 펜션을 빌릴 것이 아니라 문경 연수원에서 온라인으로 수련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거든요.

그래서 건물도 온라인 시대에 맞게 활용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문경 연수원은 명상수련 공간뿐만 아니라 정토행자들을 위한 휴양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요. 대구 법당, 대전 법당 등 몇 개의 법당은 온라인 시대에 법당으로서의 용도는 없어졌지만,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활동, 학대받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활동, 재활용 물품을 보관하는 중간 거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온라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 개척을 못 하니까 마치 필요 없는 공간처럼 남겨져 있는데, 앞으로 사업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 될 수도 있어요. 잠시 활용도가 떨어진 것일 뿐입니다. 공간을 더 구할 것까지는 없지만, 있는 것을 없앨 일은 아니라는 거죠.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방역 정책의 전환이에요. ‘위드(with) 코로나’라고 하듯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냥 독감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환자가 생기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하면 되지 격리 조치는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예방 백신보다는 치료약이 더욱 중요해지겠죠.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열이 안 나면 그만이고, 열이 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중증이면 입원을 하고, 이런 식으로 정책이 바뀌는 겁니다. 독감 예방 접종처럼 매 년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하게 되겠죠. 예방 접종을 하면 중증으로 갈 확률을 확 떨어트리기 때문에 사망률이 줄어듭니다. 예방 접종을 받고 나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홍콩 독감 수준 정도로 떨어지지 않겠냐고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변형이 자꾸 일어나니까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부의 방역 정책이 바뀌면 그에 따라 정토회도 각종 수련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방 접종을 필수로 하고, 수련에 들어오기 직전에 검사를 해서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만 참가하게 하는 거죠. 그래도 전염될 위험이 있다면, 단체로 숙식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방에서 수련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온라인 수련으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문제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정토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산책을 다녀옵시다. 여기가 낙동강 상류인데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 있어요. 각자 핸드폰을 열어 보세요. 지도 앱을 열고 제가 말하는 지역을 검색해 봅니다.”

오늘 산책 코스에 대해 스님의 설명을 들은 후 다 함께 차에 올라탔습니다.

8시 20분에 봉화 수련원을 출발해 분천역에서 모두 차에서 내렸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다 같이 비동역까지 걸어 올라갔다가 다시 분천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도반들과 정겹게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사람이 비동역을 돌아 내려오기 시작하자 뒤따라 오던 사람들도 함께 뒤돌아서 다시 분천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두 시간을 걷고 나서 다시 봉화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12시 30분부터 농사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뉘어서 한 팀은 수련원 앞밭에 가고, 한 팀은 스님과 함께 산 넘어 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6월에 심은 들깨 밭에 잡초를 뽑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밭을 정비하고 모종을 심느라 당시에 비닐멀칭이나 잡초 매트를 미처 깔지 못했습니다. 인적이 없는 산골인 데다가 2개월이 지나고 나서 다시 밭에 가보니 잡초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이 밭을 보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풀을 손으로 뽑는 건 불가능해요. 낫으로 베어도 들깨를 찾을까 말까 합니다. (웃음) 풀을 낫으로 베어도 되고요. 뿌리가 뽑히는 건 반드시 흙을 털고 나서 땅에 눕혀 놓으시면 됩니다. 아시겠죠?”

“네.”

상근활동가들도 풀이 자란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한 명씩 낫을 들고 잡초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스님과 행자님 세 명은 예초기를 한 대씩 매고 밭의 외곽과 고랑과 고랑 사이에 넓은 부위에 난 풀을 크게 베어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네 시간 정도면 풀을 다 베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뽑아야 할 풀이 너무 많았습니다. 행자님 한 명은 밭 전체를 둘러보더니 웃으며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앞을 자꾸 보니까 한숨이 나와요. 땅만 보고 뽑아야 속도가 나네요.” (웃음)

그래도 예초기는 빠른 속도로 밭 전체를 다 돌았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며 수박을 먹고 목을 축였습니다.

“이러다가 밭 하나도 다 못 끝내겠어요. 넓은 고랑은 예초기로 다 했으니, 이제는 모종과 모종 사이에도 예초기로 베는 걸 해봅시다.”

모종과 모종 사이에는 아주 집중해서 정교하게 예초기 날을 대어야 모종이 다치지 않게 풀을 벨 수 있었습니다.

밭의 3분의 1은 행자님들이 손으로 풀을 다 뽑았고, 나머지 3분의 2는 스님과 행자님 세 명이 예초기로 크게만 풀을 베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여기까지 합시다. 오늘 살린 것만큼만 수확을 하고, 나머지는 포기를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얼굴과 온몸에 땀이 흘렀습니다.

다시 산을 넘어 봉화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진 후 상근활동가 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잘 돌아가세요.”

스님은 문경수련원과 연수원, 서울로 돌아가는 상근활동가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동안 해가 졌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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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지

문득 풀로 뒤덮인 들깨밭을 보면서 수행도 하지 않으면 괴로움으로 수행의 씨앗까지 앗아가겠구나 싶어졌습니다. 마음밭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되겠네요.

2021-09-01 19:33:41

금강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1-09-01 16:26:07

성재문

스닝의 말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덴티티...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았네요.

2021-09-01 08: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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