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25. 정토대전 회의, 수행법회
“심리 치료와 수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운동 삼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산 밑밭으로 가서 가지와 오이를 수확했습니다. 어제도 가지를 두 바구니 가득 수확을 했는데, 오늘도 수확할 게 계속 나왔습니다.

“추비를 주면 아직 더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수확한 가지와 오이를 바구니에 담은 후 아랫밭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정토대전 회의를 하기 위해 문경 수련원과 연수원에서 새벽에 출발한 법사님들도 아랫밭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배추 모종을 심으려고 하다가 땅이 너무 질어서 내일로 연기했는데, 오늘도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땅은 그대로였습니다.

“땅이 질어서 괜찮을까요? 심을만해요?”

“네, 두 줄만 심어보려고요.”

먼저 행자님 두 명이 파종기로 구멍을 뚫으며 지나가고, 이어서 행자님 한 명이 모종을 두둑 위에 올려두고 지나갔습니다.


뒤이어 스님이 모종을 구멍 속에 쏙쏙 심으면서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사님 두 명이 북삽으로 흙을 덮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 땅이 너무 질어요. 진흙 수준입니다.”

진흙이 묻은 장갑이 모종에 닿지 않게 손동작을 알아차리면서 정성껏 흙을 덮었습니다.


행자님들이 모종 심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낫을 들고 밭 주변을 둘러보며 풀을 베었습니다.

모종이 다 심어지자 활대를 꽂고 한랭사를 씌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스님은 엉덩이 방석을 들고 밭을 나왔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발우공양을 헸습니다.

발우공양이 끝난 후 곧바로 10시 30분부터 정토대전 사상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향광명 법사님이 오온에 대해 지금까지 논의해 온 것과 그동안 스님의 법문 내용을 정리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서 법사님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준 후 왜 우리가 지금 정토대전을 만들고 있는지 다시 한번 관점을 잡아 주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다들 일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나 봐요. 더 공부해 온 내용은 없어요?”

“네, 다음 주에 더 공부해서 오겠습니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법사님들은 다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고, 스님은 5시부터 통일특별위원회 운영위와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몇 가지 의결사항에 대해 보고하고 함께 토론한 저녁 7시에 화상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900여 명의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태풍 소식과 더불어 지난 일주일 동안의 스님의 일상을 소개했습니다.

“올해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반도에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부산이나 포항 등 일부 지역에 피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갔다고 보입니다. 약한 태풍이라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일단 바람이 세지는 않았어요.

요즘은 8월 말인데도 마치 6월 장마철처럼 계속 날씨가 흐립니다. 8월 말은 으레 덥게 마련인데 날씨가 흐리니까 더위를 식혀준다는 좋은 점도 있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곡식이 한창 익어갈 시기에 햇살이 쨍쨍 비치지 않고 흐리기 때문에 곡식이 영그는 데 좀 장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짓는 사람이 적고, 일상 생활하는 사람이 더 많다 보니까 일반국민의 입장에서는 덥지 않다는 것으로 다들 좋아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웃음)

요즘 저는 밭에 김장배추와 무를 심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배추를 심었습니다. 밭도 넓고 모종도 많아서 8월 말까지 시간 되는 대로 계속 심어야 할 것 같아요. 오늘 밤에는 법회가 끝나자마자 봉화로 가서 내일은 들깨밭에 풀을 맬 예정입니다. 지난 6월에 봉화의 넓은 땅에 들깨를 심었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풀밭인지 깨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풀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내일은 풀을 매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오전에는 농사짓고, 오후에는 회의하고, 저녁에는 법회하는 것이 저의 일상입니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뇌병변 장애와 언어 장애를 가진 분이었는데 활동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궁금한 내용을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활동보조 선생님이 질문을 대독해 주었습니다.

심리 치료와 수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심리 치료와 수행의 목적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심리 치료와 수행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아가 건강해지며, 또 자아가 건강해지면 인품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수행과 심리 치료의 목표가 같은 것처럼 느껴져요. 심리 치료와 수행의 목표가 어떻게 다른가요?”

“네,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상처가 있을 때 치료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심리 치료는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료하면 그걸로 끝이 나요. 그런데 수행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상처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다릅니다. 그리고 수행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담 등을 통한 심리 치료와는 차이가 있어요.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까지는 심리 치료와 수행은 같은 성격이 있습니다. 자기가 자기를 치료하는 ‘자가 치료’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라면 약물적인 도움을 받아야 해요. 알콜 중독이나 우울증 같은 사례가 그런 경우겠죠. 그리고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계속 재발한다면 우선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수행보다 상담 등을 통한 심리 치료가 더 효과적이에요.

수행을 통해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치료할 만한 정신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가 돼버린 사람은 수행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처럼 상처가 심하거나 육체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의사의 도움을 얻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악화됐을 경우에는 물론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더해 상담 등을 통한 심리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행은 자기 상처를 자기가 치료한다는 면에서는 심리 치료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그러나 수행은 이런 상처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심리 치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심리 치료의 경우는 당장의 상처를 치료하더라도 치료가 끝난 뒤에 다시 똑같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수행은 다시는 그와 같은 상처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치료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나아가도록 해주는 면도 있습니다.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남을 돕는 행위를 통해 ‘보람’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쁨을 누릴 수 있거든요. 자기 가치를 실현해서 삶에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임하게 됩니다. 이것이 수행의 목표예요. 단순히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정도가 아니라, 치료를 마친 후에 건강을 유지하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더 건강해지도록 하는 과정이 수행입니다.”

질문자는 이번에도 활동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심리가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요?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심리가 건강하다는 뜻 같은데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볼 때는 괴로워할 일이 아닌데도 괴로워합니다. 누가 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데도 본인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예요. 우리들 대부분이 지금 그러고 있죠. 예를 들어 남편이 의도적으로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데도 본인이 ‘남편이 나를 괴롭힌다’, ‘아무개가 나를 멸시한다’, ‘아무개가 나를 이러저러하게 취급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심리 상태는 마음에 상처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 건강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남이 나를 괴롭힐 때는 일시적으로 괴로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괴로워하지 않아요. 남이 내 물건을 빼앗아가거나 때리는 것처럼 어떤 공격을 가하면 그때는 일시적으로 괴롭더라도, 밖에서 누군가가 나를 해치지 않으면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그런 경지에 이르면 ‘건강한 사람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면 제가 앞에서 이야기한 ‘더 높은 단계’란 무엇을 말할까요? 다른 사람이 내 욕을 하거나 내 물건을 훔쳐가는 등 나에게 어떤 공격을 가해도 내가 상처를 입지 않는 단계를 뜻합니다. 이건 우리가 말하는 ‘건강한’ 수준을 넘어서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해탈’과 ‘열반’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누가 욕을 해도 웃을 수 있고, 비난을 해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누구도 나를 괴롭힐 수 없는 단계로 나아가는 겁니다.

우리는 육신이 건강한데도 괴로워해요. 여기에 육신마저 건강이 나빠지면 더욱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더 높은 단계에서는 몸이 아파도 괜찮아요. 팔이 하나 없어도 좀 불편할 뿐이지 그걸 갖고 괴로워하지는 않습니다. 늙어도 괴롭지 않고, 병이 나도 괴롭지 않아요. 병이 나면 치료하면 되고, 치료를 못하면 죽으면 되니까요. 이런 단계로 나아가서 누구도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태가 질문자가 질문한 ‘건강한 상태’에서 가장 높은 단계예요.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자가 수행을 해서 더 높은 단계로 가면 내가 병이 있어도 아무 문제가 안 돼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상대가 나를 칭찬해도 별로 흔들림이 없고, 상대가 나를 비난해도 별로 흔들림이 없고,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가슴이 허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있으면 가슴이 구멍 난 것처럼 뻥 뚫려있습니다. 사람한테 여기저기 껄떡거리는 제 모습을 봅니다. 허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 며칠 전 열흘간 굶어 생명이 위태롭던 50대 독거 남성을 주민센터 공무원이 발견해 가까스로 살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남자는 심한 알콜 중독이었는데, 기사의 댓글에 ‘알콜 중독자는 살아나면 또 술 먹고 세금 낭비하고 행패를 부릴 것이다’ 이런 말이 보였습니다. 수행자로서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 불교대학 홍보를 하려고 해도 이제 더 이상 할 사람이 없습니다. 10년 전에 알았던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어떻게 홍보를 하면 좋을까요?

즉문즉설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수행법회가 끝나자마자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봉화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밤 12시에 봉화 수련원에 도착해 들깨밭 상황이 어떠한지 살펴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땅이 많이 질었습니다.

“땅이 많이 질어요. 발이 땅에 푹푹 빠지겠어요. 원래 햇살이 뜨겁기 전에 아침에 울력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을 조정합시다. 오전에는 상근활동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해가 좀 나면 오후에 울력을 해야겠어요.”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상근활동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낙동강 상류를 산책하고, 오후에는 봉화 수련원 주위에 들깨밭에 잡초를 뽑는 울력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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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조용한 일상이~~~주변상황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고 ~반복되는 것이 삶?

2022-05-20 07:01:52

양계홍

칭찬에도 비난에도흔들리지 않는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렵니다

2021-09-02 08:12:52

해탈지

아프면 치료하면 되고 차료하지 못하면 죽으면 된다는 말씀이 말로만이 아닌 실재로 그렇게 행할 수 있어야 자유로울텐데 몸의 변화에 마음도 함께 출렁출렁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줄 알고 꾸준히 수행정진합니다.

2021-09-01 18: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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