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24 발우공양,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메타버스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스님은 1층 법당에서 공동체 대중과 함께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공동체 대중은 어젯밤 스님이 두북 수련원에서 수확해 온 농산물을 공양간으로 옮겼습니다.

6시 30분부터는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수확해 온 채소들이 맛있는 반찬으로 차려져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공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참회하고, 생활 관련해서 전체가 알아야 할 내용이 있으면 공유했습니다. 실무자 한 명은 어제 포살 법회에 빠진 것에 대해 참회를 했습니다.

“어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와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지 못해서 포살법회에 빠졌습니다. 참회합니다.”

참회가 끝나고 대중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승가 공동체에서 포살이 갖는 의미와 참회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방금 참회를 하셨는데 일반 법회는 빠지게 되면 결석 처리가 되는데, 포살 법회는 사전에 신청해서 허가를 받았을 때만 빠지는 게 허용됩니다. 사전에 신청하지 않고 갑자기 빠지는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해요. 포살에 빠진 사람들끼리 나중에 따로 모여서 포살을 하는 것도 계율에 어긋납니다.

포살 법회에 임하는 자세

그럼 어떤 징계를 받게 될까요? 부처님 당시에는 포살에 빠졌을 경우 다음 포살이 있을 때까지 법문을 못합니다. 청정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살을 통해 청정해진 사람만이 대중에게 법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아직 법문을 하는 일이 없어서 생활에 큰 지장은 없겠지만, 정토회 안에서도 이런 경우 아직 어떤 징계를 줄지 정한 바가 없어요. 앞으로 하나씩 정비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포살을 통해 청정해져야 법문도 할 수 있게 되고, 대중의 보시도 받을 수 있어요. 경전을 읽어보면 포살에 대한 예외 규정을 언급한 게 열 가지가 넘습니다. 그만큼 포살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반증이죠. 그러니 포살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서 포살에 빠졌다 하더라도 별도로 포살을 하려면 네 명 이상이 되어야 포살이 가능합니다. 두 명이 포살을 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됩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은 포살에 반드시 참석해야 해요.

그리고 발우공양을 할 때 큰소리를 내거나 발우를 떨어뜨리거나 하는 것은 알아차림을 놓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책을 받아야 할 사유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 행자님 한 명이 발우를 떨어뜨려서 큰소리를 냈는데도 참회를 하지 않더라고요. 이것은 예불에 빠진 것만큼이나 참회해야 할 사유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신발을 가지런하게 벗어놓지 않은 것도 참회의 대상이 돼요. 왜냐하면 신발을 벗을 때 알아차림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수행자는 항상 깨어있어야 해요.”

이어서 발우공양을 할 때 말석에 앉은 바라지가 너무 바빠지지 않도록 개선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한 달간 시행해보면서 보완해야 할 사항을 다시 수렴하자고 제안한 후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에는 안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시력이 나빠졌다는 진단이 나와서 안과 진료를 받고, 안경점에 들러 안경을 다시 맞추었습니다. 점심 때는 평화재단에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2시에는 ‘대한민국의 미래 30년 비전’을 주제로 마련한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지난주 이 시간에는 스님이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상근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같은 주제에 대해 모두발언을 했다면,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해 온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남북 통합이 갖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이야기하는 박창기 님을 초청하여 미래 30년 한반도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북한이 통일비용을 자력으로 조달해 30년 후에는 남한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1 체제 2 국가로 통일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분단 이후 우리 가슴에 응어리가 되어 남아 있는 ‘북한이라는 국가공동체’는 같은 민족이지만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북한에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 국가가 세워지고 남과 북이 활발히 교류한다면 통일은 천천히 되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첨단 인프라와 합리적 제도를 갖춘 그런 나라를 세운다면 이곳이야말로 인류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세상에서는 꿈꾸는 일들을 현실처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가상공간 속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아바타로 새로운 국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들의 힘이 모아지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북한을 자유민주 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참석한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상근활동가들도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과 제안을 했습니다.

3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도 오늘 세미나에 참석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발표문의 요지는 아무리 발전되어 있어도 낡은 틀을 갖고 있으면 혁신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 새로운 문명을 이식해서 개발해나가면 결과적으로는 더욱 빠른 성장을 가져올 수가 있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북한에 좋은 방향을 제시하면 남한의 시행착오를 안 겪고도 환경 문제와 빈곤 퇴치, 빈부 격차 등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급속도의 성장을 이루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북한이 남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주장이네요. 이것이 남북의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남한 안에서만 문제를 풀 게 아니라 북한도 함께 본다는 차원에서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부족함도 모순도 많이 보였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첫째, 북한의 발전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주민들이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북한도 국가 발전 계획을 잘 세우면 남한과 중국을 능가하는 새로운 국가를 40년 만에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참신한 토론 거리가 될 것 같아요. 중국도 40년 만에 G2 국가로 부상했거든요.

메타버스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둘째,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가상공간에 ‘대한민국의 발전 계획’이라는 제목으로 집단지성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나가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교육 제도는 이렇게 바꾸자’, ‘토지 제도는 이렇게 바꾸자’, ‘주택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자’ 이런 아이디어들을 수만 명이 추가하면서 국가 발전 계획을 만들어가는 거죠.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상현실에서는 빈부 격차를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고,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국가를 우리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거든요. 이렇게 메타버스에 대한민국을 올려서 모든 국민이 여기에 참여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것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면 사회적으로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차원에서 정토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의 정토회는 비록 지금 이대로 운영되지만, 미래의 정토회는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모든 정토회의 회원들이 참여해서 비전을 업데이트해 보는 겁니다. 그냥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초안에 자기 생각을 덧붙이고, 또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또 덧붙이고, 또 그 의견을 보완하는 의견을 덧붙이는 거죠.

정토회는 출발할 때부터 ‘모자이크 붓다’를 만들어가자는 지향이 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모자이크 방식으로 붓다의 모습을 만들어가듯이 정토회의 2차 만일결사의 비전도 그렇게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메타버스를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방식으로 활용해보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토론에 참석해 준 박창기 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후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저녁에도 평화재단에 손님이 한 분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눈 후 6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갔지만 고속도로 위에는 여전히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 위를 달려서 밤 10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하고, 하루 종일 정토대전 사상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통일특별위원회 운영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수행법회를 생방송한 후 밤늦게 봉화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이윤주

가상에서라도 남북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1-08-31 10:58:59

세숫대야

메타버스를 충분히 활용한 모자이크로 붓다 정토회만들기
고맙습니다()

2021-08-30 06:01:44

ㅎㅎ

메타버스 프로그램 재밌을듯^^

2021-08-29 19: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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