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22. 백중 회향, 정토불교대학 졸업식, 일요명상
“인생을 가볍게 사는 방법”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산 밑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요즘 밭에서는 매일 수확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법 크기가 커진 가지와 오이부터 수확했습니다. 가지와 오이를 따서 고랑에 두고 지나간 후 마지막에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아서 나왔습니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는 몇 개 되지 않아 손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수확해야 할 게 매일 생기네요.”

울타리에는 그물망에 풀이 엉켜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낫으로 하나씩 자르고 걷어내었습니다.

“풀이 기어 올라오는 것 좀 보세요. 정말 빨리 자라네요.”

밑밭을 담당하는 행자님이 서울에서 허리 치료를 받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향존 법사님이 농사일을 도와주러 왔습니다. 수확한 가지, 오이, 토마토, 호박을 바구니에 가득 싣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내일 제가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가지는 전부 서울로 가져갑시다.”

오늘은 텃밭에 가을배추 모종을 심기로 했습니다. 먼저 텃밭에 무성하게 자란 들깻잎을 낫으로 성큼성큼 베어 내었습니다.

배추를 심을 땅에 풀을 다 제거하고 삽으로 땅을 한 번 뒤집었습니다.


퇴비를 뿌린 후 고랑을 타서 두둑을 두 개 만들었습니다.

“비닐을 씌우지 말고 바로 심읍시다.”

연둣빛 배추 모종을 하나씩 손으로 심었습니다.


“모종이 갖고 온 개수만큼 딱 맞게 심어지네요. 나머지 한 줄은 무 씨앗을 심읍시다.”

꼬챙이로 두둑에 구멍을 푹푹 낸 후 푸른빛이 나는 씨앗을 땅 속에 묻었습니다.

“잘 심었네요.”

새가 먹지 못하도록 흙을 살포시 덮어준 후 물뿌리개로 물을 주었습니다.

“물을 너무 세차게 주지 마세요. 씨앗이 물에 씻겨 내려가면 안 되니까요.”

향존 법사님도 농기구를 씻고 정리하는 사이 스님은 고수를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고수는 곧바로 물에 여러 차례 씻은 후 봉지에 담았습니다.

“수고했어요. 밥 먹으러 갑시다.”

장갑과 팔토시를 물에 씻어서 빨랫줄에 널어둔 후 아침 울력을 마쳤습니다.

백중 기도 회향법회

오전 9시에 발우공양을 한 후 10시에 백중 기도 회향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7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백중 기도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백중 기도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스님의 백중 기도를 하는 종교적 의미와 수행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음력 7월 15일, 백중입니다. 다른 말로는 ‘우란분절’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백중은 돌아가신 조상의 넋을 기리는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입니다. 또 백중은 불교 명절이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조상의 영가를 천도하는 날입니다. 또 이날은 인도 명절입니다. 인도에서는 예부터 조상의 넋을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백중은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고, 불교에서 그것을 계승해서 우리나라에 전했고, 그 결과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이 된 그런 날입니다.

백중 기도를 하는 두 가지 의미

백중 기도를 지내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슬픔에서 벗어나도록 깨우침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은 아이가 죽은 부모, 부모가 죽은 자식, 등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사로잡혀서 슬플 때 대부분 다 깨우치게 해서 그 슬픔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했습니다. 즉, 수행적 관점에서 그들의 고통을 해결했습니다. 그것처럼 여러분은 백중 기도를 하면서 설법을 듣고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세상에서 행하는 종교적인 의식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깨우치지 못할 때는 종교적인 의식이 갖는 위로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교 안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우침을 통해서 해탈하는 길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위로의 방식을 통해 슬픔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길, 이 두 가지 길이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백중 기도를 지내는 두 번째 의미는 이렇게 종교적으로 위로를 받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깨우쳐서 벗어나는 길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위로를 해주는 종교적 방식만 남아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부처님이 행하셨던 깨우침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인 ‘수행’을 이 땅에 다시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토회는 이미 우리의 전통 명절 안에 들어와 있는 종교적인 의식도 배척하지 않고 계승해 나가고 있어요. 종교적인 의식이 갖는 위로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백중 기도를 하는 겁니다.

수행적 관점에서는 깨우침을 통해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상처들을 치유하고 사로잡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죽음이든, 재물의 손실이든, 사람의 헤어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인연 따라오고 감을 알아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천도재를 하는 이유

그러나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제일 어려운 상황이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이에요. 죽는 게 슬픈 게 아니라 헤어짐이 슬픈 겁니다. 이런 슬픔은 깨우침을 통해 치유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헤어짐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천도재를 지내는 거예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거죠. ‘그는 좋은 곳으로 갔다’, ‘그는 또다시 이곳에 와서 더 좋은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위로해주는 것이 천도재입니다.

그리고 비록 복을 짓지 못하고 재물과 권력으로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남을 괴롭히고 살았던 업으로 인해 지옥에 떨어졌다 하더라도 바른 법에 따라 보시하면 그 빚을 갚을 수가 있다는 것이 또한 천도재를 지내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문을 듣고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정성을 들여 기도를 한다는 것은 불보살의 원력으로 도움을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천도재를 통해 조상에게 못다 갚은 은혜를 갚겠다는 것이 천도재의 의미와 유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백중을 맞이해서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돌아가신 부모님, 먼저 간 자식, 아내, 남편, 일가친척, 친구, 이런 사람들과의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이 응어리가 되어 있다면 오늘 천도재를 통해 여러분들의 한을 풀었으면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천도

그러나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모두 제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천도는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거예요. 죽은 사람에게는 천도재를 지내서 회향하지만, 산 사람에게는 불법을 만나 깨우치게 하는 것이야말로 큰 공덕이 될 수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괴로움의 원인을 알아서 그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가르치는 곳이에요. 사로잡힌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그러니 오늘 백중 기도를 회향하면서 죽은 사람은 천도재를 지내서 회향하고, 산 사람에게는 불법을 만나 깨우치게 해서 천도재를 지내는 공덕을 지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생중계 현장을 서울 정토회관으로 다시 연결해서 유수 스님의 집전에 따라 정성껏 백중 마지막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천도재가 끝나고 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며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온라인 졸업식

오후 2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지난 3월에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던 1900여 명의 학생들이 6개월의 교과과정을 모두 수료하고 생방송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온라인으로 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랜선으로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자, 받으세요.”

“잘 받았습니다.”

“악수 한번 합시다. 졸업 축하합니다.”

이어서 개근상과 정근상을 수여했습니다. 개근상 수상자들은 특별히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스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졸업생들은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삶의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졸업생을 대표하여 한 명이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어려움을 극복해낸 감동적인 소감문이었습니다. 이어서 졸업생들은 스님에게 졸업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축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정토불교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3월에 입학하셨는데 어느덧 6개월이 지나고 오늘 드디어 졸업하게 되셨네요. 졸업률이 80%라고 하니까 10명 중에 8명이 졸업했습니다. 옛날 법당에서 정토불교대학을 운영할 때는 10명 중에 5명이 졸업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잘해서 졸업률이 높아진 것인지, 법당까지 안 오고 온라인 수업을 클릭만 하면 되니까 출석률이 높아져서 졸업을 많이 하게 된 것인지 긴가민가하네요. 온라인으로 클릭만 하고 수업을 안 들으신 건 아니시죠? (웃음)

설악산에 올라가기 위해 등산을 갈 때 자기가 좋아서 가놓고는 다리 아프고 땀나고 힘들면, 가자고 했던 사람을 원망하면서 괜히 왔다고 후회를 하잖아요. 짐은 또 왜 무겁게 들고 왔냐고 불평도 합니다. 이렇든 저렇든 불평불만하고 괴로워하면서 올라가도 정상에 올라가면 ‘정상이다!’ 하고 나면 모든 불만이 다 끝나버려요. 올라갈 때 불평하고 올라왔느냐, 불평 안 하고 올라왔느냐, 힘들게 올라왔느냐, 쉽게 올라왔느냐, 이런 것들이 아무 차이가 없어요. 정상에 올라가서 ‘정상이다!’ 하고 고함을 치는 순간 힘든 감정들은 싹 다 없어져 버립니다.

아이고, 오늘도 살았네!

방금 소감문 발표하신 분의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니 어릴 때부터 고생도 많이 하셨고 눈물 날 일도 많이 겪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만 계속하며 그 세계 속에 갇혀 있으면 인생이 불행해져요. 그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 안 죽고 살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비난하던 잘 나가던 사람들은 다 죽고, 제일 못 나가던 나는 살았어요.

‘살았네!’

이러면 고생했던 것들이 싹 다 없어져 버려요. 등산할 때 ‘정상이다!’ 하는 순간 힘들었던 일들이 다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한 다리가 아프면 그래도 다른 다리는 괜찮다는 거잖아요. 눈이 좀 나빠졌다는 것은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보인다는 거예요. 이렇게 자기 긍정성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돼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장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낫잖아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월급은 못 받지만 그래도 실직한 사람들보다 나아요.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는데 결혼이 잘 안 되어서 괴롭다고 합니다. 그래도 결혼이 안 될 뿐이지 연애는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따져 보면 우리의 삶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이치를 조금씩 터득해가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 불교 철학을 아느냐, 모르느냐? 그것과 행복은 별 관계가 없어요. 초등학교를 안 다녀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고, 교회에 다녀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고, 무슬림이라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고, 북한 사람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세상에는 불교라는 종교도 있고, 불교라는 철학도 있고, 수행으로서의 불교도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도 불교로 선택하고, 철학도 불교를 선택하고, 수행도 불교를 선택해도 됩니다. 수행은 불교를 선택했지만 종교는 기독교를 선택하셔도 돼요. 종교는 싫고 괴로움이 없는 삶으로 나아가는 수행만 하고 싶다면 그런 선택을 해도 됩니다. 정토회는 그런 분들도 모두 수용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신자’라는 말을 안 쓰고 ‘수행자’라는 말을 씁니다. ‘정토행자’, ‘수행자’, ‘회원’ 이런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의 정의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이런 관점은 잡으셨어요? 내가 지금 괴롭다면, 이제 더 이상 ‘하나님 도와주세요’, ‘부처님 도와주세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고통을 당하나요?’, ‘사주팔자가 문제인가?’ 이런 얘기들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집착해서 괴로웠구나. 내가 어리석었구나. 내가 사로잡혔구나.’

이렇게 나를 돌이켜서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수행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는 겁니다. 행복이란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에요. 즐거우면 즐거운 만큼 괴로움이 따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잘 돌아보세요. 우리 남편이 나에게 너무너무 잘해준다면 그 과보를 반드시 받아야 해요. 남편이 나에게 아무 대가도 안 바라고 늘 주기만 한다고 합시다. 그러다가 남편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그 대가를 한꺼번에 내야 해요. 남편 생각 때문에 이제 다른 사람은 못 만나요. 이렇게 대가를 받아가는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들 때문에 인생사는 맛이 난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 아들이야말로 핵폭탄이에요. 아들에게 무슨 변수가 생기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이런 핵폭탄을 안고 사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 되는 거예요.

부처님이 가르치신 행복이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즐거움이 행복이 아니라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행복입니다. 즐거움이라는 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아요. 즐거워도 들뜨지 않고, 원하는 데로 되지 않아도 낙담하지 않는 것이 행복입니다. 여러분들은 늘 이런 꿈속에 살기 때문에 좋은 꿈만 꾸려고 하는데, 수행자는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꿈꾸며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꿈에서 깨어나서 살려고 하죠.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했다면 적어도 수행이 뭔지 관점이 잡혀 있어야 합니다. ‘불교 믿었더니 회사 사업이 잘 됐다’. ‘이번에 부도날 뻔했는데 절에 가서 기도 했더니 대박이 났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종교인이지 수행자는 아니에요.

졸업 이후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여러분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계속 수행을 해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권유하고 싶은 건 매일 자기 정진을 하는 ‘천일결사’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정토회 회원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면 수행법회를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들으면서 수행적 관점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여러분들이 불교공부를 체계적으로 좀 더 해보겠다면 경전대학에 등록할 수가 있습니다. 경전대학은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을 공부하는 곳인데, 난해한 경전을 해독하는 곳이 아닙니다. 불교대학처럼 경전을 소재로 해서 매일 수행 연습을 하는 거예요. 지식적인 것보다 수행적인 것을 더 강조하는 학교입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마쳤다면 이제 경전대학에 가셔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보다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괴롭지 않게 인생을 사시는 거예요. 그래도 법륜 스님한테 불교대학을 6개월 정도 공부했다면 뭐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이 안 변하면 여러분들의 남편이나 아내나 자식이나 부모가 뭐라고 할까요?

‘그 스님은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요? 당신은 무엇을 배웠길래 변한 게 하나도 없어.’

주위에서 이런 소리를 한다면 결국 스님이 욕을 얻어먹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법문 듣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서 삶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이런 생각을 자꾸 하지 마세요. 내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아이는 저절로 잘 큽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좋을까’ 이렇게 너무 머리 쓰지 마세요. 그러면 인생이 피곤해져요. 그냥 내가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인생을 가볍게 사는 방법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인상 쓰면서 일어나지 말고, 벌떡 일어나서 ‘오늘도 살았네. 오늘도 산 기념으로 기도 한번 하자’ 이렇게 가볍게 사셔야 해요. 비가 오면 ‘또 비 온다’ 이러지 마시고 ‘농사 지으려면 비가 와야 돼’ 이러고, 날씨가 맑으면 ‘아이고, 덥다’ 이러지 마시고 ‘곡식이 익으려면 햇빛이 좀 비춰야지’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뭐든지 좋게 생각하라는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거예요. 그래야 자기 삶이 가벼워져요.

요즘 제가 논을 매면서 옛날에 아버지가 논을 맬 때가 자주 생각납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힘들다고 해도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요새 늙어서 논을 매 보니까 허리도 아프고 보통 일이 아니에요.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까 약을 안 치고 피를 손으로 다 뽑아야 합니다. 논을 매는 게 고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을 하면서 옛날 부모님의 마음도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늘 재미 삼아 학습하고 연구해 보는 겁니다. 걸을 일이 있으면 운동 삼아 걷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운동한다고 방 안에서 안 가는 자전거 계속 타고, 길을 걸을 때는 또 차를 타고 가죠. 차를 타고 가고 집에 가서는 가지도 않는 자전거를 타고, 그렇게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제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이렇게만 살다 보니 이게 인생인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뭐 때문에 맑은 공기 다 오염시켜놓고 더 좋은 공기 청정기를 찾습니까? 맑은 물 다 오염시켜놓고 어느 회사 정수기가 더 좋으냐 이러고 있잖아요. 그러지 말고 시골에 내려와서 살면 맑은 공기와 좋은 물이 저절로 주어집니다. 오늘날 현대 문명은 편리함도 있지만 이런 모순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매일 바쁘게 살고 있지만 그게 정말 바빠야 될 일인지, 그게 정말 짜증 내야 될 일인지, 그게 정말 싸워야 될 일인지, 한번 살펴보세요. 조금만 정신 차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밥 안 굶고 살죠, 안 걸어 다니고 버스 타고 다니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 주는 난방도 되죠, 여름에는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죠, 옷은 다 입고 다니죠, 뭐가 문제예요?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생각하면 현대인들은 천국에 산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조건을 해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조건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조건을 해결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필요하면 환경을 개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적응하기도 해야 합니다. 개선과 적응이 중도적으로 이루어져야 삶이 자유로워져요. 앞으로도 그런 공부를 계속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삶을 좀 가볍게 사세요. 내 삶에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사세요.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지, 내가 불행한데 어떻게 남을 행복하게 하겠어요? ‘죽을힘을 다해 아이를 위해 살았다’ 이런 얘기는 이제 그만 마세요. 그러면 아이는 불효자가 됩니다. 조그마한 아이가 부모를 벌써부터 고생시키잖아요. ‘애 키우는데 힘들지 않아요?’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야 합니다.

‘뭐가 힘들어요? 먹는 밥에 숟가락 하나 얻어주면 되고, 빨래 넣을 때 같이 집어넣으면 되고, 아무것도 힘이 안 들어요.’

이렇게 가볍게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인생을 가볍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합니다. 경전대학에 입학하면 입학식 때 보도록 하고요. 정토회 회원에 가입하면 수행법회 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졸업생들은 바른 법으로 이끌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 함께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각자 준비한 꽃다발을 카메라를 향해 보여주거나, 직접 쓴 손편지를 화면에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에게 랜선으로 꽃을 선물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스님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의 꽃을 잘 받았습니다. 여기 보세요.”

스님은 책상 밑에 숨겨두고 있던 꽃을 짠 하고 꺼내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졸업생들도 깜짝 놀라며 기쁜 마음에 박수를 쳤습니다.

다음은 6개월 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수업을 진행해 준 진행자, 돕는이, 운영자들이 준비한 졸업 축하 공연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졸업식에 참석하며 느낀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누구든지 지금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 때는 불만과 원망 이런 것들이 많았습니다.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왜냐하면 불교대학을 통해 제 자신을 알게 되었고, 지나온 세월을 원망 속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법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불안증과 우울증 때문에 정말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스님 덕분에 불안증과 우울증이 거의 없어졌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해서 아침마다 기도를 하고 있는데, 기도를 하고 나면 하루하루 괴롭지 않고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스님 덕분에 남을 돕고 산다는 게 참 보람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삶에 대한 재미도 없었고, 살아있는 게 왜 감사한지 몰랐어요. 오늘도 살아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이 전혀 이해가 안 됐어요. 어느 날 불교대학 수업 중에 도반님들과 나누기를 하는데 그날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없다면 나와 같이 나누는 도반들을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까 그때부터 갑자기 모든 게 감사해졌습니다. ‘이래서 살아있는 게 정말 감사한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은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하며 알에서 다시 깨어난 기분이에요. 경전대학도 졸업해서 나도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감을 들으며 훈훈해진 마음을 뒤로하고 사홍서원으로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여는 인사를 한 후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40분 간 명상을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통역을 해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최근 미국에서 주요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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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놓치고 있었는데 다시 새기게 됩니다. 소감 나누기에서 초심을 찾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1-08-31 10:38:34

고경희

정말 바쁜일인지? 화낼일인지? 살핍니다.

2021-08-29 12:19:50

이은채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이 촉촉해졌습니다. 읽고 또 읽어보아도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수행자의 관점을 놓치지 않도록 깨어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잘 안되도 다시 해보고 연구하고 괴롭지않게 살도록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

2021-08-29 01: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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