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15 영어 통역 즉문즉설, 배추 모종 심기
“앉아서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때 화가 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며칠 연이어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는 잠시 해가 났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오늘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산 앞밭에 가을배추 모종을 심는 날입니다. 어제 땅을 갈고 비닐 멀칭까지 잘해놓아서 곧바로 모종 심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먼저 행자님 한 명이 비닐에 구멍을 뚫어 놓는 일을 했습니다. 이어서 2인 1조가 되어서 한 명은 파종기로 땅을 파고, 한 명은 배추 모종을 파종기에 쏙 집어넣었습니다.


행자님들이 가을배추 모종을 심고 있는 사이 스님은 산 밑밭에 가서 오이, 토마토, 가지를 수확했습니다. 어제도 수확을 했는데 하루 사이에 채소가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스님이 가위로 가지를 툭툭 자르고 지나가면, 뒤따라서 묘덕 법사님이 고랑에 떨어진 가지를 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내일 서울 올라가면 이 채소를 평화재단 손님들에게 드립시다.”

금방 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아직 크기가 작은 채소들은 그대로 두고 밭을 나왔습니다.

곧바로 행자님들이 배추 모종을 심고 있는 산 앞밭으로 가서 울력에 합류했습니다.

“많이 심었어요?”

“아니요. 북삽으로 흙을 덮어주는 일이 속도가 안 납니다.”

스님도 파종기를 들고 모종을 빠르게 심어 나갔습니다.




빠르게 모종을 심어 나갔지만 흙을 덮어주는 일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세 줄 밖에 심지 못했습니다.

“저는 영어 즉문즉설 강연을 해야 해서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하러 내려가고, 행자님들은 배추 모종 심는 일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8시부터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유튜브로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한국의 여름과 중국과 일본의 태풍 소식을 전하며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붓다의 가르침을 이야기했습니다.

“기후 위기나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 등은 붓다의 가르침에서 바라볼 때 모두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에는 이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생활 태도가 담겨있습니다. 소비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기보다 명상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소비를 줄여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모든 존재는 다 그 자체로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피부 빛깔이나 성별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회적 정의의 실천이란 차별이 있는 관계로부터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불교의 일부에서는 그저 개인의 마음만 다스리면 된다고 하며 사회 문제를 외면하는 왜곡된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는 인간의 욕망을 합리화해서 복을 빌고, 붓다의 가르침이 복을 받는 수단이라 하며 불교를 종교적 기복 행위로 왜곡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붓다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재산이 많다 해도 검소하게 살고 지위가 높다 해도 겸손하게 살아가는 삶을 가르쳤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세 명의 외국인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그중 두 명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두 번째 질문자는 가정일 등으로 앉아서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때 화가 난다며 어떻게 일상에서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앉아서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때 화가 나요

“I always become upset when I am unable to consistently do formal spiritual practice on the cushion due to young family commitments, household duties and external work commitments. I have a root lama who has kindly given empowerments in the Vajrayana tradition but to sit and practice the oral transmissions is sporadic. This upsets me greatly.

I fear that death will come before I have had a chance to practice. I try to practice in other ways throughout the day whilst doing daily chores but with each passing day where I am unable to practice on the cushion makes me anxious. Nothing makes me happier than to help others. I came into contact with the Buddha Dharma when my children were toddlers and now they are at primary school aged.”

(저는 아이들, 집안일, 바깥일 등으로 방석에서 격식을 갖춰서 영적인 수행을 꾸준히 하지 못할 때 항상 화가 납니다. 저는 바자야나(전통밀교)의 스승(root Lama)이 있지만, 앉아서 염불 수행을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를 굉장히 화나게 합니다.

수행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죽게 될까 두렵습니다. 방석에 앉아서 하는 수행이 아닌, 집안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수행해 보려고 하지만, 방석에 앉아서 수행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남을 돕는 것보다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 부처님 법을 접했고, 지금 아이들은 초등학생입니다.)

“당신이 화가 나는 것은 수행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입니다. 당신이 지금 불안하고 조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 수행을 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수행을 대상으로 문제를 삼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수행을 할 수 있게 되면 당신은 또 다른 것을 못 한다며 문제를 삼을 겁니다.

다시 붓다의 가르침으로 돌아와서 얘기해 봅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 우리가 어떤 일을 하나 하겠다고 목표를 정했다고 합시다. 그 목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불안합니다. 왜 불안할까요?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초조합니다. 근심도 됩니다. 걱정도 됩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두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결국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화가 납니다.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사람이나 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표현하고 미워합니다. 또 원망합니다. 그러고 한참 시간이 지나면 그때 그 일이 별 거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 내가 원망하고 화냈던 것을 돌아보면서 또 후회합니다.

이런 것을 종합해서 ‘괴로움’이라고 표현합니다.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잘 맺고 있어도 이와 똑같습니다. 지금은 좋지만 혹시 이 관계가 중단될까봐 염려합니다. 늘 심리적으로 불안이 잠재해 있습니다. 헤어지게 되면 섭섭하고 슬픕니다. 또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까 고민하느라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것이 중생의 삶입니다. 잘 살펴보면 현재 괴로움만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도 결국 괴로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 밑바닥에는 불안과 초조가 깔려 있습니다. 또 그 즐거움이 사라졌을 때 오는 아쉬움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즐거움 또한 괴로움이라는 거예요.

이런 괴로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집착’입니다. 어떤 일을 하겠다고 목표를 세울 때, 거기에 집착하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또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집착하지 않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목표를 정해도 불안하지 않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괴롭지 않습니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면 됩니다. 일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결과가 괴로움의 원인이 되지 않는 겁니다.

붓다께서는 집착을 버리면 괴로움이 없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집착을 버릴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지금, 여기, 나에게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지금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나의 마음에 깨어있어야 한다’라고 하는 거예요. 붓다께서는 그 방법으로 여덟 가지의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을 ‘여덟 가지의 바른 길’, 즉 ‘팔정도(八正道, The Noble Eightfold Path)’라고 부릅니다.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집착입니다. 수행에 집착하고 있고, 명상에 집착하고 있고, 염불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집착을 버리는 것이 수행인데 오히려 수행의 형식에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명상을 할 수 없고 염불을 할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나고 괴로운 거예요. 지금 질문자가 말하는 수행이니 명상이니 염불이니 하는 것이 지금 괴로움을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웃음) ‘방석에 앉아서 수행해야 한다!’라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한다’, ‘승진해야 한다’라는 것과 똑같이 그냥 집착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형식에 지금 집착하고 있습니다.”

“저를 잘 이해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집착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여쭈어도 될까요?”

“‘앉아야 한다!’ 이렇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시간이 나면 앉아서 정진을 하세요. 일을 하면 일을 하면서 염불을 하고, 절을 할 수 있으면 절을 하고요. 위빠사나 명상을 할 때 이렇게 하지 않습니까? 앉아서는 호흡을 알아차리고,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걸을 때는 동작을 알아차리고, 만질 때는 만지는 동작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마음의 반응을 알아차립니다. 이처럼 그 주어지는 조건대로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 위빠사나입니다. 선불교(Zen Buddhism)를 예로 든다면 앉아서도 화두를 참구하고, 대화할 때도 참구하잖아요. 언제는 수행하고 언제는 안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맞게끔 늘 집중한다는 거예요. 티베트 라마승들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셨잖아요. 절할 때는 절하고, 앉을 수 있으면 앉아서 수행하고, 탑을 돌면서 또 염불 하고요. 이처럼 조건에 맞게 수행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초심자는 앉아서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움직이면 집중이 잘 안 되니까요. 그래서 가능하면 틈을 내서 앉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잠은 잠대로 자고, 먹을 건 먹을 것대로 먹고, 놀 건 다 놀고, TV는 TV대로 다 보면서 ‘앉을 시간이 없다’라고 한다면 그 말은 맞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첫째, 아이들하고 한번 의논을 해보세요. ‘엄마가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너희도 협조 좀 해줄래?’ 남편에게도 ‘여보, 나 이렇게 하고 싶은데 청소 좀 도와줄래?’ 이렇게 해서 역할 분담을 하고요. 그게 좀 어렵다면 잠을 조금 줄여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요. 한 시간 더 자는 것보다 한 시간 염불하거나 명상하는 게 오히려 몸의 피로를 푸는 데 더 좋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어요. 명상을 편안하게 해야 잠자는 것보다 몸이 더 쉬어집니다. 명상도 막 ‘잘해야지! 깨달아야지!’ 이렇게 애를 쓰면 일하는 것보다 더 지칩니다. 삶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거잖아요. 명상을 못해서 괴롭다면 수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질문자는 약간 심리 불안증과 조급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상도 필요하지만, 제가 볼 때 지금은 병원에 가서 먼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조금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심리적 불안이 있을 때는 명상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되거나 오히려 더 나쁜 효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약간의 응급 치료로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명상을 하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아니면 절을 해보세요. 스님들이 엎드려서 하는 절 알죠?”

“네, 압니다. 한의원도 정기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한의사 선생님도 불자여서 절을 하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매일 108배를 하고 있는데 아주 유용하고 마음도 즐겁습니다. 그 외에는 수행할 시간이 없기에 108배하는 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지금처럼 심리가 불안할 때는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라고 기도하세요. ‘편안하게 해 주세요’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으로 새기면서 절을 해야 합니다. ‘편안하게 해 주세요’라는 말은 지금 불안하다는 얘기예요. ‘저는 불안합니다. 저는 불안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합니다. 무의식 세계로 자꾸 암시를 주는 거예요. 이것을 자기 암시라고 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부처님 덕택으로 편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야 심리가 안정됩니다.

제가 조언을 한다면, 한의원도 좋지만 정신과 진료도 받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장기적 치료는 한의원이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신과나 상담사의 도움을 좀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I will, Venerable. Thank you.”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한 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저는 치매를 앓고 있는 87세 된 시어머니를 약 6년 동안 남편과 함께 돌보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저의 결혼생활과 건강에 큰 부담을 줍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명과 대화를 나눈 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수행을 못해서 화가 난다는 질문자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Hello, Venerable. I’m new to your teachings. I find your YouTube clips very beneficial for daily advice. The advice you have given me today is like you understood me incredibly well. You’re only just meeting me. I thank you. I will take on board everything that you have suggested today. I’m grateful to have met you and to have this opportunity. Thank you.”
(스님, 저도 최근에 스님 가르침을 접했습니다. 스님의 유튜브 법문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 해주신 말씀은 저를 너무나도 잘 아시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처음 뵈었는데도 말입니다. 오늘 제안해주신 모든 말씀을 잘 받아들이겠습니다. 만나 뵙고 질문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두 명의 질문만 받고,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 소감 한 줄을 들어본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9시 2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며 업무를 본 후 오전 10시부터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회와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온라인정토회 임시 운영 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9월부터는 정식 운영이 시작됩니다. 지난 5개월 동안의 임시 운영 기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많은 과제가 도출되었습니다. 만준위 위원장님은 각각의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라인정토회를 새로 개척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스님의 조언 덕분에 한 발 한 발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화상 회의를 마치자마자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행자님들은 가을배추 모종을 아홉 줄 심고, 고랑 사이에 잡초 매트를 깔고, 두둑마다 한랭사를 덮은 후 막 울력을 마치려 하고 있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저는 못둑에 풀을 베는 일을 좀더 할게요.”

행자님들은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낫을 들고 못둑으로 올라갔습니다.

못둑에는 풀이 너무 자라 있어서 스님이 어제 예초기를 돌려보았지만 자꾸 풀이 예초기에 감겼습니다. 오늘은 낫을 가져와서 직접 손으로 풀을 베었습니다.

“아이고, 땀이 엄청나네요.”

스님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사이 향존 법사님이 예초기를 등에 메고 나타났습니다.

“스님, 날로 된 예초기를 가져왔습니다.”

“잘 오셨어요.”

줄로 된 예초기는 자꾸 풀이 감겼는데 날로 된 예초기는 풀이 잘 잘라졌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풀이 예초기에 감겼습니다.

예초기가 왱하고 돌아가고 있는 한 편 스님은 계속 낫으로 덩굴을 베었습니다.

“이것 봐요. 예초기를 돌려도 바닥에 있는 덩굴은 그대로 살아 있잖아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비는 내리다 말다를 반복했습니다.

“아이고, 수고했어요. 잠깐 쉬었다가 합시다.”

잠시 휴식을 하는 사이 거사님 두 분이 봉사를 하러 왔습니다.

“지금 못둑에 예초를 하고 왔는데, 아직 논 다섯 다락을 더 예초해야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스님도 예초기를 메고 거사님들과 함께 예초를 계속했습니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려서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해 준 거사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71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명상 시간을 두 번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명상수련에서 ‘한 타임’이라고 하는 것을 온전히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0분 앉아서 명상하고, 10분 걸으면서 포행을 하고, 다시 30분 앉아서 명상을 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10분은 휴식 시간이 아닙니다. 앉아서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10분간은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리고, 다시 앉아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느냐 동작을 알아차리느냐 차이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포행을 할 때는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앉은 상태에서 일어날 때 일어나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움직일 때는 움직이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왼발이 나갈 때는 왼발이 나가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오른발이 나갈 때는 오른발이 나가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멈출 때는 멈추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앉을 때는 앉는 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그 동작을 하나하나 알아차리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알아차림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몸을 알아차린다.
둘째, 느낌을 알아차린다.
셋째, 마음을 알아차린다.
넷째, 법을 알아차린다.

네 가지 중에서 첫째가 몸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몸을 알아차리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앉아서 호흡을 알아차리기.
둘째, 움직일 때 동작을 알아차리기.
셋째, 우리 몸이 32가지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차리기.
넷째, 우리 몸은 지수화풍, 즉 땅, 물, 바람, 불의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다섯째, 우리 몸이 죽어서 썩어갈 때 아홉 단계로 나누어서 흙이 될 때까지 알아차리기.

이렇게 몸을 알아차리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째가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어서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명상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사람 한가한 사람이 됩니다. 긴장하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된다 안 된다 따지지도 않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다만 호흡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쉬어버리면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숨이 들어올 때 들어오는 줄 알고 나갈 때 나가는 줄 압니다. 숨이 가쁘면 가쁜 줄 알고 숨이 부드러우면 부드러운 줄 압니다. 호흡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다만 호흡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편안한 가운데 애쓰지 않고 합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 간 명상을 한 후 다시 스님의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포행 시간입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의 동작을 알아차립니다. 휴식이 아니라 명상을 계속하는 겁니다.”

포행을 10분 동안 한 후 다시 30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모두 마쳤습니다.

“해보니 어땠습니까? 소감을 채팅 창에 올려주세요.”

채팅창에는 실시간으로 소감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줄씩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포행이 참 좋았습니다.”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흡이 자연스럽게 알아차려집니다.”

“발에 저림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명상보다 두 번째 명상이 왠지 모르게 더 집중되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했습니다.

“명상을 너무 애써서 일하듯이 하지 말고, 정말 휴식하듯이 편안히 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지금 미국의 주요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하고, 오전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저녁에는 서울 정토회관에서 전법 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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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주어진 조건에 따라

2021-08-22 21:29:05

해낼거야

호흡하는단계...앉아있는데 숨이 답답해지고 목구멍이 막히는것 같은 기분이드는데 눈물납니다..계속 흐릅니다.
항상부처닝을 찾지만 눈물은 날때가있었지만 호흡은 왜그렇고 눈물이 마르지않는것은 왜그럴까요?스님

2021-08-21 15:57:10

성대

감사합니다

2021-08-21 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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