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28 농사일, 정토대전 회의, 금요 즉문즉설
“어린 시절 저를 학대한 부모님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사 수계를 앞두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의 회향수련 5일째 날입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새벽부터 보름달이 떠서 온누리를 밝게 비춰주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다 함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각자 맡은 공간에서 청소를 한 후 6시 10분에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발우공양을 시작하기 전 스님이 앉은 방석이 울퉁불퉁해서 급히 다른 방석으로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일상생활에서도 늘 살필 줄 아는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방석을 전체적으로 한번 점검하면 좋겠어요. 울퉁불퉁해서 앉기에 불편한 방석은 오늘 발우공양을 마치면 여러분 모두가 일어날 때 불편한 방석만 따로 모아주세요. 솜이 한쪽으로 뭉쳐 있는 방석은 앉아보면 경사가 져서 오래 앉아 있기가 불편하거든요. 이런 방석들은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서 개선을 하면 좋겠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알아차림

스님 방석은 특별히 좋은 방석으로 챙기라는 뜻이 아니에요. 수행자는 늘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방석을 놓을 때 만지거나 접어보면 ‘이 방석은 불편하겠다’ 하는 정도는 금방 점검을 할 수 있잖아요. 여러분은 명상할 때 알아차리는 것과 일상생활에서 살피는 것을 늘 따로 해요. 명상할 때는 호흡을 알아차리기 위해 그렇게 집중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살피는 것은 전혀 안 하거든요. 사실 호흡은 알아차리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별로 지장이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 호흡 알아차림이 된다면 일상생활에서도 살핌이 일어나야 해요.”

발우공양 중에 바라지가 헌식기를 들고 나오게 되는데 이때 좀 더 효율적인 방식에 대해 스님이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스님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무조건 원칙만 지켜도 안 되고, 무조건 효율만 따라가서도 안 됩니다. 원칙을 지키되 약간 변경하면 효율이 나겠다 싶을 때는 지도법사나 다른 법사님에게 물어봐야 해요. 법사님이 ‘그 경우는 효율보다 원칙이 더 중요하다’ 하고 대답하면 ‘알았습니다’ 하면 돼요. 반대로 ‘그 경우는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까 효율을 선택하자’ 하고 대답하면 그렇게 해보면 됩니다. 원칙과 효율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중도적으로 늘 바뀌는 거예요.

부처님께서 ‘소소한 계율은 버려도 좋다’ 하고 말씀하신 것은 계율을 어겨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소소한 원칙을 고정시켜 버리면 달라진 상황에 대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과 권위주의적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따로 볼 줄 알아야 해요. 민주적이라는 이름으로 전통문화를 파괴하거나, 전통문화를 지킨다는 이름으로 남녀 차별이나 권위주의를 온전시키거나,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전통문화는 지켜나가되 그 속에 권위주의적 잔재는 제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발우공양이 끝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농사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오늘은 화엄반 행자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울력 시간입니다.

스님은 제일 먼저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어 놓고 먼저 밭을 둘러보았습니다.


곧 행자들도 호미와 작업 방석을 하나씩 들고 밭으로 올라왔습니다.

행자들이 모두 밭에 도착하자 스님은 간단히 밭을 소개했습니다.

“경치 좋죠? 여기가 바로 산윗밭이에요. 목단, 도라지, 고수, 양파, 마늘이 심어져 있어요. 산을 개간해서 만든 밭이라 양분이 부족해서 다른 밭에 비하면 풀이 덜 해요. 그래도 농사팀들이 일이 많다 보니 한참 풀을 못 뽑았습니다.”

실무자들은 예초기로 밭 사면에 풀을 베고, 행자들은 구역을 나누어 싱그러운 밭 사이사이로 들어가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밭 주변에 크게 자란 풀을 낫으로 베고, 널브러져 있던 호스를 정리하고, 작업하기 어려운 사면에 난 풀을 벴습니다.


줄기가 누렇게 변하고 땅으로 누운 적양파는 수확을 했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자 풀 속에 숨어 있던 작물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사면도 면도를 한 듯 깔끔해졌습니다.


시원해진 밭 앞에 둘러앉아 울력을 하며 느낀 소감을 한 줄로 나누었습니다.

“풀이 뿌리 채 뽑힐 때 속이 시원했습니다.”

“양파를 손으로 뽑기보다 양파를 비껴서 호미로 캐니 쉬웠습니다.”

“놀이처럼 재밌었습니다.”

“땅에서 나온 양파를 처음 봐서 신기했습니다.”

“밭이 깔끔해져서 개운합니다.”

마음나누기를 마치고 행자들은 다음 울력을 하러 산아랫밭으로 내려가고 스님은 울타리 바깥에 크게 자란 풀을 낫으로 베고 제일 마지막에 내려갔습니다.

행자들은 산아랫밭과 밑밭에서 또 풀을 뽑고 밭에서 사시예불을 드렸습니다. 스님은 안내를 한 후 논으로 갔습니다.

논으로 가는 길에 동네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어제 아랫밭 주위에 울타리를 쳤는데, 옆에 있는 동네 할머니의 밭에도 울타리를 함께 쳐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울타리까지 칠 필요는 없다고 여러 번 강조했었습니다. 동네 할머니가 스님을 보자마자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우리 집 앞에 텃밭이 있는데 고라니가 와서 상추를 다 뜯어먹었어요. 어제 스님이 저 밭에 울타리 안 쳐주었으면 그 밭에 있는 채소도 큰 일 날 뻔했어요. 감사합니다.”

기뻐하는 동네 할머니를 뒤로 하고 논에 도착했습니다. 논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 전 트랙터로 논을 갈아야 하는데 사람이 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먼저 논에서 키우고 있던 모를 논둑으로 모두 꺼냈습니다. 물을 머금은 모판 하나의 무게가 꽤 나갔습니다.


다른 논에 심어야 할 모는 트럭에 실어 옮겨놓았습니다.



갈아야 할 논에 호스를 연결해 물을 대고 트랙터로 논을 여러 차례 갈았습니다.


트랙터로 심혈을 기울여 갈았지만, 땅이 높은 곳이 있었습니다. 지대가 높은 곳에는 모가 땅 위로 드러나 마르기 때문에 논을 평평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땅이 굳기 전에 괭이로 평평하게 땅을 골랐습니다.


“수고했어요. 간단히 씻고 점심 먹읍시다.”

오늘은 오전 내내 울력을 해서 특별히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 있는 법사님들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어제처럼 화엄반 행자님들은 법사단의 회의 모습을 참관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도 했습니다.

희광법사님, 덕생법사님, 보수법사님, 묘덕법사님, 묘수법사님 순서로 준비해 온 경전 속 발췌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다양한 교화 사례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해서 어떤 기준으로 정토대전 속에 넣을 내용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활발하게 가졌습니다. 경전 속에 왜 이런 표현이 나왔는지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난존자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왜 아난존자는 부처님을 시봉할 때 조건을 내걸었을까요?

“아난존자는 부처님을 시봉하는 소임을 받으면서 부처님께 공양 올린 옷과 음식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워서 시봉을 수락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고, 본인이 내건 조건들을 그 이후에도 잘 지키며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에 세상 사람들은 부처님도 잘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냥 걸식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부처님을 존경했던 사람들은 늘 부처님 옆에 있었던 아난존자도 함께 존경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난존자에게도 보시를 하곤 했습니다.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원칙을 잘 지키며 지냈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완전히 지키고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부처님은 이미 깨달음을 얻으셨으니까 무엇을 먹든 무엇을 행하든 흘러가는 물처럼 지나가버리지 달라붙지 않으셨어요. 그러나 우리는 좋은 음식을 먹으면 그것이 입맛에 달라붙고, 좋은 옷을 입으면 그것이 감촉에 달라붙고, 좋은 모양을 보면 그것에 집착이 생겨납니다. 집착을 한다는 것은 그것이 습관화가 된다는 뜻이에요. 집착을 하지 않으면 습관화되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 것은 습관화된 까르마에 해당하고, 그냥 산에 놀러 가서 ‘담배 한 대 피워봐라’ 해서 피우는 것은 그냥 그 행위만 있었지 습관화된 것은 아니에요. 물론 습관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죠.

첫째, 아난존자는 아직 수행 중이었기 때문에 습관화되는 것을 경계한 겁니다. 그래서 좋은 옷과 좋은 음식에 대해 조심하고 유의를 한 거예요. 둘째, 대중의 화합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겁니다. 부처님 곁에 있으면 대중에게 ‘뭔가 잘 먹는 것 아닌가’, ‘뭔가 잘 입는 것 아닌가’ 이런 편견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시비로부터 떠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으로 인해 생긴 혜택은 본인이 거절한 겁니다.

그래서 아난존자가 특별히 시비 거리가 된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후대에 늘 시비 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여성 출가를 부처님이 허용한 것도 아난존자 때문에 그렇다고 덤터기를 씌웠거든요. 부처님의 법을 따른다는 사람들이 부처님의 법을 변경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권위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변경을 해야 될 때는 대부분 아난존자 핑계를 대고 변경을 한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아난존자가 그렇게 말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죠. 그러나 아난존자는 크게 말썽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의를 마칠 무렵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니 뜨거운 햇살이 내비쳤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창고 안에서 재활용 물건을 분류하는 울력을 하고, 스님은 오후 4시부터 공동체 법사단과 온라인 회의를 했습니다.

공동체 법사단의 대부분이 각 지부별 으뜸절 원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스님은 지난주 초파일 행사가 어떠했는지 질문했습니다.

“초파일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으뜸절마다 분위기가 어땠어요?”

아도모례원, 무안 미륵사, 장수 죽림정사, 경주 천룡사, 문경 수련원 등 차례대로 초파일 진행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주 일요일에 진행되는 법사 수계식 행사 준비 계획에 대해 역할분담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법당에서 영상으로 생방송을 시청하고, 스님은 방송실에서 법문을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요즘 근황을 이야기하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지난 한 주 동안 주로 낮에는 농사짓고 저녁에는 이렇게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조금 몸이 힘들긴 해도 운동도 되고 생산도 되고 일석이조예요. 또 요즘 같은 봄날에는 흙을 밟고 흙을 만지는 포근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이어서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200여 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5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부모님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를 학대한 부모님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저의 고민은 부모님과의 관계입니다. 아버지는 툭하면 윽박지르고 심한 욕설을 해서 인격적으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폭행과 성추행으로 얼룩진 나날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안 보내주셔서 4년간 거의 혼자 지냈습니다.

제가 직장이 없을 때는 인연을 끊자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다가 직장을 갖게 되자 자주 만나려고 하고 카드를 가져가십니다. 이런 도의에 어긋난 아버지의 모습들을 보면 안 만나고 싶다가도 막상 안 만나면 마음이 쓰입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살기 싫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데, 한편으론 부모님과 좋은 기억들도 많아서 저 혼자 편하게 지내려니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앞으로 부모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며 지내는 게 현명한 걸까요?”

“질문자는 부모님처럼 애먹이는 남편 만나서 부부간에 싸우면서 살고 싶어요? 부모님처럼 안 살고 싶어요?”

“부모님처럼 안 살고 싶어요.”

“부모님처럼 안 살고 싶으면 이제 정을 끊어야 해요.”

“정을 끊으라는 말씀은 부모님을 아예 만나지 말라는 건가요?”

“만나는 건 누구든지 만날 수 있죠. 죄를 지어서 교도소에 있는 사람에게도 면회는 가 줄 수 있듯이요. 만나고 안 만나고가 문제가 아니라 정을 딱 끊는 게 핵심이에요.

미리 ‘안 만난다’ 하고 정하면 만나고 싶을 때 내가 정한 것 때문에 속박을 받게 돼요. 또 미리 ‘만나자’ 하고 정하면 만나기 싫을 때 내가 정한 것 때문에 속박을 받게 됩니다. 만나고 안 만나는 것을 미리 정하면 거기에 자신이 속박을 받아요. 그러니 만나고 안 만나는 것은 미리 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심은 부모님과의 정을 끊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를 낳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제가 스무 살이 넘었으니 부모님의 도움 없이 제 인생은 제가 살겠습니다.’

정을 끊으려면 이렇게 기도하면 돼요.”

“그런데 제가 마음으로는 정을 끊은 것 같거든요.”

“지금 질문자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자석에 쇠붙이가 끌려가듯이 털끝만큼도 정을 끊은 게 아니에요. 그냥 고통이 올 때 싫어하는 거죠. 정을 끊으면 싫어하는 마음도 안 생겨요. 정을 끊어버렸는데 싫어하고 좋아할 게 뭐가 있어요. 지금 질문자가 ‘만나야 합니까? 안 만나야 합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아직 정을 못 끊었다는 겁니다.

정을 끊어버리면 이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어져요. 질문자는 이웃집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을 만나야 할까, 안 만나야 할까?’ 이런 고민을 안 하잖아요. 비록 옆집에 살아도 그 사람하고 정이 없기 때문에 볼일 있으면 만나고, 볼일 없으면 10년이 가도 안 만납니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볼일 있으면 자주 만나는 것이고요. 그것처럼 정을 딱 끊어 버려야 해요. 정을 딱 끊는 방법은 감사기도를 하는 겁니다.

‘그동안 저를 때렸든 어쨌든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낳아주고 키워주셨으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부모님께 야단맞고 의지하고 도움받고 살 때는 지났습니다. 저는 독립해서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하고 더 이상 연연할 필요 없이 정을 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식이 저 하나여서 부모님이 걱정됩니다.”

“부모님에게 자식이 하나든 둘이든 열이든 그런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정을 끊어야 해요. ‘자식이 나 하나라서 부모가 걱정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정을 못 끊겠다는 거잖아요. 정을 못 끊으면 또다시 부모한테 가서 싸우고 정붙였다가 또 울고불고 싸우고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괜찮아요.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 바에야 스님한테 물을 필요가 없잖아요. 지금 질문자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물으니까 스님이 조언을 해주는 겁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연세를 많이 드셨을 때는 어떻게 하죠?”

“그런 질문 자체가 정이 안 끊어져서 하는 질문입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아무리 늙어도 혼자 살든 말든 신경이 안 쓰이듯이 정을 딱 끊어버리면 부모님에 대해 그런 걱정이 안 들어요.

제가 어제 길을 가는데 이웃집 할머니가 혼자서 뭘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뭐 하세요?’ 물어보니 고라니가 밭에 들어와서 상추를 다 먹어버려서 울타리 치려고 말뚝을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 하기 힘들지 않으세요? 제가 좀 거들어드릴까요?’ 했더니 ‘아니야, 나 혼자 할 수 있어’ 이러시더라고요.

이렇게 아무런 정이 없어도 관심을 가질 수 있잖아요.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드리고,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 못 도와드리는 겁니다. 설령 병원에 실려 가시더라도 그 집 자식이 알아서 하든지 본인이 알아서 하도록 두면 돼요. 내가 도움이 되면 도와주고, 내가 도울 형편이 안 되면 안 도와주고, 그건 내 자유입니다.”

“제가 만약에 정을 안 끊으면 저도 부모님처럼 그렇게 살게 되는 건가요?”

“100% 그렇게 살게 된다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사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부모님처럼 살게 될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새끼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를 흉내 내고, 강아지는 어미 개를 흉내 내고, 송아지는 어미 소를 흉내 내듯이, 그건 자연의 이치예요. 자신이 자란 환경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막상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자신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까르마’라고 합니다.”

“그럼 제가 명절이든 생신이든 어버이날이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옆집 사람처럼 생각나면 만나는 정도로 부모님과 지내면 되는 건가요?”

“정이 끊어지면 그런 질문 자체를 할 필요 없이 저절로 돼요. 정에 끌려서 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원한이 있어서 안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됩니다. 어버이날이니까 전화 한 통을 드릴 수도 있고, 부모님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갈 수도 있고, 그때 부모님이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그 말에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부모님 댁에 갔더니 ‘다음부터는 오지 말라’ 하면 ‘알았습니다’ 하고 안 가면 돼요.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면 됩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이웃집이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이렇게 됩니다.

질문자는 정이 안 끊어졌기 때문에 열 가지 백 가지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정을 붙여놓고 머리를 굴리는 수준으로는 밤새도록 얘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정만 딱 끊어버리면 만 가지 질문이 필요 없이 저절로 해결됩니다. 그러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그 이상은 정을 딱 끊어야 해요.

부모가 나를 보살필 책임도 없고, 나도 더 이상 부모를 보살펴야 할 책임도 없고,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할 책임도 없고, 부모를 돌봐야 할 책임도 없어요. 의무 관계가 다 끊어진 겁니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을 산다’ 이런 관점을 분명하게 가져야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상대가 질문자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만나서 살 수 있어요. 그게 아니고 질문자 뒤에 부모가 있으면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인생이 불행해지는 지름길로 가는 거예요. 그러니 여기서 딱 정을 끊어야 합니다.

인생이 참 재미있습니다. 질문자가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마치 변소간에 구더기를 연상하게 되거든요. 구더기가 변소간에서 기어 나오려고 해서 건져 내놓으면 다시 변소간으로 들어갑니다. 질문자는 실컷 조언을 해줘도 다시 기어들어 가고, 도저히 못살겠다고 해서 다시 끄집어 내놓으면 또 기어들어 가는 수준이에요. 악담을 해서 미안합니다만 질문자가 그만큼 위험한 수준이라는 거예요. 부모 하고는 정을 딱 끊고 이걸로 끝을 내야 합니다. 이웃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하면 돌봐줄 뿐이에요. 그래도 나를 키워주었으니까 어버이날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릴 수는 있지만, 바쁘면 못 가는 겁니다. 아버지가 나를 추행했느니 때렸다느니 이런 얘기 자체도 이제는 버려버려야 해요.

정을 끊으라는 말은 미워하지도 말고, 정도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의무감도 갖지 말고 미워하지도 마세요. 부모는 더 이상 미워할 대상도 아니고, 책임져야 할 대상도 아닙니다. 이런 가족관계일 때는 정을 딱 끊고 좋은 마음으로 그저 편안하게 지내는 게 좋아요.”

“그러면 어떤 기도문을 갖고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기도문 타령하지 말고 정만 끊어버리면 됩니다. 별도로 기도문이 필요 없어요. 기도문을 만 번 외워도 정을 못 끊으면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굳이 기도문이 필요하다면 매일 절하면서 이렇게 되내어 보세요.

‘부모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제 인생 살겠습니다. 정은 끊었습니다.’

‘정을 끊겠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게 아니고 ‘정을 끊었습니다’ 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정을 끊겠다는 말은 아직 정을 못 끊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 ‘정은 끊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대답만 잘하지 말고, 실제로 정을 딱 끊어야 해요. 정을 못 끊고 살면 앞으로 질문자의 인생에 불행이 눈에 훤히 보여요. 젊은 사람이 그렇게 불행하게 살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집안에 태어났든, 그동안 어떤 고통을 겪고 학대를 받았든, 지금만 딱 정신 차리면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에 매이거나 정에 매이게 되면 늘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이 그 울타리에서 못 벗어나게 됩니다.”

“네, 스님 말씀대로 정을 끊겠습니다.”

“또 정을 끊겠다고 하네요. ‘스님 말씀 듣고 이제 정을 딱 끊었습니다’ 이렇게 말해야죠. 정을 끊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정을 못 끊었다는 얘기입니다.”

“네, 스님 말씀 듣고 정을 딱 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엎드려 절 받기네요.” (웃음)

환하게 웃는 질문자를 뒤로 하고 다음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숙여지지가 않아 많이 다투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요?
  • 저는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아가씨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다시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힘듭니다.
  •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업무분장을 하고 일을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를 많이 받아서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 저는 식용 목적의 개 농장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한국에서 개 식용이 없어질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님과 관계된 모든 번뇌가 정을 끊으면 모두 사라진다는 말씀을 들으니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오늘부로 정을 딱 끊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밝아진 질문자의 얼굴 표정을 보고 스님도 함께 기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 인생은 지금도 좋고 미래도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유익한 모든 일을 지금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해요. 이를 악다물고 힘들게 하지 마세요. 만약 농사를 지어야 소출이 나온다면 그걸 운동 삼아 놀이 삼아 즐겁게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길이예요. 그런 관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하루를 살아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다음 주 금요일 저녁을 기약하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마쳤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고, 오전에 화엄반 수련 회향식과 행복학교 특강을 하고, 오후에 청춘톡톡 온라인 강연을 한 후 해질 무렵에는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딩동~!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온/라/인/ 생방송 입장권이 도착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이제 #집에서 #쉽게 #온라인 으로~
재미 감동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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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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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선

비빔국수를 보니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이네요~
감사합니다~

2021-06-01 20:43:26

월광

“우리 인생은 지금도 좋고 미래도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유익한 모든 일을 지금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해요. 스님 법사님들 화엄반행자님들 웃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촤말순보살님 정성 깃든 비빔국수 저도 먹고 싶어요. 참 고맙습니다. 저도 스승님과 도반님들 국가 후원회원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속에 재미있게 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2021-06-01 20:19:42

황인순

스님 맞는것 같아요.정을 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냥 담담해지네요.저도 끊기까지가50년이 걸렸네요.

2021-06-01 10: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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