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22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오랫동안 수행을 해도 변화가 없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문경 연수원과 수련원, 그리고 봉화 수련원을 방문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성 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스님은 종성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명상을 했습니다.

예불을 한 후 5시 정각에 10-5차 백일기도 중 34일째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4000여 명의 천일결사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다 함께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를 한 후 경전 독송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평생을
지혜로운 이와 함께 살아도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

슬기로운 이는 잠시라도
지혜로운 이와 함께 하면
진리를 금방 깨닫는다.
혀가 국 맛을 알듯이.”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먼저 백일기도를 새로 시작한 후 5주 간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초심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눈 뜨자마자 1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서

“아침 기도 잘하셨습니까? 5차 백일기도가 시작되고 벌써 5주가 지났습니다. 하루하루 수행 정진하다 보니 벌써 백일기도의 3분의 1이 지났습니다. ‘백일기도를 어떻게 하나?’, ‘천일기도를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을 텐데요. 백일, 천일 생각할 것 없이 이렇게만 생각하면 됩니다.

‘매일 하루에 한 번 정진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자마자 1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서 정진한다.’

그래서 수행정진이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밥 먹듯이 일상생활처럼 하면 됩니다. 육체를 위해서 운동을 해주듯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정진을 일상화하는 겁니다.”

이어서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에 대해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읽은 법구경의 구절은 쉽게 말해 이런 내용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승을 만나서 배울 때 짧은 시간에 눈여겨보고 금방 이치를 터득하게 되고, 또 어떤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통해서 금방 교훈을 얻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사람과 같이 있어도 자기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자기 생각에 맞으면 좋아하고 자기 생각에 안 맞으면 미워합니다. 즉, 자기 세계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얘기도 자기 귀에 듣기 좋은 것만 듣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몸에 좋은 걸 안 먹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찾습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것에 늘 집착하고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첫째,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을 합니다.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색깔, 아름다운 모양에 집착을 하죠. 둘째, 좋은 소리에 집착을 합니다. 소리에 집착하는 사람은 음악에 아주 예민하기도 하죠. 셋째, 향기에 집착합니다. 그래서 전단향, 재스민 향, 향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없이 가치를 매기죠. 넷째, 맛에 집착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포도주가 몇 년 산인지를 따지면서 와인의 맛에 집착하죠. 다섯째, 감촉에 집착합니다. 부드럽다, 포근하다, 이런 감촉에 집착하죠. 여섯째, 생각의 유희에 집착합니다. 자기 생각에 맞다, 안 맞다 하면서 거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죠. 이것이 한평생 우리들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런 좋음이 여러 가지가 합해지면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모양도 좋고, 빛깔도 좋고, 거기다 소리도 좋고, 향기도 좋고, 맛도 좋고, 감촉도 부드러운 것을 늘 찾습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감각적 욕망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수행에서 제일 방해되는 요소, 즉 괴로움의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감각적 욕망입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모든 번뇌와 고통의 원인이라는 거예요.

현대 사회는 욕망에 모든 행복의 가치와 의미를 둡니다. 모양이 좋은 집, 모양이 좋은 정원, 등 빛깔과 모양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갑니다. 소리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향기와 맛과 감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빨리어로 된 니까야에서는 이런 욕망을 ‘감각적 쾌락’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행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

부처님께서는 수행을 방해하는 장애로 다섯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수행을 방해하는 덮개라고 해서 ‘오개(五蓋)’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 첫 번째 장애가 바로 감각적 욕망입니다. 인간이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서 감각적 쾌락을 일으키는 것에는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의 선지식들은 쉽게 비유를 들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이 부딪칠 때 감각적 욕망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안이비설신의는 여섯 가지 문이다. 색성향미촉법은 여섯 명의 도적이다. 여섯 가지 문을 잘 단속해야 여섯 명의 도적을 막아낼 수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일어나는 감각적 욕망을 잘 다스려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건 맛을 느끼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맛을 느끼되 맛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몸에 해로운 데도 먹으면 그게 바로 맛에 집착하는 겁니다. 음식을 먹는 이유는 몸을 위해서 먹는 것인데 몸에 해로운 데도 맛에 집착하게 되면 많이 먹게 된다는 거죠. 입에는 좋지만 몸에는 나쁩니다. 향기도 마찬가지예요. 코에는 좋은데 몸에는 나쁩니다. 외부의 자극에 좋다고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겁니다.

두 번째 장애는 싫은 마음을 내는 ‘혐오’입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것에는 성을 내게 됩니다. 보기 싫은 마음을 내고, 듣기 싫은 마음을 내고, 냄새 맡기 싫은 마음을 내고, 맛보기 싫은 마음을 내고, 감촉하기 싫은 마음 내고, 자기 생각에 안 맞다고 싫은 마음을 내는 거죠.

세 번째 장애는 혼침과 해태입니다. 졸거나, 멍하게 있거나,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뜻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절하는 것도 힘들고, 매사가 하기 싫고, 머리는 멍하고, 이런 혼침과 해태가 수행의 큰 장애입니다.

네 번째 장애는 들뜸과 회한입니다. ‘들뜸’은 좀 잘된다고 흥분하는 것을 뜻합니다. 명상을 할 때도 조금만 해보고 잘 안 되면 금방 그만두려 합니다. 어쩌다가 잘 되면 ‘이래서 명상하는구나’ 하고 기뻐합니다. 그다음에 잘 안 되면 ‘아이고, 또 안 되네’ 하고 포기하려 합니다. 회한은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인데 ‘그때 잘할 걸’, ‘그때 잘했으면 됐는데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후회를 합니다.

다섯 번째 장애는 회의적 의심입니다. ‘이런다고 되나?’ 하면서 자꾸 의심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의문과 의심은 다릅니다. 의문은 ‘이게 뭐지?’ 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뜻합니다. 의심은 못 믿는 마음이에요. 항상 회의적인 마음을 갖고 가르침을 믿지 않는 겁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회의적인 마음을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그냥 의심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회의적 의심’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수행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똑같이 장애로 작용합니다.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서도 이 다섯 가지로 인해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늘 이 다섯 가지 장애가 생깁니다. 수행할 때는 특히 이 다섯 가지 장애가 생깁니다. 다섯 가지 장애를 걷어내야 정진이 제대로 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여러분들에게도 이 다섯 가지 장애가 늘 작용하고 있을 거예요. 하고 싶은 것에 집착해서 번뇌를 일으키고, 하기 싫은 마음에 사로 잡혀서 번뇌를 일으키고, 게으름과 혼침에 빠지고, 좀 된다고 들뜨고, 잘못됐다고 후회하고, ‘이걸 해서 뭐 하나?’ 하고 의심하고,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 다섯 가지의 반복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자기 생각, 자기 견해, 자기 취향에 안 맞다고 자꾸 그 문제에만 집착하게 되면, 자기 생각 안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진실을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게 된 배경

오늘 읽은 법구경의 내용도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유래가 있습니다. 석가족 출신의 우다이라는 스님이 있었어요. 부처님께서 출가하고 도를 이루고 교화를 하게 되자, 그 명성이 주변에 자자해졌지만 아직 고향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정반 왕이 사신을 파견해서 부처님을 고향인 카필라바스투로 초대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명을 받고 부처님을 초대하러 간 신하들이 전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아서 그 자리에서 출가를 해버렸어요. 즉 함흥차사가 된 거죠. 여러 명의 신하를 보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왕이 매우 실망하여 포기하고 있으니까 우다이라는 대신이 ‘제가 가겠습니다’ 하고 자청을 했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이 ‘보내 봐야 소용없다. 너도 똑같이 될 것이다’라고 하자 우다이가 ‘저는 아닙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우다이라는 사람은 언변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요즘 식으로 말하면 플레이보이 같은 사람이었나 봐요. 여성들과도 아주 친하고 바람기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출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를 믿고 보내십시오. 저는 출가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하고 본인이 스스로 왕에게 청한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왕이 시켜서 보낸 사람들인데, 우다이는 자기가 왕의 근심을 덜어주겠다고 파견을 자청한 분이에요.

우다이는 정반 왕의 간곡한 요청을 부처님께 전하기 위해 기원정사로 갔습니다. 그런데 1250명이 산다고 하는 기원정사가 너무 조용한 거예요. 그래서 ‘아무도 없나?’ 이러면서 숲 속에 들어갔더니 1250명이 조용한 가운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습니다. 우다이는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앉아서 설법을 듣게 되었고, 그때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탁 깨달았어요. 그래서 출가를 했습니다. 비록 출가를 했지만 부처님께 정반 왕의 전언을 전달해서 부처님이 카필라성을 방문하게 한 공로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다이는 이치를 깨닫기는 했지만, 오랜 습을 버리지는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분이 갖고 있던 세속적인 습이 수행의 장애가 되기도 하고, 반면에 교화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분은 사람들과 친근하게 잘 지냈고, 특히 여성들에게 설법을 아주 잘해서 많은 여성들이 우다이의 설법을 듣고자 했습니다. 결국 우다이를 좋아하는 어떤 부인이 공양을 접대한다고 집으로 초대해놓고 우다이를 유혹했습니다. 그 유혹에 우다이가 넘어간 건 아닌데, 유혹하는 현장에 남편이 나타나는 바람에 결국은 살해가 되었습니다. 세속의 습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출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보를 받게 된 거예요. 그러나 죽을 때 후회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인연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입멸했습니다.

우다이는 출가한 지 오래된 장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다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우다이는 대중을 위해 설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상, 무아, 고, 연기법, 12연기, 오온 등 이런 수행의 기본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해요. 그래서 제자들이 부처님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다이 장로는 대중들에게 법문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막상 우리가 수행에 대해서 여쭤보면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오늘 우리가 읽은 게송을 읊으셨다고 해요. 부처님처럼 훌륭하신 분과 아무리 오래 같이 지내도 자기의 습에 빠져 있으면 깨달음이 더디다는 얘기입니다.

오랫동안 수행을 해도 변화가 없는 이유

쉽게 비유를 들어 볼게요. 성냥불을 살살 100번을 켜도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번 탁 제대로 켜면 불이 켜지죠. 그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항상 상황을 주시해서 집중을 해야 정확하게 인지도 되고 이치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서 적당하게 하면 속된 말로 장판 때만 묻게 되는 거예요. 오래 살아서 이것저것 아는 것은 많은데 제대로 이치를 깨치는 것은 없는 거죠.

물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항상 주시를 하고 알아차림을 유지해서 자신의 모순을 자각해야 해요.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마음에 안 들어서 기분이 나쁘더라도 바로 딱 돌이켜서 ‘아, 내 생각에 빠졌구나’ 하고 깨우쳐야 합니다. 이런 자각이 계속 쌓여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막연히 배우는 것만 갖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꾸준히 하는 것만 갖고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아요.

이런 지혜가 없으면 몸만 고생을 시키게 돼요. 머리로 생각만 하고 몸을 안 움직여도 문제지만, 몸만 움직이고 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절을 많이 한다고 해서, 경전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번뇌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면 번뇌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교훈을 명심하고 계속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을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문경 정토 연수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정토 연수원에는 법사 수계식을 앞두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이 회향 수련에 참석하기 위해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격리 기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화엄반 행자님들을 격려한 후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는 주말 온라인 명상 수련이 진행되고 있어서 상황이 어떤지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톱과 낫을 챙겨서 봉화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이정자 김수 거사님 부부가 봉화 수련원에 머물며 여러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어서 격려도 할 겸 농사 진행 상황도 점검했습니다. 얼마 전에 묘당 법사님과 행자님들이 논을 새로 정비했습니다.

그런데 봉화 수련원에서 새로 정비한 논으로 가는 길에 잡목이 많이 우거져 있어서 오늘은 길을 함께 정비했습니다.

스님이 앞장서서 낫과 톱으로 잡목을 제거하고 나가면, 두 부부가 스님의 뒤따라서 잘라진 나뭇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후 5시에 산길 정비를 마치고 봉화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니 해가 졌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봉하 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추모한 후 가야불교 초전법륜 성지인 봉림사지를 답사하고 김해시에 있는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의 능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온라인 주말 명상 회향식에 참석해 회향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생방송합니다.

전체댓글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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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깨치리

스님의 말씀 잘새겨듣겠습니다

2021-06-02 04:52:01

응무소주이생기심

'무상, 무아, 고, 연기법, 12연기, 오온 '
감사합니다 스승님_()_

2021-05-30 10:06:05

김민정

습관인지도 못 알아차리고 있는 나의 습관들로 부터 자유로워지기 연습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1-05-27 16: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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