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23 정토대전 회의, 행복학교 특강
“길고양이에게 독극물 먹인 사람이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행복학교 참가자들을 위해 온라인 특강을 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8시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경수련원과 죽림정사, 천룡사에 계신 분들이 스님과 회의를 하기 위해 두북수련원에 속속 도착했습니다. 서울과 무안 미륵사, 그리고 해외에 파견을 나가 있는 법사님들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1년 간 법사 교육을 받은 화엄반 행자님들의 법사수계식 계획과 으뜸절의 수입과 지출 원칙, 부처님 오신 날에 각 으뜸절에 연등 전기불을 켤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했습니다. 으뜸절에 연등을 얼마나 달 수 있게 준비할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에는 연등을 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요. 작년보다 더 촘촘하게 연등을 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전구가 더 촘촘하게 달릴 수 있게 전선을 새로 바꾸어야 해요?”

“기존에 사용하던 전선은 50cm 간격으로 되어 있어서 30cm 간격으로 된 전선을 새로 사서 연등을 달아야 합니다.”

“그 말은 기존 전선줄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기존 전선줄을 재활용하려면 간격을 좁게 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고요. 그렇게는 하지 마세요. 그냥 기존 전선줄을 그냥 그대로 다세요. 만약에 더 촘촘하게 연등을 달아야 되면, 전구가 안 들어가는 연등을 추가로 다세요. 하나는 불을 켜고, 하나는 불을 안 켜고,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웃음)

작년에 달았던 그대로 다는 것으로 합시다. 경비가 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을 고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죽림정사에서도 한 가지 문의를 했습니다.

“저희 죽림정사에는 두북수련원 창고에 있던 전선줄을 좀 챙겨 왔어요. 주름등을 찾다가 법당 철거하는 과정에서 남은 전선줄을 발견했어요. 그걸로 죽림정사에 연등을 달아도 되겠죠?”

“죽림정사에 달아도 되는데, 혼자만 전선줄을 다 가져가지 말고, 다른 곳에도 좀 나눠주세요. 왜 혼자서 다 가져갔어요?” (웃음)

아직 으뜸절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과정이라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작년에 연등을 달았던 방식 그대로 달고, 내년부터 새롭게 체계를 잡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법사단 회의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했다가 오전 10시 40분부터 정토대전 경전팀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경전팀에서는 경전 원문에서 발췌하여 편집해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계급 평등의 가르침, 가난한 농부를 교화한 이야기, 석가족의 멸망, 수행 생활을 제대로 못한 비구,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 좋은 벗들과 함께 한다는 것, 아함경에서 뽑은 일화를 함께 독송하고 점검했습니다.

경전팀에서 찾아온 일화는 모두 교훈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전을 점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부처님 가르침에 맞는가’입니다. 당시 역사, 시대적 배경에 부합하는가도 살펴보았습니다.

“부처님은 늘 인연 과보를 이야기하셨는데 이 사례에서는 인과응보로 설명하고 있어요.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법에 맞는 이야기가 아니니 뺍시다.”

준비한 모든 자료를 점검하고 5시가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정토대전 회의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했다가 저녁 7시 30분에는 행복학교 온라인 특강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은 온라인 행복학교 마음편과 관계편 참가자를 대상으로 행복학교 과정 중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심화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시간입니다.

행복학교 10기 관계편 참가자와 11기 마음편 참가자를 합해 1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나날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농사를 지으면서 대중들과는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폐교의 교실 한 칸을 방송실로 꾸며서 이곳에서 여러분과 지금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 폐교는 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학교입니다. 운동장도 그대로이고, 어릴 때도 있었던 느티나무도 그대로이고, 교실도 제가 다닐 때와 똑같이 6칸 그대로입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가 1960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에 제가 이 학교에 입학을 했네요.

6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때 저희들은 학교에 올 때는 고무신을 신었지만,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짚신을 신었어요. 직접 목화를 키워서 직접 물레로 실을 만들어 짠 무명옷을 입었습니다. 거의 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살았는데, 60년 만에 지금 우리는 세계 최첨단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100불이었습니다. 지금은 1인당 GDP가 3만 2천 불이에요. 경제적으로는 320배가 더 잘 살아졌는데, 과연 우리의 행복지수도 그만큼 좋아졌을까요?

얼굴 표정만 놓고 봐도 그때보다 300배는 고사하고 3배도 더 행복해졌다고도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학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입니다.”

이어서 행복학교 관계 편과 심화과정에 대해 소개한 후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400여 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7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길고양이가 독극물을 먹고 죽었다며 슬픈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독극물 먹인 사람이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저희 집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독성 있는 음식을 먹고 와서 코에 피를 계속 흘리면서 죽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제 입장에서는 독을 넣은 음식을 길거리에 둔 그 사람이 천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길고양이가 생활환경을 해친다고 생각해서 한 그런 행동은 합리화될 수 있는지, 또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는 죄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길고양이 독극물 테러 사건이 간혹 뉴스에 나오면 ‘그 사람들이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한국 사람들이 개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길고양이에게는 그렇게 하더라고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도 운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서 그런 험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로서는 마음이 아주 아픕니다.”

“질문자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덫에 걸려 쥐가 죽었을 때 가슴이 아픕니까?”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면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뱀이 죽었다면 가슴이 아픕니까?”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러면 죽은 쥐를 먹고 고양이가 죽었다면 가슴이 아픕니까?”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독극물을 먹고 죽은 쥐를 또다시 고양이가 먹고 죽었다면 질문자는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했으면서, 뱀이 죽었을 때에는 왜 가슴이 아프지 않습니까?”

“뱀은 저와 정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고양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슴이 아프면서 고양이보다 훨씬 큰 소를 잡아서 부위별로 잘라서 삶아먹고 구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잖아요. 그건 왜 그렇죠?”

“고양이는 저와 정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질문자가 정이 없는 뱀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듯이, 고양이에게 정이 없는 사람들은 고양이의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을 것 아니에요?”

“아, 그렇겠네요.”

“그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까요? 안 받을까요?”

“천벌을 안 받을 수도 있겠네요.”

“질문자가 고양이의 죽음에 대해 가슴이 아픈 것은 충분히 이해가 돼요.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자와 생각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이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가령 질문자가 산에 있는 노루를 사랑해서 노루의 죽음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것은 괜찮아요. 그렇다고 산에서 노루를 사냥해서 먹고사는 사냥꾼이 천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또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그 물고기를 고양이가 먹었다든지 하면 충격을 받겠죠. 그렇다고 어부들이 수많은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천벌을 받아야 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잖아요.

길고양이에게 독극물이 든 음식을 주어서 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행동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범죄 행위로 정하면 죄가 되는 것이지만, 그렇게 정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천벌’이란 하늘이나 자연이 내리는 처벌이라는 의미잖아요. 자연은 그런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고양이를 학대하는 행동을 법으로 처벌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천벌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어요.

질문자가 가슴이 아픈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질문자와 생각이 다르다고 천벌을 받으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악담에 속합니다. 만약 천벌이 있다면 그런 못된 마음을 가진 질문자가 받지, 그 사람들이 받는 게 아닐 거예요. 질문자는 그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부을 게 아니라 ‘반려묘인 고양이를 가능하면 일부러 죽이지는 말자’ 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여야 합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노력을 해야지 악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간호사로 5년 정도 근무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두 번의 이직 후 퇴사하였습니다. 결혼도 자신이 없고, 직장도 다시 가야 할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막막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저는 남편의 직업상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사교 모임에 나가 제 직업을 묻는 사람들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살림만 하려니 밥값은 하고 있는지 위축이 됩니다.
  • 재택근무로만 3년째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직장동료도 없고, 가장 친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 한 명과 동생, 엄마, 남자 친구인데요. 이대로 살아도 될지 걱정이에요.
  • 좋은 대학교에 진학한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그 친구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위축된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 33세 딸이 입양 사실을 알고는 2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빠와 최악의 관계일 때 딸이 입양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IT 개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능력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욕심으로 푸시를 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 제가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질문자들의 한 줄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고양이를 잃은 슬픔을 이야기한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천벌을 받으라는 마음을 내는 사람이 오히려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바가 많았습니다. 아주 핵심적인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드린 말씀에 상처를 입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주니 저도 좋습니다. 혹시 질문자가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과연 법륜 스님이시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아주 예리한 답변을 해주셔서요.”

마칠 시간이 되자,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사물을 주로 한 면만 보기가 쉽습니다. 앞면만 보고 뒷면은 안 보고, 윗면만 보고 아랫면은 안 보고, 왼쪽 면만 보고 오른쪽 면은 안 보고, 한 면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단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인식상의 오류가 생기는 겁니다. 앞면만 보지 말고 뒷면도 보고, 윗면만 보지 말고 아랫면도 보고, 왼쪽 면만 보지 말고 오른쪽 면도 보는 것과 같이 총체적으로 보는 것을 ‘지혜’ 또는 ‘통찰’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한 면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

가령 어떤 사람을 구두쇠라고 평가한다면 나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쁜 의미일 수 있어요. 그런데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이라면 구두쇠라는 평가는 절약하고 소비를 줄이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을 영악하다고 평가한다면 자신에게 득이 별로 안 되니까 나쁜 의미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몫을 챙기면서도 남한테 함부로 휘둘리지 않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일 수 있어요.

그러니 자신에게 잘하는지 못하는지 이 한 면만 보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법륜 스님!’ 이러면서 막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마음이 들뜨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기대가 높기 때문에 그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실망하여 원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스님에 대해서 흉을 보는 사람은 오히려 좋은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 모르고 흉을 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해였다는 생각이 들면 스님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지금 일어나는 한 면만을 보고 단정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보세요. 그러면 좋게 보이던 게 나쁘게 보일 수도 있고, 나쁘게 보이던 게 좋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길을 누구나 만날 수 있게

이제 행복학교에서 마음편을 이수하신 분은 관계편으로 넘어가시고, 관계편을 이수하신 분은 심화과정으로 넘어가시고, 심화과정을 마치신 분은 행복시민으로 활동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연습으로도 이렇게 훨씬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잖아요. 이 길은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정 종교와 관련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국민들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이 길을 만날 수 있도록 주위에 안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을 모두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오전에는 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특강을 하고, 오후에는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새로 선출된 정토회 지회장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5

0/200

당번보스

개 고양이를 인간동급으로 보는 정신병자들은 절대로 인정 못 할 법문입니다 개고기 먹는사람 생선을 먹는사람은 정상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니다 단지 지가 좋아하는 동물을 살생하는 사람한테 악담하는 사람이 천벌을 받는다 캬~~~~존경 합니다 스님

2023-01-30 16:17:47

그런논리면 사람을 독살해도 천벌을 안받을수도 있겠네요.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답변 답습니다

2022-09-24 03:49:11

김은정

명쾌하고 명쾌합니다.

2021-07-06 15:39:0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