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22 경주 남산 순례
“자꾸 교회에 나가자고 권하는 형님이 불편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멀리서 손님이 찾아와서 하루 종일 경주 남산과 경주 일대를 안내했습니다.

오전에는 민중불교가 살아 숨 쉬는 삼릉골의 다양한 불상 유적지를 보고 이영재를 지나 천룡사로 내려왔습니다. 산행을 다섯 시간이나 하는 바람에 오후 늦게 점심 식사를 한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과 농장을 둘러보고 차담을 나눈 후 손님을 배웅하고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 있었던 대화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자꾸 교회에 나가자고 권하는 형님이 불편해요

“저에게는 부모님 같이 저를 잘 보살펴 주시는 형님이 계십니다. 저희 부부는 외국에 살고 있는데, 형님이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형님에게 빌린 돈이 많이 있는데, 조금씩 갚고 있지만 아직 빚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남은 금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전화를 주셨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큰 짐 하나를 덜어낸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형님의 큰 소망 중에 하나가 우리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라고 늘 하시던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이 소망을 들어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이 너무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형님은 교회가 생활의 전부인 분이셔서 그 소망이 너무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요?”

“욕심이 많으시네요. 돈은 돈 대로 벌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거기에 마음까지 편하게 해달라고 스님에게 질문하는 걸 보면 욕심이 많아요.”

“스님께 혼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웃음)

“그냥 교회에 나가세요. 형님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는데 교회에 나가면 되잖아요. 빌린 돈을 갚으려면 어차피 일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교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며 되죠.

경제적으로 지원받은 금액을 남은 기대수명 만큼 나누어 보세요. 10년이면 520주이고, 교회에 매주 갈 때마다 100불씩 갚는다고 생각하면 되죠. 만약 어떤 교회에서 한 시간 앉아 있으면 100불씩 준다고 하면 질문자는 틀림없이 그 교회에 갈 겁니다. 형님이 한꺼번에 주니까 저렇게 욕심을 내는 거예요. 교회에 갈 때마다 100불씩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니시면 될 것 같은데, 못 다닐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교회에 몇 년 다녔습니다. 형님이 신앙을 가지면 너무 좋다는 걸 경험하신 후 저에게 권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제가 절에 갔을 때 느꼈던 편안한 마음을 교회에 가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다녀봤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누군가를 속이는 것 같은 기분과 편하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냥 안 가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에만 교회에 잠깐 나가고, 남은 시간에는 절에 가면 되지 않아요? 신앙을 가지기 위해서 교회에 가는 게 아니고, 아르바이트 삼아 돈 100불 벌러 나간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아,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웃음)

“매주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형님과 대화하면서 앉아 있으면 목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든 신경 쓸 것 없이 돈 100불 벌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교회에 다니면 돼요. 그러다가 간혹 목사님이 해주시는 좋은 말씀 들으면 이득도 되고, 아무리 도움이 안 되는 말이라도 일단 돈 100불을 벌 수 있으니 거기에 의의를 두고 나가다 보면, 돈도 벌고 형님과도 화목해지고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을 믿지도 않는데 앉아 있는 것이 더 불편하다’ 이렇게 생각이 된다면, 형님에게 돈을 갚아야 합니다. 형님이 갚지 말라고 해도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빚은 갚겠습니다. 이번 생에 못 갚으면 다음 생에 몇 배로 더 갚아야 될 텐데, 제가 왜 어리석게 이자 쳐서 갚겠습니까? 빚 갚는 것과는 관계없이 교회는 함께 가드리면 좋은데 솔직히 저는 교회에 가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저를 위해서 신앙을 권유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제 마음이 편하지가 않으니 양해를 좀 해주세요’

그러고는 빚을 갚으세요.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교회에 나가세요. 돈도 벌고 형님 소원도 들어주고 일거양득 아닙니까. 신앙을 갖기 위해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죽을 때까지 하루에 100불씩 갚는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나가세요.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게 좋다는 관점에서 교회에 나가면 됩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해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신앙을 가진 사람은 제단에 재물을 올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재물을 올리는 것보다 갈등이 있는 형제와 화해하는 게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아하시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질문자가 교회에 가서 설교를 듣고 안 듣고,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 하는 문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형님의 신앙을 존중해서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아 보이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기독교적 관점에서도 진정한 크리스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이런 마음을 내면 절에 다녀도 크리스천입니다.

이렇게 하면 돈도 벌고, 진정한 크리스천도 되고, 형제간에 우애도 돈독해지고, 마음 편하게 절에도 다닐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번 돈으로 매주 100불씩 절에 보시하면 스님도 좋아할 겁니다. 교회 다니면서 절에 100불을 보시하는 걸 좋아할까요? 절에 오면서 보시 안 하는 걸 좋아하겠어요? 외국에 있는 사찰의 경우 임대료 내기가 어려워서 불심보다 보시를 더 좋아할지도 몰라요. (웃음)

질문자가 관점을 바꿔서 교회에 나가면 모두가 이익입니다. 형제간에 우애 있고, 교회 가서 신앙을 갖게 되고, 돈도 벌고, 절에 보시하면 스님도 좋아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무엇 때문에 안 하고 괴로워합니까? 그러니 형님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처님은 자비롭기 때문에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서 교회 좀 갔다고 질문자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좀 넓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나는 양심상 내 영혼과 믿음을 돈 몇 푼에 파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라면 어떤 걸 선택할 것 같아요? 저라면 당연히 빚을 다 갚아주고, 교회에 나가지 않는 걸 선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행위는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나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마음을 썼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기가 떳떳해야 돼요.

‘형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마음이 안 편해서 형님 소원은 못 들어드려요. 형님이 안 갚아도 된다고 하셔도 빚은 갚겠습니다. 대신 교회에 못 가는 건 봐주세요. 저도 몇 년 다녀봤는데 도저히 마음이 안 편해서요. 형님이 저를 좀 봐주세요’

이렇게 말을 하고 돈을 갚으면 교회에 안 나가도 됩니다. 만약 그럴 형편이 안 되면, 경제적인 짐도 덜고, 형님 소원도 들어주자는 의미에서 교회에 나가면 됩니다. 이렇게 폭넓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마음이 편해지도록 생각하세요.”

“감사합니다. 제가 제 고집만 세웠다는 생각을 여태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기 고집인 줄도 모르고 살았으니 얼마나 고집이 세겠어요?”

“그러네요.” (웃음)

전체댓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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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화

남의 눈은 티눈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내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보지 못했습니다 참회합니다 무엇이 핵심인지 성경말씀과 부처님은 이해하실 거라는 지도법사님의 말씀에 고개숙여집니다
마음을 크게 내겠습니다 ^^

2021-04-30 11:26:31

전정미

자기 고집 인 줄도 모르고 살았으니 얼마나 고집이 세겠어요...
모르면 죄도 아니고 고집도 아닌 줄 알고 수십년을 살았습니다.
앗! 바로 접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참회합니다._()_

2021-04-28 13:44:34

곽기복

저는 평생을 크리스천으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인데 스님의 말씀이 참 많은 깨달음을 주십니다ᆢ감사합니다 스님의 법문을 읽으면서 삶이 변하고 있습니다ᆢ건강하세요

2021-04-28 09: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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