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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문경 수련원을 출발해 문경새재를 산책한 후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8시에 문경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오늘도 1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 걸으면 좋을까요? 평일에는 문경새재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예요. 문경새재를 걸읍시다.”
문경새재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개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이 되니까 해가 쨍쨍해졌어요.”
스님은 요즘 하루에 만보 걷기를 틈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늘 대중들을 이끌고 오르내렸던 문경새재인데,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오늘은 스님 혼자서 걷습니다.
요 며칠 비가 내려서 그런지 계곡에 물이 많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씨가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지금 영상 8도 정도 되는데,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잖아요. 조금만 더 기온이 올라가도 걸을 때 땀이 나거든요.”
1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조령원 터에 도착했습니다. 제1관문을 지나 2관문 쪽으로 약 1.3km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돌담장 안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햇살이 아주 따뜻했습니다.
“스님, 여기가 어디예요?”
“출장 가는 관리들의 숙식을 제공해주는 시설이었어요. 길가는 나그네들의 편의를 제공해주기도 하고요.”
문경새재는 서울과 영남지방을 이어주던 중요한 교통로이다보니 역과 원이 일찍부터 발달했었는데, 지금은 초라한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1시간 정도 걸었으니까 이제 다시 돌아갑시다. 돌아가려면 또 1시간 걸어야 하니까요.”
내려가는 길에는 계곡의 모습이 더 잘 보였습니다. 발걸음은 더 가벼웠습니다.
주위에는 봄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처음에는 산수유꽃이 보이더니 나중에는 생강나무 꽃도 보였습니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 꽃은 정말 비슷하죠?”
스님은 예쁜 꽃들을 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너무 예뻐도 안 좋아요. 꽃도 너무 예쁘면 사람들이 다 꺾어가버리잖아요. 못 생기면 아무도 꺾어가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는 거군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금방 제1관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차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서 스님이 물었습니다.
“오늘은 몇 보 걸었다고 나와요?”
“9980보 걸었다고 나옵니다.”
“차에 도착하면 만보가 딱 되겠네요.” (웃음)
딱 만보를 걸은 후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오후 4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온라인 수행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15일에 있었던 행복학교 특강 중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7년 동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동료 간에 갈등이 많습니다. 가끔 큰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은데, 가만히 있는 것이 결국은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다른 편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무실에서 큰소리가 날까 봐 심장이 두근거리고 비난을 받는 것이 괴롭지만, 제 나름대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요?”
“갈등이 많은 직장에 다니는 조건이 나을까요, 방금 전에 질문하신 분처럼 아픈 아이를 키우는 조건이 나을까요?”
“...” (웃음)
“아픈 아이의 부모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아픈 아이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아픈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동료 간 갈등이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더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왜 괴로울까요? ‘동료들이 싸우지 말고 사무실이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자기 바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도, 부모 자식 사이에도 살다 보면 다툴 일이 생기는데, 직장에는 생판 모르던 남들이 모여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하는데 어떻게 시끄럽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세상은 원래 시끄러운 겁니다. 얼마나 시끄러우면 전쟁을 일으켜서 사람까지 죽이겠어요. 시끄러운 게 문제라면 질문자는 속세에서 살지 말고, 직장 그만두고 머리 깎고 절로 들어오세요. 그런데 절에 들어오면 조용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절에 들어오면 또 다른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세상이 원래 그래요. 왜냐하면 다들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도 자기 뜻대로, 저 사람도 자기 뜻대로, 중간에 낀 나도 내 뜻대로 하려고 해서 그래요.
질문자는 ‘너희는 싸워도 나는 안 싸운다’라고 생각하죠? 싸우는 사람들보다 자기가 조금 더 낫다는 생각 자체가 자만이고 교만입니다. 정말 질문자가 그 사람들보다 낫다면, 그들이 싸우는 가운데에도 편안해야 합니다. 그들이 싸우는 걸 보면서도 내 마음이 편안하면 그들과 싸울 일이 안 생겨요. 내 마음이 괴로우면 그들과 싸울 일이 생깁니다. 상대가 욕을 하기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고, 상대가 욕을 했을 때 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상대가 욕을 해도 내가 아무렇지 않고 편안하다면 갈등이 생길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동료들이 다투는데 끼기 싫다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쪽 편이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답하고, ‘저쪽 편이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사실대로 답하면 됩니다. ‘우리 편 하자’고 하면 ‘아니요’라고 답하고, ‘그럼 저쪽 편이냐?’라고 물으면 ‘아니요’라고 답하고, ‘어느 편이냐?’고 물으면 ‘나는 어느 편도 아니다’라고 답하면 됩니다. ‘중립은 없으니 선택하라’고 하면 ‘그래도 중립하겠다’고 말하세요. ‘왜 중간에 끼어서 그러냐?’고 물으면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싸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나서 어느 편을 드는 것은 고사하고 그 상황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요.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겁니다. 겁이 나서 그래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할 말이 없지 않겠어요?
그만두라고 하면 그때 나오면 되지 미리 사표를 낼 이유가 뭐가 있어요?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한다는 건, 조금만 내 뜻대로 안 되면 그만둬버리고 싶은 심리예요. 부부가 같이 살다가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 이혼하는 거나, 회사가 월급을 적게 주거나 승진 안 시켜준다고 그만두는 거나, 동료들끼리 싸우는 게 꼴 보기 싫다고 그만두는 거나 심리는 다 똑같아요. 그걸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다 내 맘대로 안 된다고 그만두겠다는 거거든요. 질문자는 고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만두고 싶은데 이만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억지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월급 받고 이 정도 조건의 직장에서 약간의 시끄러움은 당연하다’라고 생각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도 그 정도도 시끄럽지 않은 곳은 없어요. 물론 구성원 간에 갈등이 없고 화목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우리의 바람이 모두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안 이루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모든 작물이 다 잘 자라기를 원하지만, 전부 잘 되진 않잖아요. 어제 제가 나무를 심었는데요. 나무가 다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손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땅을 깊게 파고 물을 주고 심었지만, 다 잘 자랄까요? 그중에 죽는 나무도 있을까요?”
“죽는 나무도 있어요.”
“죽는 나무가 있으면 다시는 나무를 안 심어야 될까요? ‘심어봐야 죽는데 뭐 하러 심나?’ 이렇게 해야 할까요? 죽는 건 죽고 사는 건 살고 내년에는 죽은 나무 자리에 다시 다른 나무를 심고, 그래도 또 죽으면 다시 심으면 돼요. 첫해 심어서 70% 만큼 살고, 다음 해에 새로 더 심어서 90%까지 채워지고, 그다음 해에 또 심어서 95% 채워집니다. 이렇게 인생은 확률입니다. 할수록 좀 더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농사를 지었는데 가뭄이 들어서 농작물이 다 말라죽었어요. 그래서 지하수를 파서 물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홍수가 나서 지하수는 아무 필요도 없는 데다 작물이 물에 빠져 병들어 죽었어요. 이 이듬해에는 홍수 피해가 나지 않도록 물길을 잘 만들어두었지만 그래도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대비를 하더라도 매번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고 농사를 안 짓겠다고 할 것이 아니에요. 문제를 하나씩 대비해 나갈수록 농사가 잘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직장에서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눠서 싸우면 밖으로 나가버리든지 싱글싱글 웃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하세요. 왜 밖에 나갔냐고 물으면 겁이 나가서 나갔다고 하고, 왜 웃냐고 물으면 전에는 싸우는 것을 보면 겁이 나서 도망갔는데 이제는 좀 견뎌 보려고 안 나오는 웃음을 웃으면서 참아보려고 한다고 하세요. 이렇게 조금 재밌게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질문자를 신경 안 쓰게 됩니다. 만약에 수요일에 회식하자고 하는데, 저는 절에 가서 참석 못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종교에 미쳤다고 하지만 계속 그러면 회사에서 회식할 때 수요일을 피해서 시간을 잡게 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직장 구하기도 어려운데, 보살의 마음으로 내 자리를 남에게 주고 싶으면 사표를 내고, 그럴 수준이 안 되면 그냥 다니세요. 시끄러운 건 ‘세상은 원래 시끄럽다더라. 우리 부모님도 맨날 싸우는데, 어떻게 직장 다니는 동료끼리 안 싸울 수 있겠나? 그래도 우리 부모님 싸우는 거에 비하면 싸우는 소리가 작다. 어릴 때도 견뎠는데, 지금 성인이 된 내가 못 견딜 이유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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