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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6시 30분에는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차식색향미 상공시방불 중공제현성 하급군생품
(此食色香味 上供十方佛 中供諸賢聖 下級群生品)
등시무차별, 수함개포만, 영금시수등, 득무량바라밀
(等施無差別 受咸皆飽滿 令今施受等 得無量波羅密)
위로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립니다.
가운데로는 모든 현인과 성인들께 공양을 올립니다.
아래로는 일체중생의 무리들에게 이 공양을 베풉니다
차별 없이 베푸노니 다 받아 배불러지이다.
이 음식을 베푼 자와 받아먹는 자가
다 같이 한량없는 바라밀을 얻어지이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대중공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하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서울에 올 때마다 새벽 예불에 참석해 보니까 여러분들의 절하는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것 같아요. 절에 오래 살았는 데도 불구하고, 바른 자세로 절하는 사람들이 별로 안 보여요. 반배를 할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를 뒤로 쑥 빼는 사람도 있고요. 허리를 90도로 숙여야 하는데 고개만 까딱 하는 사람도 있어요.”
스님은 절하는 자세를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절을 할 때는 두 발을 포개고 엎드린 후 등허리가 수평이 되게 낮춰야 합니다. 일어날 때도 똑바로 선 후에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똑바로 서지 않고 등을 구부린 채로 계속 절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절을 하면서 구부정한 자세가 바르게 펴져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절에서 다닐 때는 원래 두 손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다녀야 합니다.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조용히 다녀야 하는데, 한 법우님은 오늘 아침에 팔을 엄청 크게 흔들면서 스님이 명상하고 있는 앞을 막 쾅쾅 거리며 지나갔어요. 꼭 스님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명상을 하고 있으면 그 앞을 지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항상 그 뒤로 조용히 지나가야죠.” (웃음)
행자가 양팔을 크게 흔들며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스님이 직접 흉내를 내며 보여주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걸을 때도 뒤꿈치에 약간 힘을 덜 주면 발소리가 안 납니다. 그런데 새벽에 명상을 하고 있으면 위층에서 발소리가 쿵쿵쿵 들리거든요. 뒤꿈치를 세게 디디면 쿵쿵쿵 소리가 납니다. 밖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걷는 습관까지 고치라고 요구하기가 어렵지만, 여러분은 절에 사니까 걷는 걸음에 조금 유의해야 해요.
이렇게 생활에 대해 개선점이 발견되면, 대중공사 때나 포살을 할 때 서로 이야기를 해줘서 본인이 자각을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자각을 해야 개선이 가능해요.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하든지 약간 살펴서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새로 이사한 건물을 관리하는 기본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건물을 관리하려면 봉사자만으로는 어렵고 전문가를 한두 명이라도 6개월 동안 고용해야 할 것 같다는 보고를 어제 받았는데요. 만약 그렇게 해야 한다면 저는 6개월 동안 새로 이사한 건물에는 들어가 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수행공동체의 구성원인 여러분도 그 건물에서 살아서는 안 됩니다.
만약 노동자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게 되면,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수행자가 아니라 사장입니다. 우리는 출가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정신 때문에 정토회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만 운영한다는 원칙을 정한 거예요. 가능한 이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어렵다면, 제가 6개월 동안 안 사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대중들이 봉사를 해서 건물이 관리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는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1000여 명의 주간반 정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주에 정회원 보고회는 잘 들으셨습니까? 보고회를 하고 나서 여러분이 올린 질문이 360가지나 된다고 해요. 궁금한 게 많은가 봐요. 대부분의 의문을 해소했지만 그래도 좀 미진한 질문들이 오늘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법회에서는 온라인 정토회 개편 방향에 대해 보고한 내용을 제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려서 여러분의 이해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360개의 질문 중에서 주제별로 20개의 질문이 선정되어 스님이 각각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중에는 봉사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전법활동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활동가’라는 명칭을 부여하자는 건의도 있었습니다.
“회원 중에 전법활동가가 아니라도 정토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하신 분들에게는 ‘활동가’라는 명칭이 부여되면 좋겠습니다. 회원으로 가기에는 봉사 이력이 많고, 전법활동가가 되기에는 부족하고, 이렇게 애매한 분들에게도 활동가 명칭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정토회 회원은 모두 활동가입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어떨까요?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개인은 수행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 또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토행자의 서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토회 회원들은 모두 활동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필요한 일의 종류와 사람 수가 달라졌어요. 오프라인 법당을 운영할 때는 법당을 운영하기 위해 공양간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봉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금은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 대학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중앙에서 콘텐츠를 개발할 사람들이 일부 필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온라인 공간에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어요. 나머지 분야에는 옛날처럼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지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변했기 때문에 그에 맞게 개편을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나머지 회원들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첫째, 자기 수행을 먼저 해야 합니다. 법문 듣고 명상하고 기도하는 등의 자기 수행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이제 법당을 관리할 책임이 없어졌기 때문에 자기 수행은 내 집을 법당으로 만들어서 자기 스스로 꾸준히 해야 합니다.
둘째, 봉사를 하고 싶다면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행복학교와 불교대학에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 이제는 홍보가 곧 봉사예요.
셋째, 지부별로 으뜸절이 생겼기 때문에 거기에 가서 농사를 짓거나, 재활용 유통 사업을 하거나, 꽃밭을 가꾸거나, 이런 활동들이 회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특수한 사람만 활동가라고 부를 게 아니라 모든 정토회 회원이 활동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회원 중에 봉사활동을 좀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이름을 하나 붙여줘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을 해주셨는데요. 이번 온라인 개편의 주요 내용은 봉사를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을 이제 더 이상 따지지 말고 개인의 자율에 맡기자는 거예요. 예전에는 누가 봉사를 몇 시간 했는지를 일일이 따졌는데, 온라인으로 바뀌면 그렇게까지 다 체크하고 따지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어집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체크하는 제도를 다 없애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원 신청만 해놓으면 참여하든지 말든지 그냥 내버려 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으로서 회비를 내는 것 한 가지만 남겨놓고 다른 건 다 각자 자율에 맡기자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간소화하자는 겁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또 이런 질문이 들어왔어요. ‘회비 안 내면 잘라버린다는 뜻이냐? 그러면 그건 돈만 밝히는 곳 아닌가?’
돈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회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자율에 맡기자는 취지입니다. 무슨 봉사를 얼마나 했느냐, 수행 정진을 했느냐, 이러저러한 것을 했느냐, 이렇게 체크했던 것을 온라인 시대에는 전부 자율에 맡기자는 거예요. 봉사도 본인의 자율에 맡기는 겁니다. 예전에는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하는 항목이 많았는데, 이제는 회원 자격의 최소한인 회비를 내는 것만 체크하고, 나머지는 체크하지 말고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개편이 된 겁니다.
지금 변화의 취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더 검토를 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긴 합니다. 모든 일을 다 자발적으로 하되, 활동 중에는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봉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부별 으뜸절에는 농사 담당, 공양 담당, 전기 담당, 회계 담당 등이 있을 수 있죠. 봉사 참여는 전부 자율적으로 하되, 전법 활동이 아니어도 뭔가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는 전법활동가에 준하는 어떤 명칭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건데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해서 회칙을 만들 때 명칭을 따로 두자는 제안을 했는데, 결국은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원의 계층이 너무 많으면 복잡하다. 그러니 모두 평등하게 회원인 가운데 전법활동가만 명칭을 따로 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
대부분 이런 의견에 동의를 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이 문제는 8월까지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남은 5개월 동안 파악되어야 합니다. 어떤 일을 누가 책임지고 있으며 그 사람이 온라인 시대에도 꼭 필요한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인지,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 뒤에 이 분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 같아요.”
이어서 일반회원들은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딱히 권리 행사를 할 게 없습니다. 권리라고 한다면 법회를 들을 권리, 명상을 할 권리, 이런 것이 권리예요. 오프라인에서 법당을 운영할 때는 법당 청소 등 운영 관련 활동에 내가 참여하니까 우리 법당의 대표를 선거를 통해서 뽑을 권리가 나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법당이 없어졌기 때문에, 법문을 듣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권리에 해당합니다. 예전에는 기도를 하는 게 의무였다면, 지금은 나에게 기도할 권리가 있게 된 거예요.
‘내가 천일결사에 입재했기 때문에 나는 기도를 할 권리가 있다.’
이런 개념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다양화되기 때문에 정토회도 다양한 사람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온라인 방식을 통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유튜브도 열어놓고, 행복학교도 열어놓고, 일반인을 위한 즉문즉설 법회도 열어주었습니다. 불교대학만 졸업하면 누구나 정토회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회원을 위한 법회도 개설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누구나 다 자기 책임을 다 하는 만큼 법문을 들을 권리를 갖게 되는 거예요.
그러나 전법활동가는 본인이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하고, 학생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책임과 의무가 많이 따릅니다. 이렇게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사람에게는 권리를 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저와 대다수 회원들의 생각이에요. 그 권리는 바로 정토회의 의사를 결정할 권리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지금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는 의사결정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답변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는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도 크게 바뀝니다. 정토회의 전국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전국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먼저 지부장들이 모여서 1차 심사를 하고 초안을 냅니다. 그러면 다시 전국 지회장들이 모여서 결정을 합니다. 그 결과를 전국 모둠장들이 승인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온라인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매번 정해진 장소에 모일 필요 없이, 시간만 정하면 각자 있는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회의도 하고 투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지부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지부의 지회장들이 모여서 초안을 내면, 지부의 모둠장들이 모여서 결정을 하고, 지부의 전 모둠원들이 그 결과를 승인합니다. 지회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지회의 모둠장들이 모여서 초안을 내면, 지회의 전 모둠원이 모여서 결정을 합니다. 모둠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당연히 모둠원들이 결정합니다.
이렇게 해서 각 사업에 대한 활동가들의 결정 권한이 굉장히 확대됩니다. 대신 이런 의결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각자가 시간을 좀 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다들 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점도 예전과 다른 부분이에요. 결정된 내용은 전국에서 동시에 집행을 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위에서 결정을 다 해서 아래로 내리기 때문에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집행 명령이 떨어졌다면, 앞으로는 집행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들 사업을 알게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소통이 안 된다’ 하는 얘기가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 대신에 운영이 조금 복잡해졌어요. 이 부분은 온라인 방식에 적응하는 훈련만 한다면 매우 쉽게 극복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어떤 일이든 그때그때 각 단위별로 온라인 회의가 소집돼서 금방 의견 수렴을 하게 되고, 결정이 되면 집행도 신속히 하게 되는 구조로 바뀝니다. 3천 명이 모이는 회의도 있을 수 있고, 전국의 모둠장이 모두 모이는 회의도 있을 수 있고, 지부장이나 지회장이 모이는 회의도 자주 열리게 됩니다.”
질문 내용이 많아서 법문 1시간 4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늦었지만 스님은 봄소식을 전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전환과 관련한 업무 때문에 저도 두북 수련원에 못 가고 계속 온라인 회의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식목일을 맞아 나무도 심고 농사도 준비하느라고 이틀간 두북 수련원에 내려가서 일을 했는데, 남쪽에는 벌써 진달래가 활짝 피었습니다. 봄이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빨리 닥친 것 같아요.
온라인 정토회로 개편하는 작업을 마무리해놓고 두북 수련원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봄이 빨리 와서 당장 감자도 심어야 하고, 이런저런 농사일이 바빠지네요. 봄소식을 이렇게 전합니다. 다음 법회 때는 제가 여러 가지 꽃을 사진으로 찍어서 법회 때 보여드릴게요.” (웃음)
수행법회가 끝나자 대중들은 모두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해 마음 나누기를 이어 갔고, 스님은 미팅을 하기 위해 서둘러 정토회관을 나왔습니다.
델리에 있는 인도문화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김금평 원장님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발령받아 한국에 귀국했다고 해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 해가 질 무렵에 대야산 근처 벌바위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습니다.
“오늘도 1시간 정도 걸읍시다.”
틈나는 대로 매일 만보를 걷기로 했는데, 마침 시간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내리막길에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개나리가 막 피려고 하네요. 노랗게 변한 것 좀 보세요.”
매일 걷다 보니 점점 다리에 힘도 생기고,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이 하루에 1분 정도씩 늦춰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동지에 해 지는 시각이 오후 5시 정도였거든요. 90일 정도 지난 요즘에 해 지는 시각이 6시 30분이니까 90분 늦어졌어요. 하루에 1분 정도씩 늦춰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동안 한국에만 머무르고 있는 스님은 정토회를 창립하고 나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사계절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봄꽃이 피고 있어서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봄에 꽃 피는 순서가 어떻게 되나요?”
“제일 먼저 봄을 기다리는 꽃은 동백꽃일 거예요. 눈 속에서도 핀다고 하잖아요. 그 다음은 매화 같습니다. 매화 다음에는 산수유가 피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는 것 같고요. 그 다음은 목련이 아닐까요? 목련은 보통 4월에 핀다고 하는데 노래 가사도 있잖아요. 4월의 노래 몰라요?
목련 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그런데 요즘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3월에 다 피네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유동 정토 연수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1시간을 걸었네요. 해가 지니까 이제 들어갑시다.”
문경 수련원에 도착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에 대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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