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8. 행복한 백일 사회강좌 기획 회의, 2021년 일정 회의, 정기법회
“내 의견을 받아주지 않으면 화가 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행복한백일 사회강좌 기획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용추계곡에 산책을 다녀온 후 온라인으로 2021년 상반기 일정 회의를 했습니다.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가 있었습니다.

어젯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 보일러가 고장 나 스님은 추위 속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한기가 가시지 않아 옷을 단단히 껴입고 오전 9시 30분부터 행복한 백일 사회강좌 기획팀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살펴볼 강의 내용은 ‘경제’와 ‘미래사회’ 분야입니다. 시간이 남으면 행복도 지표에 대해서도 점검받고 싶습니다. 먼저 경제 강의안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사회강좌 기획팀에서는 사회강좌를 분야별로 나누어 조사하고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를 맡은 실무자가 먼저 정리해 온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17강은 한국과 주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경제 양극화, 18강은 전 세계에서 절대빈곤과 기아 인도주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주제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보충해보았습니다.

먼저 경제 양극화는... “

발표 내용을 다 듣고 스님은 보충해야 할 내용이나 용어를 수정해야 하는 점 몇 가지를 짚어주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비교적 정리를 잘했네요. 질문이 있으면 해 보세요.”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를 직접 재분배하는 방법 외에 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면 좋겠는데요. 스님께서는 중소기업 주도로 북한 개발을 해서 발전을 꾀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빈부격차가 더욱 극심해질 텐데, 어느 정도 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 방안이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더 이상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환경 보존을 생각한다면, 우리 나라를 비롯해 OECD 가입국은 성장에 관한 얘기를 이제 멈춰야 합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한다’ 하는 생각을 수행을 통해서 버려야 해요.

미래에 필요한 성장이란

그러면 어떤 성장을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100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냉장고를 30의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장이 필요합니다. 자동차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성장이 아닌 현재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드는 100의 에너지를 50만 써도 운행될 수 있는 성장이 필요해요.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은 줄여나가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성장이 필요하다면 성장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즉, 수익이 늘어나는 성장이 아닌 지출이 줄어드는 성장으로 변화해야 해요. 예전에는 한 달 전기요금을 10만 원 냈다면 이제는 5만 원만 내도 되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 달에 20만 원의 자동차 기름값을 지출했는데, 이제는 10만 원만 지출해도 되는 성장을 해야 해요. 이런 고효율 저비용의 성장을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지금은 호텔을 많이 짓는 성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빈 방을 활용할 수 있는 성장이 필요해요. 이미 개발되어 있는 것의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소비를 줄여서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성장

지금 정토회는 전국에 160개의 법당이 있는데 이 법당을 다 없앤다고 해서 성장의 후퇴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바꾼 것에 속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미 쓰고 있는 자기 방을 수행도량으로 만듦으로 해서 160개의 법당이 소비하고 있던 전기 에너지와 관리비, 월세 등을 지출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저비용 시스템으로 바뀐 겁니다.

과거에 법당이라는 공간을 사용할 때는 수입이 100이고 지출이 70이어서 30의 이익이 남았습니다. 그 30을 갖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법당을 없애게 되면 수익은 70으로 30%가 줄어들지만, 지출이 20으로 팍 줄어들기 때문에 50의 이익이 남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우리가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30에서 50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투자의 여력이 더 커진 겁니다. 이렇게 소비를 줄여 나가는 성장을 생각해야지 더 이상의 양적 성장은 멈춰야 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기 때문에 양적 성장은 끝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 결과 환경파괴를 가져와서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이동하는 거리를 줄여줌으로 해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여러분들과 회의를 하려면 서울까지 올라가거나 여러분들이 문경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동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회의 효율은 100에서 80으로 떨어졌지만, 그에 따른 시간과 지출은 확 줄었습니다. 대신 횟수를 늘리면 효율이 높아집니다. 미래에는 이런 성장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방식의 성장에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제는 수치만 갖고 얘기하는 양적 성장에 대해 다시 성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 세계 빈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습니다.

경제 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나니 11시가 가까웠습니다. 미래 사회 강의는 다음 회의 때 다루기로 하고 남은 시간에는 행복도를 결정하는 사회적, 개인적 기준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고 11시 30분이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행복한 백일 법문은 연기되었더라도 사회 강의는 꾸준히 준비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용추계곡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용추계곡으로 이미 출발을 했는데 명상원 정정당에는 트럭 한 대가 짐을 가득 싣고 도착했습니다. 전국에서 법당을 정리하며 나온 모니터들을 모아 와서 500명이 동시에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장치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고, 설치하는 거 같이 도와줘야 하는데 이미 출발을 해서 미안하네요.”

오후 1시 30분에 용추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용추폭포 방향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걸었다면, 오늘은 용추폭포에서 내려오는 방향으로 산길을 걸었습니다.


“35년 만에 가장 큰 추위가 찾아온 날에 길을 걷네요.”

이열치열이 아니라 이한치한이라고 해야 할까요. 바깥 기온은 영하 14도를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스님은 추위 속을 성큼성큼 걸었습니다.


용추계곡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아직도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며칠 지났지만 아직 눈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없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나서 우리가 처음 발자국을 남기네요. 아무도 여기를 지나가지 않았나 봐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났습니다. 영하 14도이지만 바람이 부니까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을 맞으며 산길을 사뿐사뿐 걸었습니다.

“이야, 계곡에 얼음이 언 것 좀 보세요. 물 밑에도 얼었는지 숨구멍도 안 보이네요.”

계곡 전체가 꽁꽁 얼었습니다. 한 참 동안 길을 걷는데 중간중간에 햇살이 비치는 양지바른 곳이 간혹 나타났습니다.

“여기 보세요. 햇살이 얼마나 강하냐면, 영하 14도의 추위에도 양지바른 곳에는 얼음이 녹았잖아요.”

신기하게도 얼음이 녹은 곳이 있었습니다. 얼음 밑으로 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스님은 꽁꽁 언 얼음 계곡 위를 조심조심 건넜습니다. 순간 ‘부지직’ 하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얼음이 갈라졌습니다.

“어머나. 스님, 조심하세요.”

“괜찮아요. 위에 얼음이 깨진 것이지 밑에 얼음은 안 깨졌어요.”

스님은 얼음 깨지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 계곡을 사뿐히 건넜습니다.

용추계곡을 벗어나니 시골길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문경 수련원까지 걸어가 봅시다.”

지금부터는 산길이 아닌 도로 위를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도로 옆에는 갈대가 아주 멋스럽게 흔들거리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무리 옷을 세 겹 네 겹 껴입었지만 영하 14도의 강추위를 견뎌내기는 힘들었습니다. 스님을 뒤따르던 행자님이 급기야 한마디 했습니다.


“스님, 엉덩이가 얼 것 같아요.”

스님이 입고 있던 옷을 행자님에게 벗어주려고 했는데, 문경 수련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사양해서 가던 길을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이 지역을 전부 발로 걸어 다녔어요. 수련할 장소를 마련한다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를 직접 걸어 다니면서 어디를 수련장으로 구입할지 찾았거든요. 다른 곳은 다 비싸서 그때 형편에는 구입할 수가 없었고, 제일 값싼 곳이 지금의 문경 수련원이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오후 3시 30분이 되어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작은 방 한편에서 오후 4시부터 온라인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행정처장, 통일특위 대표, 기획위원장, 만일준비위원장, 법사단장, 평화재단 사무국장 등 각 단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모여 스님과 연간 일정을 잡았습니다.


1월부터 8월 명상수련 일정을 정하기까지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일단 상반기 일정까지 정하고, 하반기 일정은 다시 잡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엉겁결에 온라인의 물결을 탔다면, 올해는 온라인 정토회로 새로 태어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실험 앞에 머뭇거리는 활동가에게 스님은 일단 해보고 수정해가자고 격려했습니다.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되지 뭐가 그렇게 걱정이에요.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저는 이제 걱정이 없어졌어요. 제가 30년 동안 확고부동하게 해오던 것들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살잖아요. 생활 방식도 고치기 싫어도 강제로 고치고 살고 있습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자는 게 아니에요. 자꾸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 하지 말고 일단 해보고, 해보니 나쁘면 그때 가서 고쳐도 된다는 거예요. 그래야 정토회가 활기 있게 한 발 더 나아가죠.

새로 창조하는 시대에는 처음부터 딱 맞는 게 없어요. 준비한 것 중 90프로만 맞아도 대 성공이에요. 나머지 10프로는 해보면서 수정하고 보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정한 일정을 기본으로 하고, 진행하면서 문제 있으면 계속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있던 일정도 없어질 수 있고 없던 일정도 생길 수 있어요. 계획 없이 함부로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계획은 있되 더 효율적이면 수정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해 봅시다.

오늘 정한 일정 외에도 저와 시간이 더 필요하면 이야기하세요. 온라인으로 하니까 옛날보다는 일을 두 배는 더 할 수 있어요. 이제 이동하는 시간이 필요 없으니까요. 가볍게 해 봅시다.”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사이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명상원 정정당에서 금요 정기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은 2021년 새해 들어 첫 정기법회입니다. 그리고 10차 천일결사 4차 백일기도에 입재한 후 처음 열리는 법회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35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이 3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할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닥쳤습니다. 북극 지방에 있는 찬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사행하며 찬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게 되어 북극 한파가 몰아치게 된 것입니다. 바람도 아주 강했는데, 그 정도가 거의 태풍급이었어요. 중국에는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진 지역이 생겼다고 하고, 일본에는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라도 지방에 눈이 많이 왔어요. 중국 대륙에서 고기압이 발생하고 오호츠크해 지역에는 저기압이 형성되어 북서풍이 서해를 건너면서 수증기를 흡수해서 전라도에 많은 눈을 내렸고, 동해를 지나면서 일본에 폭설을 내린 것 같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불러온 결과

추위도, 바람도, 눈도, 기록적인 요즘입니다. 지난 해 여름은 100년 만에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다고 할 정도로 근래 들어 가장 더웠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 겨울은 반세기 만에 가장 춥다고 할 정도로 추운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후변화의 원인은 우리가 지나치게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너지의 과소비로 인한 온실효과 때문에 지금의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거예요. 50년 전에는 기후변화가 예언처럼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기후변화가 현실로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누적되어 나의 삶과 인격, 그리고 행복과 불행이 결정됩니다. 그것을 행하는 순간에는 만족과 쾌락, 즐거움이 있지만,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거기에만 빠지면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어요. 지금 좋은 것이 미래에 재앙이 된다면 아무리 좋아도 멈춰야 합니다. 지금 싫다고 안 하면 미래에 큰 손실이 따른다면 싫어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시각으로만 봅니다. 가까이에 있는 것만 보기 때문에 작은 이익을 취하고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사람을 불교에서는 ‘나쁘다’라고 하기보다는 ‘어리석다’라고 합니다.

기후변화 역시 인간이 더 잘살아 보려고 온갖 노력으로 개발한 결과가 결국 스스로를 해치게 된 거예요. 이것도 큰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은 행위를 멈출 줄을 몰라요. 문제가 있다 하면서도 이미 이렇게 살아가는 게 습관이 돼서 누구도 멈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여러 가지 큰일이 있지만, 지구 전체로 볼 때 가장 큰 비상사태는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혹독한 추위가 닥치니까 생각나는 사람들

이렇게 혹독한 추위가 닥치니까 저는 북한 동포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연료도 없고 옷도 신통찮고 집도 아주 낡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한파가 몰아치고, 식량도 부족하니 참 고생이 많겠다 싶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에 국경을 넘어 중국에 와 있는 북한 아이들을 옥수수밭이나 움막, 백두산에서 만나 밥을 주고 옷을 주는 활동을 수년 째 해보면서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산다는 게 별거 아닌데 이념을 내걸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구나.’

그런데도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잘 모릅니다. 지금 미국을 보세요. 2주 뒤에 백악관에서 나가야 할 사람이 저렇게 난동 아닌 난동을 피워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미국의 국위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잖아요. 우리나라도 지난 봄에 여당의 지지율이 높아져서 국회 의석을 휩쓸더니 교만해지니까, 1년도 안 되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우리는 권력이나 부가 영원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목숨도 영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가진 것이 영원하겠어요.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영원하지 않은 줄 깨달아야 그것 때문에 생긴 괴로움과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변화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한 후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와 미국 뉴저지를 비롯해 부산, 청주, 천안에 거주하는 6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 않을 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일이 하기 싫어진다며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내 의견이 수렴이 안 될 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상대방이 제 아이디어나 의견에 대해 수렴해 주지 않을 때 짜증이 나고 화가 납니다. 제 직업은 디자이너인데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디자인을 제 나름대로 해서 시안을 보냈는데, 그걸 수렴해 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다시 요청하면 그때부터 화가 나고 일이 하기 싫어집니다. 디자인뿐 아니라 모임을 할 때도 내 의견이 수렴이 안 될 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나를 싫어하는 것 아닐까?’ 하는 왜곡된 생각도 올라옵니다. 그러다 보면 관계가 깨지는 상황도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예요?” (웃음)

“이후에도 그분이 해달라는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요.”

“고객과의 약속이고, 마감을 해줘야 하는 일이라서요.”

“그래도 싫으면 안 해주면 되죠.”

“제가 월급을 받는 처지라 안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월급을 안 받으면 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먹고살아요?”

“굶고 살면 되지요.”

“그럼 죽잖아요?”

“죽으면 되지요.”

“죽으면 안 되잖아요?”

“안 죽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을 먹으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잖아요? 일을 하고 돈을 받으려면 상대가 해달라는 것을 해 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네.”

“그러니 하기 싫더라도 내가 살려면 상대가 해달라는 것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이 문제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굶어도 좋다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안 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손해가 따른다는 겁니다. 그럴 때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물론 작은 손해라면 감정을 따라가도 돼요. 하지만 그 손해가 직업을 잃는다거나, 오래된 인간관계를 파탄 낼 정도로 손실이 크다면 싫어도 해버리고, 좋아도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손해가 크면 멈출 줄 알아야 하고, 아무리 하기 싫어도 손해가 크다면 능히 할 줄 아는 게 수행이니까요. 밤늦게 아무리 밥을 먹고 싶어도 비만이 심해 건강을 해친다면 안 먹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싫다고 안 해줘서 손해가 너무 크다면 싫어도 해야 합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 답은 간단한 겁니다. 손해가 거의 없다면 싫으면 안 하면 되고, 좋으면 하면 됩니다. 그런데 손해가 크다면 좋은 것도 멈출 줄 알아야 하고, 싫은 것도 행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의 핵심입니다. 수행은 자기 감정이나 자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감정이나 욕망이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살아갑니다.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 손실을 안 보려면 감정이나 욕망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야 합니다. 위대한 영웅은 자기 감정이나 자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밖에 있는 백만의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자가 더 큰 영웅이다’

그래서 부처님을 ‘자기를 이긴 자’라고 해서 ‘대웅(大雄)’이라고 하고,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대웅전(大雄殿)’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질문자는 자기 감정의 노예가 되어서 살고 있는 것 같네요.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자랑스러운 일인데, 지금 노예인 걸 자랑처럼 얘기하잖아요. 앞으로는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싫으면 안 한다고 큰소리친 게 잘한 건 줄 알았더니 감정의 노예에 불과했구나.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바보 같은 짓을 해놓고도 잘했다고 착각했구나 ’

싫은 걸 무조건 하라는 게 아니에요. 손실이 크면 기꺼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참으라는 거죠?”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참으면 안 돼요. 이익이 되는데 왜 참아요? 만약 하늘에서 만 원짜리가 쏟아진다면 줍기 싫다고 투덜댈까요? ‘아이고, 줍기는 주워야 하는데 허리가 아파서 못 줍겠네’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허리가 부러져도 가서 줍지 않을까요?

싫은 걸 억지로 참아가면서 줍는 게 아니라 ‘여기도 한 장 있네’, ‘저기도 한 장 있네’ 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돈을 주울 겁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참는다고 표현하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참을 필요가 없습니다. 몸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날씨가 추워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을 주울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관점을 갖고 해 보세요.

‘이익이 되면 싫어도 능히 웃으면서 할 수 있다’

좋고 싫고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또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좋고 싫고에 너무 연연하면 평생 욕망의 노예 생활을 해야 해요.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돌아보면 ‘내가 그때 참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도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가 아니면 그냥 하면 됩니다. 그러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는 시켜도 안 해야 해요. 왜냐하면 그런 일은 시킨다고 하면 나중에 더 큰 손실을 보니까요. 현명한 자라면 그런 손실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손해가 되면 안 해야 하듯이, 사장이 시켜도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라면 안 해야 합니다. 사장이 시키는 일을 안 하고 직장에서 잘리는 게 낫지, 그 직장 더 다니려다가 자기 인생 망치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30년 가까이 등을 돌린 형님 내외가 사과를 해 왔지만 데면데면한 마음입니다. 남편을 생각하면 왕래해야 하는 게 맞지만 마음에 없는 살가운 관계를 맺기 싫은 마음이 들어요. 수행자로서 형님 내외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까요?
  • 온라인 법회에 맞게 보시 방법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
  • 정토불교대학에서는 봉사를 졸업 이수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봉사는 나를 실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러면 봉사시간에 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라도 봉사를 경험해 보라고 하시는 것인가요?
  • 절친했던 동료가 저와 출장 갔다가 저를 기다리는 중 작업 트럭에 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저 때문에 생긴 일 같아 괴롭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요즈음은 온라인으로 스님을 더 많이 뵙게 되어 나날이 행복합니다. 남편이 외국인인데 불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남편과 법에 관한 토론을 자주 하는데, 남편이 저에게 답을 구하려고 해요. 제가 답을 말하긴 하는데 입으로만 수행이 잘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어떻게 지혜롭게 토론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을 마친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이 좋은 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정토회의 모든 부분이 온라인 체제로 바뀌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에 맞게 적응하셔서 이 좋은 법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이 되도록 합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볍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맺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일도 나부터 좋아서 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그 약을 먹고 좋아져야 남한테 말할 때도 ‘그 약을 내가 먹어보니 좋더라. 너도 한번 먹어봐’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돼요.”

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수고한 방송팀을 격려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 행복한 백일 법문 콘텐츠팀과 화상회의를 하고, 본부 건물 관리운영을 위한 보고회에 참석하고, 행정처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연달아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4

0/200

수정

감사합니다 스님~

2021-02-17 08:18:41

실상

고효율 저비용의 성장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짜 성장임을 확실하게 배웁니다.

2021-01-22 07:15:25

월광

스승님!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법사님들! 정토행자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 속에 살아갑니다. 참 고맙습니다.

2021-01-15 08: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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