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3. 10차 천일결사 제4차 백일기도 입재식, 행자대학원 15기 졸업식, 일요 명상
"제가 여성 수행자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열 번째 천일결사 중 세 번째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네 번째 백일기도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10-4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고 오후에는 행자대학원 15기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이 있었습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워 살기 좋은 세상을 청정 국토, ‘정토’라 합니다. 정토회는 정토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을 정진하면 사람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열 번째 천일, 그중 네 번째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렸습니다.

입재식은 방역 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약 3시간 정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사회자는 서울 서초법당에서 촬영을 하고, 스님은 문경수련원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9시 30분, 사회자 김병조 님이 화면 너머 전국의 정토행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늘은 배추머리가 아니라 마스크맨 김병조입니다.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이 혹시 무엇인지 아시나요? 18K? 24K? 바로 지금입니다. 지난 백일 동안 잘 지내셨지요?”

현장은 조용했지만 유튜브 실시간 댓글창에 전국에서 입재식 참여를 알리는 댓글이 빗발쳤습니다. 예불, 삼귀의, 반야심경을 하고 ‘추억의 입재식 속으로’ 영상을 보았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 전국 정토행자들은 백일마다 한 곳에 모여 입재식을 진행했습니다. 영상은 27년 전 3월 7일 처음 용두리 비닐하우스에서 입재식을 시작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을 더듬었습니다.

1차 천일결사 때부터 기도를 하고 있는 정토행자는 빛바랜 수행일지와 경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원이 있다면 눈 감는 순간까지 기도하고 천일결사 기도에 입재하고 싶어요.”

“다시 또 축제같이 입재식을 하던 시절이 돌아오면 참 좋겠네요.”

영상이 흐르는 동안 실시간 채팅창에도 많은 추억들이 소환되었습니다.

“함께 나눠먹던 도시락이 생각나네요.”

“울컥합니다. 그리워요.”

“입재식 날이면 휴게소 화장실을 점령했었죠.”

지역별 참가자 소개도 영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총 9천6백여 명이 온라인으로 함께 입재식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백일 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을 보고 지난 백일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분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이번 수행담의 주인공은 북미동부정토회 워싱턴 법당 김순영 님이었습니다.

“워싱턴 수련장이 비좁아서 3층 건물 증축 불사를 시작 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큰 어려움이 닥쳤어요”

여름 내내 비가 오는데 공사가 중단되었습니다. 하청업체에서는 계약 만큼 돈을 못 받았다며 얼토당토않은 금액을 요구하고 고발을 했습니다. 함께 불사를 하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겼습니다. 코로나로 봉쇄조치가 내려지고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남편에게도 큰 소리로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김순영 님은 하루에 네 번씩 매일 하는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든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고 발원하시는데 불사를 하면서 내가 정성이 부족했구나 싶었어요. 정성스럽게 일을 하기 위해 4분 정근 기도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스님과 미국 방문 일정을 함께 했을 때 스님께서는 일주일 동안 매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쭤봤죠.

‘스님은 어떻게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똑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으세요? 지겹지 않으세요?’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북한 주민을 위한 길이라면 저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할 수 있어요.’

그때 스님의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정진을 하며 돌아보니 내가 잘해서 지금까지 다 잘한 줄 알았는데 다 주변에서 맞춰주고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도 백번이고 천 번이고 시비하지 않고 이 일을 해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 길은 괴롭지 않게 살아야 되는 거구나.
내 뜻대로 안 될 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구나.
이 불사를 내가 행복하게 해 내야 하는 거구나. 행복하게 이 불사를 해야 되는구나.”

감동적인 수행담에 이어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그 속에서도 한결같이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정토행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이어서 올해 상반기에 정토회의 모든 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법당을 없애게 될 때 생기는 아쉬움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

“30년 전 정토회는 기존의 불교를 시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냥 세상의 일부로 보고, 부처님이 처음 전법의 길을 가셨을 때를 모델로 삼고 시작이 됐습니다.

‘비록 부처님처럼 나무 밑은 아니더라도 응접실이나 방에서 법회를 열고, 비록 부처님처럼 버린 옷을 주워 입지 않더라도 평상복을 입고, 비록 부처님처럼 얻어먹지는 않더라도 간소하게 밥을 먹으면서 전법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갖고 정토회를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모이다 보니까 가정집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를 넘어섰고, 많은 대중이 매주 가정집을 출입하기가 불편했습니다.

‘술 마시는데, 좋은 옷 사는데, 여행 가는데 쓰는 돈 중에 일부를 절약하면 우리가 마음껏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 우리가 활동할 공간인데 이 공간을 누가 마련하겠느냐? 우리가 다른 걸 아껴서 마련하면 되지 않느냐?’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이 회비를 좀 내고, 보시를 해서 건물 한 칸을 빌려 활동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공간은 우리가 법담을 나누는 자리니까 ‘법당’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한 법당마다 불상을 조성하기보다는 그 돈을 한 사람이라도 더 불법을 알리는데 써야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해서 불상도 모시지 않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법당을 처음 열었을 때 서암 큰스님께 ‘좁은 공간이지만 불상을 모셔야 합니까?’ 하고 고민을 물어보니 서암 큰스님께서 ‘산 부처 앉을 자리도 없는데 불상 앉을 자리가 어디 있겠느냐?’라고 하셔서 벽에 족자 하나를 걸고 법당을 시작했습니다.

‘법문을 공부하고 법담을 나누는 곳이라면, 그곳이 수행도량이다’

이런 원칙을 갖고 법당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습니다. 비록 형편이 어려웠지만 돈을 아끼고 아껴서 어렵게 법당 하나를 만들면 다들 자기 집이 생긴 거처럼 기뻐했습니다. 법회를 할 때마다 늘 방석과 짐을 들고 다니며 이 장소 저 장소를 빌려서 법회를 해야 했는데, 우리들만의 법회 공간을 마련해서 방석도 쌓아놓고 책상도 두니 그 좋음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법당이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고, 지금은 국내외 해외에 많은 법당이 만들어졌습니다.

강을 건넌 후에도 뗏목을 지고 가야 할까요?

그런데 우리가 정성 들여서 만든 법당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이제는 사용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대면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말 애지중지하며 만든 법당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겁니다. 지금은 오히려 관리해야 할 부담, 월세 내야 할 부담이 더 커진 상황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 법당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정성 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없애기는 너무 아까우니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까요? 그래서 계속 손실을 감수해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법당을 만들어 온 것이 잘못된 것이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법당을 만들고 그곳에서 법문을 배움으로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법당에 모여서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공부하고, 수행 법회도 하고, 108배 기도도 하고, 온갖 활동을 그곳에서 다 했습니다. 그 당시에 법당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보시하고 애지중지하며 법당을 만들고 지켰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미련이 없을 수 있겠어요? 그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뗏목의 비유를 생각해야 합니다. 강을 건널 때 뗏목이 없으면 건널 수가 없어요. 뗏목을 타고 겨우 강을 건넜으니 뗏목이 너무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뗏목을 지고 가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뗏목은 다시 강 저편으로 보내서 필요한 사람이 타도록 돌려주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비록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왔지만, 이미 강을 건넜다면 우리는 뗏목을 버리고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처럼 비록 우리가 돈을 내서 마련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곳을 지금 사용할 수가 없다면 이 공간은 세상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볍게 길을 떠나야 합니다. 비록 강을 건널 때는 뗏목을 타고 건넜지만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고 우리는 다른 이동 수단을 또 사용해야 합니다.

랜선을 타고 떠나는 새로운 길

지금까지 우리는 법당이라는 뗏목을 타고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그 법당을 내려놓고 랜선을 타고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면 이제는 법당이 다 없어지는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초기 정신과 서암 큰스님의 가르침으로 다시 돌아가는 겁니다.

이제는 바로 내 방이 법당입니다. 정토회가 처음 출발할 때 내 방을 법당으로 만들어서 시작했듯이 다시 내 방이 법당입니다. 우리가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 이런 목표를 세웠습니다.

‘앞으로 만일 동안 정진해서 나는 법사가 되고, 내 집은 법당이 되고, 내 가족과 친지는 정토회 회원이 된다. 전국에 5,000개의 읍면동이 있으니 읍면동마다 수행하는 수행도량을 만들자.’

그래서 만일결사가 끝나기 전에 5,000개 법당을 만들어야 되는데 지금도 목표 달성이 까마득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살이 나타나서 법당으로 화작을 해주어서 갑자기 5,000개의 법당이 생겼습니다. 오늘 입재식에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으니까 9,000개의 법당이 생겼네요. (웃음)

한 마음 바꾸면 내 방이 법당인 거예요. 여기서 내가 수행 정진해서 오롯한 수행자가 되고, 내 주위에 인연 있는 사람들을 온라인을 통해 회원으로 만든다면, 까마득했던 만일결사의 목표를 어느 순간 이미 달성해버린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법당을 없애려고 하니 아깝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이 법당이 씨앗이 되어 10개의 법당, 100개의 법당으로 열매가 맺어졌다. 생활공간이었던 내 방이 이제는 수행공간이 되었다.’

이제 법문은 온라인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랜선을 통해 내 방에서 불교대학도 공부하고, 경전도 공부하고, 수행법회도 하고, 기도도 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매일 아침마다 자기 방을 수행공간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아침 기도는 집에서 하고, 불교 공부는 법당에 가서 했는데, 이제는 불교 공부도 집에서 하게 된 겁니다.

여러분들이 애써서 만든 법당이지만 그곳의 수명이 다 했다면 우리는 미련 없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음식을 정성 들여 만들어 먹고 소화시켜서 에너지로 다 흡수하고 나면, 그 결과 따끈따끈한 똥이 만들어집니다. 똥을 다 누었다면 뒤돌아볼 필요 없이 길을 떠나야 합니다. 그것처럼 법당이라는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는 이미 수행자가 됐고, 전법사가 됐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집이 수행 도량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타고 온 이 뗏목은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습니다. 이제 내 법당에서 천일결사도 하고, 초파일 법문도 듣고, 경전 공부도 하고, 즉문즉설도 하면 됩니다. 이것은 후퇴하는 게 아니고 어려움을 뛰어넘어 더 바른 길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정토회 활동의 중심은 법당이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미 법문을 듣는 것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을 했으니까, 이제 남은 일은 법당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조직을 전부 온라인 활동에 맞춰서 다시 정비해야 됩니다.

일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고, 일이 많으면 보람 있어서 좋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우리의 활동 성격도 달라집니다.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불교대학과 경전반, 정기법회를 진행하느라 더욱더 바빠질 거예요. 온라인이 서툰 나머지 분들은 할 일이 없으면 개인 정진을 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농사짓는 일은 오프라인으로 해야 되는 것처럼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해야 할 활동도 있습니다. 그러니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말해도 안 되고, 일이 없어서 심심하다고 해도 안 됩니다. 오히려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일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고, 일이 많으면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으니 보람이 있어서 좋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정토회의 모든 운영 방식도 온라인 활동에 맞게끔 바꿔나가야 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사용했던 법당이 없어지는 대신에 이제는 지역별 수련장이 더 큰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해외와 국내도 온라인으로 통합되는 등 많은 부분이 상호 협력하는 체제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세계 전법을 위해 각 나라마다 현지 언어로 법회를 진행해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어로,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독일어로 법회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모든 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기 어려웠던 것들도 훨씬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그렇게 해서 2021년 한 해는 변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해로 한번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 매일 빠지지 않고 정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각자 최소 한 명 이상의 인연을 맺어서 이 좋은 법을 많은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정토회에서 1월에 입재식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왜냐하면 1월에는 늘 인도 성지순례를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2월이나 2월에 늘 입재를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도 성지순례를 가지 못 하니까 1월에 여러분들을 만나서 입재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날에 맞춰 입재식을 하는 것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보살 덕택인 것 같습니다. (웃음)

이렇게 코로나 사태는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으니까 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며 웃으면서 살아갑시다.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셨고, 10-4차 백일기도도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갑시다.”

다음은 신규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신규 천일결사자들은 각자 방에서 생방송을 시청하며 스님이 낭독하는 결의문을 함께 따라 읽고, 백일 동안 부지런히 수행 정진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염주 증정식도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스님이 카메라를 향해 “염주를 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염주를 앞으로 내밀자, 신규 천일결사자들은 “잘 받았습니다” 하면서 자신이 자신의 목에 염주를 걸었습니다.

이어서 2020년 정토행자상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각 부분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신 분이나 단체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가운데 차례대로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수상자에게는 금강경 책, 두북에서 스님이 행자들과 직접 농사지은 우렁이 쌀과 유기농 고춧가루가 부상으로 주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행자 대상이 발표되었습니다. 대상은 수행, 보시, 봉사의 모든 면에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는 분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2020년 수상자는 ‘오택’님이었습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인도 성지순례 티켓이 부상으로 주어졌습니다. 스님도 방송을 보며 박수로 축하해주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뜻깊고 영광스러운 정토행자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가슴이 뭉클합니다. 한편 부끄러운 마음도 올라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저를 늘 배려해주고 이해해준 우리 집 보살님과 제가 어려울 때 지렛대가 되어준 정토회 도반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토행자로서 떳떳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3시간 동안 진행된 입재식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산회가를 다 함께 불렀습니다. 코로나19로 다 같이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천일결사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한 목소리로 산회가를 불렀습니다. 산회가 노래가 끝날 때쯤 문경 수련원에 있는 법륜 스님이 비춰졌습니다. 스님은 활짝 웃으며 천일결사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모둠별로 나누기를 하고 점심식사를 한 후 2시부터 문경수련원 명상원에서 행자대학원 15기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졸업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경과보고가 있었습니다. 행자대학원 15기는 2016년 9월 7명이 입재하여 1학년 1학기와 2학기를 ‘생태적인 삶과 공동체 운영’이라는 학기 목표에 따라 문경에서 농사를 지으며 순환하는 삶을 경험하였습니다. 2학년 1학기는 ‘NGO 활동을 통한 사회실천가로서의 지도력 함양’을 목표로 영상팀, JTS 등에서 업무를 하며 사회 문제를 학습했습니다.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는 ‘질병, 문맹 퇴치를 통한 국제 구호 활동’을 목표로 인도 JTS에서 제3세계 국제구호활동을 실습했습니다. 3학년 2학기는 문경에서 ‘원력 보살의 삶을 통한 미래 문명을 이끌 지도자 교양’을 목표로 행자원 백일출가 스텝으로 초심을 돌아보고 3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3년 동안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오늘 1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졸업생 김은진 행자님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올 줄 몰랐습니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백일출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느덧 행자대학원 졸업까지 왔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져 두렵기도 했고, 스펙이라도 쌓아야 할 것 같아서 주저했습니다. 다 지나온 지금, 3년 공부 잘했다 싶습니다. 이 3년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내가 한참 못 미치는 것 같을 때마다 자책했습니다. 이제 내가 그런 사람이 될 필요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편하게 받아들이고 나니 있는 그대로 나를 마주하기가 참 편해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더 닦아나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행자대학원이 아니면 겪지 못했을 경험입니다. 인도에서 활동할 때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런 자유를 느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제가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갚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유로운 인생을 맛볼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지도해주고 살펴봐주신 지도법사님을 포함한 법사님들, 모든 상주 대중들께 감사합니다.”

40기 백일출가를 회향하고 재입재한 행자님들이 축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후배 행자님들은 김은진 행자님의 3년 과정을 노래 가사로 표현해서 한껏 졸업식의 흥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다음은 지난 3년 동안 바른 가르침으로 지도해 준 법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선물은 농사일에 사용하시라고 목이 긴 장갑과 팔토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에게 청법가와 삼배를 올린 후 졸업기념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행자대학원 3년을 졸업한다는 게 전통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정토회에서는 왜 머리 깎고 출가하는 전통적인 출가제도를 시행하지 않는지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의지심을 버리고 장부가 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수행공동체에 들어왔다면 우선 가치관이 확 바뀌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동안 세상 속에서 길들여진 가치관, 즉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에 스스로 적응해 왔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본인들한테 좋으니까 그럴지 모르지만, 여성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의지하는 삶을 살 것인가, 주인 된 삶을 살 것인가

들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개가 될지, 꼬리가 잘리고 거세를 당하고도 주인에게 사랑을 받는 애완용 강아지가 될지, 그것은 스스로가 선택하면 돼요. 어느 강아지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저 같으면 뛰어다니다 굶어 죽든, 사냥을 당해 죽든, 밖에서 자유를 누리다가 죽는 길을 선택할 겁니다. 여러분은 꼬리 잘리고, 성대 잘리고. 색깔 옷 입은 그런 강아지가 좋아요? (모두 웃음)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자기의 선택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겉으로는 대장부가 되겠다고 주장하면서 무의식 속에서는 애완용 동물 같이 되는 것을 그리워한다는 거예요. 그런 속마음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의식이 잘 안 바뀌는 겁니다. 기존의 의식이 안 바뀌면 수행자로 살기가 어렵습니다.

졸업하고 나면 이제 현장에 배치가 될 텐데, 대장부가 되면 좋겠어요. 대장부가 되라는 말은 파워가 있어야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의지하지 않는 자가 대장부입니다. 일이나 능력, 결과에 너무 위축되지 말고, 조금 더 당당해지라는 뜻입니다.

수행자가 무엇을 잘하면 뭐 하고, 무엇을 못 하면 또 어때요. 요리를 맡기면 자기 수준에 맞게 요리를 하면 되고, 모르면 배워서 하면 되잖아요. 그래도 누구나 다 각자 자신이 가진 재주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요리를 금방 배워서 잘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배워도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스스로 위축될 필요는 없어요.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아직 못 만나서 그런 것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해요. 자기를 좀 알았으면 해요. 사람이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겠어요.

숫제 어설프고 실수하는 건 괜찮은데, 너무 위축되는 것은 수행자로서 안 좋아요. 겸손해져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얘기이지 위축이 돼서 비굴하게 고개 숙이고 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좀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되 겸손하라는 겁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수십 번 당부한 내용입니다.

‘수행자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수행자는 비굴하지 말고 당당해라!’

미래는 여성이 중심이 될 거예요. 정토회도 여성 수행자들이 중심이 될 겁니다. 불교도 승려 중심이 아니라 재가자 중심으로 바뀌어갈 겁니다. 그것이 역사 발전의 방향입니다. 그렇다고 남녀차별을 해서 막 남자를 지배하는 그런 여성이 되면 안 돼요.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자는 뜻이 아니에요. 남자가 주먹 쓴다고 여자도 같이 주먹 쓰자는 식의 운동이 아니라 우리는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남자가 여자를 차별하는 가부장적인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여자가 남자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해요.

미래 발전에 가장 핵심 요인

그래서 정토회의 미래인 여성 수행자들이 당당해지는 것이 정토회의 미래 발전에 가장 핵심입니다. 그렇게 안 되면 또다시 훌륭한 남성이 한 명 나타나면 나머지는 모두 그 사람에게 순종하는 여성들이 되기가 쉬워요. 그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가 당당한 사람이 되어 평등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정토회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토회는 자기 고집을 버리고 서로 협력하는 수행자들의 모임이어야지, 위계질서 속에서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모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토회에 아직 그런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확장할 대상은 아니에요.

졸업 후에도 이렇게 관점을 딱 잡고 정진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2-30대면 한참 일할 나이이니까 정진을 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사흘씩 잠 안 자고 정진하자고 해도 겁을 내지 말고 해야지, 계속 움츠러들고 어리광 피우고 그러면 안 돼요. 2-30대에 겁날 것이 뭐가 있어요. 당당한 수행자가 되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며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스님의 감로와 같은 법문에 15기 졸업생과 대중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졸업생에게 질문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행자님은 먼저 실제 업무를 해보면 일을 쳐내기 바쁘고 사람을 살피기 어렵다는 고민과 일상적으로 올라오는 욕구가 많은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듣고 졸업장 수여식이 이어졌습니다. 졸업생은 앞으로 나와 스님으로부터 졸업장과 꽃다발을 함께 받았습니다.

“위 행자는 수행 공동체 정토회에서 미래문명을 이끌어갈 보디사트바를 양성하고자 개설한 행자대학원 3년 교육 전 과정을 이수하였으므로 이 증서를 드립니다.”

한 명의 행자가 졸업하기까지 많은 대중의 보살핌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졸업장을 받은 행자님은 삼배로 대중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대중은 큰 박수를 보내며 기쁜 마음으로 삼배를 받았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9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오늘도 4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1월 3일 새해 들어서 첫 번째 만남이네요.” (웃음)

지난주에 외국인 영어로 올라온 3명의 질문에 대해 먼저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35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 끝나자 실시간 채팅창에는 수십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망상 알아차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It's longer for me to take the notice of the distractions.”

“몸은 편하나 망상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Body was relaxing and comfortable but a lot of distracting thoughts.”

“산만하게 하다가 겨우 조금 집중했습니다.”
“I was distracted throughout but towards the end I managed to focus a little.”

“졸음이 많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다시 호흡을 알아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I was sleepy but I kept repeating and going back to the breath.”

“호흡이 잘 느껴졌습니다.”
“I was able to feel my breath.”

“잡념이 많았지만 졸지 않고 집중했습니다.”
“I have a lot of distractions but I didn't fall asleep and I was able to focus.”

“몸이 나도 모르게 좌측으로 자꾸 기울어져요.”
“My body tense lean towards the left without me being cautious of it.”

소감을 주욱 읽고 조언을 한 후 스님이 오늘 명상을 마무리하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네, 여러분들이 많은 소감을 올려주었습니다. 어떤 것도 여러분들이 직접 경험한 거예요.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잘한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일어날 만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졸렸던, 다리가 아팠던, 망상이 많았던, 그걸 갖고 자꾸 ‘명상이 잘 됐다’, ‘명상이 안 됐다’ 이렇게 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명상을 할 때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하고 그냥 알 뿐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되 그러나 조심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지침을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 아침에 외국인 수행자들을 위해 영어 입재식이 있을 예정이어서 주관 부서인 국제국 활동가들과 잠깐 화상으로 회의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입재식을 하고, 이어서 결사행자회의를 온라인으로 한 후, 오후에는 정토대전 경전팀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일요명상은 아래 유튜브 영상으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보기

전체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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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Esther

천번이고 백번이고 시비하지않고 옳은일을 할때엔 해야겠다 지난것을 버리는것은 후퇴가아닌 어려움을 뛰어넘어 더 바른길로나아감이며 수행의길을 가려면 기존의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말씀 감사합니다 수행자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며 비굴하지말고 당당하란 말씀 마음에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1-10 04:25:11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1-01-08 10:28:57

보블리

은진행자님 대단하십니다!!
늘 웃으며 밝게 맞이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졸업식에 직접 가보지 못해 많이 아쉬워요. 진심으로 졸업 축하드립니다!!^^

2021-01-08 06: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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