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 실무자 새해맞이 수련 2일째
“음식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 스님은 봉화 정토수련원에서 정토회 실무자들과 함께 새해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새벽 4시 20분부터 40분 간 명상을 하며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새해 첫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정토회 실무자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같이 삼배를 한 후 새해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한 해가 지났다고 밤새 머리가 센 사람 없어요?” (웃음)

“저요.”

연세가 많은 몇몇 분들이 웃으며 손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세 가지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새해에는 우선 각자 자기 인생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에 인상을 좀 펴고 살면 어떨까요? (웃음)

둘째, 새해에는 사람 귀한 줄 알아서 도반들과 갈등이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셋째,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으니까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내고, 활동도 활발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실무자들 모두 “네!” 하고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잠시 청소 및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아침 7시부터 새해맞이 실무자 수련 2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질문이 있는 분들은 이야기해 보세요.”

한 사람씩 손을 들고 자유롭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젯밤에는 사업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늘은 개인적인 수행에 대한 질문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 본인도 예민한 성격이지만 같이 일하는 도반도 예민한 성격이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같이 일할 수 있을까요?
  •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치료를 계속해나가야 할까요?
  • 가족을 일주일간 병간호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근무지를 이동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거나 원칙을 안 지킨다는 지적을 받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를 어떻게 수행적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중 한 행자님은 명상수련 중에 식탐과 요리에 대한 욕구가 강력하게 올라와서 당황스러웠다며 앞으로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저는 식탐이 없는 줄 알았어요. 정토회에 들어오고 나서 5년 정도까지도 명상할 때 음식이 망상 속에 등장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제가 맛을 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소한 맛이나 치즈 향 등 맛을 탐하는 망상 속에서 헤맸습니다. 명상 중에 계속 주방을 찾고, 주방에서 요리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런 요리들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닌데, 뭐를 썰어 넣고, 몇 번째는 뭐를 넣고 상상을 했습니다. 제가 몰랐던 잠재되어 있던 욕구들이 이렇게까지 올라온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 욕구가 정말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일단 어떤 식으로든 그런 욕구를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내 속에 있는 업식(業識)으로 인해 일어나는 강렬한 욕구들은, 그것이 미용에 관한 욕구이든, 옷에 대한 욕구이든, 음식에 대한 욕구이든, 성적 욕구이든, 무슨 욕구이든, 그것이 수행의 과제라는 것을 우선 자각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이 정도 욕구는 충족해도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기본적 욕구는 충족을 하면 해결됩니다. 배가 고파서 못 먹는 사람, 예를 들어 북한에서 하루 한 끼도 못 먹는 사람이 ‘계란 열 개만 먹어봤으면 좋겠다’, ‘두부 한 모만 먹었으면 좋겠다’, ‘소시지 스무 개만 먹어 보고 죽었으면 죽겠다’ 하는 욕구는 그걸 먹으면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더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는 아니란 겁니다. 그래서 행자님이 질문한 그 욕구는 충족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내려놓음으로써 해결될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갖는 것을 전제로 두 가지 해결 방식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담배를 끊으려면 아무리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안 피우는 것처럼 그 행동을 딱 끊어서 문제를 푸는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이 욕구는 기본적인 욕구가 아니라 상대적인 욕구인데 이 욕구를 충족하는 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느냐 하는 것을 판단해 보세요. 맛있는 것을 더 먹고 싶다는 욕구는 내가 이 욕구를 충족했을 때 상대에게 피해를 주거나 관계가 복잡해질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적 욕구는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나중에 말썽이 될 수 있는 점이 있죠. 그래서 그 강렬한 욕구를 충족하게 되면 나중에 예상치 못할 과보(果報)가 부여됩니다. 이런 욕구는 무조건 마약처럼 딱 끊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해를 주지 않는 이런 상대적인 욕구는 일단 시험 삼아 욕구를 충족시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먹어 보자’ 이렇게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원칙은 욕구를 따라가게 되면 습(習)을 더 강화되기 때문에 단절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욕구는 단순히 먹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약간의 한(恨)처럼 되어 있는 것이 있어요. 먹고 싶은데 못 먹은 한(恨)이 맺혀 있는 겁니다. 그런 욕구는 오히려 그 음식을 먹고 한을 푸는 것이 나을 수가 있어요. 한(恨)이 된 것은 수행이나 명상을 통해 풀려면 엄청난 노력이 드는데, 먹어서 한(恨)을 풀면 한 번 만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어떤 욕구는 때에 따라 사정을 들어 보고 약간 한(恨)이 돼서 상처가 됐다고 판단이 되면 ‘욕구대로 한번 해봐라’ 하고 말할 때가 있어요. 굿을 하듯이 한풀이를 한번 하면 쉽게 해결이 되는데, 안 그러면 계속 미련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럼 테스트를 한번 해보는 게 좋겠네요. 재료 선택을 자유롭게 하도록 해 줄 테니 한 달간 두북 수련원이든 문경 수련원이든 어디든 가서 공양간 담당을 한번 맡아보세요. 그리고 행자님이 먹고 싶은 것 위주로 음식을 만들어서 대중과 나누어 먹는 겁니다. 절에서 고기는 원칙적으로 허용이 안 되니 고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 재료를 넣어서 원 없이 만들어 먹어보세요. 이렇게 해보니 오히려 그 재료나 맛에 대한 욕구가 더 강화된다면 그 음식을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 없이 먹어보니 욕구가 다 해소되어 버렸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두북 수련원에서 공양 담당을 돌아가면서 해봤습니다. 제가 공양 담당을 할 때 치즈 같은 재료를 넣어서 느끼하게 만들어 먹어봤는데, 욕구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강화되었습니다.” (웃음)

“아직 한이 덜 풀렸나 보네요. 어쨌든 한풀이를 제대로 해서 자각이 되어야 합니다. 한이 덜 풀렸다는 생각이 있으면 미련이 계속 남고, 미련이 남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일어납니다. 그런데 한풀이를 제대로 했는데도 ‘약화되기는커녕 강화되고 있구나’ 하고 판단이 든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 욕구를 용납하지 말아야 해요. 명상 중에는 먹고 싶은 재료로 요리하는 상념이 일어나도 계속 호흡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거기에 끌려가서 요리하는 상념을 계속했다는 것은 수행적 관점을 놓치고 욕망에 더 끌려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한풀이를 제대로 해보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이렇게 결론을 내리세요.

‘이제는 타협할 여지가 없다. 앞으로 명상 중일 때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최소 3년 동안은 그 기호식품을 일절 먹지 않고 생활한다.’

오히려 이렇게 원칙을 정하고 사는 방법도 있어요. 기호식품이라는 것은 커피 같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치즈를 먹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면 그게 기호식품인 겁니다. 그럴 때는 ‘앞으로 3년 간 치즈를 절대 안 먹는다’ 하고 충격을 가해 줘야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해놓고 가끔가다 한 대씩 피워가면서 담배를 끊겠다고 하면 해결이 안 됩니다.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근절을 하고 3년을 버텨야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니 한풀이할 기회를 한 번 더 줄 테니까 먹고 싶은 재료를 맘껏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세요,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구나’ 이렇게 될 수도 있거든요.

결혼에 대한 미련도 이렇게 딱 끊어버리는 방법이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도저히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에게는 밖에 나가서 결혼생활을 해보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직접 경험해보고 나면 이런 판단이 스스로 듭니다.

‘이건 아니구나! 이건 화근을 계속 양산해가는 것이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욕구를 딱 끊고 다시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면 두 번 다시 그런 미련을 갖지 않게 됩니다. 스님들도 속퇴를 한 번 해보고 들어오면 미련이 딱 끊어져서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은 안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승려사회에서는 속퇴 한 번하고 들어오면 과보가 대단히 커요. 예를 들면, 승납 10년이라도 속퇴 한 번 하고 들어오면 승납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해서 모든 관계에서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리고 한 번 나갔다 들어오면 선방에서는 그것이 흠결로 낙인이 찍혀서 생활하는 데에도 저해가 됩니다. 출가하기 전에 결혼생활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는데 일단 들어왔다 나가게 되면 문제시 하기 때문에 그런 결단을 할 때는 승려 생활하면서 쌓아왔던 많은 것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결정해야 해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오히려 수행자가 되기에는 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서열이 떨어지니 하심(下心)도 더 잘 되고, 세속에 대한 미련도 끊어지니 수행자로서는 오히려 더 좋거든요. 모든 게 다 내려놓아지니까요. 중간에 한풀 꺾인 사람은 더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승려사회에서 겸손한 사람을 보면 중간에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승려가 많아요. 그와 달리 동진 출가라고 해서 10대의 이른 나이에 출가한 승려들을 보면 대부분 왕족처럼 행동해요. 마치 세상살이 안 해 본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죠. 또 어릴 때 출가했으니 서열이 앞설 수밖에 없어서 어찌 보면 오만하기까지 하거든요. 이런 경우 승려사회에서는 서열이 높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볼 때는 좀 불행한 일이죠. 출가까지 해서 그렇게 오만하게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요.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문제시 될 건 없는데, 이런 공동체 생활이 부담이 되어서 들어오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밖에 나가서 오히려 수행 경험을 살려서 결혼생활도 잘하고, 정토행자로서 봉사도 잘하는 사람도 있고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행자님이 한풀이로 한 요리를 우리가 언제 먹어보나!” (웃음)

크게 웃으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요. 이제 산책을 하러 갑시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정부에서 일출을 자제해 달라고 여러 번 강조를 하니까 일출은 안 봐도 되죠?”

“네.”

“그럼 사람들이 없는 계곡을 조용히 걷고 오겠습니다.”

영하 10도의 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각자 두툼하게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떠났습니다. 봉화 수련원이 있는 근처에 낙동강 세평길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해서 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11시 30분에 산책을 시작해서 1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5.7km를 걸었습니다. 양원역을 출발하여 기찻길 옆으로 산책길이 길게 펼쳐졌습니다.

기차역이 없어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여러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대통령께 탄원서를 제출해 1988년 간이역 허가를 받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작은 간이역을 지은 것이 양원역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셈입니다.

“오르막 길은 거의 없고 평평한 길이예요. 걷기 불편한 사람은 없죠?”

“네.”

계곡에는 영하의 날씨에 물이 꽁꽁 얼어서 더욱더 멋진 풍경을 이루었습니다.

“우와. 저기 얼음 언 것 좀 보세요.”

한참 동안 산책길을 걷다가 스님은 넓고 평평한 얼음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러 번 얼음을 지치기도 하고 얼음 위에 펼쳐진 절경을 온몸으로 느껴보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세요. 인공적인 게 하나도 없잖아요.”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양지바른 곳에서 잠깐 휴식을 한 후 계곡을 따라 계속 걷다가 얼음을 밟고 강을 건너 오후 1시에 승부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승강장 중앙에는 과거 역장이 지었다는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산골 오지의 의미심장한 글이 비석으로 새겨 있었습니다.

다시 봉화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후 공양을 했습니다. 어제 어느 행자님이 짜파게티를 너무 먹고 싶었다는 소감이 있었기 때문에 다 같이 그 한풀이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짜파게티 요리는 오전 수련 시간에 요리를 너무 하고 싶다고 질문한 행자님이 포함된 조가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의 한풀이를 한꺼번에 하기로 한 것입니다.

짜파게티를 마음껏 먹는 행자님의 모습을 보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실컷 한풀이를 했어요?”

“네. 원 없이 먹었습니다. 이제 짜파게티 생각은 안 날 것 같습니다.” (웃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봉화 수련원을 출발하여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내일 스님은 하루 종일 문경 수련원에서 공동체에 상주하는 상근 봉사자들과 새해맞이 수련을 할 예정입니다.

스님이 떠나고 정토회 실무자들은 저녁 6시부터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마음 나누기한 후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도반들에게 이야기를 청해 들으며 서로를 탁마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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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스님의 조언 감탄합니다.감사합니다.

2021-01-10 07:38:37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욕구를 3년간 끈는 것도 있지만 한이 될 때는 한풀이로 해보는 방법도 있군요.
감사합니다 스님.

2021-01-07 10:32:19

경번현

스님의 모습 말씀 모두가 지혜롭습니다. 감동 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21-01-06 07: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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