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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4박 5일간 진행했던 초심자 온라인 명상 수련을 마치고 다시 4박 5일간 재심자를 위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초심자 온라인 명상 5일째입니다. 고요한 새벽 4시 20분, 랜선을 타고 참가자들의 처소마다 스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전해졌습니다.
“4박 5일 마지막 명상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연습한 걸 종합해서 한 번 해봅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콧구멍 끝에 관심을 두면 들숨, 날숨이 저절로 알아집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놓쳤다고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놓치면 그저 다시 하면 됩니다. 알아차림이 되면 계속 유지하면 됩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하지 말고 되는 대로 꾸준히 해봅니다.”
탁, 탁, 탁
40분간 명상을 하고 5시부터 3차 백일기도 98일째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수련생들은 4박 5일 명상을 돌아보며 소감문을 적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소감문을 다 쓰고 휴식하는 동안 진행 측에서는 소감문 전체를 읽어보고 발표자를 선정했습니다. 오전 7시부터 발표자로 선정된 분들이 화상으로 소감문을 낭독했습니다. 약 1시간 동안 한국과 해외 곳곳에서 함께한 참가자들의 소감문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명상에서 가장 큰 장애는 남편이었다. 남편이 퇴근을 하고 안방에서 불어대는 하모니카 소리와 거실에 켜놓은 텔레비전 소리에 계속 끄달렸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예전에 부처님은 머리에 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도 상관하지 않고 수행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 소리에 뭐 그러느냐’며 오히려 타박을 한다. 어제 오전에는 스피커까지 하나 구입해 와서 반주를 틀어놓고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다. 통증에 소음까지 있으니 남편을 원망하다가 명상을 마친 거 같다. 돌이켜 보니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명상하면서 항상 나만 생각하는 내 꼬라지가 보인다. 5일 동안 직장 다니고 아버님 식사 꼬박 챙기면서 방에 쳐박혀 있는 마누라 꼴 봐준 것 만해도 감사한 일인데 거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까지 못하게 막는 마누라가 얼마나 미웠을까? 남편에게 무한히 바라기만 하는 내 꼬라지를 여실히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남편에게 정말 팍 숙여보자 하는 마음을 내 본다.”
“저는 애 낳는 진통도 견딜만해서 통증을 잘 못 느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명상을 하며 막상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보니 함께하는 도반들께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뭐 하지 말자 어렵다 하는 도반들의 한마디는 다리 너무 아프다, 숨 못 쉬겠다 하는 표현이었는데 둔한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4박 5일 명상을 통해 인식한 모든 것들이 이제 내 것이 되었으니 꾸준히 도반들과 함께 수행정진하겠습니다.”
“계율을 잘 지키면서 했으나 24일이 제 생일이라 남편이 케이크를 사 와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습니다. 쪽지를 보고 명상 중에 기호식품 안 된다고 했는데 이걸 사 왔나 싶어서 딱 화가 났습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니 남편 마음이 이해가 가고 정성이 고마워서 먹었습니다. 맛이 있어서 두 조각이나 먹었습니다. 소식하다가 갑자기 많이 먹어서인지 저녁 명상 때 배탈이 나서 10분 정도 자리를 비웠습니다. 계속 잘 지켜왔는데 이 10분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비우고 다시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힘든 점도 있었으나 끝내고 난 지금 기분은 매우 상쾌합니다.”
“매일 스님의 하루를 보다가 온라인 명상수련에 대한 글이 올라왔을 때 ‘자기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박혔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의 모습을 확인하였는데,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저는 제가 까칠하면서도 민감하게 호들갑 떠는 사람들이 매우 신경 쓰였습니다. 스님께서 예민하더라도 반응은 무디게 하라며 그 원리를 알려 주셨을 때, 그 해방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명상을 통해 꾸준히 예민한 감각을 키워나가되 언행은 신중하게 하겠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은 5년 전 스님과 함께 했던 수련과 달리 오롯이 나 혼자서 나를 통제하며 계율에 따르는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살아왔던 내 인생에 있어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좋았습니다. 돈 안 쓰고 건강 챙기고 환경오염 안 시키고 적게 먹어 가뿐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켜낸 것이 뿌듯하고 명상에 재미를 느낀 4박 5일이었습니다.”
소감문 발표를 모두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이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발표 잘 들었습니다. 힘들기는 힘들었나 봐요.(웃음) 좋은 일을 하려면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명상도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해요. 명상을 하면 제가 늘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명상은 잘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다.’
끝나는 시점에서 여러분이 이번 명상은 잘했다 못했다 평가한다면, 아직도 명상을 세속적인 일로 생각하는 겁니다. ‘공부를 해서 성적이 좋았다 나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잘했다 못했다, 내가 계획한 만큼 됐다 안됐다’하고 평가하는 것과 같아요. 명상은 그렇게 평가하는 게 아니에요. 명상을 그냥 ‘했다’라고 보면 됩니다. 굳이 평가한다면 포기했냐, 안했냐가 중요해요. 하다가 중간에 놓친 게 있다면 ‘다음에 그건 조심해야 되겠다’ 하면 돼요.
다만 원칙이 있어요. 명상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입니다.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간다는 건 무엇일까요? 괴로움의 근본 뿌리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삶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스님은 명상의 목표를 다시 한번 짚어준 후 포기하지 않았다면 모두 다 잘한 일이라고 격려했습니다.
“명상수련에 참여해서 포기만 안 했다면 다 잘한 겁니다. 호흡은 알아차리지 않고 앉아서 망상만 피웠다든지 다리 아프니까 그냥 다리를 펴고 있었다든지 졸리니까 그냥 잤다면 명상을 포기한 거예요. 중간에 포기만 하지 않았으면 다 복이 됩니다. 하려고 했는데 안 된 건 아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까 소감을 읽으신 분 중에 생일에 케이크 두 조각을 먹고 설사해서 10분을 빠져서 아쉽다고 하셨는데 전혀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경험이 명상을 10분 더 하는 것보다 소중합니다. 우선 케이크 사준 남편이 고맙잖아요. 그 정성이 고마워서 케이크를 먹었고 빈 속에 먹으면 설사하는구나도 알게 됐죠. ‘아무리 좋은 것도 빈속에 먹으면 설사하는구나.’라고 아는 것도 중요한 거예요. 설사하고 나니까 또 속이 시원했다는 것도 좋은 일이잖아요. 하려고 했는데 안 되고 실수했던 것도 다 공덕이 됩니다. 여러분이 경험한 것은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짧게 보면 지금 호흡이 조금 더 알아차려진 건 잘했고, 망상을 피운 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길게 보면 호흡을 알아차린 거나 못 알아차린 거나 다 공덕이 됩니다.
남편이 수행자라면 아내가 연말에 놀기보다 명상을 하면 ‘아내가 사람이 돼가는구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와 휴일을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방문 걸어 잠그고 명상한다고 설치는 꼴이 보기 싫은 거예요. 나머지 잘하는 건 눈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남편이 하모니카를 불고 TV를 크게 틀어놓는 건 ‘당신이 명상한다는데 소리에 반응을 하나, 안 하나’ 하고 시험하는 거예요. 아까 발표하신 분은 남편의 시험에 말려들어간 거예요. 수행이 됐나, 안 됐나 가장 시험을 잘해주는 사람은 옆에 있는 가족들이에요. 내가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점을 들이밀기 때문에 대부분 속아 넘어갑니다. 어쨌든 발표자가 자기를 돌아본 건 좋은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길 때는 ‘나를 시험하는구나’ 하고 알아서 내가 시험에 말려들지 않은 연습을 해보세요.
경계에 부딪혔을 때 신경을 안 써야지 하면 오히려 신경이 더 쓰입니다. 아무리 바깥에 있는 소리에 신경을 안 쓰겠다고 해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괘씸하기 때문에 신경이 더 쓰이는 거예요. 편안히 앉아서 호흡만 알아차리면 그 생각에서 저절로 놓여납니다. 호흡에 집중을 딱 하면 모든 건 다 없어져버려요.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안 삼는 거예요. 생각을 안 한다는 건 문제 자체를 안 삼는 거예요.
아무튼 여러분 모두 집에서 어려운 일을 해냈습니다. 누가 보지 않아서 그렇지 칭찬받을 만한 일이에요. 계율을 좀 어겼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자발적으로 명상을 했잖아요. 인생은 결국 자기 혼자 사는 거예요. 죽으러 갈 때 돈 한 푼 못 가져가고 부모고 자식이고 형제고 부부고 아무도 못 데려갑니다. 그러니 자기 인생을 자기가 딱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주변의 환경에,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명상수련 동안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안 먹고, 자고 싶은데도 안 눕고 자기 나름대로 자기를 통제했다는 건 앞으로 인생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가는 거예요.
삶이란 내가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한 내가 책임지는 과정입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남 탓, 세상 탓하지 말고 항상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후 10분 후에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은 후 스님에게 명상을 마치며 법문을 청했습니다.
“4박 5일 명상수련 잘 마쳤습니다. 명상수련 때 가장 중요한 과제가 한가한 마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이 과제를 수련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하도록 합니다.
명상에서 기운을 얻었다고 한꺼번에 다 써버리지 마세요. 과음, 과로, 과식으로 몸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건강을 유지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음도 너무 애쓰고 조마조마하며 살지 말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그렇게 살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죠. 맞아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여러분은 먹고, 입고, 자는 욕망에 끄달리기 때문에 늘 헐떡거리고 살 수밖에 없어요.
욕망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부처님을 떠올려보세요. 부처님처럼 ‘먹는 것은 그냥 얻어먹으면 되지!’ 하는 수준에서 먹는다면 지금 충분히 잘 먹고 있습니다. ‘입는 것은 버린 거 하나 주워 입지' 하는 수준이면 지금 충분히 잘 입고 있어요. ‘자는 것은 나무 밑에서 자야지’라고 생각하면 어디든 충분히 잘 자고 있어요. 먹지 마라, 집을 사지 마라, 옷을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껄떡거리지 말라는 거예요. 여유가 돼서 집도 사고, 옷도 사더라도 의식주에 매여서 막 조마조마하고 살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애쓰며 살다가 갑자기 코로나에 걸리든지 교통사고가 나서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하루를 살더라도 인생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야죠. 행복을 향해 줄달음만 치다가 인생을 마친다면 불쌍한 존재가 됩니다. 산천초목에 동식물들도 다 났다가 그냥 돌아가잖아요. 사람도 그와 다름없이 그냥 났다가 죽는 거예요. 이 세상에 어떤 동물도 위기에 처했을 때만 불안하지 늘 불안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없습니다. 벌레도 일상은 다 편안해요. 내일 죽더라도 편안하고 행복하다가 죽어야지 늘 안절부절못하고 살다가 죽는다면 누가 보상해주겠어요. 그런데 보통 숨넘어갈 때까지 껄떡거립니다. 수행자라면 이제 삶의 여유를 좀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가한 마음으로 살아보라는 당부를 한 후 스님은 명상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경전 ‘대념처경(大念處經)’을 찬찬히 읽어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도는 유일한 길이니 중생들을 청정하게 하고 근심과 탄식을 다 건너고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사라지게 한다. 옳은 방법을 터득하고 열반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중략)’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련을 마친 참가자들을 위해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저희 수행자 612명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따라 위빠사나 수행, 호흡 알아차림, 동작 알아차림을 행했습니다. 수행하는 과정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욕망에 끄달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남으로부터 자유가 아니라 자기로부터 자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자유를 밖으로 찾아 헤맸습니다. 이제 자유를 내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지만 가야할 방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미진하지만 부지런히 수행정진 한다면 우리도 부처님처럼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믿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수행한 공덕 우리만이 아니라 일체중생에게 회향하오니 배고픈 사람에게는 양식이 되고 병든 이에게는 양약이 되고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터가 되는 등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에게 그 고통이 여의는 공덕이 되게 하여지이다. 또한 이 공덕 먼저 돌아가신 조상영가님들께 회향하오니 조상영가님들 뿐만 아니라 유주무주 모든 고혼들도 왕생 극락하여지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 평화롭고 안락하여지이다….”
9시가 넘어 사홍서원을 끝으로 4박 5일간 초심자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한 후 10시부터 곧바로 재심자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재심자 명상은 4박 5일 명상수련을 3회 이상 참가하신 분만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번 연말 명상에는 총 32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온라인 명상 수련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명상수련에 참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경수련원에 모여서 늘 같이 명상을 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렇게 각자 자기 집에서 개인 법당에서 명상수련을 하게 됐습니다. 한해를 명상으로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님은 인사를 건넨 후 먼저 명상의 목표를 분명히 알려주었습니다.
“명상을 왜 하는가? 이것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병을 낫기 위해서, 건강하기 위해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명상을 하면 세속적으로 명상을 하는 거예요. 본래 명상은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쉬운 말로 삶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옛날에는 말을 몰고 갈 때 말머리에 당근이나 건초더미를 매달아 놨습니다. 말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건초를 한 입 먹으려고 뛰는데 한 발 앞으로 가면 건초 더미도 한 발 앞으로 가버리죠. 이처럼 우리도 욕망을 충족하려고 나아가지만 충족이 되는가 하면 다시 욕망이 커져서 영원히 욕망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마치 말머리 앞에 있는 건초더미 쫒는 모습이에요. 어리석은 말이 건초 더미를 향해서 뛰듯이 어리석은 중생들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계속 괴로워하면서 ‘조금만 더 가면 즐겁겠지’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긴장하고 참고 견디고 노력했습니까? 예전과 비교하면 돈도, 지식도, 능력도, 지위도, 가족도 다 늘었는데 행복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인생의 모순을 굉장히 탐구를 해서 원인을 찾아 해결하셨습니다. 우리는 5년, 10년 해봐도 해결이 안 되면 ‘뭐가 문제지?’하고 탐구하지 않고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라며 숨넘어갈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합니다. 이쯤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봐야 해요.
부처님께서는 진정한 자유란 밖으로부터 자유가 아니라 자기로부터 자유라고 하셨습니다. 자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그 욕망의 뿌리는 바로 업식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업식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참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기 업식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계율입니다. 둘째, 선정입니다. 셋째, 지혜입니다. 명상은 두 번째 선정에 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걸으셨던 중도의 길과 계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4박 5일 동안 어떤 자세로 어떤 점을 유의해서 명상을 해나갈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1시간 2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정리를 하면 이번 4박 5일은 정말로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요. 명상을 하며 나의 어떤 안 좋은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원래 있던 거잖아요.
모든 인간이 다 별 거 아니에요. 다 자기를 꾸미고 숨겨서 그럴듯해 보이지 까발려 놓으면 다 똑같아요. 왕이나 종이나 겉옷 때문에 차이가 나지 옷 벗고 목욕탕에 가면 똑같듯이 마음속도 그래요. 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욕망이 있어요. 그러니 자기가 별 거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잘난 줄 아니까 현실의 자기를 보고 실망해서 자존감이 없고 자학 증세가 나타나는 거예요. 모든 긴장을 놓고 명상을 하면 마음에서 온갖 것들이 일어나요. 그런 나를 보면 내가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타인을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자기는 굉장한 줄 알고 남을 야단치잖아요. 내가 별 거 아닌데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비난할 게 뭐가 있어요?
내가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나를 하찮게 여기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인식의 오류는 무지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시정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해보니 집중도 안 되고 온갖 마음이 일어나는 하찮은 현실을 받아들이되 여기서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입재 법문을 한 후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씩 네 차례 명상을 연달아한 후 공양을 하고, 다시 35분씩 네 차례 명상을 연달아하고 30분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사이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이 되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저녁 8시 30분에는 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외국인을 위한 일요명상을 함께 했습니다. 경계 없는 랜선을 타고 명상 수련생들과 외국인을 포함해 4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문경수련원에 있습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했던 초심자를 위한 4박 5일 온라인 명상이 오늘 끝나고, 이어서 재심자를 위한 4박 5일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박 5일 명상 중에 일요 명상과 일정이 겹쳐서 참가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한국의 날씨와 코로나 상황에 대해 나눈 후 곧바로 지난주에 외국인이 올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총 5명의 외국인이 질문을 올렸는데 그중 한 명은 명상이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지난 영어 통역 즉문즉설 시간에 스님께서 괴로움을 덜기 위해선 슬픔에 빠져 지내는 시기를 빨리 끝내는 것이 낫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것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으나 이 조언을 실제로 적용시키기 위한 과정은 무엇인가요? 명상이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In the casual conversation this weekend, Ven. Pomnyun Sunim explained logically how it made sense to accelerate the grieving process to relieve suffering. I understand the usefulness of this idea, but what are the steps to actually implement this advice? How can meditation help?)
“우리의 무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의식에서 일어나는 지적 무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무지가 있습니다. 그때 즉문즉설에서는 의식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한 담마(dhamma, 불법)를 설명했습니다. 그 법문은 명상과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명상은 무의식의 무지를 깨우치는 방법입니다. 명상을 통해서 슬픔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명상 중에 만약 아버지의 죽음이 떠오르고 슬프다면, 슬픔에 끌려가지 않고 계속 호흡에 집중하는 거예요. 계속 호흡을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나중에 아버지의 죽음이 떠오르더라도 슬픔이라든지 어떤 감정이 동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슬픔이 가시고 상처가 치유됩니다.”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명상수련 참가자들도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삼성으로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삼성으로 명상을 마쳤습니다. 스님이 채팅창에 소감을 올려달라고 말하자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빨리 끝난 것 같습니다.”
“It ended it faster than I thought.”
“오늘은 비교적 호흡에 계속 집중했습니다.”
“I was able to focus on my breath relatively well today.”
“마음이 망상과 호흡 알아차림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몸도 자동적으로 구부러졌습니다.”
“I was bent over kind of almost automatically as my mind wandered back and forth between breath and distracting thought.”
“가슴이 좀 답답했습니다.”
“My chest felt a little tight today.”
“차분해지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습니다.”
“I was calm and felt my heartbeat.”
같은 시간이었지만, 소감은 다 달랐습니다. 스님은 소감을 주욱 읽어준 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방역을 잘해줄 것을 당부하며 명상을 마쳤습니다.
“다음 주는 새해를 맞게 되겠네요. 내년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내년 말에는 해결될 희망이 보이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금 어려워도 희망을 가지면 살아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코로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조금 불편하더라도 각자 마스크를 잘 끼고, 손을 잘 씻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함께 밥 먹지 않는 등 개인이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을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나 하나쯤이야 무슨 문제가 있겠나? 나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바이러스를 계속 확산시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한 주 행복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나오니 찬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까만 밤하늘에 달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내일도 새벽 4시에 기상해서 하루 종일 명상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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