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26. 초심자 온라인 명상 4일째
“자꾸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초심자 온라인 명상수련 4일째 날입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기상해서 4시 20분부터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노트북을 켜자 스님의 명상 안내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상체를 곧추 세우고,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집니다. 아무런 할 일 없는 사람, 한가한 사람이 됩니다. 한가한 가운데 마음을 콧구멍 끝에 주시해서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숨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줄 알아차리고, 숨이 나가면 나가는 줄 알아차립니다. 숨이 거칠면 거친 줄 알아차립니다. 호흡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실재하는 호흡에만 관심을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잘 안 된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하지도 말고, 잘 된다고 좋아서 들뜨지도 말고,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계속해 봅니다. 각오하거나 애쓰지 않고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나갑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새벽 명상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토요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이 있는 날입니다. 평소와 똑같이 천일결사 기도를 방송으로 내보내고, 스님은 법상 옆에 자리한 후 함께 방송을 들으며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방송 일정이 겹쳐서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와 정토회 천일결사 기도 참가자가 다 함께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을 차례대로 한 후 경전 독송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오늘 읽은 경전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어떻게 신앙 고백을 했는지 그 표현이 잘 나와 있습니다.

깨달음의 기쁨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한 표현

사비야라고 불리는 어느 이교도가 부처님께 질문을 했지만 부처님은 그 질문에 대해 아주 분명하고 속 시원하게 답을 해주었고, 그 답을 듣고 사비야는 마음이 밝아졌다는 내용입니다. 의문이 다 풀어지고 의혹이 사라졌으니 마음이 굉장히 기뻤겠죠? 그래서 사비야는 부처님을 찬탄하게 됩니다. 누가 찬탄하라고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기뻐서 스스로 찬탄을 합니다.

‘위대하시라, 세존이시여’

이렇게 먼저 공경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네 가지로 얘기합니다. 사비야만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야사 비구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부인도 법문을 듣고 깨달은 후에 이렇게 표현했으며, 그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신앙 고백을 합니다.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또는 ‘눈이 있는 사람은 빛을 보리라’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심과 같다는 표현입니다. 그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은 분명하고 구체적이라는 것입니다. 넘어져 있는 사람의 팔을 잡고 탁 일으켜 세워준다는 표현은 애매모호하지 않고 아주 분명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분이라는 뜻도 담겨 있지만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덮인 것을 확 벗겨서 보여주심과 같다는 표현입니다. 어떤 물건이 있는데 그것을 덮어놔서 그 속에 뭐가 있는지 애매모호할 때,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덮인 것을 확 벗겨주니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겁니다. 이 역시 덮인 것을 벗겨 보여주듯이 아주 분명하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는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르쳐 준다는 표현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는데, 물어보니 ‘이리로 가세요’ 하고 분명하게 알려주신다는 뜻입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더구나 그것이 분명한 길이라면 더욱 고맙죠.

네 번째는 어두운 밤에 등불을 비춰 밝혀준다는 표현입니다. 계급이 낮든 높든, 젊든 늙었든, 지식이 있든 없든, 남자든 여자든, 건강하든 신체장애가 있든, 아무 상관없이 눈만 있으면 누구나 다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법의 가장 큰 특징인 보편성입니다. 내가 눈을 감아서 못 보는 거지, 눈만 뜨면 앞에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눈 있는 자 보라’ 하며 등불을 비춰 주듯이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이 네 가지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이 밝아진 사람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후 마지막으로 자기 결단을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 모임에 귀의합니다.’

이렇게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자기도 출가해서 수행자 모임의 일원이 되고자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어떤 계율이든 다 지키겠다고 했고, 수행자가 되는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뭐든지 다 따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이제 저는 곧 부처님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하면서 자기 결단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재가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

그런데 야사 비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야사처럼 출가를 발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삼보에 귀의하고, 재가수행자로 살아가겠다고 발원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들에게 오계를 주었습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 재가 수행자는 이 세상에 살더라도 다섯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지금 당장 좋더라도 나에게 손실이 된다면 멈춰야 하고, 지금 싫지만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기꺼이 행해야 한다.’

그러면서 재가 수행자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주었고, 재가 수행자는 ‘몸과 목숨이 마칠 때까지 이 계율을 받들어 지키겠습니다’라고 하며 그 원칙을 갖고 수행 정진을 했습니다. 나중에 다섯 가지 기본 계율에 세 가지가 더해져서 팔재계가 되었습니다.

첫째,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둘째,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겸손하겠습니다.
셋째,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고 늘 평정심을 유지하겠습니다.

이것이 수행자의 표상입니다. 수행자는 남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고, 검소하게 살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겸손하고, 늘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비록 세상에 살더라도 이렇게 산다면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가 수행자는 재물이 많더라도 검소하게 살아야 하고, 지위가 높더라도 겸손해야 하며, 세속에 살아도 들뜨는 즐거움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출가 수행자는 아예 지위와 재물, 가족관계 등 모든 것들을 다 버려야 했습니다.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이건 검소하고 겸손한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한 것입니다. 갖고 있는 것도 다 버려야 하는데 남의 것을 뺏을 이유가 없고, 높은 지위도 다 버려야 하는데 남을 해치거나 괴롭힐 이유가 전혀 없죠. 그래서 초기에 출가 수행자에게는 계율이라는 게 특별히 없었어요. 있는 것도 다 버리고 승가공동체에 들어왔기 때문에 계율 같은 걸 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출가 수행자 중에서도 겉모습만 수행자일 뿐 욕심내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다시 기본 계율을 지키도록 한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 수행자들의 적극적인 자세

부처님 당시에는 일반 사람이 법을 깨닫고 출가하고자 하면 그 자리에서 출가를 허용했습니다. ‘오라, 비구여’ 하고 말하면 끝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 기간이나 장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교단에 있다가 온 사람은 바로 승가 공동체에 들어오지 못하고 4개월간 따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생활하면서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에 집착이 없고, 출가 수행자로서 능히 잘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승가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출가하겠다고 하면 허용은 하지만 4개월간 생활해 보고 대중이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런데 사비야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4개월이 아니라 4년이라도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만큼 부처님께 감동을 해서 어떤 절차가 있어도 기꺼이 따르겠다고 한 겁니다.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하파자파티 부인이나 부처님의 전 부인인 야쇼다라 공주가 출가 수행자가 되겠다고 찾아왔을 때도 부처님은 여성이 가기 어려운 길이라며 말렸지만, 여성들은 ‘기꺼이 가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8가지 조건을 지키겠냐고 물었을 때 8가지가 아니라 80가지라도 부처님께서 주신 규칙이라면 저희들은 기꺼이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출가만 허락해준다면 무엇이든 기꺼이 다 하겠다며 씩씩하게 자신의 다짐을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출가 수행자가 되어서 용맹 정진하면 머지않아 깨달음을 얻고 괴로움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읽은 경전을 통해 당시 수행자들의 이런 적극성과 흔쾌함을 한 번 우리가 배워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은 10-4차 백일기도 입재식입니다.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특히 여기까지 오신 초심자들은 일주일 간 빠지지 말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합장을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6시 20분에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30분간 네 번의 명상을 한 후 오전 공양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참가자들이 마지막 상태 보고를 하는 날입니다. 저녁에는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상태 보고를 제출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식사 후 목욕하는 시간이 30분 더 주어졌습니다. 깨끗이 씻고 나서 자리에 앉아 오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명상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40분 간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초심자여서 30분 간 명상을 해왔는데, 마지막 날이니까 40분 간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다리가 아프더라도 충분히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40분 간 네 번의 명상을 연달아한 후 오후 공양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사이 참가자들은 지난 4일 동안 처음 명상을 해보면서 들었던 의문점이 있으면 질문지에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저녁 명상을 두 차례 더 한 후 7시 20분에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총 130여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한 사람들은 모두 화상 회의 방에 초대되어 방청객이 되고, 그중 질문자로 선정된 15명은 스님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의문점을 직접 질문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이나 전설 같은 얘기는 하지 말고, 자기가 직접 경험해 보면서 의문이 들었던 것을 가지고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스님이 이름을 부르면 마이크를 켜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호흡 알아차리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자꾸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요가를 배우고 있는데, 요가 수련을 할 때는 배로 호흡을 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코끝에 집중하여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졸음과 무릎 통증이 가시고 난 후 코끝에 집중하면서도 제가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알아차리고 있는지조차 구분이 안 되었습니다.”

“복식호흡이나 단전호흡을 오래 해서 잠잘 때도 단전호흡이나 복식호흡이 된다면 그게 자연스러운 호흡입니다. 그러니 현재 본인이 잠잘 때 어떤 호흡을 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저절로 복식호흡이 된다고 하면 그렇게 복식호흡을 하는 상태로 코끝에서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입니다. 우리는 지금 의지나 의도를 내려놓아 버리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 어떤 의도를 갖고 호흡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나도 모르게 저절로 호흡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호흡하는 게 힘들다면 우리는 금방 지쳐버릴 거예요. 저절로 이루어지는 호흡은 아무런 힘이 들지 않습니다. 애쓰지 않아도 우리 몸에 피가 도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일부러 피를 돌리려면 힘들 텐데, 자연적으로 신체 원리에 의해서 돌도록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호흡을 알아차릴 때 어떤 의지를 넣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크게도, 작게도, 빠르게도, 늦게도 하지 말고, 단전호흡이나 복식호흡이나 흉식호흡도 하지 말고, 호흡이 알아서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세요. 호흡을 의도해서 하려면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냥 놔두고 그 상태를 알아차리기만 하세요. 몸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면 숨이 가쁠 것이고, 몸에 에너지가 별로 필요하지 않으면 산소 필요량이 작아지니까 숨이 고요할 겁니다. 호흡이 가쁘면 안 된다거나, 호흡은 고요해야 한다는 건 없어요. 그저 가쁘면 가쁜 줄 알고, 고요하면 고요한 줄 알고, 길면 긴 줄 알고, 빠르면 빠른 줄 알 뿐입니다.

그런데 호흡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내가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가까이 가면 내 의지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호흡이 어떤지 살피면 벌써 호흡이 내 의지에 영향을 받는 거예요. 그러나 길게 보면 호흡은 내가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일정 기간 이상은 참을 수 없듯이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호흡을 하고 안 하고를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없어요. 다만 1분 내지 2분 안에는 의지로 호흡을 멈출 수 있기는 합니다. 이런 잠깐 동안에는 의지로 호흡을 빨리 할 수도 있고 늦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호흡은 이중성을 갖습니다. 팔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내가 의도를 가져야 가능한 동작이에요. 반면에 심장이 뛰는 것은 내가 의도를 갖고 ‘야, 좀 멈춰’ 이런다고 멈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호흡은 이중성을 갖고 있어요. 짧은 시간 동안에는 의지로도 어느 정도 제어가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율신경에 의해서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접근할 때 호흡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처럼 자연 상태의 호흡을 따라서 무의식의 세계로 접근하려는 것이니까, 명상할 때는 복식호흡이니 흉식호흡이니 단전호흡이니 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단련을 해서 어떤 파워(power)를 낼 때는 그게 중요하겠죠. 그러나 명상은 긴장이나 각오, 결심을 모두 놓아버린 상태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절로 단전호흡이 되면 단전호흡으로, 저절로 복식호흡이 되면 복식호흡으로, 저절로 흉식호흡이 되면 흉식호흡으로, 두 가지가 섞였으면 섞인 대로 하면 돼요. 저절로 이루어지는 호흡의 방식이 어떤지는 지금 우리가 하는 명상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단전호흡이 되면 ‘단전호흡이 되는구나’ 이렇게 알면 되고, 흉식호흡이 되면 ‘흉식호흡이 되는구나’ 이렇게 알면 되고, 빠르면 ‘빠르구나’ 이렇게 알면 되고, 늦으면 ‘늦구나’ 이렇게 알면 될 뿐이에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면 벌써 의지가 개입되어 버리니까요.

그런데 초심자는 호흡을 알아차린다고 하면 호흡에 의지가 개입되어서 의도대로 호흡하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이게 자연스러운 호흡인지 의도한 호흡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질문을 한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염려할 필요가 없어요. 의도한 호흡은 오래 못 가기 때문이에요. 호흡을 의도해서 하려면 에너지가 들고 피곤하니까 오래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본인이 생각을 놓아버리면 저절로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가버립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게 막 뒤섞여서 의도한 호흡을 하기가 쉽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도한 호흡을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의도한 호흡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굳이 힘들게 호흡하거나 구분할 필요 없이,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자연스러워집니다. 지금 질문자가 느끼는 혼란은 질문자의 현재 수준이 그런 것이니까 괜찮아요. 명상에는 ‘그러면 안 된다’ 이런 게 없어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도한 호흡을 하든지 복식호흡을 하든지 이러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 자연적으로 가장 쉽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호흡으로 돌아가게 돼 있으니 큰 문제가 안 돼요.”

“감사합니다.”

첫 번째 질문자를 시작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15명과 대화를 나눈 후 방송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홀가분해지고 가뿐해졌습니다.”

“계율을 잘 지키고 선정도 잘 닦아서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스님이 친절한 설명에 감동을 크게 받았습니다.”

“의문이 풀려서 가볍습니다.”

“일상에 깨어있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습니다.”

밝게 웃는 질문자들의 얼굴을 보며 스님이 함박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스님의 하루만 읽지 말고, 스님처럼 농사일도 하고, 밥도 한 끼 정도는 굶어보고, 직접 실천을 한 번 해보세요. 그래도 죽지 않아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은 너무 소비와 편리에 중독이 되어 있어서 작은 것에 얽매여서 힘들게 사는 같아요. 그러니 자유의 폭을 좀 더 넓혀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갖고 태어났는데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삽니까.

제가 시간 조절을 잘 못해서 더 많은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네요. 내일 소감 나누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여러분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취침 안내 방송이 나간 후 참가자들은 노트북을 덮었습니다. 명상수련 마지막 날 밤에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5일간의 명상수련을 마치며 소감 나누기와 회향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곧바로 이어서 스님은 다시 5일간의 재심자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합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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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유한 글에서 찡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2021-01-02 10:00:01

굴뚝연기

[…이런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접근할 때 호흡을 이용하는 겁니다.이처럼 자연 상태의 호흡을 따라서 무의식의 세계로 접근하려는 것이니까,…] 스님~이토록이나 깊이있게 세세하게 정성을 쏟으시니,정말 감동입니다ㅜㅜㅜ힘드시겠어요ㅠ이 미혹하고 죄많은 중생들 한명도 포기하지 않으시고ㆍ법의 이치를 설해주시니ㅠㅠ올려주시는 분의 정성도 참고맙구요ㅜㅜ

2021-01-02 02:13:46

세숫대야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런 호흡의 알아차림이어야 자연스런 일상에서의 알아차림으로 연결될거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1-01 15: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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