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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영어 통역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고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오후에는 반야심경 공부를 마친 가을 경전반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새벽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오전 8시부터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한국은 아침 8시이지만 미국 동부는 저녁 6시입니다. 낮과 밤이 반대인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외국인을 위해 지난 7월에 처음 시작한 온라인 영어 통역 즉문즉설은 10월부터 매달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올해 네 번째이자 마지막 온라인 영어 통역 즉문즉설이 열렸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참가해 온 외국인 참가자들도 보이고 새로운 얼굴들도 보였습니다. 850명이 시청하는 가운데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외국인들이 가득한 화면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이상 기후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여러 나라에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날씨로 인사하기가 힘드네요. 제가 있는 한국 중부지방은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져서 날씨가 아주 춥습니다.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의 만주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파가 몰아쳤어요. 이상 기후라고 하더니 기온이 단순히 상승할 뿐 아니라 겨울에는 심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기후가 불안정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기후 변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과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탄산가스의 지나친 배출 때문에 생긴 온실효과인지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원인이 어떻든 생물들이 유전자 변이 즉, 진화를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지금까지 이 기후에 맞게 생존하던 생물들은 생존이 점점 어렵게 되고 변화된 기후에 적응이 쉬운 종은 번성할 것입니다. 이런 기후 변화를 짧게 보면 당장 우리가 생활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길게 보면 어떤 생물학적인 변화, 인류 문명 변화의 큰 요인이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도 생활에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어요.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지금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불편하니까 마치 나쁜 것처럼 인지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인류의 이동을 상당히 줄였습니다. 기후변화에는 좋은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지금 나쁘다고 꼭 미래에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지금 좋다고 미래에 꼭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금은 좋지만 미래에 나쁘다면 멈춰야 하고, 지금은 나쁘지만 미래에 이익이 된다면 나쁜 상황도 희망을 가지고 이겨 내야 합니다. 수행이란 단순히 명상을 하는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겁니다.”
이어서 스님은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즉문즉설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즉문즉설이란 어떤 지식을 전달하거나 제 경험을 여러분에게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시간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의문을 가지고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삶의 고민을 가지고 좀 더 나은 길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인생에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이 없어요. 자기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권리는 없어요. 또 나 좋을 대로 사는데 나에게 손해나 괴로움이 돌아온다면 이것은 좀 살펴봐야 해요. 이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기보다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도록 지혜롭게 살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러분과 대화를 해 보고자 합니다.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해보세요.”
미국, 인도,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영어 통역으로 직접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강연을 하는 시간이 새벽이라 영상으로 질문을 보내왔고,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며 서면으로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이렇게 총 7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미국에 살고 있는 남성이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Hi Sunim, thank you for listening to my question. My wife and I married a few months ago but we’ve been seeing each other for few years even before that. And my question is she has a demanding career and as a result she’s stressed from trying to beat both her own and outside expectations. Is there any recommendation or advice as her partner on how I can support her more effectively? Thank you.”
(스님, 안녕하세요. 질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3개월 전에 수년 동안 사귄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제 아내는 커리어를 중요시하는데 본인 기대치와 외부 기대치에 대해 쉽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앞으로 평생을 같이 할 남편으로써 제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아내를 변화시키겠다는 이야기예요?”
질문자는 스님의 질문을 받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Oh no. She’s very passionate about her work. She tries to help as many people as she can in her career so I absolutely support what she does. It’s just that sometimes the stress can sometimes have a very negative effect and I try to do what I can but I would like to one day be able to help her reduce her stress so she’s more happy even when things are bad.
(아내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매우 열정적이고 많은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때때로 부정적 효과가 있을 때도 있어요. 앞으로 더 상황이 나빠져도 아내의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행복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남편으로써 그게 궁금합니다.)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남편인 자신이 보기에 힘든 거예요, 아니면 아내가 힘들어서 아내가 뭔가 바꾸고 싶어 해서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예요?”
“She doesn’t ask too much for help, I wish I could help her but our careers are very different so I always ask myself what I can do. I always try to make sure she has all three meals in her day and anything else that might be missing. Because our careers are so different it makes it hard for me to be able to sometimes relate to her stress effectively. And that’s where sometimes there might be a hard communication and might be where I can look towards to. I’m not too sure but I’m definitely not looking to change my partner. I’m very happy but it’s something that comes up once in a while. That’s why I’d like to ask.”
(아내가 도움을 바라지는 않아요, 제가 그녀를 도울 수 있기를 바라지만, 서로 일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늘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자문해봅니다. 제 나름대로 삼시 세끼도 다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그 외에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제가 아내와 일하는 분야가 달라서 아내가 스트레스받는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아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저는 결혼생활이 매우 행복하지만 가끔 어려워서 여쭤보는 거예요.)
“다시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 봅시다. 아내가 힘들어서 ‘여보, 나 좀 도와줘!’ 이렇게 요청하는데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지 몰라서 질문하는 거예요? 아니면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내가 힘들어서 지금 아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질문하는 거예요?”
“I guess to answer that question, she doesn’t really ask me for help so watching from the outside I also get a little bit of anxiety but I don’t feel like I’m asking her to be less stressed for really my own sake. We have very different personalities on how to deal with stress. This is definitely something I will think about. I understand your question and whether it’s something that I want for myself or whether it’s something she’s asking for so I will have to think about that some more but I think I understand where you’re going with it.
(네. 아내는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볼 때 제가 불안한 마음이 좀 들긴 해요. 그렇다고 저를 위해서 아내가 좀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성격이 워낙 달라서 스트레스를 대응하는 방식도 다르니까요. 스님이 던져주신 질문이 어느 쪽으로 의도하신지 알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를 보는 내가 불안하거나 힘들다면 이것은 아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입니다. ‘아내가 스트레스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불안하니까’하고 내 문제를 풀려고 지금 아내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첫째, ‘아내를 변화시키려고 합니까?’라고 물었던 거예요.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러면 이게 누구 문제인지는 확인하는 거예요. 아내 문제라면 아내를 바꿔야 하지만 내 문제라면 나를 바꿔야 합니다.
아내를 바라보는 내가 불안하다면 나의 문제예요. 그래서 아내가 스트레스받고 살든, 웃으면서 살든 자기 나름대로 살도록 두고, 아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는 편안하게 지켜보는 나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잘 살았어요. 아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결혼해서 질문자에게 문제가 생긴 거예요.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바라보지 말고 상대의 삶을 인정하고 나는 내 삶을 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I understand everything. thank you.”
(잘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질문자들에게 대화를 나눈 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대화한 사람들의 소감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스트레스받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질문한 남성이 대답했습니다.
“Thank you Sunim, I understand what you’re saying and it definitely was not the answer I was expecting and in many ways I think that’s what makes me understand the situation better so thank you very much.”
(스님 말씀은 제가 이해했지만, 제가 예상했던 답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더 돌아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상한 대답은 뭐였어요?”(웃음)
“Be better, do more things.”
(아내에게 더 잘해주라고 하실 줄 알았어요.)
“그건 이미 질문자가 알고 있잖아요. 아무리 부부라 하더라도 애정은 갖되 일정한 거리를 두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나는 도와준다고 아내에게 ‘스트레스받지 마라.’ 하는데 상대는 그게 오히려 잔소리가 되어서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아내는 잘 살았습니다. 늘 이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Thank you.” (고맙습니다.)
질문자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다른 질문자들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지혜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 답변을 듣고 지금까지 제가 보채는 아이처럼 굴었다는 걸 알았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는 참 좋은 조건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비난을 받을 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남편이 굉장히 저를 구속했다고 생각했는데 스님이 주신 조언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다양한 종교가 있는 인도에 살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인간의 성질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조화롭게 지낼 방법을 말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스님은 소감을 다 듣고 진정한 붓다의 가르침이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어떤 철학이 아닙니다. 복을 비는 종교도 아닙니다. 바로 지혜의 가르침입니다. 지혜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여기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늘 이 물건의 앞면만 봤어요. 그 앞면만 보고 ‘이 물건의 전체 모양은 이렇다’라고 단정했어요. 앞면만 보고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는 역할은 앞면만 보는 사람에게 ‘뒷면도 한번 보세요.’하고 뒷면을 보게 하는 겁니다. 윗면만 보고 얘기하는 사람에게는 ‘아랫면도 한번 보세요’ 하고 얘기합니다. 왼쪽만 보는 사람에게 ‘오른쪽도 한번 보세요’라고 해서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것을 통찰력, 지혜라고 해요.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겁니다.
모든 문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솜은 부드럽지만 단단하지 못하고, 쇠는 단단하지만 부드럽지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솜이 부드럽다고 선택해놓고 단단하지 못하다고 탓합니다. 쇠가 단단하다고 선택해놓고 부드럽지 못하다고 탓해요.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 거예요. 붓다의 가르침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전체 모습을 보도록 통찰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괴로움은 대부분 편견이나 인식 상의 오류에서 생겨요. 오류를 시정하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오늘 대화가 여러분들에게 그런 통찰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곳에서 태어났든,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살면서 어떤 경험을 했든 지금 살아있다면 여러분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외국인들은 화면 속에서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Thank you!”
강연을 마치고 외국인 참가자들은 조를 나누어 마음 나누기를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잠시 휴식을 한 후 오전 10시 30분에는 산책을 나왔습니다.
“스님, 산책을 어디로 가시려고요?”
“어디로 가기는요. 우리가 늘 가는 곳이 용추계곡 말고 더 있어요?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였으니까 계곡물이 다 얼었을 거예요. 한번 가 봅시다.”
눈이 소복이 쌓인 산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났습니다.
“경치가 참 좋죠?”
계곡물이 꽁꽁 얼고, 바위 위에는 하얀 눈이 쌓여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한참 동안 오르막 길을 오르고 나니 용추폭포가 나왔습니다. 계곡물 전체가 얼음으로 덮인 것은 아니고 중간에 구멍이 뚫린 곳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숨구멍이에요. 계곡이 숨을 쉬는 구멍이라고 숨구멍이라고 해요.”
“자연적으로 생기는 건가요?”
“그럼요.”
스님은 숨구멍 가까이로 가서 지팡이로 탁탁 두드려보았습니다.
“스님, 조심하세요. 얼음이 깨지면 큰일 납니다.”
“안 깨져요.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였는데 꽁꽁 얼었어요.”
아랫단에 넓은 소를 지나 좁은 홈을 타고 윗단에 하트 모양으로 움푹 파인 소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야, 꽁꽁 어니까 여기까지 들어와 보네요. 겨울에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면 꼭 이렇게 생겼어요. 천지 안에 쏙 들어온 기분이네요.” (웃음)
투명한 얼음 사이로 바닥에 깔린 돌들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용추폭포를 지나 더 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평평하고 넓은 얼음 위에서 달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주욱 미끄러져 보았습니다.
“나무 잘라와서 썰매를 하나 만들까요? 제가 어릴 때는 솔잎이 많이 달린 소나무 가지를 꺾어 와서 그걸 엉덩이에 깔고 썰매 타듯이 놀았어요.”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났습니다. 눈과 얼음 구경을 실컷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내려왔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바치는 따뜻한 햇살이 참 포근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오후에는 반야심경 공부를 마친 경전반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 수련을 진행했습니다. 내일 이어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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