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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함께 하고 오전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특강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온라인정토회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국내외 정토행자들에게 울려 퍼졌습니다. 4천여 명의 정토행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오분향 예불문을 시작했습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정성껏 예불을 한 후 5시 정각에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문경 수련원에서 아침 예불과 기도를 드립니다. 10차 천일결사 중 3차 백일기도를 시작한 지 90일째입니다. 이제 2주만 있으면 4차 백일기도에 입재하게 됩니다. 2주간 부지런히 정진하셔서 3차 백일기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완성하시고요. 하루 혹은 며칠 빠진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거니까 남은 2주간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기도 마치고 뵙겠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함께 했습니다.
‘사비야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배움이 깊은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거룩한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행行이 갖추어진 사람이라 부릅니까.
방랑하는 수행자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스승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중략)’
기도가 끝나고 스님은 카메라를 향해 돌아앉아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기도 잘하셨습니까? 요즘 계속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가 부처님에게 질문하는 경전을 읽고 있습니다. 사비야는 부처님께 세상에 떠도는 온갖 이슈에 대해 여쭈어 봤습니다.
부처님이 사셨던 시대에는 부자란 재물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고귀한 사람이란 신분이 높은 브라만들이었습니다. 깨끗한 사람은 고기나 오신채를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사회였습니다. 훌륭한 왕으로 불리기 위해서도 출신이 좋아야 하고, 나라가 커야 하고, 군대가 강성해야 했습니다. 사람을 신분, 지역, 성별, 나라의 규모, 재물의 양을 기준으로 성공과 고귀함을 가르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코살라국 프라세나짓 왕이 부처님을 찾아와 위대한 왕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을 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아서는 안 됩니다, 백성을 외아들 사랑하듯 하십시오.’
요즘 대통령에게도 이렇게 직접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절대군주의 봉건 사회에서 왕에게 직접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무기를 많이 갖고 땅을 크게 키우는 것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곧 훌륭한 왕이라는 것입니다.
파탈리푸트라에서 마가다국의 대신이 밧지족의 침공을 막기 위해 부처님을 찾아왔을 때도 ‘진정한 안보는 무기나 성벽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인간 안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처님의 말씀이 현시대에는 보편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당시 사회적 배경과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이야기입니다.”
스님은 부처님 당시 사회에서 부와 고귀함을 어떻게 판단했는가를 설명해준 후 부처님은 부와 고귀함이 무엇이라고 하셨는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사비야의 수많은 질문에 대해서 ‘어떠한 사람이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마음이 편안한 것이 중요합니다. 어떠한 의무감이나 각오, 결심으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가볍고 한가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어떤 일에도 걸림이 없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일으킨 생각에 걸려서 속박을 받습니다. 이걸 하자고 하면 이게 문제고, 저걸 하자고 하면 저게 문제인데, 그렇지 않고 무엇을 하든 걸림이 없어야 합니다. 셋째,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넷째, 내가 옳다는 고집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고집을 내려놓으면 성냄이 없어집니다. 다섯째, 좋고 싫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여섯째, 생활방식이 소박해야 합니다. 일곱째, 지위가 있다고 해서 목에 힘주는 것이 아니라 겸손해야 합니다. 여덟째, 어떤 일을 할 때 조금 하다가 관두고, 조금 하다가 관두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홉째,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남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되고, 남을 괴롭혀서도 안 됩니다. 말로도 남을 괴롭혀선 안 됩니다. 타인을 해치거나 괴롭히거나 손해 끼치면서 사는 것은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열 번째, 더 나아가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괴로운 사람을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살면 사람과 신들이 받드는 사람이 됩니다. 이런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부자이고, 이런 사람이 진짜 고귀한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진정으로 높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이 생에서도 자유인이고, 죽어서도 만약 천상이 있다면 빌지 않아도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나고 죽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이런 사람은 천상이 있고 없고에도 기대지 않습니다.
부처님은 외적 조건인 출생, 신분, 지역, 성별 등으로 그 사람의 고귀함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신분이 높든 낮든, 어느 나라에 태어났든, 어떤 성씨로 태어났든, 아버지가 누구든, 재물이 얼마나 많고 적든, 지위가 얼마나 높든 낮든 이런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너의 마음의 상태가 어떠한가’를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 세상에 소위 높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괴롭혔던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왕으로 태어나서 그 왕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백성을 죽이고 괴롭혔습니까. 잘난 사대부 집안에 태어나서 여성들을 괴롭히고, 하인들을 학대한 경우도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지위에 있거나 많은 재물을 누린다고, 또 지식이 많거나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고통을 주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이미 2600년 전에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들어도 너무나 지당한 말씀입니다. 문제는 2,600년이 지난 지금도 재물이 많고, 지식이 많고, 지위가 높고, 인물이 잘났다는 이유로 유세를 떠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반대로 재물, 지식, 지위, 인물이 못났다고 기가 죽어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2600년 전으로 거슬러 갈 것도 없이 지금도 어리석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도에서는 아직 신분이 낮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차별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 돈이 많다고 다른 사람을 괄시하고, 돈이 없다고 위축되는 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학벌이나 지위가 높다고 목에 힘주고, 또 반대로 학벌이나 지위가 낮으면 기가 죽어서 지내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재물, 학벌 지위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재물, 학벌, 지위가 있으면 교만해지고, 없으면 비굴해지는 헛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부처님께서는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비야가 수많은 질문을 하지만 당시 세상에서 제시한 대답들은 외적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답들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그걸 모두 마음으로 돌려서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높은 자, 귀한 자, 청정한 자인가?’라는 질문에 마음이 청정한 자가 진정으로 청정한 자고,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얼른 읽으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정말 귀한 말씀입니다. 오늘 아침에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관점을 바꿔서 아직도 밥 먹고 옷 입고 잠도 잘 잔다고 생각하면 아직 괜찮은 상황입니다. 자꾸 미래를 미리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근심하면서 살아가기보다 주어진 조건에 우선 만족하며 살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면 돈을 더 벌어도 되고 지위를 더 높여도 됩니다. 그렇다고 재물이나 지위를 얻으려고 인생을 조마조마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미워하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정토행자들은 종교적인 복을 비는 사람들도 아니고, 사색하거나 학문을 하는 철학자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수행자들입니다. 수행자는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수행자는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남도 행복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사람입니다. 성별, 나이, 지위,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마나 자기 삶에 충실하며, 얼마나 타인에게 자비로운가’가 중요합니다.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자가 지혜로운 자입니다. 타인을 연민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을 내는 자가 자비로운 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지혜와 자비를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고 표현합니다.
수행자는 마땅히 이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새기면서 우리가 가는 길이 수행자로서 마땅히 가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믿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마치고 오전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그 사이 문경수련원에는 해가 뜨고 찬바람이 쌩쌩 불었습니다. 스님은 점심을 일찍 먹고 11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았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의병 총회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2020년 통일의병의 활동을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보고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의결한 후 스님에게 특강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새해에 통일의병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1시간 동안 특강을 해주었습니다.
통일의병 온라인 총회를 마치고, 곧이어 1시부터는 온라인정토회를 주제로 전국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11월 전국 대의원회의 이후 정토회는 ‘온라인 정토회로의 전환’을 주제로 1차로 지역별 공청회를 갖고, 2차로 지부별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1차 지역 공청회는 정회원 중 활동 모둠원 대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2차 지부 공청회는 법사단, 대의원, 정토회 및 법당 총무와 지원팀장, 모둠장, 통일특위 지역장과 구역장, 서원행자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오늘은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제3차 전국 공청회를 화상회의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전국대의원, 정토회 총무, 통일특위 지역장, 결사행자, 국장단이 화상회의 방에 초대되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지역대의원, 법당총무, 통일특위 구역장, 서원행자들은 유튜브로 공청회를 참관했습니다.
먼저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이 인사말을 한 후 2차 만일 준비위원장이 그동안의 경과와 공청회 토론 결과와 제안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전체 토론은 스님이 직접 진행했습니다. 우선 토론 주제인 ‘온라인정토회’에 대해 스님이 여는 말씀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건 정토회 30년 역사 중 아주 큰 변화입니다. 훗날 돌이켜보면 ‘온라인 전환을 통해 정토회가 재창립되었다’라고 평가될 정도로 정토회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대중들의 망설임에 기초하여 이러한 변화에 늦게 대응하면 우리 모두가 뒤쳐지게 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대중의 동의 없이 밀고 나가면 변화의 국면에서 대중들이 따라가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중들 사이에서 오해가 많이 생길 소지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나가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토회에서는 활동가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못하면 활동가가 하루 만에도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건 우리 모두에게 큰 손실입니다.
법사단과 기획위원회,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초안을 먼저 마련한 다음 전국대의원회의를 통해 결정을 했던 이유는 변화에 빨리 대응하고자 함이었습니다. 동시에 전국대의원회의 이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이렇게 공청회를 하는 이유는 대중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어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적응도 하면서 대중들의 요구도 수용을 해야, 변화에 대응할 때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의사결정 방식도 민주적으로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회의가 많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만약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하고자 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오프라인으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주,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하기는 힘듭니다. 이런 회의도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니까 가능해진 겁니다. 앞으로 온라인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대중의 의사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수렴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빠른 변화를 겪으면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60대 이상의 고령층 회원들입니다. 아무래도 컴퓨터 조작이 어렵다 보니 그동안 정토회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어나는 변화에 뒤쳐지고 낙오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면 각 지역에서는 고령층 회원들을 더욱더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핸드폰을 통해 법문을 듣는 게 화면도 작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중고 노트북을 구해서 고령층 회원 분들이 온라인으로 법회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드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활동하시던 분들 중에도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대책을 세우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온라인정토회 전체 방향과 조직개편 수정안에 대해 2차 만준위원장의 발표를 듣고 난 후 이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온라인 전환은 단순히 모든 걸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불교대학과 경전반의 운영 방식과 기간, 정회원 양성 로드맵, 모둠 구성 방안, 지역 정토회 지원팀 구성, 해외 정토회 조직 개편, 임원 선출방식 등 여러 가지 제도의 변화가 함께 필요합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었습니다.
그중에는 온라인 방식을 도입한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질문도 많았습니다. 스님은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을 제안한 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새롭게 제안된 의결 방식은 집행과 의결을 일원화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선출된 임원에게 업무 과부하가 생기지 않을까요? 결국 집행 중심으로 가게 되고, 감사 기능이 약화될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의결과 집행을 분리시키는 권력분립을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듯이 정토회에서도 의결과 집행이 분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장점은 권한이 분리되어 서로 견제되기 때문에 집행의 독선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집행부에서 다 아는 내용을 대의원들은 모르니까 집행부에서 일일이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려야 하고, 또 대의원들은 보고서만 보고 의결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의원 회의를 할 때 집행부에서도 참여해서 설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행부의 주관적 결정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안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결정방식은 민의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단점도 있어요. 정치에서와 마찬가지로 정토회 내 대의원 회의에서도 대의원들이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의 견해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회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해도 결정하고 난 뒤에 다시 살펴보면 회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 안 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굳이 대의원을 거치지 않고 회원들의 민의를 직접 반영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회원들이 직접 결정하는 방식도 단점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천 명이 모이는 건 오프라인보다 쉬운 반면, 막상 무언가 결정을 하려고 하면 천 명이 토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천 명이 모일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깊이 있게 검토하는 숙의 과정을 거치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면 일부 선동적 주장을 결정해버리는 포퓰리즘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는 민의를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제도이지만, 현실에서는 포퓰리즘에 의한 결정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구성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되면 그 결과가 인기 위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시간이 지나면 대중 추수 주의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를 선출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후보들을 평가할 때 인물이 잘 생겼는지, 학력이 좋은지, 유명 인사인지 등 그 사람이 맡게 될 역할과 전혀 관계없는 요인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그동안 다른 곳에서 시도되었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온라인 방식을 적극 도입하되 기존의 시스템이 가졌던 맹점들도 최대한 보완하려고 합니다. 기존의 민주주의 제도가 권력을 수평으로 나누는 시스템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제안된 방식은 권력을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나누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수평적 구조에서 서로를 견제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정토회가 새로 만들고자 하는 시스템은 상하 구조에서 서로가 견제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상부 조직이 제안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면, 하부 조직은 그 추천을 결정하고 의결하는 역할을 하고, 그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조직이 그 결정을 승인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몇몇의 결정으로만 조직이 운영될 수 없도록 견제가 가능하게 시스템을 만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중의 전원 투표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중의 전원 투표에만 의지해서 결정하게 되면 숙의 과정을 충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제안자 역할을 하고, 그보다 더 넓은 단위에서 토론을 해서 결정을 하고, 그래도 오류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보다 한 단계 더 넓은 단위에서 최종 승인을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교육감을 뽑는다고 할 때 일반 대중들은 어떤 후보가 지금까지 어떤 철학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만약 교육감 후보들에 대해 잘 아는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우선 누구를 교육감으로 선출할지 선택을 한 다음 일반 대중들에게 승인 절차를 의뢰한다면, 일반 대중들은 그 결정이 적절한지 여부만 살펴보고 최종 승인을 해줄 수가 있습니다. 내가 교육감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선생님들이 모여서 선택한 교육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이유로 선택되었는지를 들어보면, 적어도 그 선택이 적절했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거예요.
이처럼 최종 결정을 하는 하부 단위는 가부간의 승인 정도의 역할만 하는 겁니다. 다수 대중은 어느 후보가 더 나은지 세세하게 점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그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 점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관점이에요.
이렇게 운영하면 의사를 결정할 때 독선을 막을 수 있고, 또 집행하는 사람들도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서 사안을 자세히 알게 된 다음 집행을 하게 되니까 집행 과정이 훨씬 원활해집니다. 위에서 결정을 다 한 다음 그 내용을 아래에서 집행하게 되면 집행하는 사람들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니까 집행 과정에서 늘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이 시스템은 그 부분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토회는 이렇게 새로운 민주주의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이 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많은 부분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 모여야 한다면 이렇게 상하 구조로 안건을 주고받기가 어려운데 온라인 상에서 회의를 하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제안하고 승인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진 겁니다.
만약 이 제도가 잘 운영된다면, 정토회는 온라인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민주주의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또한 필요에 따라 국민투표처럼 모든 회원이 투표를 하는 절차도 한 단계 더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취지로 제안된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려하는 바가 모두 해소된 건 아닙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이렇게 제도를 마련해도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두 가지 방안이 있습니다. 첫째, 법사단에서 그런 부분을 적절히 감시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둘째, 이런 점을 감시하는 감사부를 별도로 만들어서 감사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후자는 대중들 속에 별도의 감사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우선 법사단에서 감사를 해본 다음 부족하다 싶으면, 감사 기능만을 담당하는 감사부를 별도로 만들어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렇게 시도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다시 보완을 해나갑시다. 온라인 시대에는 대면 접촉을 할 수 없으니까 대의원이 회의를 하려면 서류를 모두 온라인으로 보내야 하고, 그러면 서류가 분실되거나 유출될 우려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시대에 만들어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온라인 시대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비효율적이지 않느냐 하는 문제제기도 있고요.
이 새로운 방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초안을 제출하는 상부 단위가 있고, 그것을 의결하는 하부 단위가 있고, 그것을 최종 승인하는 더 아랫 단위가 있는 방식입니다. 선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가령 정토회 전국대표를 뽑는다면, 먼저 지부장들이 의논해서 후보를 추천하면, 다음으로 그 밑 단위인 지회장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을 합니다. 그 결정에 대해 그 밑 단위인 모둠장들이 모여서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승인이 됩니다. 나아가 중대 사안일 경우에는 모둠원들에게도 승인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에는 과반수 찬성으로 승인하는 겁니다.
이렇게 시스템을 운영하면 충분히 안전장치도 되고, 사람을 정확하게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투표를 하라고 해도 같은 공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추천 과정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이나 사업을 잘 아는 사람들이 초안을 내도록 해야지, 모르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가서 사업 결정을 하거나 사람을 뽑게 되면, 나랑 같은 소속의 사람을 뽑거나 아무나 뽑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선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미 선거를 통해 현재 시스템의 맹점을 경험하고 있는데, 이번에 제안된 새로운 방안을 도입하면 이 맹점이 어느 정도 보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반 운영, 모둠 구성, 발심행자 양성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제안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을 잠깐 가진 후 다시 ‘지역별 실천 장소 배정 및 법당 정리 방안’을 주제로 다시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4시간의 토론을 마치며 스님이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긴 시간 토론하느라 수고들 하셨어요. 그럼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는 오늘까지 토론한 내용과 미진한 것들을 보완해서 다시 대의원들에게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대의원 여러분께서 다시 의견을 주시고, 그것을 수렴해서 다음 전국대의원회의에 최종안을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온라인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위아래를 넘나드는 온라인 공청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민주주의의 새로운 대안을 토론하는 공청회였지만, 그 과정 자체도 이미 새로운 대안을 실험하는 자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공청회를 마치고 명상원을 나오니 어제보다 더 커진 초승달이 저녁노을 위로 떠올라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영어 통역 온라인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가을 경전반 학생들과 반야심경에 대한 즉문즉설을 한 후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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