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16. 수행법회, JTS 연탄 나르기 봉사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강남구 구룡마을에 연탄 지원 봉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서울 서초법당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온라인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법회입니다. 그래서 한해를 돌아하며 연말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할지 1시간 동안 법문을 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죠? 어떤 해도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없지만 지난해는 좀 특별했습니다.

올 한 해 우리가 겪은 삼중고

제일 큰 사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적으로 전쟁이 난 것 이상의 혼란을 겪은 것이겠죠. 다음으로는 기후변화를 우리가 어느 정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날씨가 평소와 다르다 싶을 정도로 굉장히 춥지만, 특히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고 태풍이 많이 지나가서 피해도 컸습니다. 또 정토회 회원들은 10차 천일결사 기간에 들어오면서 운영방식도 바뀌고 조직체계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어서 아직 적응이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삼중고가 겹쳐서 여러분 모두 한 해 동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연말이 된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불교대학 진행하랴 행복학교 진행하랴 바빠서 일주일간 신발도 한 번 못 신어봤다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보느라 그만큼 바쁘다는 얘기죠. 그래서 제가 ‘실내화 신고 있으면 안 되냐’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웃음) 그 정도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런 해를 보냈든 저런 해를 보냈든, 한 해를 지나 놓고 돌아보면 꿈과 같은 세월입니다. 지나가 버리면 좋은 것도 꿈이고, 나쁜 것도 꿈이에요. 그 순간순간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차이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냥 과거의 기록 영상, 즉 꿈일 뿐입니다.

‘꿈이다’라는 말은 우리가 순간순간의 좋고 싫음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기에 얽매이게 됩니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두려워했잖아요. 저도 민다나오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위험한 곳을 다니면 사람들이 주의도 많이 주고, 순간순간 두려움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 놓고 보면 그건 모두 그냥 꿈이에요. 꿈에는 좋고 나쁨이 없어요. 그냥 꿈일 뿐입니다. 그러니 집착할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가버린 꿈같은 과거가 상처가 되어서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생을 했다거나 갈등이 있었거나 해서 미움이나 화, 슬픔, 괴로움 등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예요. 지나간 건 꿈이지만, 이렇게 상처로 남아 있으면 현재와 미래에 내가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 나한테 상처가 아니라 경험으로 축적돼 있으면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됩니다. 그래서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유리한 거예요. 그런데 상처가 되면 그 반대가 돼요. 상처가 있는 사람은 별일 아니어도 계속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게 돼요.

한 해를 보내면서 연말을 정리할 때는 상처를 남겨놓지 않아야 합니다. 똑같은 과거의 경험이지만 이것을 상처로 남겨놓을지 경험으로 가져갈지가 중요해요. 한 해를 돌아보고 상처로 남은 게 있으면 그걸 즉시 경험으로 전환해서 재산으로 만들기 바랍니다.

똥을 오물이라고 여겨서 버릴 수도 있지만, 관점만 바꾸면 오물을 거름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똥이지만 오물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거름으로 전환해서 내일 농사짓는 데 활용하는 거예요.

이것이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은 좋았든 나빴든 모두 헛것이에요.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하면 그 순간에는 두려움이 있고 근심이 있고 걱정이 있지만, 사실 그건 모두 경험하기 전의 얘기입니다. 꿈을 깨기 전에 꿈속에서 강도를 만나서 두려워하는 것과 같아요. 눈만 떠버리면 강도도 두려움도 없듯이, 지나가버리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비록 어려움은 있지만, 그걸 근심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말을 정리하면서 이런 교훈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한 해를 돌아보았을 때 두려움이나 상처 같은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이걸 치유해서 깨끗이 청소해야 해요.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 청소하는 과정을 거쳐서 경험으로 저축하세요. 그렇게 해서 거름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똥을 거름으로 쓰려면 생똥을 바로 쓰지 못하고 묵혀서 퇴비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상처를 돌아보고 찌꺼기를 청소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중요해요.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여러분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연말에 10일 동안 명상을 하면서 그런 상처들이 혹시 남아 있다면 치유를 할 예정입니다. 쓰레기가 있다면 청소를 하고, 쓸 만한 게 있으면 다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경험으로 저축하는 거예요. 이게 우리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K방역의 제일 큰 공로자

개인이 아닌 사회의 관점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역시 가장 큰 사건은 코로나19 사태입니다. 전 세계가 난리가 났는데 아시아권은 그래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었어요. 아시아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보다는 공동체며 나라를 생각하는 의식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K-방역’이라고 부를 만큼 비교적 확산이 적을 수 있었던 제일 첫 공로자는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이 여행 가고 싶은 걸 자제하고, 만나고 싶은 걸 자제하고, 먹고 싶은 걸 자제하고, 목욕하고 싶은 걸 자제하고, 이렇게 모두 조금씩 자제하고 조심해준 덕분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K-방역’의 최고의 공로자는 국민들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우리들 자신, 즉 국민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둘째,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입니다. 의료진 여러분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냥 월급을 받고 일하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정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방역과 치료에 헌신적 노력을 했습니다.

셋째, 공무원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정말 애를 많이 썼어요. 밤낮으로 주말도 없이 방역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격리하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확산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렇듯 1년간 여러 사람의 노력 덕분에 그나마 지금처럼 완전 통제 없이 자유롭게 다니면서 확산도 막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이런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박수를 한 번 보냅시다. (박수)

이처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기에 처하면 협력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에 처했는데도 협력을 않고 계속 싸워서 많은 사람들을 스트레스받게 하는 집단이 딱 하나 있네요.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의 위기가 있고 경제가 어려우면, 힘 있다고 너무 밀어붙이지도 말고, 무조건 반대만 하지도 말고, 서로 협력해서 국민들을 생각해주면 좋을 텐데, 참 실망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기계로 치자면 너무 뻑뻑해요. 포용도 하고 대화도 하고 타협도 하는 넉넉함이 좀 있어야 하는데, 윤활유가 없는데 억지로 기계를 돌려서 쇳소리가 빽빽 나는 것과 같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갈등이 있게 마련입니다. 정치라는 것은 원래 견해가 다른 법입니다. 다른 견해 사이에 경쟁도 하고 갈등도 하는 거예요.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요즘은 그게 도에 조금 지나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은 안 그래도 어디 가지도 못하고 경제도 안 좋고 불안해서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정치인들이라도 조금 희망을 주고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세상이란 것이 원래 우리 원하는 대로 다 되지는 않지만요.

우리 입장에서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해 보면 ‘아이고, 그래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미국 정치지도자들보다는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세상을 참 피곤하게 만드는 일을 많이 했죠. 미국도 이제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을 좀 덜 피곤하게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웃음) 정치 지도자들이 조금 더 부드럽고 포용성이 있으면 좋겠어요. 결단을 내릴 땐 내리더라도 일상적으로는 여유가 있어서 국민들을 좀 넉넉하게 품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진전이 있는 새해가 되길

미국의 정권이 교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문제가 더욱더 풀기 어려워질까 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바이든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의견과 동향을 중요시하니까 기대되는 면도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 때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미 관계를 방치했던 정책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조금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지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해서, 통일까지는 아직 아니더라도 한반도에 적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 정착을 좀 해주면 좋겠어요. 이처럼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일에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 움츠려 있는 북한도 긴장을 풀고 바깥으로 나올 것이고, 미국에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정부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좀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정부가 적대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가 아주 심해요.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이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정상회담을 해놓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관계를 푸는 과정에서 의회의 반대가 조금 약해질 수 있어요. 공화당 정부가 먼저 해놓은 일이니까 민주당 정부가 그 노선을 이어간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겠죠. 이런 좋은 점도 있으니까, 긍정적인 요인들을 생각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진전이 있기를 다 함께 기원해 보면 좋겠습니다.

기회는 위기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토회는 각 지역 법당을 정리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밟아나가려고 합니다. 이것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기회로 삼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장애에 부딪혀서 피해 가는 형국이 됩니다. 이것을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보지 마세요. 항상 기회는 위기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우리는 지금의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해요. 우리가 원래 꿈꾸던 정토회의 활동 모습은 돈이 적게 들고 간편하고 실천이 쉬운 것이었잖아요. 가르침도 쉬워야 하지만, 전달도 쉽고, 돈도 적게 들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찾아온 것이라고 보셔야 해요.

일례로 우리가 즉문즉설 홍보 포스터를 붙일 때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잖아요. 우선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이런 포스터를 붙이는 게 모순이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알리려면 포스터를 붙여야 하지만, 환경운동 차원에서는 모순인 거예요. 또 제작비용도 많이 들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강연회를 열 때도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큰 강연장을 빌려야 했어요. 작은 장소를 구해서 진행했더니 정원을 초과해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막 항의를 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큰 강당을 구했더니 ‘강의 한 번 하려고 몇 천만 원을 쓰는 게 과연 옳으냐’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부산 KBS홀 같은 장소의 경우, 빌리는 비용은 300만 원 정도지만 거기에 방송장비를 넣는 데 천만 원가량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두세 시간 쓰려고 굳이 천만 원을 쓸 필요가 있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많은데 그런 방송장비가 없으면 소리도 제대로 안 들리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하는데, 속으로는 모순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니까 이제는 1만 명이 시청을 해도 장소 걱정과 홍보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지인한테 전화해서 알려주거나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활동은 좀 해야 하지만, 이제는 돈 들 일도 그렇게 많지는 않아졌어요. 환경적인 문제와 장소적인 한계 등 많은 문제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해결되고 있습니다.

또 외국이나 오지에 있는 사람들도 온라인 프로그램에 마음껏 참석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생겼어요. 국내에서는 울릉도 같은 곳은 물론이고, 아이슬란드라든지 노르웨이처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인근에 정토회도 없는 곳에 있는 사람들도 이제 전부 온라인으로 연결되니까 누구나 정토불교대학에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유리한 점이 있으면 불리한 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60대 이상의 연세 드신 분들이에요. 이분들은 컴퓨터 기기 사용이 어려워서 정토회 행사에 참여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60대 이상인 사람의 비율이 젊은 사람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기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어떻게 안내를 할 것이냐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또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조작이 어렵고, 오랫동안 보려면 눈이 아프니까 컴퓨터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돈이 들어간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이런 문제들이 좀 남아 있습니다만, 이것을 기회로 삼아 우리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할 방도를 연구하면 원래 세운 우리의 원을 달성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국민을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즉문즉설은 원래 일반 국민들도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늘 한계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유튜브라는 새로운 수단을 만나서 잘 해오긴 했지만, 이제 언택트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방법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잘만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대중으로 더욱더 확산되도록 할 수 있을 거예요. 이게 정토회의 원래 취지였잖아요.

부처님의 가르침이 ‘불교’라는 이름 속에 갇혀서 승려들의 독점물이 되거나 박물관의 전시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류의 훌륭한 정신적 유산으로 간직되게끔 하자는 겁니다. 이런 원래의 취지가 이번 온라인 전환을 계기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이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서 함께 헤쳐나가면 좋겠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갈수록 힘들어진 한 해였다면, 내년 상반기는 지금보다 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염 위험도 높아지고, 희생자도 늘고, 경제도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서 빛이 보이는 쪽으로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이 지금 당장의 일에 지쳐서 좌절하지 말고, 당분간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밤이 깊어졌다는 것은 곧 새벽이 가까워졌다는 말입니다.

비록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이지만 오늘만큼은 각 정토회며 법당 별로 모여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도반끼리 서로 격려도 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잘잘못도 생기지만, 이제 연말이잖아요. 잘못을 한 본인은 반성해서 개선을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의 허물을 너무 따지지 말고 포용해주기 바랍니다. (웃음)

이렇게 해서 우리의 관계가 좀 부드러워지면 좋겠어요. 가족관계, 이웃관계, 정토회원 간의 관계, 나아가서는 남북관계나 여야관계, 한일관계 등도 마찬가지예요. 갈등은 있지만 너무 뻑뻑하거나 쇳소리가 나지는 않도록 좀 부드러워지길 바랍니다. 지난 뒤에 돌아보면 그런 일들이 상처가 아니라 경험으로 남는 수행자가 되길 바랍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바람을 나의 바람으로 올곧이 새겨보며 대중은 명상을 했습니다.

지역별로 모둠별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 나누기를 하는 사이 스님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어딜 가든 스님의 봇짐에는 작업복이 들어있습니다.

작업복을 입고 찾아간 곳은 강남 구룡마을입니다. 스님은 이 마을에 서울공동체 행자들과 연탄 2천 장을 배달했습니다.

추운 겨울,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매년 따뜻한 손길이 이어져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후원도 줄고, 자원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연탄 지원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합니다. 구룡마을은 2분의 1로 줄어 연일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주민들이 연탄을 아껴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복지사각지대를 지원하는 JTS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연탄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오늘까지 문경 3천 장, 청주 2천1백 장, 서울 종암동 1천4백 장, 구룡마을 3천 장 총 9,500장을 지원했고 원주에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구룡마을에 도착하자 동네 주민이 나와 오늘 연탄을 배달할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10가구를 선별했습니다. 모두 어렵지만 특히 힘든 분들입니다. 수고 많이 해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연탄을 나르기 전 행자들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요청했습니다.

“올해 유독 춥네요. 제가 중학교 다니면서 자취할 때 연탄을 아낀다고 불문을 닫아놓고 이틀에 한 장씩 쓰고 하면 잉크병이 얼곤 했어요. 어르신들이 연탄이라도 실컷 때실 수 있도록 해드립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 연탄을 내려놓으면 좁은 골목에 엇갈려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날랐습니다. 영하 12도로 떨어진 날씨에 연탄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스님은 가장 끝에 서서 연탄을 쌓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허리를 숙여 연탄을 쌓아야 하는 고된 일이었습니다. 바쁘게 연탄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스님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손이 보인다! 그래서 밥먹고 살겠어요?” (모두 웃음)

말없이 연탄이 쌓여가던 모습을 보던 주민이 2백 장이 모두 배달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연탄을 아낀다고 춥게 지냈는데 이제 마음 놓고 땔 수 있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네. 다행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 상책입니다.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그 다음 집으로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JTS 이사장님, 힘들지 않으세요?”

“저는 오늘 JTS 노동자예요.(웃음) 평소에 농사를 지으니 단련이 돼서 괜찮아요.”




한참 연탄을 나르는데 김제동 씨도 찾아와 함께 연탄을 날랐습니다.

빠르게 연탄을 나르다 종종 연탄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오늘 저녁 굶기고 냉방에서 재우세요.” (모두 웃음)

“스님, 너무 하십니다. 나른 연탄이 더 많은데요.”

까만 재가 묻은 얼굴들에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마지막 두 가구는 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간격을 넓혀 뛰어다니며 연탄을 배달해야 했습니다.



3시간이 지나 2천 장 배달이 끝났습니다.

“끝났습니다!”

땀은 났지만 손발이 꽁꽁 얼었습니다. 온몸이 뻐근하지만 빈손으로 골목을 나오는 마음이 뿌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수고한 행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수고들 하셨어요. 이제 어르신들이 연탄을 때서 따뜻하게 지내신다니 참 좋네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연탄도 잘 못 때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미국 LA에서 JTS로 만 불을 기부하겠다는 분이 있었어요. 우린 기부 대신 일이라도 해야죠. 제동 씨도 기부한다는 걸 오늘 함께 봉사하기로 했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님은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손톱 밑, 발톱 밑에 낀 연탄재를 씻어냈습니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6시 넘어 문경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9시가 지나 문경 수련원에 도착하니 캄캄한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불교사상서팀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생방송 즉문즉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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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희

1년간의 찌꺼기를 돌이켜보며 거름으로 만들도록 해야겠습니다. 매일 코로나 걱정만 하며 사는데 이로 인해 신경쓰지 못하는 곳까지 신경써주신 JTS 봉사자분들과 스님께 감사드립니다.

2021-01-24 00:03:59

위기와 기회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0-12-24 03:43:51

김미라

추위에 떠는 이웃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2-21 22: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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