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13(오후) 행복시민 캠프, 온라인 일요 명상
“상대의 말과 행동에 자꾸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오전에 온라인으로 불교대학 졸업수련과 울력을 끝낸 후 오후 3시부터는 온라인 행복시민캠프를 시작했습니다. 행복학교 심화과정을 마친 오백여 명의 행복시민과 진행자 3백 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온라인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심화과정을 마치고 행복시민캠프까지 오셨네요. 캠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손 한번 흔들어볼까요?”

랜선을 타고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행복시민캠프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행복시민 과정을 통해 삶이 바뀐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머니에게 잘해드리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대가를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질투하거나 스스로를 미워했어요. 행복학교에서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과대평가해서 힘들었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수입이 줄었습니다. 갑자기 센터를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고 회원들의 도움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행복학교를 다니며 오히려 감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예체능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힘냅시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저도 행복학교 진행자가 되어서 다른 분들도 저처럼 힐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다섯 살 때부터 이혼가정에서 외롭게 자라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깊었습니다. 매주 행복실천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떤 상황이 와도 긍정하는 습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요즘은 부모님에 대한 연민과 낳아주신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국제결혼을 했습니다. 남편과 문화, 언어 차이에서 뭔가 모를 갈증을 느꼈었어요. 행복학교를 다니며 우리 남편이 지금 이대로 충분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해석해야 행복한지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외국생활 20년이 넘었는데요. 해외에서는 한국에 대해 보도되는 뉴스가 주로 남북 갈등입니다. 외국인 지인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들 안전해?’ ‘전쟁 날 것 같은데 두렵지 않아?’라고 물어볼 때 왠지 위축되고 부끄럽더라고요. 행복학교에서 부산에서 평양을 경유해 파리까지 가는 대륙횡단 열차 티켓을 보았을 때 벅차고 울컥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겠어요.”

“저는 마흔 가까이까지 노처녀로 살다가 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좋은 남편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행복시민으로 열심히 활동해서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각종 결혼문제로 고민하시는 독신자 분들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이어서 스님이 행복학교 기초과정(마음편과 관계편)과 심화과정을 수료한 것을 축하하는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행복학교 마음편과 관계편 그리고 심화과정을 거쳐서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서 여러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특히 오프라인으로 행복학교에 참여하시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졸업을 못 하고,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이제야 행복학교를 졸업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행복학교 참가자를 넘어서서 행복학교를 진행할 수 있는 행복시민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웃음)

조금 전 인터뷰 영상을 보니 행복학교를 하면서 많이 행복해졌다며 자랑이 대단하던데요. 그럼 여러분들의 질문을 들어보겠습니다.”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즉문즉설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개인의 고민을 묻는 질문 2개, 행복학교에서 공부하며 생긴 질문 2개, 총 4개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앞으로 행복시민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후 활동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중 첫 번째 질문자는 행복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상대의 말과 행동에 마음이 불편해진다며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지난 6개월 동안 행복연습과 실천을 통해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의 말과 행동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저를 봅니다. 또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더 나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됩니다. 심화과정을 마무리하며 앞으로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이제 겨우 기면서 벌써 날려고 하네요. 지금은 갓 태어나서 기는 것에 만족할 때입니다. 그다음에 아장아장 걸을 수 있게 되고, 그다음에 달릴 수 있게 되고, 그다음에 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거예요. 질문자가 지금 얘기한 걸 들어보면 그 정도로 변한 것만 해도 기적인데, 이제 1년쯤 공부해놓고 벌써 날아다니기를 바라고 있네요. 바꾸기가 쉬운 것을 성질이라고 할까요? 바꾸기가 어려운 것을 성질이라고 할까요?”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요.”

“네. 얼마나 변하지 않으면 사람의 성격이나 성질을 ‘천성’이라고 했겠어요. ‘천성’은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가져왔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성질은 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마치 변하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천성’이라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의 경우 일단 성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 자체가 기적이 일어난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러니 모든 걸 금방 바꾸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첫째, 화가 났을 때 화를 내면 그 사람은 보통 사람이에요. 화가 난다고 화를 내면 상대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과보가 따라와서 결과적으로 나한테도 손실이 따릅니다. 둘째, 화가 났을 때 참을 수 있으면 그 사람은 현인입니다. 그러나 참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내가 괴롭습니다.

그래서 셋째, 화가 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데, 참고 억눌러서 화를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아,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기분이 나쁘지만 참는 것도 아니고 밖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닌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내가 기분이 나쁜 이유는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습관 때문임을 알아서 화가 나지 않는 겁니다. 즉 기분은 조금 나쁘더라도 화가 나지 않아 그 상황을 무난히 뛰어넘는 거예요.

이 단계를 지나면, 넷째, 상대의 어떤 소리나 어떤 모습을 보더라도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수행에 진척이 많이 생겨서 세 번째 단계에 온 것처럼 보이거든요. 기분이 나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내가 의도해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축적된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겁니다. 즉 어떤 모습이나 어떤 소리에 기분이 좋게도 일어나고 나쁘게도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기분이 나쁘게 일어나면 거기에 휘둘려서 감정으로까지 확대해서 화를 냈다면, 지금은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기분은 나쁘지만 화가 나서 현재와 미래에 재생산하는 것까지는 하지 않는 거예요. 상대로 인해 조금 기분이 나쁘더라도 ‘내가 옳고 저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야’ 이렇게 마음을 냄으로써 기분 나쁜 것을 제어하는 겁니다. 예전에는 억지로 참아서 화가 터져 나왔다면 지금은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기분 나쁨은 일어나지만 감정으로까지 전이는 되지 않도록 하는 단계로 온 거예요. 비유하자면 싹은 텄지만 자라지는 않는 단계까지 진전이 된 겁니다.

아예 기분도 나쁘지 않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상처들이 모두 치유가 돼야 그 단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꾸준히 수행을 해 나가면 언젠가는 빙긋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요?

“네, 잘 알았습니다.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릴게요. 제가 어리석고 부족한 엄마이지만 아이들에게 절대 화를 내지는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지내고 있는데요. 그래도 엄마로서 무언가를 더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꾸 생깁니다.”

“무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그게 좀 말로는 설명이 안 되네요.”

“아이들에게 밥해주고 옷 입혀주고 있어요?”

“네, 밥도 잘해주고 있고, 옷도 잘 입혀주고 있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잘 키우는 것이냐, 여기에 답은 없습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는 스스로 잘 크게 되어있어요. 하지만 부부관계가 나쁘다든지 엄마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든지 해서 엄마가 불행하면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아서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게 됩니다. 또 아이 키운다고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도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그것보다는 비록 엄마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아이에게는 훨씬 좋은 영향을 줍니다. 엄마가 인생을 잘 살면 되지, 아이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네, 저부터 행복하게 살아서 아이들을 잘 키우겠습니다.”

“잘 키우려고 애쓰지 말고 놔두면 알아서 잘 커요.”

“네. 감사합니다. 스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친구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려 치료 의지가 강한데 저희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까요?
  • 스님 법문을 듣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다 보니 마음은 편안하지만 더 이상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하지 않아요.
  • 행복학교에서 배운 만큼 나눠야 할 것 같은데 나서는 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통일은 우리 민족 1000년의 한을 푸는 것이라는 말씀이 감동스러웠습니다. 통일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참여해야 할까요?
  • 코로나 덕분에 미국에서도 온라인으로 행복학교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있나요?
  • 행복학교 진행자가 되어서 행복을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진행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행복시민이 된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앞으로는 소비자가 아니라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생산자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좋은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행복학교 참가자가 아니라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행복시민입니다. 행복시민은 활동가들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이 세상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거든요. 소비자는 돈으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생산자는 생산을 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는 여러분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만 하는 소비자였다면, 앞으로는 행복학교를 직접 진행하고 만들어서 참가자들에게 공급하는 생산자가 된 거예요.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으로, 중생에서 행복시민으로, 본인의 위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는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행복 시민증을 수여했습니다.

“이제 제가 행복 시민증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건네면 ‘아무개, 잘 받았습니다.’하고 대답하면 됩니다. 그럼 제가 동시에 오백 개를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행복시민입니다. 행복 시민증을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000, 잘 받았습니다!”

스님이 행복 시민증을 건네자 화면 속에서 참가자들이 잘 받았다고 대답하며 목에 걸었습니다. 목걸이 뒷면에는 행복시민의 약속이 적혀있었습니다. 다 함께 행복시민의 약속을 읽어보았습니다.

‘나는 행복시민입니다. 나는 일상의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부터 행복하기 위해 행복연습을 합니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복실천을 합니다. 행복으로 미래문명을 열어갑니다.’

이어서 사회자가 스님에게 행복시민들을 위해 한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네. 이제 행복시민이니까 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행복 시민증을 들고 다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두북 공동체 상주대중과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올봄에 농사도 유통도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상태에 ‘일단 시작해보자. 가면서 해결해보자!’하고 출발했습니다. 지하수도 연결이 안 되어 있고, 비닐하우스도 없고, 농막도 없고, 농민 등록도 잘 안 되어 있어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아직도 미진한 게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해서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님은 고군분투한 두북 공동체 행자들을 격려하고, 남은 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못 보니까 지금 인사하겠습니다.”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행자들에게 안전을 당부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사람이 많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제 사무실이 비었는데 난로에 불이 켜져 있으면 화재가 날 위험이 있어요. 사람이 없을 때는 꼭 난로를 끄고 다니도록 하세요.”

“네. 스님.”

36주째 온라인 일요 명상

두북 공동체 상주대중과의 간담회 시간을 마치고, 잠시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저녁 8시 30분에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외국인 수행자들을 포함하여 4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36주째 이어지는 온라인 명상입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하루 일과를 소개하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잘 지내셨어요? 오늘 한국의 중부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왔습니다. 제가 있는 남쪽은 비가 왔습니다. 내일 아침부터는 아주 많이 추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추위에 배추가 얼 것 같아서 어제는 하루 종일 밭에 남겨둔 배추를 다 뽑아서 소금에 절였어요. 오늘은 온라인 강의가 네 번 있었는데, 강의를 하면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절인 배추를 건지고 통에 담아서 저온 냉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올해 농사를 마무리하느라고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바쁜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올해 농사 전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나고 서울에서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온라인 명상도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해서 연말에는 초심자와 재심자 각각 4박 5일간의 명상수련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주 명상을 마치고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질문이 총 3개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2개의 질문에 대해 스님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덜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괴롭지 않으려면?

“어떤 면에서 명상이란 우리의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속적인 것에서 물러나는 것을 수행의 목표로 삼아야 하나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덜 쓰도록 노력하면 되나요?
It seems that part of meditation is about putting the focus of our attention inward. In practicing Jungto, should I make it a point to withdraw from the world? Should I try to care less about what others are doing or what is happening around me?”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항상 ‘옳다’, ‘그르다’ 하고 시비를 많이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의 대부분이 외부 세상에 대한 시비입니다. 그래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괴로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바깥 사물이나 사람 때문에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마치 동산에 달이 뜨는 것을 보고 슬퍼하는 것과 같아요. 동산에 달이 뜰 때 슬픔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달이 나를 슬프게 한 것은 아니에요. 내가 달을 보고 슬퍼한 거죠. 슬픔의 직접적 원인은 달에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내면에 있습니다. 그것처럼 누구 때문에 어떤 일로 화가 나거나 괴롭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나 그 일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난 거예요. 그래서 외부의 경계를 시비하지 말고 자기 내면을 직시하라고 한 겁니다. 이 관점만 잘 지키면 무엇을 보든 무슨 소리를 듣든 외부 환경이 어떻든 나는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에너지를 나를 괴롭히는 데 사용해 왔어요. 그 결과 스스로의 힘으로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으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행을 통해 내가 괴롭지 않게 되니까 이제는 남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없어져 나의 힘과 에너지가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우리 주변을 돕는 일에,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사용하자는 거예요. 수행자는 자기를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도 행복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나를 괴롭히고 남을 원망하고 탓해서 세상을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이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개선하자는 겁니다. 요즘 말로 하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나의 힘을 보태자는 거예요. 이것을 ‘보디사트바의 행’이라고 합니다.”

한 개의 질문에 더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모아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알아차려지면 계속 알아차려 나가고,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된다고 들뜨지 말고, 안 된다고 낙담하지도 말고, 그냥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 나갈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부처님의 말씀도, 명상을 할 때는 다 망상에 들어갑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다음 생각으로 이어 가지 않습니다. 오직 콧구멍 끝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릴 뿐입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스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오늘은 해보니 어땠습니까? 자신의 체험을 채팅창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채팅창에 소감이 올라오는 사이 스님은 괴로움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앞에서 답변한 내용에 대한 보충 설명이었습니다.

괴로움을 없애는 두 가지 방법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든지 땅에서 솟았다든지 우연히 일어났다든지 이렇게 보지 않고 어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생겨났다고 봅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서 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에요.

이에 반해 선불교(Zen Buddhism)에서 화두를 탐구하거나 위빠사나에서 알아차림을 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그 자체를 문제로 삼지 않는 방식입니다. 생각을 할 때 생각을 한 군데 집중해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도 오직 한 군데에만 집중해서 그 생각 자체에 끌려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 자체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 겁니다.

마치 늪에 빠졌을 때 자꾸 움직이면 더 깊이 빠져들어 가듯이 생각을 골똘히 하면 그 생각 속으로 자꾸 빠져들어 갑니다. 그래서 그 생각을 놓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사실은 굉장히 간단한 방법인데 우리는 그 생각을 딱 내려놓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직 화두에 집중하거나 호흡에 집중할 뿐 생각에 끌려가지 않으면 그 문제 자체가 사라져 버립니다.

두 가지 길이 있어요. 하나는 문제의 원인을 규명해서 해결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음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조금 어렵나요?” (웃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설명하기로 하고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순간순간 망상이 떠올랐습니다.”
“I had distracting thought on and off.”

“다리가 많이 저리고 망상과 번뇌가 많았습니다.”
“My legs ache a lot as well as a lot of thoughts and distractions.”

“명상이 편안했습니다.”
“Medication was peaceful and comfortable today.”

“문자가 자주 와서 집중이 어려웠습니다.”
“I couldn't focus because I was getting all this text today.”

......

소감을 계속 읽다가 마지막으로 스님이 각각의 증상을 총망라하여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명상을 했다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도 다 잘한 겁니다. 졸려도, 다리가 아파도, 망상을 피워도, 그것이 현재 나의 상태입니다. 이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현재 나의 상태이고 곧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잘했다’, ‘못했다’ 이렇게 평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해 보니 이렇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다음에 다시 명상을 하면 또 다른 증상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구나!’ 할 뿐입니다.

일상에서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늘 잘 알아차리기 바랍니다. 명상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보시면 좋겠어요. 다음 주에는 문경에서 여러분들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정진해 가시기 바랍니다.”

방송을 마치고 영어 통역을 하느라 수고한 국제국 활동가들을 격려한 후 곧바로 1월 초에 있을 외국인 수행자 백일기도 입재식 때 사용할 법문을 녹화했습니다. 참회 수행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원리와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한 후 밤 10시가 되어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이동한 후 각종 회의와 미팅 일정을 가질 예정입니다.

▼ 온라인 일요명상은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 영상 보기

전체댓글 55

0/200

김영호

감사합니다 스님

2020-12-27 19:35:56

명상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0-12-24 02:23:42

김순미

좋은말씀 항상 감사합니다

2020-12-23 07: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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