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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하루 종일 겨울농사 마무리를 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국내외 정토행자들에게 울려 퍼졌습니다. 4천여 명의 정토행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오분향 예불문을 시작했습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정성껏 예불을 한 후 5시 정각에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 제10차 천일결사 중 3차 백일기도 83일째입니다. 아침 기도 함께 잘 하시고, 기도가 끝나고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함께 했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죽림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 있는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장로이고 경험을 많이 쌓았으며
출가한 지도 퍽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내게 해답을 주지 못했는데,
어찌 사문 고타마가 내 물음에 똑똑히 답해 줄 수 있을까.
사문 고타마는 아직 젊고 출가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사비야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이 젊다고 해서 그를 우습게 보거나 경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젊지만 사문이다. 그에게는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나는 고타마에게 가서 물어보리라.’
그리하여 사비야는 왕사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
죽림원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다.
기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물었다.
어떤 사람을 수행자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온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을 자신을 절제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을 눈뜬 사람이라 부릅니까.
스승이시여, 이것을 제게 설명해 주십시오.
기도가 끝나고 스님은 카메라를 향해 돌아앉아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초심자들을 염려하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정진 잘하셨습니까? 다음 4차 입재식이 이제 3주 남았습니다. 초심자가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에 주저앉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정진은 꾸준함입니다. 우리는 보통 결심하고 바짝 뭘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죠. 이것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합니다.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의역을 하면 ‘갈수록 흐지부지된다’ 이런 의미입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뒤로 갈수록 힘을 더 내어서 머리는 뱀인데 꼬리는 용이 되도록 하는 꾸준함을 가지고 정진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남은 기간에도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읽은 경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얻을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인도에는 많은 사상가가 있었습니다. 특히 정신세계를 관장했던 사람들이 브라만입니다. 브라만이라는 종교지도자들이 제사를 집행하고 베다를 암송했습니다. 그런데 브라만은 내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 브라만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브라만의 권위주의, 형식주의, 관념주의는 대중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브라만이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해주지 못하니까 새로운 사상가들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사상가들은 브라만 가운데서도 비주류에서 나왔고,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에서도 나왔고, 장사하는 평민 계급인 바이샤에서도 나왔고, 일부는 노예 계급인 수드라에서도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주류 계급이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계급 제도의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나왔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에서 떠나야 했습니다. 브라만이라도 브라만을 버려야 했고, 집을 떠나야 했고, 가족을 버려야 했고, 모든 것을 버려야 했어요. 그래서 음식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면서 자기 나름대로 사색한 것을 설파했는데, 이들을 ‘출가 사문’이라고 불렀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두 종류의 사상가가 있었는데, 한 부류가 전통 사상가인 ‘브라만’이고, 한 부류가 신흥 사상가인 ‘사문’이었어요. 그래서 경전을 읽으면 늘 ‘어떤 브라만이라도’, ‘어떤 사문이라도’ 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사람들도 ‘어떤 것이 사문의 길입니까?’, ‘어떤 것이 브라만의 길입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출가 사문은 새로운 사상가들이었기 때문에 아주 자유분방하고 사고의 폭도 넓고 다양했습니다. 크게 6개의 문파가 있었어요, 경전에는 이를 ‘육사외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좀 더 세분화하면 63가지 견해가 있었는데, 한쪽에서 ‘이것이 진리다’라고 주장하면 다른 쪽에서는 ‘그건 아니다. 저것이 진리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어느 것이 바른 길인지 헷갈려서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와서 물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주장이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사람은 이것이 옳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그것이 부정하다고 하니 도저히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바른 길이고 어떤 사람이 틀린 길이냐? 다 틀렸느냐? 다 맞느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수바드라가 질문한 것도 이런 내용입니다.
‘세상에 많은 사상가가 있다. 그들 중에 누가 올바른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읽은 경전에 나온 사비야도 그런 사람입니다. 수많은 사상가의 이야기가 다르니까 모두 찾아가서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찾아가서 질문을 하면 대답을 제대로 못 하거나 안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다니기를 그만두려다가 그래도 의문은 안 풀리니까 부처님을 찾아가려고 했습니다. 순간 망설여지는 마음이 들었어요. 부처님은 젊고, 수행 경력도 짧고, 따르는 사람도 적은데, 거기에 가서 묻는다고 무슨 답이 나오겠나 싶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아니다. 수행자는 유명하거나 경력의 길고 짧음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보자.’
부처님을 만나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내가 많은 의문이 있는데 물어도 되느냐?’
이렇게 물으면 거절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부처님께서는 오히려 흔쾌히 대답합니다.
‘무엇이든지 물어라’
사비야는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른 데 가서는 질문을 해도 안 받아주고, 질문을 받아줘도 상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지 질문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맘껏 이야기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부처님은 ‘네가 묻고 싶은 것이 있거나 괴로움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야기해보라’ 이렇게 말하니 감동을 받은 겁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온갖 이야기를 듣고 와서 분별심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그 덕분에 여러 사람을 만나본 후 부처님을 만나서 부처님이 얼마나 위대하신지 더욱더 잘 알게 되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사비야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읽게 되는 경전에는 사비야가 많은 질문을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브라만의 길이 뭡니까?’
‘사문의 길이 뭡니까?’
‘지혜로운 자가 뭡니까?’
‘눈 뜬 자가 뭡니까?’
당시에 세상에서 회자되는 모든 질문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데, 여기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십니다. 당시에는 무엇이 청정한 것인지 물으면, 그에 대한 정답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마음이 청정해야지 어떤 태생 때문에 본래부터 청정한 것은 없다. 너의 마음과 말, 행동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추상적이고 지식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물으면, 부처님께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안내했습니다.
‘눈 있는 자 와서 보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직접 보라는 거죠.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2천6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봐도 ‘너무나 명쾌하게 사물의 실상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셨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이니 감동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들도 어떤 욕망이나 자기주장에 막혀서 이해하기 어려운데 당시 사람들은 어떠했겠습니까?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해 아주 쉽고 분명하게 정리를 해주셨기 때문에, 설법을 듣고 마음의 문을 연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부처님을 찬탄했습니다.
‘위대하셔라, 세존이시여.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워주듯이,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듯이,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가리키듯이, 혹은 ‘눈이 있는 자는 보라’ 하고 어둠 속에 등불을 밝혀주듯이,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이가 넘어졌을 때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시는 것처럼 직접적이고 분명했다는 겁니다. 무엇인가가 위에 덮여 있어 안 보였는데 확 벗겨놓고 ‘네 눈으로 봐라’ 이럴 정도로 분명하게 이야기하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온 겁니다.
당시 부처님은 정통적인 브라만 계급 출신도 아니었고, 당시에 가장 큰 나라인 마가다국이나 코살라국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북경이나, 런던, 뉴욕 출신이 아닌 조그만 나라에 시골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왕사성이나 사위성 같은 대도시에서 차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분의 가르침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비야가 감동을 한 것입니다. 사비야의 질문은 다음 주까지 읽는 경전에 계속 이어집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이제 백일기도 회향이 3주 남았으니 부지런히 정진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공양을 하고 오전 9시부터 마지막 남은 배추를 뽑았습니다. 스님과 행자 셋이 함께 했습니다. 찬기운이 몸에 스며들기 전에 재바르게 몸을 움직였습니다.
먼저 칼로 밑둥을 슥슥 베어냈습니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껴입은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배추를 다 벴습니다.
금세 배추 밑동을 다 잘랐습니다. 아주 상한 겉잎만 떼어내고 트럭에 차곡차곡 실었습니다.
먼저 항암배추를 한 트럭 실었습니다.
항암배추를 한 트럭 다 싣고 종류가 다른 배추를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스님이 트럭 위로 올라가 행자들이 가져다주는 배추를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배추를 자르고 다듬고 트럭에 싣기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습니다. 오전 내내 배추를 뽑을 줄 알았더니 1시간 30분 만에 일을 마쳤습니다.
배추를 다 뽑고 내려오는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 밭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이 보였습니다. 비닐을 다 걷어 봉투에 담아두고 밭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밭을 정리해드리고 수련원으로 배추 두 트럭을 싣고 내려와 바로 소금물에 절였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되는 법사님들이 함께 배추를 자르고 소금물에 절였습니다.
이번에도 쉬지 않고 소금을 녹이고, 배추를 가르고 소금물에 담갔습니다. 오직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해서 빠르게 배추 절이기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배추를 다 절이고 나니 딱 점심 공양시간이었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이번에는 산 윗밭으로 갔습니다. 두북을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새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행자 한 명이 스님과 함께 했습니다.
며칠 전 밭 주변을 한 차례 정리해두었습니다. 이제 가시덤불이 남았습니다.
덤불 사이에 찔레 가지가 섞여 있어서 얼굴이며 몸 여기저기를 긁었습니다.
가시덤불 사이에 고목도 끌어내고 나무마다 칭칭 타고 오른 덩굴도 제거했습니다.
“아이고,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조금만 더 합시다.”
이런 덩굴은 그나마 겨울에 제거해야 수월하기 때문에 스님은 오래도록 낫을 놓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울력은 한쪽 면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내려갑시다.”
이제 일을 마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산 아랫밭으로 갔습니다.
“어제 솔잎을 주워왔는데, 알고 보니 동네 할머니들이 불쏘시개로 가져다 쓰고 있었어요. 아무도 안 쓰는 줄 알고 많이 주워왔더니 너무 미안하네요. 불쏘시개를 좀 가져다 드려야겠어요.”
산 아랫밭 뒤에는 잔가지들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나뭇가지를 일정한 크기로 뚝뚝 잘라 가지런히 묶었습니다.
“이왕 드리는 거 한 집에 네 단씩 드립시다.”
스님은 나무를 때는 동네 할머니들 집에 찾아가 나뭇단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솔잎을 쓰시는 줄 모르고 많이 가져갔어요.”
“아이고, 솔잎에 네 꺼 내 꺼가 어딨다고. 고맙다.”
“저쪽 밭 뒤에 많으니까 더 가져다 쓰세요.”
해질녘 나뭇단을 배달하는 일을 끝으로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저녁에는 원고 교정을 하고 울력을 하느라 밀린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봄불교대학 졸업 법문을 하고, 오후에는 행복시민과정 수료자를 위한 즉문즉설이 있습니다. 온라인 방송 사이사이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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