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13 김장 1일째, 기획위원회 회의, 사회사상 강의 준비회의, 금요 정기법회
“직장 상사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일을 줍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간 스님은 선물로 보낼 김장을 합니다. 하루 종일 온라인 회의와 강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틈틈이 김장 준비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김장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옮기고, 일의 동선을 고려해 배치해 두었습니다.

물품을 옮기고 행자들이 도구를 정리하는 동안 스님은 텃밭 옆 감나무로 갔습니다. 사다리 위로 올라가 탐스럽게 익은 대봉감을 땄습니다.


곧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여 토란도 캤습니다. 토란을 수확하고 씨토란은 다시 땅에 묻어두었습니다.

“이렇게 묻어두면 겨울을 지내고 또 싹이 틀지 몰라요.”


텃밭에 묶어둔 배추 포기 옆으로 떨어진 상한 잎들도 정리해주었습니다.

한창 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위원회 회의 시간이 되어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10시 정각에 삼귀의, 수행문을 함께 읽으며 기획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기획위원회는 정토회의 미래 방향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모임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두북 특별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오래 만에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두북 특별위원회가 해산되고, 다시 기획위원회가 본래의 역할을 시작하는 가운데, 오늘 회의가 열렸습니다.

기획위원회는 먼저 스님에게 정토회의 2차 만일결사를 내다보며 기획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의 정세와 전망이 어떠한지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 미국 바이든 정부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짚어주었습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 세 가지

“정토회의 가장 큰 현안은 어떻게 하면 대부분의 사업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가입니다. 오늘 2차 만일준비위원회에서 그동안 연구해 온 결과를 발표할 것이니까 잘 들어보시고 의견을 주시면 좋겠고요. 아직 깊이 논의하지 못한 다음 과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 운동은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입니다.

지금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 사태입니다. 현재 세상은 코로나 사태 이후 큰 변화를 해나갈지, 치료약이 개발되면 다시 예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갈지, 약간 엉거주춤한 상태입니다.

둘째, 기후 위기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 큰 이슈가 될지, 협력을 통한 기후 위기의 극복이 더 큰 이슈가 될지,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한반도 평화 문제입니다. 미국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과 정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이후 한반도 정세

바이든 정부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내다본다면, 민주당 정부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실무 선에서 협의해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워낙 불신이 컸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 선에서 결단을 내리고 밀고 나가야 해결이 가능하지 실무 선에서 협의한다고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전 정부가 실행한 정책을 전부 뒤엎는 방식으로 대북 정책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새 정부가 구성되고 관리가 임명되고 의회의 추인을 받고, 특히 다수가 공화당인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려면 내년 6월까지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과연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쏘게 되면 바이든 정부의 시작부터 끝까지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긍정적으로 내다본다면, 현재 한국 정부와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인맥적으로 여러 가지로 협력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주한 미군 주둔비 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타결을 이루고 동맹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면, 한국이 북미 관계에서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직접 나서서 북미 관계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한국이 역할을 하도록 해서 안전하게 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화당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세 번이나 북한 지도자와 만났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가 국내에서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를 덜 받으면서 대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생겼습니다.

객관적 상황은 더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보이지만,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는 여지가 많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그 역할을 잘 해낸다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 활동은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서 구체적인 행동이 나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런 어려운 시기를 장애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만들 것인가? 이것은 대중들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획위원회 여러분들이 하는 기획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은 어떤 방향성을 잡을 것인가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준비해 온 내용을 먼저 듣고, 같이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기획위원회 산하에 있는 6개 분과에서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발표했습니다. 조직연구분과, 사회사업분과, 본부기획분과, 사회운동분과, 교육연수분과, 미래전략분과에서 각각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시 30분에 오전 회의를 마치고 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고 찬밥에 무생채를 비벼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늘은 다 같이 김장용 배추와 무를 뽑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뽑으면 배추가 얼어서 오후에 뽑기로 했는데 스님은 하루 종일 회의가 있어서 틈나는 시간에 수행팀과 먼저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선물로 보낼 김장이기 때문에 알이 꽉 찬 배추를 먼저 수확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스님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수확을 했습니다.



칼로 빠르게 슥슥 배추 뿌리를 베어놓고 상한 잎을 다듬어 옮기기 좋게 쌓았습니다.


“배추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칠 수 있으니까 아주 상한 잎만 떼어내세요. 내일 배추를 자르면서 더 다듬으면 돼요.”


배추 사백 포기를 다 수확해두고 무도 뽑았습니다.



“삼손이네요.”

모양이 재미있게 생긴 무도 많았습니다.

“스님, 12시가 넘었습니다.”

12시 30분에 다시 회의가 시작하기 때문에 울력을 마쳐야 했습니다.

“아침에 옷을 싹 갈아입었는데, 땀으로 흠뻑 젖었네요.”

스님이 울력을 마치자 행자들도 올라왔습니다.

“제가 배추는 다 벴어요.”

“고맙습니다. 스님!”

행자들은 밭에 도착해 배추를 옮겼습니다. 속이 꽉 찬 배추는 4kg이 넘었습니다.


배추를 옮기고 무도 다 뽑았습니다.




스님이 배추를 다 뽑아주었지만 적은 인원으로 울력을 하다 보니 4시가 다 되어야 배추와 무를 다 옮길 수 있었습니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릴 것을 대비해 배추와 무 위에 부직포를 잘 덮어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김장을 하다가 회의 시간에 맞춰 오후 1시에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빠르게 칼질을 하고 나니 팔에 통증이 좀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준비된 안건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했습니다. 분과 조정안, 사회전략분과 운영방향 등을 비롯해 분과별로 제안한 주제에 대해 집중 토론을 한 후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묻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전법 활동의 온라인 전환 문제가 주된 과제였기 때문에 사회 운동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기획위원들은 사회 운동의 방향을 주로 질문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회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사회 운동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시면 저희가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토회 운영 전체가 온라인으로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사회 운동 역시 이에 맞게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가 되어야 합니다. 환경 운동도 지금까지는 법당에서 빈그릇 운동이나 쓰레기 제로운동을 해왔는데, 앞으로 법당이 대부분 없어지게 되면 집이 법당이 되니까 집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을 더 개발한다든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환경실천을 해야 할 거예요. JTS 모금 활동도 법당 단위가 아닌 새로운 방식이 연구되어야 합니다. 자원봉사도 지금까지는 법당 운영에 대한 일감이 많았는데, 법당 운영에 대한 일감이 없어지고 온라인 불교대학 진행처럼 사람을 챙겨야 하는 일이 중심이 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사회 실천을 위한 봉사활동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도 연구해야 해요. 교육과 연수도 전부 온라인 방식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연구가 되어야 하고요.

아직까지 한반도에는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날 징후가 보인다면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바이든 정부가 새로 들어서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보다는 평화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또한 전쟁의 위협과 통일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쟁의 위기라는 극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면 통일이 멀어지는 게 아니고, 그런 갈등의 와중에 전혀 예상치 않게 통일의 기회가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회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한반도 정세가 결정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치밀한 준비와 내공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데, 너무 피상적인 수준의 생각만 갖고 임하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죠. 주위 환경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주체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제외하고 정토회가 앞으로 가장 힘을 쏟아서 추진해야 하는 운동은 기후 위기를 막는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30퍼센트가 육식을 하는 식습관 때문에 발생한다는 보고서도 있거든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가축의 대량 사육, 식생활의 개선, 소비주의 문화 등 삶의 모든 면에 있어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이 운동은 곧 수행과 결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생활 방식의 변화를 어떻게 대중 운동으로 만들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으로 경제적인 양극화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양극화까지 심해져서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요. 내년이 되면 이에 대한 사회적인 부작용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주가도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져야 정상인데, 저금리 상태에서 돈을 마구 찍어내니까 주가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 상황을 마무리하려면 결국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 직면하게 될 사회적인 충격들과 엄청난 빈부격차 문제가 가까운 미래에 닥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과 스님의 답변이 있은 후 오후 3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4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개원 기념법회 사회사상 강의 준비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인권 문제를 주제로 스님이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하면 좋을지 초안이 제출되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 이주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 요즘 반려인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 성대 수술을 동물학대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동물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평화재단 실무자들은 스님의 답변을 기초로 다시 강의안을 준비해 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원고 교정 업무와 다른 업무들을 처리한 후 스님은 7시 30분에 다시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금요 정기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16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두북 수련원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여는 인사를 했습니다.

“11월 중순에 들어섰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있어서 겨울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희는 폐교에서 생활하니까 방한이 잘 안 되어서 교실이 매우 춥습니다. 며칠 전에 영하로 떨어졌을 때는 춥다고 오들오들 떨고 해서, 화목난로를 설치해 추위를 조금 면했습니다. 화목난로를 설치해서 나무를 때니까 초등학교 때 난로 위에 도시락을 데워먹었던 추억들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 상사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일을 주어서 직장 동료들이 자꾸 싫어진다며 어떻게 하면 좋은지 질문했습니다.

직장 상사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일을 줍니다

“저는 짜증을 내지 말아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요. 또 직장에서 네 사람이 함께 일을 하는데, 상사가 평등하게 일을 주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 위주로 특근 잔업을 시킵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싫어지고 미워지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화를 안 내고 싶지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됩니다.”

“상사의 성격이 그런 걸 어떡합니까?”

“그래도 상사가 일을 시킬 때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나눠서 일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사가 그렇게 하면 당연히 좋죠. 자기도 성질이 안 나면 좋지만 성질이 나는 것처럼, 그 상사의 성격이 그런 걸 어떡해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나는 일을 안 해도 되어서 좋잖아요. 뭐 때문에 힘들어해요. 일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다 그것 때문에 불평이어서요…”

“누구나 자기가 편한 사람에게 일을 시키기 마련이에요. 어떤 일을 시킬 때 내가 말하면 ‘예’ 하고 대답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에게 일을 주고 싶지, 신경질을 팍팍 내는 사람에게 왜 일을 시키고 싶겠어요? 세상 사람 누구나 자기 좋아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에요. 질문자에게 월급을 적게 준다든지, 어떤 불이익을 준다든지,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예.”

“불이익을 당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선에서는 상사가 자기 마음대로 하게 좀 놔두면 어떨까요?”

“저만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한테도 일을 줄 때 차별하거든요. 상사가 자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일을 시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자기 편한 사람한테만 일을 주는 것이 그 상사의 성격인데, 거기에 뭐 시비할 것이 있느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심부름을 시키고, 다른 사람에게는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그 상사를 미워한다면, 그건 바보 같은 짓 아니에요? 심부름을 시키는 게 기분 나쁘지 심부름을 안 시키는 게 뭐가 기분 나쁘다고 그것을 문제로 삼아요? (웃음)

상사가 나를 좋아해서 일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것 때문에 힘들겠다고 하면 이해가 되는데, 그 상사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일을 많이 시키는 것이 질문자에게 무슨 손해 나는 일이 있다고 그걸 기분 나빠해요?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니 혹시 질문자가 그 상사를 좋아하나 봐요.” (웃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 상사가 누굴 좋아하든, 누구에게 일을 시키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저는 여러 사람에게 일을 골고루 시켜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 상사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어떡하느냐는 말이에요. 날씨가 따뜻하면 좋지만, 날씨가 추운 걸 어떡하느냐는 겁니까. 그럴 땐 날씨를 탓하고 있을 게 아니라 옷을 한 벌 더 입어야죠.

내 남편과 내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상사가 이랬으면 좋겠다’ 한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겠어요? 그건 내 마음대로 될 수가 없어요. 상대가 생긴 대로 그냥 둘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추우면 옷 한 벌 더 입고 가고, 더우면 옷 한 벌 벗고 가고, 많이 추우면 난로 피우고 살면 돼요.

상사가 자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일을 시키는 것을 보면, ‘아, 저 사람을 좋아해서 저렇게 일을 시키는구나’ 이렇게 바라보면 돼요. 그럴 때 좋은 점도 있잖아요. ‘나는 일 안 해서 좋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짜증을 많이 내는 건 어떻게 개선할래요?”

“수행해서 좀 다스려봐야겠습니다.”

“그게 다스린다고 해결이 될 것 같아요?”

“한 번씩 욱해서 그렇지, 그렇게 짜증을 많이 내지는 않습니다.” (웃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짜증내고 나서는 반드시 ‘성질부려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사과하고 살면 돼요. 항상 이렇게 성질내고 나면 사과하고, 또 성질내고 사과하고, 이렇게 사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이게 생긴 대로 사는 방법입니다.

둘째, 성질을 고치고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짜증 한 번 낼 때마다 삼천 배 절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안 고쳐지면 전기 충격기를 사서 짜증을 낼 때마다 자기를 지지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금방 고쳐져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렇게까지 해서 고칠 게 뭐 있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는 거예요.”

“잘 알겠습니다.”

“고치기 싫다 이거죠?” (웃음)

“아닙니다.”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 이거죠?” (웃음)

“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환하게 웃는 질문자를 뒤로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 저는 머리 기댈 곳만 있으면 바로 잘 정도로 잠이 많습니다. 내 습관임을 알고 차 안에서 자는 것만이라도 고쳐보자 책도 읽다 가도 잠이 오면 끄달려 잡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신랑이 의처증이 있어서, 저를 계속 의심합니다. 제가 그 사람들에게 추파를 던진다고 생각해서 그 사람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고 피치 못할 상황에 동선이 겹칠 경우 불편함을 드러냅니다. 어떡하죠?
  • 명상을 할 때 호흡을 알아차리는 대신에 기도 문구를 넣어서 해도 될까요? 들숨에 '관세음'이라고 하고, 날숨에 '보살' 이렇게 해도 되는지요?
  • 저는 식욕 컨트롤이 잘 되지 않습니다. 저녁 단식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집니다. 음식에 대한 집착을 어떻게 하면 놓을 수 있을까요?

답변을 마치고 나서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직장 상사에 대해 질문한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욱하는 성질을 죽이고 살겠습니다. 아직 저도 수행한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가서도 스님 말씀처럼 일을 조금 시키면 ‘내가 노니까 더 좋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더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자꾸 성질을 고치겠다는 말을 하는데, 성질은 죽을 때까지 잘 안 고쳐져요. 고치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해요. 한 번 화를 낼 때마다 전기 충격기로 지지든지, 삼천 배를 하든지, 이렇게 몸에 벌을 줘야 조금이라도 변화가 옵니다.

화내는 것을 자꾸 고치려고 하면, 화를 내고 나서 ‘내가 또 화냈다’ 이렇게 후회를 하게 되어 내가 괴로워집니다. 그러니 아예 화를 딱 냈을 때 사과를 먼저 하면 돼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탁 참회를 먼저 하고 사과를 해버리면 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늘은 사람들이 말귀를 빨리 알아 들어서, 법회 시간이 많이 짧아졌습니다. 나누기를 조금 더 풍부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예정보다 일찍 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밤이 늦었지만 사무실 한편에는 법사님들과 행자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내일 김장에 쓸 채소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내일 김장 울력에 빠지기로 한 사람들도 틈틈이 일손을 도와주고 있네요. 내일 김장 울력에 참여한 사람들만 맛있는 참을 주려고 했는데, 전부 다 참을 골고루 주어야겠어요.” (웃음)

내일 김장 울력을 어떻게 할지 준비 상황을 점검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하고,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즉문즉설을 한 후 오후에는 가을학기 경전반과 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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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승

"성질은 죽을 때까지 잘 안 고쳐져요."
네, 스님. :)

2020-11-18 06:47:36

박인자

상대가나와 다름을 인정합니다
옳고 그름의 관점을 잘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1-17 18:58:00

실상

김장담그는 날은 언제나 즐거웠던 어릴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식구많은 친정은 늘 김장을 다함께 담궜는데 힘들어도 하하호호 웃으면 김장을 했지요. 맛난 참을 먹으면서요. 정토회의 현안중에 한반도 평화문제 다음으로 기후변화를 막는데 집중하자는 말씀 반갑습니다. 온실가스의 주범이 축산업이라니 육식을 줄이는 소비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래봅니다.

2020-11-16 15: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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