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11 온라인 수행법회
“일에 과부하가 걸려서 힘들 때,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 온라인 수행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추위에 대비해서 두북 수련원 강당에 화목 난로를 설치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면서 날도 매우 추워졌습니다. 스님은 며칠 전 산 아랫 밭에 거사님들과 같이 나무 정리를 하고 팔에 통증이 좀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수행법회가 있어 울력을 나가지 않고 오전 10시 정각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1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은 추워진 날씨 소식을 전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은 지금

“날씨가 매우 추워졌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있는 남부지방까지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봄 날씨처럼 따뜻하게 회복되더니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에는 또다시 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습니다. 아마 중부지방은 모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법당에 나와서 법회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법회를 들으니까 추위를 별로 못 느끼실 것 같아요. 또 대부분 아파트에 많이 사니까 기온의 변화를 느끼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저희는 폐교에 거주하다 보니 날씨가 추워졌다는 사실을 굉장히 많이 느낍니다. (웃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너무 추워 며칠 전에 화목 난로를 하나 사 와서 설치했는데, 교실에 그거라도 하나 있으니까 훨씬 따뜻합니다. 바닥에 전기 판넬을 깔기는 했지만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니까 잠을 잘 때 외에는 쓰지 않아요. 아끼는 생활을 하려고 하다 보니 지금 겨울을 어떻게 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아무튼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을 요즘 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뱀이 허물을 벗듯이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며

어제는 방송, 영화, 연극에 종사하는 분들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출연도 못 하고, 출연해서 촬영 중이던 드라마도 중단되고, 촬영과 제작을 끝낸 영화도 상영을 못 하고, 상영을 해도 관객이 없고, 외국에 나가서 촬영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모든 것이 중단되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만 중단된 줄 아세요? 저도 지난 30년간 해온 인도 성지순례도 중단하고, 중국 역사기행도 중단하고, 즉문즉설 순회강연도 중단했습니다. 정토회가 지난 30년간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만들어 놓은 160개가 넘는 법당도 지금 다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에요.

바깥세상에서 볼 때는 지난 30년간 해온 사업을 전부 정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정토회는 이 상황을 패망이나 폐쇄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방식으로 발전해왔지만, 정토회는 이 상황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길을 따라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뱀이 허물을 벗는 건 죽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지금까지 애지중지하고 애써 일구었던 것도 이와 같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법당 하나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몰라요. 법당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뱀이 허물을 벗듯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그분들을 격려하긴 했습니다만, 요즘 힘든 사람들이 참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여행업 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들다고 해요. 매출이 10퍼센트 줄거나 30퍼센트 줄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예 매출이 없다고 하니까요. 그렇다고 문을 닫으려니까 직원들이 있어서 그것도 어렵습니다. 문을 열어 놓아야 직원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거든요. 문을 닫아버리면 직원들이 월급을 못 받고, 문을 열어놓으면 계속 유지비가 들어갑니다. 이처럼 사업하는 사람들은 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나마 안정된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을 거예요.

그러니 직장이 있는 분들은 감사한 줄 아시고, 직장이 없는 분들은 이렇게 된 김에 코로나 핑계로 좀 쉬도록 합시다. 저도 이렇게 된 김에 시골에 내려와서 농사짓고 지내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몰라요. 늘 차나 비행기를 타고 국내며 국외로 다니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에 이틀 연달아 잔 적이 별로 없다’고 표현하는 생활을 했는데, 요즘은 계속 같은 방에서 자고 있어요. 코로나 덕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웃음)

여기까지 이야기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일이 너무 많아 숨이 가쁘다며 질문을 했습니다.

일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어떡하죠?

“저희 법당은 조그마한 법당인데, 선배 도반님들이 활동하다가 일에 지쳐서 그만둔 후 다시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법당 총무님께서도 지금 일에 과부하가 걸려서 결국 휴가를 내었습니다. 불평불만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자꾸 이렇게 활동가 분들이 그만두실까’ 하는 의문이 좀 들어요.

스님께서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라톤 하듯이 달려가면서 정토회 사업을 해나간다고 말씀하시지만, 지역 법당에서는 매일 100미터 달리기 하듯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는 숨 가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일에 지친 분들이 좀 가볍게 정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을 잃는 것보다는 좀 유연하게 해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거든요.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부부 관계나 부모 자식 관계나 직장 관계 같은 데서 굉장히 힘이 든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정토회 활동이 힘들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정토회에 와서 힘들어졌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에도 힘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때의 해결책은 ‘참고 사느냐’, ‘헤어지느냐’ 이 두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와서 불법을 공부하고 나서부터는 헤어지지도 않고 참고 살지도 않는 길을 발견한 거예요.

참고 산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그 상황을 회피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와서 불법을 공부하면서 이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참고 사는 것도 아닌 길을 찾았어요. 즉 관점을 바꾸어서 편안해졌습니다.

외적 측면에서 보면 헤어지지 않은 것이 확실해요. 그렇다고 참고 사는 것도 아니에요. 참고 산다는 것은 괴로워한다는 뜻이잖아요. 지금 부부 관계나 자식 문제에 있어서 괴롭지 않다는 건 참지 않는다는 거예요. 똥이 더러워서 냄새가 나는데도 방안에 두고 그냥 참고 지내거나, 무작정 내다 버리는 게 아니라, 거름인 줄 알아서 유용하게 쓰는 겁니다.

그 결과 법문을 한 스님에게도 고맙게 생각하고, 이것을 추진하는 정토회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하고, 결국 정토회에 나와서 봉사를 시작합니다. 봉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제일 처음에 갖는 태도는 기부입니다. 내가 좋아져서 너무 고마우니까 ‘고맙습니다’ 하고 돈을 보시하죠.

그다음에는 방석을 까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봉사를 하게 됩니다. 조금 더 시간이 경과하면 정토회에서 조금 더 책임 있는 봉사를 합니다. 그래서 불교대학 학생들을 위해 수업 진행을 하나 맡든지 어떤 일을 하나 맡아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게 되죠. 정토회는 100퍼센트 자원봉사자에 의해서 운영이 됩니다.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의 봉사가 필요한 거죠. 그러나 이렇게 소임을 하나 맡아서 봉사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만, 결국 이 일을 갖고 또 갈등이 생깁니다.

첫째, 가정에서 가족들이 불만을 제기해요. 지금까지는 내가 짜증내고 잔소리하는 것을 남편이 듣기 싫어해서 갈등이 있었는데, 내가 불법을 공부하면서 짜증내고 잔소리하는 게 없어지니까 남편이 처음에는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정토회 일을 한다고 맨날 법당에 나가 있으니까 다시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청소도 제대로 안 한다, 밥도 제대로 안 해준다, 애도 제대로 안 돌본다... 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똑같지만 갈등의 종류가 다릅니다.

둘째, 정토회에 나오는 도반들 사이에 갈등이 생깁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하면서 또 갈등하게 되니까 과거와 똑같이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참고하느냐’, ‘그만두느냐’ 또 이렇게 두 가지 과제가 생긴 겁니다.

앞에서 처음 정토회에 나오게 되었을 때 불법 공부를 통해서 참지도 않고 그만두지도 않는 해결책을 찾았잖아요. 이번에도 똑같이 참는 것도 아니고 그만두는 것도 아닌 수행의 관점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힘들어하면서 활동을 그만둔다는 것은 수행의 관점을 놓쳤다는 뜻입니다. 옛날에 힘들어할 때의 관점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거예요. 그때보다 불교 교리도 더 많이 알고, 절도할 줄 알고, 천일결사 정진에도 참여하고, 금강경도 공부했지만, 그동안 공부한 내용은 온 데 간데 없어진 겁니다. 힘든 과제를 다시 만나니까 예전으로 돌아간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토회를 그만두면, 남편과의 갈등도 해결되고, 도반과의 갈등도 해결될 것 같다. 나만 정토회에 안 나오면 다 해결이 되지 않느냐?’

이 생각은 마치 ‘이혼하면 해결되지 않느냐’라는 것과 똑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혼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는 애도 있고 생활 문제도 있으니까 고민이 깊었는데, 정토회 회원들과의 갈등은 그만두면 간단하다는 거죠. 내가 정토회에 안 나와버리면 갈등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남편의 불만은 내가 정토회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인데, 그것도 내가 정토회 활동을 그만두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그래서 그만두는 선택을 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이야기한 현상은 그래서 생긴 문제예요.

그러나 이것 역시 수행의 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의 것이 1단계 수행의 고비라면, 뒤의 것은 2단계 수행의 고비예요. 이것 역시 그만두지도 않고 참지도 않으면서 해결해야 해요. 그렇게 해결하면 수행이 일취월장해서 한 단계를 넘어갑니다.

특히 임원을 맡는 사람들은 더 힘들어요. 시간도 많이 내야 하고, 도반들의 문제 제기도 더 많이 받게 돼서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이 고비를 넘긴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총무를 맡은 것은 내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총무 소임을 안 맡았으면 이 난관을 못 넘었을 텐데, 총무 소임을 맡았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서 고비를 넘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비를 넘긴 사람들은 다 ‘총무를 한 번 해봐야 수행이 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여기서 이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두는 선택을 한 사람은 상처를 입은 거예요. 그걸 극복을 못 했기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라고 하면 별로 마음이 안 내키고, 가고 싶지도 않은 거예요. 저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1단계 고비를 만났을 때는 스님이 법문을 해도 오해가 없습니다. 제가 자기 남편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자식 편을 드는 것도 아닌 줄을 듣는 본인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단계 고비를 만났을 때는 스님의 법문이 법(法)으로 안 들리고 ‘스님이 나를 잡아두려고 저렇게 말하는구나’ 이렇게 오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2단계 고비를 만났을 때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이 고비를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스님이 이해당사자가 돼버렸기 때문이에요. 만약 제가 정토회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러분의 눈에는 법륜 스님이 이미 이해당사자가 되어 있는 거예요. 숫제 교회 다니는 사람이 힘들어서 저한테 질문을 한다면 제 대답이 수행적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해당사자가 아니니까요.

질문자가 소속된 법당에서는 나가는 것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지만, 극복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정토회에서는 정일사 수련,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 등을 통해 최대한 사람들이 수행적 관점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순을 돌이키도록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극복해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 중간에 그만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변화를 좀 도입했습니다. 정회원이 듣는 수행법회 외에 일반회원이 들을 수 있는 정기법회를 신설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활동을 못 하겠다는 사람은 일반회원이 돼서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고 정기법회를 들을 수 있게 했어요. 이런 내용을 그만두신 분들께 말씀드려서 정기법회를 듣도록 권유해 보시면 돼요. 질문자도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서 도저히 활동을 못 하겠다고 하면 활동가를 그만두면 돼요. 정토회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활동가를 그만두고 일반회원으로 좀 있다가, 몸과 마음이 회복돼서 활동을 해보겠다고 하면 다시 활동가가 되면 됩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모든 시스템이 전환되니까 오고 가는 것이 더욱더 자유롭게 되도록 바뀔 겁니다.

활동을 그만두는 사람들은 수행의 2단계 고비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다른 종교 단체처럼 복을 빈다거나 천국에 간다는 당근이라도 있으면 ‘이생에서는 좀 힘들어도 죽어서는 좋은 데 간다’ 이런 희망이라도 갖고 열심히 할 텐데, 정토회에서는 그런 당근이나 사탕을 안 주잖아요. 그러니 굳이 여기 있을 게 뭐 있냐는 생각이 들기 쉬어요. 또 일반 절에서는 보시를 하거나 활동을 하면 칭찬도 많이 해주고 명예도 주는데 정토회에서는 그런 명예도 주지 않죠. 그래서 정토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근기가 조금 있어야 해요.

또 일반 절이나 교회에서는 정토회처럼 개인 수행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도 하라고 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정토회에서는 통일 운동도 하라고 하고, 환경 실천도 하라고 하고, 가난한 사람도 도우라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복 받는다는 소리도 안 하고, 천국 간다는 소리도 안 하고, 극락 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이 적응하기에는 조금 어렵다는 이야기에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은 내가 주인이 되어 살라는 거예요. 법륜 스님이나 정토회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살아보니 나한테 좋더라’ 이런 관점을 갖고 일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게 아니라 ‘굳이 힘들게 돈까지 써가면서 이 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냥 일반 절에 다니시면 돼요. 그건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정토회에 나와서 법문은 듣고 싶지만 봉사하는 게 싫다, 이런 사람을 위해서 마련한 게 정기법회예요. 불교마저 언급하고 싶지 않고 그냥 법문만 듣고 싶은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면 됩니다. 자유롭게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보는 사람이 지금 수백만 명이 넘어요. 정토회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선택을 해서 하실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다 보니 법당을 운영할 때보다 당분간은 일이 많지만, 앞으로는 일의 종류가 간단해집니다. 정토 불교대학과 경전반 학사관리를 제외하면 이제 법당이 없어지니까 봉사 내용도 단순해질 겁니다.”

“저는 아직 중생이다 보니까 정토회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숨 가쁘게 일을 하다 보면 심지어 몸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수행적 관점을 놓쳤다는 얘기예요. 법륜 스님도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면 법륜 스님이 지금 수행적 관점을 놓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몸이 감당 못 할 만큼의 일이면 일을 줄여야 해요. ‘제가 더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해서 일을 줄여야 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주어진 일을 기쁜 마음으로 하든지, 그게 잘 안 되면 싫어하는 마음을 극복의 대상으로라도 삼아야죠. 싫어하는 마음은 극복의 대상이에요. 수행의 과제로 삼아서 극복을 하든지, 안 그러면 총무님한테 이렇게 얘기를 해야죠.

‘아이고, 저는 그건 죽어도 못 하겠습니다. 제 수준이 이거니까 좀 봐주세요. 다음에 하겠습니다.’

하는 데까지 하다가 도저히 못 하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라고 스님이 늘 얘기하잖아요.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병법서에도 마지막 36계가 있는 거예요. 질문자도 하는 데까지 한번 해보세요. 그래서 이 문턱을 한번 넘어보세요. 남이 그만둔 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문턱을 한번 넘어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립니다.

그리고 문턱을 못 넘어도 괜찮아요. 못 넘으면 못 넘는 대로 일반 회원이 되어서 정기법회에 참가하면 되니까요. 일반 회원은 소비자예요. 자기 먹고 싶은 것만 찾아 먹으면 됩니다. 반면에 정회원은 생산자입니다.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서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정회원입니다. 사람들이 불교대학이 필요하다고 하면 불교대학을 만들어주고, 경전반이 필요하다고 하면 경전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회원의 역할입니다. 농사에 비유하면 재배하고 생산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질문자도 도저히 일하기 힘들면 농기구 던지고 그냥 밥그릇 갖고 밥만 먹으면 돼요. 얼굴 표정을 보니 쌈빡하게 정리가 안 되나 봐요.”

“스님, 정토회가 조금 천천히 가면 안 됩니까?” (웃음)

“정토회는 천천히 가고 있어요. 어떻게 빨리 가는데요?”

“지역에서는 엄청 숨 가쁘게 느껴지거든요.”

“지역에서 숨 가쁘게 느껴지면 지역에서 의논해서 천천히 가도록 결정해 봐요. 정토회는 천천히 가고 있어요.”

“그래도 윗사람들은 해야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말하니까요.”

“등산을 하면 앞에 가는 사람은 천천히 가는데 맨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맨날 뛰어도 따라가기가 어렵잖아요. 아마 지금 지역 상황도 그것과 비슷할 것 같아요. 중간에서 정체가 되어 있다 보니 생기는 문제 같아요. 질문자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정토회에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정회원 모둠 활동과 불교대학 운영 일정이 겹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비중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 현재 미국의 불안정한 상황과 개인적인 신분 상의 이유로 이직을 고민 중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까지 듭니다.
  • 수행자는 돈을 대할 때와 물건을 살 때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야 할까요?
  • 저희 법당은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역 정토회 내에서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전환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을 모두 마치고 스님은 다시 한번 무엇이 수행이고, 어떤 사람이 수행자인지 강조했습니다.

“정토회는 일과 수행의 통일을 항상 과제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수행이 더 바탕이 되어야 해요. 절하는 게 수행이 아니에요. 괴로움이 없는 상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스트레스가 있고 괴로움이 있으면 가족도 포기하고 유학도 포기하고 직장도 그만두는데 정토회를 그만두는 게 무슨 대수겠어요?

그런데 잘 살펴보세요. 정토회를 그만둔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뜻이고,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것은 수행 관점을 놓쳤다는 얘기예요.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방식은 세속적 방식이에요. 수행자는 일단 수행적 관점으로 돌아가서 직장을 그만두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느냐 여부는 큰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안 두고는 내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언제든지 선택해도 되지만, 만약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만둔다면 그것은 세속적 방법입니다. 그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법회를 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 질문자들의 소감은 듣지 못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 강당에 화목 난로를 설치했습니다. 강당에서는 공동체 법사단이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공부하고, 회의하는 공간인데, 11월 들어 날이 추워지자 강당 안도 너무 추워서 다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난주에 사무실에는 화목 난로를 실험적으로 설치해 본 결과 다들 한결 따뜻해졌다며 호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강당에 화목 난로를 하나 더 설치해 보기로 했습니다.

강당이 넓기 때문에 사무실에 설치한 난로보다 조금 더 큰 난로를 사 왔습니다. 페인트 냄새가 날아가도록 해야 때문에 운동장에서 불을 땠습니다. 지난번에 바로 설치했다가 며칠 동안 매캐한 연기를 마셔야 했기 때문에 오늘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불이 활활 타오르도록 장작을 가득 넣어두고 연통 설치를 했습니다. 먼저 연통이 창문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목공실에서 나무판에 연통 크기만큼 구멍을 뚫고 철판을 덧댔습니다.


창문에 나무판을 고정시키고 연통이 닿는 부분에 은박지 테이프를 붙인 후 연통을 꽂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굴뚝을 만들었습니다. 연통을 이어 붙여 굴뚝을 만들고 창문 바깥쪽으로 나온 연통을 이어 붙였습니다. 스님이 아래에서 연통을 연결하고, 옥상에서 행자들이 철사로 굴뚝을 고정시켰습니다.




이제 가장 어려운 작업이 남았습니다. 난로 주위뿐만 아니라 연기가 지나가는 연통 주변도 따뜻하기 때문에 연통을 길게 설치했습니다. 지난번보다 두배는 길게 연통을 연결했는데, 그래도 한 번 해본 작업이라 훨씬 쉽게 느껴졌습니다. 길이를 맞춰 연통을 연결하고 테이프를 야무지게 발랐습니다.


테이프를 다 바르고 이어 붙였습니다. 그런데 연통에는 철판을 붙인 부분이 있는데 그 선이 조금씩 틀어져있었습니다. 연기가 액화되면 물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이 있는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설치해야 합니다. 스님이 연통을 붙일 때 선을 일직선으로 바르게 맞추어놨는데, 여럿이 테이프를 바르다 보니 선이 조금씩 삐뚤어져 있었습니다. 천장에 설치하고 나서야 삐뚤어진 선을 발견하고, 다시 연통을 내려 테이프를 떼어내고 다시 선을 맞추었습니다.

선을 맞춘 다음 다시 연통을 이어 붙였습니다. 다 됐다 싶었더니 연통이 툭 떨어졌습니다. 다시 연결하는 과정에서 연통 사이를 너무 짧게 끼워 맞췄더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떨어진 것입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시 맞추고 맞추어 연통이 직선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긴 연통을 지탱할 수 있도록 철사로 사이사이 고정도 시켜주었습니다.


연통을 연결하는 사이 해가 완전히 졌습니다. 운동장에서 3시간 동안 활활 태운 난로를 식힌 후 강당으로 가져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난로에 연통을 연결하고 테이프를 발랐습니다.

회의가 있어 함께 설치를 못한 법사님들도 설치가 끝날 즈음 회의를 마치고 와서 뒷정리를 함께 했습니다.

“스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해야 하는데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강당이 너무 추워서 연통을 설치하는 동안에 발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법사님들은 이 곳에서 옷과 담요를 꽁꽁 싸매고 일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 한결 훈훈해지겠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에 대해 오전에는 불교사상팀과, 오후에는 경전팀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0/200

하심

스님…법사님들이 행복학교까지 하시고~ 몸 축나실까 마음이 쓰이네요‥따숩게 지내주세요!! 전기세 아끼시려다 귀한 전법자님들 몸 상하셔요.
그런데 법사님들이 진행하는 행복학교는 어떻게해야 갈수있나요~~^^

2020-11-19 18:38:36

박인자

두묵수려원이 따뜻한겨울을 보낼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싫어하는 마음이 일어나지않도록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1-16 20:13:48

실상

두북수련원이 화목난로덕분에 좀이라도 온기가 더해져서 다행입니다. 지구를 진정 지키고 생명가진 모든 이의 행복과 안녕을 실천하는 스님과공동체 고맙습니다.
참지도않고 피하지도 않으며 제2의 고비를
슬기롭게 넘겠습니다.

2020-11-16 08:18:4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