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6 농사일
“하기 싫다는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회의를 했습니다.

오전에는 텃밭 옆 감나무에 달린 단감을 땄습니다. 스님이 딴 단감은 두북 수련원 공동체 대중이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단감을 따고 동네 골목을 깨끗이 쓸었습니다.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에는 회의를 하고 원고를 교정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하기 싫다는 생각을 다스리는 방법

“평소에 하기 싫다는 생각이 자주 일어납니다. 명상을 할 때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먼저 일어나고, 천일결사 기도를 할 때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먼저 일어나요. 하기는 하는데 하기 전에 마음 속에 갈등이 심합니다. 스님께서는 느낌을 알아차리면 참지 않고도 ‘싫다’는 감정을 멈출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미 ‘싫다’라는 감정이 자연적으로 올라온 상황에서는 어떻게 느낌을 알아차려서 싫다는 감정을 멈출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좋다, 싫다 하는 것은 느낌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느낌이 더 발전하면 감정이 되는 거예요. 좋다, 싫다 하는 것은 느낌 단계를 지나 이미 감정으로 번진 상태입니다. 감정이 일어나기 전 단계를 느낌이라고 합니다.

느낌과 감정의 차이

느낌은 ‘불쾌하다’, ‘유쾌하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어요. ‘명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거부반응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불쾌하다는 느낌입니다. 불쾌하다는 느낌이 먼저 일어난 후 명상하기 싫다는 감정으로 번지는 거예요. ‘통닭’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싹 좋아진다면 이것은 유쾌하다는 느낌입니다. 유쾌하다는 느낌이 먼저 일어난 후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느낌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고 ‘통닭’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동으로 ‘먹고 싶다’ 하는 감정으로 가버립니다. ‘명상’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싫다’ 하는 감정으로 가버리고, ‘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싫다’ 하는 감정으로 가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감정까지 가버리는 과정을 아주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감정이 일어나기 이전 단계인 느낌이 있습니다. 이 느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기 위해 명상 수련이라는 것을 하는 거예요. 온갖 생각이 일어나도 호흡을 뚜렷이 알아차리고, 다리가 막 아파와도 호흡을 뚜렷이 알아차리고, 왔다 갔다 하면서도 동작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면, 통닭을 봤을 때 ‘먹고 싶다’는 감정이 일어나기 전에 싹 일어나는 기분 좋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느낌을 알아차렸을 때 여기서 멈추는 것은 힘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먹고 싶다’는 감정으로까지 발전한 다음에는 그 감정을 멈추는 데에 많은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벌써 욕망으로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느낌 알아차리기

쉽게 얘기하면, 느낌은 두 개의 부싯돌이 딱 부딪혔을 때 불이 반짝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불이 반짝 일어난 뒤 옆에 아무것도 없으면 반짝하고 거기서 끝나버려요. 반면 옆에 인화 물질이 있으면 거기에 불이 번져버립니다. 이것을 ‘갈애’ 또는 ‘욕망’이라고 하는 겁니다. 불이 붙어버리고 난 다음에도 초기에는 발로 팍 밟으면 불이 꺼지지만, 불이 확 커진 다음에는 아무리 불을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아요.

그것처럼 통닭을 보고 나서 ‘좋다’, ‘싫다’ 하는 것이 처음 일어나려 할 때 ‘아!’ 하고 관심을 돌려버리면 그 감정이 금방 없어지지만, 몇 번 입맛을 다신 뒤에 그 감정을 억제하려고 하면 계속 통닭이 눈앞에 삼삼하고 안 없어집니다. 물론 이때도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 자제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낫지만, 욕망을 자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듭니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욕망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게 바로 계율을 지키는 것입니다. 먹고 싶어도 참고, 하고 싶어도 참고, 하기 싫어도 하고. 이렇게 자꾸 해나가면 나중에 습관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자꾸 억지로라도 하면 나중에라도 바뀝니다. 계속 참다 보면 참는 힘이 생겨요.

마음을 싹 내어보기

그러나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도 안 받고,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은, 마음을 싹 내는 거예요. 절을 하기로 했으니까 기꺼이 하는 겁니다. 자꾸 ‘싫다’ 하지 말고 기꺼이 하는 거예요. ‘먹고 싶다’ 하면서 음식을 바라보고만 있지 말고 확 외면해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초기에 제어하면 스트레스는 받지만 아주 적게 받아요.

이보다 더 예리하게 느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 먹고 싶다는 욕망으로 번지기 전에 그 욕망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냄새를 맡고 기분 좋음이 싹 일어날 때 이것은 까르마가 반응하는 것임을 알고 ‘어, 내가 유쾌하다고 반응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렇게 해 본 경험이 없으니까 느낌과 욕망을 혼용해서 같이 사용합니다. 이 둘을 떼어내서 느낌 수준에서 차단해야 하는데, 이 둘이 붙어있으니 용어를 쓸 때 자꾸 욕망을 느낌이라고 얘기하고, 싫다는 것도 느낌이라고 얘기하게 되는 겁니다.

욕망으로 가기 전의 느낌을 딱 알아차리기 위해서 명상을 연습하는 거예요. 느낌을 알아차리기 전에 지금은 우선 하고 싶어도 그것이 손해면 하지 않아야 하고, 싫지만 해버리면 결과가 좋은 것은 해야 합니다. 아침에 운동하기 싫지만 해보면 나중에 건강에 좋지요? 매일 아침에 108배를 하면 할 때는 힘들지만 지나 놓고 보면 ‘아이고 잘했다’, 이렇게 되지요. 하고 나서 ‘아이고 안 할 걸 그랬다’ 이런 사람은 없어요. 이렇듯 싫지만 해버리면 결과가 좋은 것은 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만이 된다던가, 건강에 나쁘다던가, 이렇게 뭔가 하고 나면 손해인 것은 딱 멈춰야 합니다. 이게 현명한 사람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

그런데 이렇게 해도 스트레스는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바로 더 예리하게 관찰해서 경계에 부딪히자마자 즉각적으로 오는 느낌을 탁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느낌은 ‘먹고 싶다’ 이런 게 아니고 그냥 기분이 싹 좋은 거예요. 칭찬받으면 기분이 싹 좋고, 비난받으면 기분이 싹 나쁜데, 그게 느낌입니다. 기분이 싹 나빠진 다음에 ‘왜 욕하냐?’ 이렇게 되는 거예요.

부싯돌이 부딪쳐서 불이 반짝 일어나듯이 찰나 찰나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호흡 알아차리기와 감각 알아차리기, 느낌 알아차리기를 연습하는 겁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전체댓글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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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즉문즉설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4-23 22:56:14

추한겸

알아차림을 연습하겠습니다! ! 감정과 느낌을 잘 살펴보는 하루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스님 건강하셔요 ..

2020-10-26 10:29:23

김희란

질문자분과 저도 같습니다.
제게 꼭 필요한 말씀입니다.
잘 안되어도 꾸준히 하겠습니다.

2020-10-20 11: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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