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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끝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스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요일마다 진행해 온 일요명상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촬영했던 문경 정토수련원 정정당에서 저녁 8시 30분 정각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4천여 명의 국내외 정토행자들과 외국인 수행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상태에서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잘 보내셨어요? 저는 추석 연휴 5일 동안 문경에서 명상수련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저녁 9시까지 하루 종일 명상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명상수련을 끝마치고 오후에는 주변 계곡을 산책했습니다. 한국은 지금 한참 가을이 깊어 가고 있어요.” (웃음)
한국의 가을 소식을 전한 후 지난주에 외국인이 올린 두 개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한 분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도 의지의 작용이 아닌지 궁금하다며 의지를 갖는 것과 자각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께서 명상할 때는 ‘모든 의지를 내려놓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려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도 의지가 아닌지요. 의지와 자각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네, 질문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의지란 ‘호흡을 알아차려야겠다’ 하면서 마음에 힘이 들어가는 겁니다. 즉 애써서 노력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이렇게 의지를 가지고 애를 쓰고 노력하면서 삽니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피곤해지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생살이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알아차림이란 어떤 의지를 갖지 않고 그냥 다만 인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죽비가 제 앞에 있어요.
이 죽비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보고 있어도 죽비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눈은 죽비를 보고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관심만 두면 저절로 죽비가 보여요. 관심을 두면 원래 있던 것을 ‘거기 있구나!’ 하면서 저절로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인지가 된다는 겁니다.
그것처럼 호흡 역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호흡에 관심을 안 두니까 호흡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지를 못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호흡을 하는지 내가 관심을 두면 호흡하는 것이 금방 인지됩니다. 아무런 애를 쓸 필요가 없어요. 평소에는 바닥에 무엇이 떨어져 있는지 지나가도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런 것도 있었네!’ 이렇게 알 때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노력하는 것과 조금 달라요.
먼저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 상태에서 아무 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겠다’, ‘무엇을 안 해야겠다’ 이런 의지를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 눈을 감습니다. 그런 후 호흡을 하는지 안 하는지 콧구멍 끝을 주시해 봅니다. 금방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힘이 안 들어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관심이 콧구멍 끝에만 계속 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데로 자꾸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각을 자꾸 해서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계속 놓치는 거예요. 그래서 명상을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일상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 자리에서 그 상황을 가장 잘 알 수 있게 돼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여기에 늘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난 그 순간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아! 그게 그랬구나’ 이렇게 자꾸 후회하죠.
여러분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금 돌아보면서 그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다고 여기지만, 정작 그 당시에는 그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때가 좋은 줄 그때 알았어야 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가 좋았는지 압니다. 그것처럼 지금이 좋은 줄 ‘지금'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명상을 통해 깨어 있는 연습을 계속하면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낌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알아차리고 있으면 모든 문제에 큰 어려움 없이 대응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주로 감정에 휩싸여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말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욕심에 눈이 어두워 또는 화가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다.’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리석어지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수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평정심 유지하기.
둘째, 지금 여기 깨어있기.
셋째, 그렇게 잘 안 되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하기.
이것은 말로 듣고 이해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고 실제로는 안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에서 체험을 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처님 말씀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것이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직접 내가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만이 나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여러분은 명상을 하고 나서 ‘졸린다’, ‘다리에 통증이 있다’, ‘집중이 안 된다’ 이렇게 많은 얘기들을 하면서 명상이 잘 안 된다고 질문하는데, 제가 볼 때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개의 질문에 대해 더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네, 그럼 직접 해 봅시다. 오늘은 대화가 좀 길어져서 35분 동안 명상을 하겠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하고,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쳤습니다.
탁, 탁, 탁!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명상 잘하셨습니까? 명상해본 소감을 채팅 창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소감이 올라오는 동안 스님은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5일 이상 집중적으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연말 온라인 명상수련을 소개했습니다.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매일 조금씩 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이나 열흘 동안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통증 같은 것은 이 기간 안에 극복해 버려야 합니다. 육체적인 통증을 먼저 극복하고 나서 이렇게 매일 30분씩 꾸준히 명상을 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집중적인 기간 없이 이렇게 하루에 조금씩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명상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다리 아프다’, ‘집중이 안 된다’ 늘 이러다가 끝나게 됩니다. 올해 연말에 다시 5일이나 7일간의 명상수련이 온라인으로 있을 예정이니까 그때 신청하셔서 집중적으로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수십 개의 소감이 채팅 창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채팅 창에 올라온 소감 중 몇 개를 직접 읽어 주었습니다.
“한가위 명상 수련 후 오늘에서야 자세가 편안하여 초반엔 호흡을 잘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다른 장애가 왔습니다.
After the 'Hangawi' meditation session it was only today that my posture felt comfortable to me but now that that's been solved other distractions came to me.”
“호흡에 집중하였습니다. 망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죽비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씩 명상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I focus on the breath although the distraction side managed to maintain the focus and I was surprised when the sound came from the meditation stick.”
“자꾸 힘들었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I recall memories you know past days of suffering.”
“35분이 3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35 minutes felt like 3 hours.”
망상이 계속 올라왔다는 소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망상이 계속해서 올라와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Distractions will not end.”
“네, 망상은 여러분처럼 초심자만이 아니라 아무리 오랫동안 명상을 한 사람도 늘 올라와요. 어떤 상념이나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계속됩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때 ‘망상’이라고 합니다. 망상을 하고 있으면 명상이 아닌 사색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상념들이 떠올라도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호흡 알아차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상념들은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할 뿐입니다.
어떤 생각들이 떠올라도 알아차림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지, 아무런 생각이 안 일어나는 상태가 되는 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지만 호흡에 계속 집중하는 것과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문경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후 다음날 새벽에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명상수련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날씨가 서늘해지고 해가 늦게 떠서 이제 새벽기도와 청소를 하고 발우공양을 한 후 울력을 시작합니다.
행자들은 7시 30분에 밭으로 나갔습니다. 아직 달이 희미하게 서쪽 하늘에 걸려있었습니다.
스님은 새벽에 문경 수련원에서 출발해 7시 무렵에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논 뒤로 가서 밤을 주웠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추석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서 다 주워가겠지만, 어젯밤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다시 많이 떨어졌을 거예요.”
스님 말대로 개울에 밤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논둑으로 드리운 밤나무 가지 아래에도 가 보았습니다. 추수를 앞두고 바싹 마른 논 바닥에도 밤이 콕콕 떨어져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 뒤편에서 밤을 줍고 비닐하우스로 들어서니 초록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명상수련을 하고 온 사이 배추와 무가 많이 자랐습니다. 명상수련 전에 심은 갓도 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농사 창고에 가서 주머니에 가득 찬 밤을 내려놓았습니다. 농사창고에는 행자들이 수확해놓은 가지, 오이, 호박이 바구니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명상을 하는 사이 작물들이 풍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가위와 빈 상자를 들고 다시 비닐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끝에서부터 여린 무를 솎아주었습니다.
실한 무 한 포기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뽑아서 바로 다듬은 후 상자에 가지런히 담았습니다.
구멍마다 무 씨앗을 2-3알씩 심었습니다. 어떤 구멍은 씨앗이 다 싹을 틔우고. 어떤 구멍은 싹이 하나도 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빈 구멍에 뿌리가 튼튼한 무 포기를 옮겨 심었습니다.
“혹시 죽을지도 모르니까 두 포기씩 심어야겠어요.”
하나 남은 무 포기에는 거름을 섞은 흙을 북돋아주었습니다. 계속 일을 하는 스님을 보고 행자가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스님, 단식 후 복식 중이신데 쉬셔야 하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힘든 일이 아닌데요.”
스님은 11시 30분까지 무를 솎고, 점심시간이 되어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10월 26일에 있을 니와노 평화상 수상식에 대한 회의를 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어제에 이어서 니와노 평화상 수상식에 대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온라인 일요명상은 아래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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