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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식 9일째입니다. 오늘로써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4박 5일 동안 300여 명의 대중들과 온라인으로 명상수련을 함께 했습니다. 이번 명상수련은 집에서 혼자 사는 독신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되었습니다.
각자 집에서 어떻게 명상수련에 참가했는지 소감문 발표를 화상으로 연결해서 들었습니다. 대부분이 정해진 계율을 지키며 명상에 참여하느라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얘기 잘 들었어요. 아이고, 그렇게 힘들었어요? 중간에 쉬는 시간을 더 많이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이렇든 저렇든 5일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다 지나갈 거라고 그랬잖아요. 처음에 다리 통증으로 힘들다고 할 때도 제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했었죠. 힘이 들었든 좋았든 다 꿈같은 이야기예요. 어젯밤에 좋은 꿈을 꾸었든 나쁜 꿈을 꾸었든 아침에 눈 뜨고 나면 다 꿈이잖아요. 실제로는 5일 내내 힘들었어도 지금 돌아보면 별 거 아니에요. 마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를 때는 숨이 턱턱 막히고 힘이 드니까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미쳤나? 이 무더운 여름에 무거운 짐 지고 산꼭대기를 간다고 이 고생을 하나?’
이러다가도 정상에 딱 올라서면 ‘정상이다!’ 하고 좋아하면서 내려가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여러분도 이제 명상을 마칠 시간이 되니까 ‘벌써 명상이 끝나다니!’ 하고 아쉬워해야 하는데 ‘휴, 드디어 끝났다!’ 이러는 걸 보니 정말 힘들기는 힘들었나 봐요. 오히려 ‘스님, 내친김에 5일 더 합시다!’ 이래야죠. (웃음)
명상을 마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지난 5일 동안 어떻게 했든 다 잘했다는 거예요. 방금 이런저런 소감을 발표했는데 5일 내내 잠만 자도 잘한 것이고, 5일 내내 통증과 싸워도 잘한 것이고, 5일 내내 망상만 피워도 잘한 겁니다.
제가 왜 잘했다고 할까요? 이번 명상수련 5일은 여러분이 직접 체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상이 좋다는 말을 아무리 많이 들어도 내가 직접 명상을 해봐야 알 수 있어요.
‘명상을 실제로 해보니 다리가 아프구나, 졸리는구나, 망상이 많구나, 집중이 안 되는구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5온, 12처, 18계, 4성제, 8정도가 어떻고 제 법이 공하니 어떠니 했던 건 다 들은 얘기에 불과해요. 불교가 위대하다는 것도 다 생각일 뿐이에요. 누가 이 음식이 세계 최고의 음식이라고 해도 막상 내가 한 숟가락 딱 떠먹어 보면 쓰고 짜서 많이 못 먹는 것과 같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명상이 좋다고 해도 내가 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어요.
큰스님들 법문을 들어보면 명상을 할 때 ‘생각을 끊어라’, ‘생각을 내려놓아라’ 이렇게 말합니다. 들을 때는 쉽게 될 거 같죠. ‘놓으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놓아지나요? 안 되잖아요. 제일 중요한 건 경험이에요. 직접 해보면 말처럼 안 되더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현재 내 상태는 이렇구나’ 하고 알게 된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거예요. 여기가 출발점입니다. 호흡이 여실히 관찰되는 건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예요.
저는 명상 자세로 앉아 있으면 여러분보다 다리가 덜 아파요. 제 몸이 명상하기 좋은 몸이라서 그런 게 아니에요. 머리 깎고 승복을 입으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십 년 동안 명상수련을 하면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몸이 그렇게 적응을 한 거예요. 그래서 오래 앉아 있어도 다리가 덜 아픕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처음 하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골대에 농구공을 잘 집어넣으면 그 사람은 원래 공을 잘 집어넣는 게 아니라 연습을 많이 한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초보자니까 공이 안 들어가는 겁니다. 목표는 공을 던져서 골대에 넣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10번 던지면 10번 다 안 들어가요. 그러면 나는 능력이 없는 걸까요? 아니에요. 그만둬야 할까요? 아니에요. 나는 아직 목표를 향해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목표만큼 안 되는 건 장애도 아니고 죄도 아니에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에요. 처음 하면 누구나 다 그래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은 하루만 다리가 아프고 다음 날부터는 안 아프다더라’ 하면서 부러워하는데, 그 사람들은 신체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아니면 매일 명상을 연습했을 수도 있어요. 열 명 중에 한두 명은 하루 이틀 지나면 적응을 하기도 합니다. 열 명 중에 다섯 명은 4일이 지나야 적응을 해요. 열명 중에 한두 명은 일주일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되기도 합니다. 적응이 안 되는 사람도 잘못 된 게 아니라 출발 지점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다들 신체구조가 똑같지 않고 건강 상태도 똑같지 않으니까요.
소감문 발표 중에 어떤 분은 통증에 굉장히 민감해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셨다고 했는데요. 저도 명상을 처음 할 때는 통증이 엄청났습니다. 칼로 뼈를 도려내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느끼는 통증을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결국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울며불며 힘들다고 해도 저는 자신 있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 줍니다. 제가 안 해봤으면 여러분이 아파 죽겠다고 할 때 저도 겁이 덜컥 날 지도 몰라요. ‘저러다가 어디 부러지는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죠. 어쩌면 제가 여러분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고 극복했기 때문에 여러분을 이해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겁니다.
명상을 시작할 때는 출발 지점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첫 계단부터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세 번째 계단, 다섯 번째 계단부터 올라가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바탕 위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지금 현재만 보면 저 사람이 나보다 앞서 있고, 나는 뒤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올라가야 할 수천 개의 계단 위에서 지금 위치를 바라보면 한 계단, 두 계단 차이는 똑같은 거예요. 지금 이 자리에서 보니까 한 계단, 두 계단 차이가 엄청나 보이는 겁니다.
운전면허 시험도 한 번 만에 합격하는 사람이 있고, 여러 번 떨어지는 사람도 있죠. 그러면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높을까요, 열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높을까요?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높습니다. 운전은 한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열 번 만에 합격한 사람은 평소에 훨씬 더 주의해서 운전을 합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에요. 면허를 딸 때까지는 한 번 만에 합격한 것과 열 번 만에 합격한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나지만, 면허를 따고 난 뒤에는 다 똑같아요.
이제 막 명상을 시작한 사람이 지금 있는 조금의 차이를 갖고 능력이 있느니, 없느니, 나는 되느니, 안 되느니 이렇게 말하는 건 나중에 지나 놓고 돌아보면 다 꿈과 같은 소리입니다.
‘난 몸은 건강하구나’
‘몸이 피곤한 줄 알았더니 몸은 괜찮네’
‘내가 몸이 괜찮은 줄 알았더니 문제가 좀 있구나’
‘내가 집중력이 좋은 줄 알았더니 집중력이 진짜 없네’
‘내가 심리가 안정된 줄 알았는데 눈 감고 가만히 있어보니 엄청나게 심리가 불안하네’
명상수련을 통해서 자기 상태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큰 성과입니다.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이게 실제 자기의 모습이에요. 우리 대부분은 자기를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해서 우월의식을 가지고 삽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가볍게 살라는 겁니다.
저도 여러분이 ‘법륜스님, 법륜스님’ 하니까 제가 무슨 별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 내려와서 농사를 짓고 사는데, 동네 어르신들은 저를 그냥 농사꾼으로 취급해요. 뭘 잘못하면 욕도 얻어먹고 삽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저를 그냥 동네 사람으로 보니까요. 그런데 누가 자꾸 떠받들어 주면 자기가 굉장한 사람인 줄 착각합니다. 특히 종교인들 중에 그런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그 개인을 아주 불행하게 만들죠.
실제로 명상을 깊이 해보면 ‘내가 별거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오래 앉아 있으니 다리 아프다고 아우성, 밥을 조금 먹었더니 배고프다고 아우성, 이렇게 늘 욕구에 끄달리는 자신을 보게 되거든요. 먹는 것에는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실제로 한 번 굶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경험해 본 것 자체가 다 잘한 거예요. 호흡이 잘 관찰됐다면 잘한 것이고, 호흡을 관찰하지 못했다면 잘못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명상을 잘못한 것이라면 명상을 하다가 팽개치고 그만두어 버린 겁니다. 조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5일간 계속 조급하게 명상을 했다고 해도 잘못한 게 아니에요. ‘아무리 한가하게 놀아라 해도 조급해지는 게 내 성질이구나’ 이렇게 내 업식을 안 것만 해도 굉장한 성과입니다. 5일 동안 이것 하나만 알아도 엄청난 겁니다. 모두 잘하셨어요.”
소감문 발표 내용 중에는 호흡에 또렷이 집중하지 못해 자책감이 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스님의 정리 말씀을 듣고 나니 모니터 화면 속 소감문 발표자들이 얼굴이 다시 밝아졌습니다.
마지막 회향 법문에서는 스님이 지도한 명상이 부처님의 어떤 말씀에 근거한 것인지 알려주며 ‘염처경’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참가한 모든 대중을 위해 발원 기도를 해주며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쳤습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평화와 행복이 있기를...”
방송을 끝낸 후 스님은 4박 5일 동안 밤낮으로 방송 중계를 담당해 준 방송팀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후에는 계곡을 산책하면서 밤을 주웠습니다.
단식 9일째인 스님의 얼굴은 더욱 맑아졌고, 몸은 더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해 온 온라인 일요명상을 평소와 똑같이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26주째 진행된 일요명상 소식은 내일 소식에 함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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