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1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2일째
“깨어 있으려고 하면 긴장이 됩니다.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깨어있죠?”

안녕하세요.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2일째입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온라인 속 대중과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9월 24일 수행법회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을 한 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깨어 있으려고 하면 긴장이 됩니다. 어떻게 편안한 마음으로 깨어있죠?

“온라인 정토불교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며칠 동안 일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깨어 있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깨어있기가 긴장하라는 뜻은 아닐 텐데요.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깨어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노력은 안 하고 공짜로 먹으려고 하네요. 군인 중에 보초를 서는 경계병이 있죠. 경계병이 적이 오는지 주위를 살피면 바로 긴장이 됩니다. 긴장을 바짝 해야 주위를 살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긴장을 하면 힘이 들고 지쳐요. 1시간은 긴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피곤하니까 정신을 놓아버립니다. 긴장을 풀면 휴식은 되는데 멍청해져요. 알아차림이 없어집니다.

수행은 긴장을 해서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가운데 깨어있기’입니다. 보통 편안하면 멍청해지고, 깨어 있으려고 하면 긴장하잖아요. 이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곧 선정을 닦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연습을 해야 합니다.

명상수련에서도 편안한 가운데 호흡을 뚜렷이 알아차리는 연습을 합니다. 명상을 할 때 그냥 호흡을 알아차리면 힘이 들지 않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애를 쓰고 긴장하면 힘이 들어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하고 앉아만 있었는데도 애를 쓰면 밤에 곯아떨어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명상이 너무 힘드니까 하기 싫어져요. 아무 할 일 없이 앉아서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안 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대부분 정신을 바짝 차리면 긴장을 하고, 편안하면 멍청해져요. 긴장해서 알아차리는 정도는 세상 사람들도 다 하는 겁니다. 그러나 계속 긴장할 수는 없으니까 긴장을 풀면 사고가 생겨요.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리면 영원히 알아차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면 힘이 하나도 안 드니까요. 우리는 대부분 알아차리려고 긴장하고 조급해합니다. 조급하면 오히려 정신을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편안해야 더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래서 명상을 통해서 편안한 가운데 깨어있는 연습하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편안함과 깨어있음이 모순 관계입니다. 편안하면 멍청해지고 졸리고, 깨어있으려면 긴장하고 힘이 들어요. 힘드니까 쉬고, 쉬면 또 멍청해집니다. 질문자가 일상에서 직접 연습을 해서 이 모순 관계를 통일해야 해요. 그래서 편안한 가운데 뚜렷이 깨어있음을 유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편안한 가운데 깨어있으면 힘이 들지 않고, 따로 쉬어야 할 일도 없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깨어있는 상태가 가장 쉬는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명상을 하면 그동안 긴장하면서 쌓인 피로가 풀리고 멍청했던 정신이 맑아집니다. 육체에 쌓인 피로가 풀리고 정신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는 거예요.

일상에서도 명상을 할 때처럼 편안하게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상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하거나 멍청해지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째, 나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명상을 통해서 풀어야 합니다. 둘째, 명상에서 연습한 것을 일상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명상으로 해소하는 것은 이미 도진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습니다. 치료보다 더 좋은 것은 예방입니다. 치료가 명상이라면 예방은 일과 수행의 통일이에요. 일과 수행이 통일되면 따로 스트레스를 풀 필요가 없어집니다.

일상도 명상하듯 살면 피로가 덜 쌓이겠지만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세수하듯이 매일 명상을 하면 좋습니다. 그래도 살다 보면 때가 묻어요. 우리가 매일 씻지만 가끔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려 보면 때가 나오잖아요. 그처럼 1년에 한 번은 5일이나 10일씩 집중적으로 명상을 해서 묵은 때를 벗겨내면 좋아요. 그래서 매일 수행을 하고, 1년에 한 번은 집중해서 명상이나 수련에 참가하라고 하는 거예요.

제일 좋은 것은 일상에서 깨어있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늘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은 좀 집중적으로 깨어있기를 하고, 또 1년에 한 번은 며칠 수련원에 들어와서 집중적으로 깨어있기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은 전원이 모여서 명상을 하고, 두 번 다 참가하기 어렵다면 1년에 한 번은 꼭 하라고 하는 거예요. 정회원은 일 년에 한 번 이상 수련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매일 아침에 기도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법문을 듣고, 1년에 한 번은 집중 수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수행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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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즉문즉설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4-18 23:35:32

김성환

지혜로우신 스님. 오늘도 배움니다 감사합니다.

2020-10-11 04:39:57

보각

일상에서 깨어있기 . 일과수행의 통일. 편안한 가운데 또렷이 알아차림. 1년에 1,2회 수련
스님 고맙습니다

2020-10-08 1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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