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0.2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3일째
“남편과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요”

안녕하세요.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3일째입니다. 오늘도 스님은 하루 종일 온라인 속 대중과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9월 18일 정기법회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을 한 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멍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제 문제인 줄 알면서도 늘 긴장감이 있고 편안함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남편이 외국인이에요?”

“한국 사람입니다.”

“남편의 성격이 강직하거나 엄격한 편이에요? 아니면 도덕적으로 굉장히 똑바르기 때문에 질문자가 위축되는 거예요? 자기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아요? 질문자가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스스로 남편보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네요.”

“방금 스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대부분 해당합니다. 남편은 워낙 말을 잘합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제가 잘못한 것으로 얘기가 흘러가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남편이 질문자보다 많이 배웠어요?”

“남편은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가 잘못을 할 때마다 남편에게 지적을 자꾸 받아요?”

“네.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에요.”

“어떤 식으로 지적해요? ‘그것도 모르나’ 이런 식으로 지적하나요?”

“사회 이슈에 관해 얘기할 때 제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네?’라고 말하면 남편은 저를 굉장히 무시하는 투로 얘기합니다. 음식을 할 때도 ‘이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하나?’라고 합니다. 모든 일이 지적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늘 위축됩니다. 제가 뭘 하려고 하면 남편은 ‘네가 그거 할 수 있겠나?’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 잘못을 저질러서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서 야단맞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말문이 막혔던 경험이 혹시 없었어요?”

“아버지에 대해서 그런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제가 남편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어렸을 때 형성된 트라우마 때문임을 마음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극복이 잘 안 됩니다.”

“남편은 질문자를 상처 주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생각대로 편안하게 얘기하는데 그 말이 질문자에게는 상처가 되는 겁니다. 아내의 마음을 다 이해해서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도 안 됩니다. 그걸 상대에게 기대하는 건 무리예요. 남편은 의도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자기 성질대로 말하는 건데 그게 질문자에게는 상처가 되는 거예요.

첫째, 정신과에 가서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을 받으면서 상처를 먼저 치료하는 게 필요합니다. 수행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현실에서는 쉽게 극복이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기적으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먼저 이해하기

“잘하셨어요. 둘째, 아버지께 기도를 하면 좋습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그런 게 아니라 내가 훌륭한 딸이 되도록 더 잘 키우려고 하다 보니 그랬던 겁니다. 사극을 보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완벽한 왕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잖아요. 영조도 왕으로서 자격이 부족했던 자기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자식에게 그랬던 겁니다. 그것처럼 아버지도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고 딸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잔소리가 많아진 것이에요. 질문자가 어릴 때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돌아보면 아버지 나름대로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아버지, 미안합니다. 그때는 제가 어려서 그게 사랑인 줄 모르고 상처가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 나름대로 저를 사랑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참회의 절을 하면 상처가 조금씩 치유됩니다. 남편한테도 기도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버지한테 먼저 해보세요. 이렇게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먼저 치유하고 난 후 남편한테도 이렇게 기도하면 됩니다. 남편의 말버릇은 질문자가 지금 고칠 수 없어요.”

“네.”

“참회 기도를 자꾸 하다 보면 남편의 지적을 웃으면서 받아내는 힘이 생겨요.”

“네. 잘하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남편과의 갈등을 유머스럽게 풀어가는 방법

“자기도 자존심을 세우니깐 그렇게 되는 겁니다. 자꾸 논리적으로 따져서 남편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어리광도 부리면서 유머러스하게 접근해 보세요. 어리광 부리는 건 잘 못하겠어요?”

“잘 안 되더라고요.”

“남편이 질문자를 이성적으로 자꾸 지적하니까 오히려 질문자는 정서적으로 접근해 보라는 거예요. 남편이 ‘그것도 못해?’ 하면 상처를 받거나 죄를 지은 것처럼 느끼지 말고 오히려 그 일을 남편에게 부탁하는 방향으로 말해보세요.

‘제 솜씨가 이것밖에 안 됩니다. 여보 좀 가르쳐 주세요.’

반발도 하지 말고, 위축도 되지 말고 ‘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보통 상대가 그렇게 말하면 마음이 위축되고 자격지심이 생깁니다. 아니면 반발감이 생겨서 ‘네가 다 해라!’ 하면서 탁 집어던지게 되죠.

이걸 극복하려면 조금 유머스럽게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잘 안 되지만 자꾸 노력을 해보세요. 지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 말이 맞네. 그러면 당신이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이렇게요. ‘그것도 못 하나?’ 하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내가 잘하면 여기 있겠어요? 못 하니 당신 밑에 붙어살지. 그러니 당신이 도와줘요’

이렇게 내치지도 말고, 위축되지도 말고, 그 말을 받아내서 다시 요청하는 쪽으로 말해보는 것이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연습을 한번 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째, 병원에 가서 상담 치료를 받을 것. 둘째, 아버지에게 참회기도와 감사기도를 할 것. 셋째, 남편과의 대화에서 유머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접근해 볼 것. 이렇게 하나씩 해보면 문제가 조금씩 풀릴 겁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부모가 잘 알고 있다면 자식들의 심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절대 화내거나 짜증을 내면 안 됩니다. 무조건 하자는 대로 해줘도 안 됩니다. 부모는 항상 따뜻하게 아이들을 대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부모의 말과 행동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게 되고, 아이들도 그 까르마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똑같이 성질을 내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랄 때는 ‘나는 절대 부모처럼 안 하겠다’ 이렇게 다짐을 하지만 나중에 자기들도 부모가 되면 결국엔 자기 부모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업을 내 선에서 끊어줘야 합니다. 내 선에서 빚을 모두 청산해 버리고, 아이들에게는 그 빚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해요. 결혼하기 전에 이런 상처를 모두 치유하면 결혼한 후엔 그 업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아이들한테 상처 줄 것 다 주고 나서 나이 오십이 된 후에 이렇게 스님에게 찾아오니 자기 치유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업은 이미 아이들한테 넘어간 상태예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왜냐하면 대부분 나이가 오십이 넘어야 이런 법문이 귀에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20대 때는 이런 법문이 귀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방법이 없어요.

이미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지금이라도 부처님 법 만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식이고 뭐고 간에 일단 나부터 괴롭지 않게 사는 것이 중요해요. 부모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든, 집안이 어떻게 됐든, 세상이 어떻게 됐든, 그 속에서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가져야 합니다.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가면 웃으면서 다시 집을 지어야 하고, 또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가면 다시 또 집을 지어야 하는 게 인생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떠내려간 집만 생각하면서 울고만 있습니다. 그래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내가 아무리 집을 열심히 지었어도 집이 떠내려가 버렸으면 새로 시작을 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집이 낡아서 뜯고 새로 지으려고 했는데, 잘 됐다! 차라리 새로 짓자.’

이렇게 이미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늘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전체댓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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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즉문즉설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4-19 23:20:55

권서라

병 도져요 사람 변하지 않습니다 저도 이혼하고 편하게 살고싶네요

2020-11-16 01:05:28

전은주

대부분 나이가 오십이 넘어야 이런 법문이 귀에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스님 딱 맞는 말씀 같습니다. ^^ _()()_

2020-10-23 12: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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