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22 종교인 모임, 한겨레신문 인터뷰
“지금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열리는 날입니다. 어젯밤 두북 수련원에서 서울 정토회관으로 올라온 스님은 아침 일찍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교령님, 주교님이 속속 도착했고, 평화재단 현관 입구에서는 마스크를 낀 실무자들이 발열 체크를 했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이웃 종교인들을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악수는 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한 달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아침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목사님에게 기도를 청했습니다.

“목사님, 기도해 주세요.”

김명혁 목사님이 식사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죄와 허물 밖에 없는 우리들을 아직까지 살려주시고 생명 주시고 건강 주시고, 오늘도 이렇게 좋은 대화 모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심부름꾼이 되어 계속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를 축복해 주시옵소서. 정성껏 마련해주신 이 음식을 먹고 남북의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힘껏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멘!”

스님은 오늘 차린 밥상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오늘 음식은 저희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만 사용해서 만든 겁니다. 고구마줄기, 호박, 늙은 오이, 부추, 풋고추, 가지, 고추장 모두 저희들이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지어서 만든 거예요.”

“완전히 유기농으로만 준비하셨네요. 이 땅콩도 직접 농사지으신 거예요?” (웃음)

“네. 그렇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오늘의 대화 주제인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국민들이 다들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협치를 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도 주어야 할 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혹시 남북 관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척이 되고 있는 소식이 있습니까?”

종교인분들은 현재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나누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습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북한의 국경이 완전히 닫혀 버렸습니다.”

“북한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식량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고난의 강행군 시절이나 지금의 어려움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그때보다 어려움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가 쌀을 몇 백 톤이라도 갖고 북한에 들어갈 수는 없을까요?”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지원을 해주길 원하면서도 지원을 안 받는다고 한다고요?”

스님은 지금 북한 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예상해 보며 말했습니다.

“몇 백 톤이 아니라 1만 톤을 준다고 해도 안 받는다고 합니다. 2년 전에 정토회 회원들이 열심히 모금을 해서 JTS를 통해 1만 톤을 지원할 때보다 지금 식량 사정이 더 어려워 보여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경이 막힌 데다가, 이번 여름에 홍수 피해가 남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국토가 거의 초토화되었다고 보시면 돼요. 이 상황이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데도 문을 꾹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다만 90년대 중반과 지금의 차이는, 그때는 모든 인민이 배급을 받다가 배급이 딱 끊어지는 바람에 대량 아사를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자기가 노력해서 벌어먹고 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겁니다. 배급을 할 때는 식량 부족이 정부의 책임이었는데, 지금은 배급 체제가 아니니까 정부의 책임은 아닌 거예요.

식량 부족으로 지금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국정원장도 교체하고, 통일부 장관도 교체하고, 남한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같은데,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종교인분들은 각자 나름대로 지금의 정세를 분석해보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특별히 참가한 윤이상평화재단 신계륜 이사장님도 남북 문화 교류 상황을 공유해 주며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남한 정부도 노력은 하는데, 북한에서 응답이 없는 것 같아요. 아마도 북한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남한 정부와 대화를 해 본 결과 남한은 미국 말만 듣지 직접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는 불신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국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스님은 통일을 위한 민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음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정상회담까지 하고 나서부터는 민간의 역할이 오히려 축소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남한의 민간단체를 상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수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못하게 했고, 진보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다 해버리니 결국 민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머문 경험이 있는 박종화 목사님은 서독과 동독이 어떻게 통일을 해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홍수 피해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2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다음 모임 날짜를 잡고 마칩시다.”

10월 모임 날짜를 확정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하며 최근 남북 관계와 정세, 그리고 평화재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12시 30분에는 내년에 정토회관 개관 기념법회 준비팀과 불교 사회사상 강의를 어떻게 구성할 지에 대해 회의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스님과 직접 회의를 하고, 다른 법사님들은 화상으로 참가했습니다.

먼저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준비한 사회사상 기획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스님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기획안을 잘 마련해 주셨는데, 전체 내용 중에 빠진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큰 차별의 문제는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인종 차별, 계급 차별, 성 차별, 종교 차별, 민족 차별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만 큰 목차에 들어있고, 다섯 가지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목차가 없네요. 인종 차별이나 계급 차별, 성 차별은 소수자 차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가령 아프리카에서 백인이 흑인을 차별할 때는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소수자 차별이라기보다는 엄격하게는 지배 질서와 관련이 깊습니다.

반면에 오직 소수라는 한 가지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지 숫자가 적을 뿐인데 다수가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바라본다는 거죠. 아시아 문화에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나이를 갖고 차별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이게 어디 나이도 적은 것이 어른한테 덤비냐?’, ‘이게 어디 스님한테 덤비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모두 차별에 해당해요. 이런 차별 문제는 평등성과 공정성에 관계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상으로 참여한 법사님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목차만 봐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강의 하나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세부 내용을 기획해 와서 더 깊이 논의해 봅시다.”

강의 내용이 기획되는 대로 틈틈이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후 2시부터는 행정처와 하반기 스님의 강의 일정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온라인 수행법회, 온라인 정기법회, 온라인 통일 체육축전, 온라인 용성조사 오도일 기념식, 온라인 통일의병대회, 온라인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과 졸업수련 등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날짜를 확정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했고, 오후 5시에는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다음주부터 ‘인생 멘토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기획 연재를 시작하는데, 첫 번째 멘토로 법륜 스님을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한겨레신문 조현 기자님은 종교 전문 기자로 오래 전부터 스님을 자주 취재해 온 분입니다. 스님은 농사를 짓고 있는 스님의 최근 근황부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법까지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대해 막힘 없이 답변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후 스님은 기자님에게 스님의 책을 사인해서 선물했습니다. 오늘 인터뷰한 내용은 다음주 수요일(9월 30일) 발행되는 한겨레신문에 특집 기사로 실릴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오전에는 온라인 수행법회를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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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배이현미

스님~^^ 건강발원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정상회담까지 하고 나서부터는 민간의 역할이 오히려 축소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남한의 민간단체를 상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수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못하게 했고, 진보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다 해버리니 결국 민간의 역할이 없어지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_()_

2020-09-28 17:14:00

박용삼

감사합니다. 어서 남북간 교류가 이루어지어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합니다. #땡큐평화

2020-09-28 15:36:29

보각

스님 고맙습니다.

2020-09-28 09: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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