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23 온라인 수행법회
“헤어진 남편이 아이들과 통화하면 불편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서울 정토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에서 회의를 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 일찍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어제는 각 종교 지도자들과 모여서 남북 관계와 한국 사회 내의 여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북한 전문가들과 모여서 현재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떤지, 쌀값이나 옥수수 가격, 환율이 어떤지, 홍수 피해로 인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끝내고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오전 10시에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법문을 하는 날이면 법당은 사람들로 꽉 차곤 했는데 빈 법당에 카메라만 세워두고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카메라만 앞에 두고 법문을 하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

스님은 먼저 북한 주민들이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홍수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합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느 광산 지역 한 곳에서만 1만 명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고 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홍수 피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도 도당 책임비서를 그 자리에서 교체하고, 평양의 열성 당원 1만 명을 함경도로 보내서 피해 복구를 하도록 할 정도였어요. 어지간하면 내색을 안 하는 북한인데도 이런 것을 보면 온 사회가 피해 복구에 나선 것 같습니다.

또다시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

그런데 가까이에 있는 남한이 이런 수해 피해 복구를 도울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의 갈등 때문에 전혀 도울 수가 없습니다. 1995년 대홍수 이후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일어날 때는 저도 그 사태를 너무 늦게 알았어요. 알고 나서 아무리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1년이 걸리고 2년이 걸리다 보니까 결국 수백 만 명의 인명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려면 북한의 사정을 늘 주시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즉각적으로 지원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겠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고, 남한에서도 현재 민간단체가 지원할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이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픔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현재 여러 방면으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남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장사가 안 되거나 직장을 잃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재정 지원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남한도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식량 부족이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면할 수 있는데, 북한은 식량 부족으로 인한 배고픔과 수인성 전염병, 약품 부족으로 인해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

우리가 아직 북한 주민들을 직접 도울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라도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어렵긴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기꺼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남한 국민들에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행복학교’를 확산해서 괴로움을 덜어주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서 식량과 약품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줍시다. 이렇게 하면 우리 스스로에게도 보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9월 넷째 주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총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고, 1명이 서면으로 스님에게 질문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한 분은 헤어진 남편이 아이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편안해질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헤어진 남편이 아이들과 통화할 때 불편해요

“남편과 헤어져서 아이들과 살고 있습니다. 남편을 원망하면 아이들에게 안 좋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아빠를 만나게 해 주고, 친가에도 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통화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고 만나기도 싫다는 생각이 올라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어떻게 기도하면 될까요?”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 법륜 스님의 마음이에요, 질문자의 마음이에요?”

“제 마음입니다.”

“그렇죠. 질문자의 마음인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내 마음이 불편하면 내가 내 마음을 살펴보면 되잖아요.

‘아이가 자신의 아빠와 얘기하는데, 그 소리를 듣는 내가 왜 불편하지?’

이렇게 자기를 살펴보면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사실은 불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잖아요. 질문자는 이미 남편과 헤어졌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기 아빠와 대화하는 것은 질문자와는 아무 관계없는 얘기이니까요. 옛날에는 질문자의 남편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질문자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아직도 자기 남편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아이가 선생님이나 친구와 대화한다면, 특정한 사건인 경우가 아니라면 질문자가 기분 나쁠 이유가 하나도 없을 거예요. 상대가 아이 아빠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다는 건 질문자가 그 남자와 이혼을 해놓고도 무의식 세계에서는 ‘내 남자다, 내 남편이다’ 이렇게 아직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도로 결합을 하면 되지요. (웃음)

질문자는 전 남편이 찾아와서 ‘내가 당신 뜻을 몰랐다. 날 받아줘’ 이렇게 무릎 꿇고 싹싹 빌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와서 빌지는 않고 전화나 해대니까 기분이 나쁘겠죠.”

“남편과 지내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 인간을 딴 여자가 얼른 데려가 버리면 속이 시원해야죠.”

“저도 이제는 행복하고 싶고, 남편 역시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한데...”

“그건 마음에 없는 소리 같은데요. 나하고 헤어진 그 인간이 벌을 팍 받아서 엄청나게 괴로워하거나 못된 여자를 만나서 죽을 고생을 해야 내 마음을 알아주죠. 솔직해야죠.” (모두 웃음)

“진심입니다.” (질문자 웃음)

“무슨 진심이에요? (모두 웃음)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지, 마음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마음이 그러면 기분 나쁠 리가 없어요.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벌써 마음이 언짢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내 남자’라는 생각을 질문자가 먼저 버리세요. 이혼을 했다면서요. 이혼했는데 왜 아직 그러고 있어요?”

“아직 호적 정리는 안 한 상태예요.”

“아직 미련이 있네요. 그렇게 혼자 앉아서 기분 나빠하지 말고 얼른 가서 다시 잡아와요. (모두 웃음) 지금은 버티면서 자존심 싸움하는 거잖아요. 상대가 와서 먼저 빌기를 바라는 거예요. ‘내 다시는 안 그럴게. 당신 마음에 들게 할게’ 이렇게 와서 빌면 좋겠죠? 그런데 그 인간도 자기 자존심 딱 세우고 ‘네가 와서 나한테 먼저 빌어라’ 이러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부부 사이에 ‘네가 나한테 빌어라’ 이러는 거나, 남북 간에 줄다리기하는 거나 똑같아요. 남한은 지금 북한에게 ‘야, 수해 나서 어렵지? 네가 도와달라고 하면 내가 얼마든지 도와줄게!’ 이러고, 북한은 수해가 났는데도 ‘네가 많이 준다고 하거나 조건 없이 준다고 하면 내가 받아줄게!’ 이러고 서로 자존심 싸움하는 거예요. 스님 같은 사람은 저쪽에서 달라고 하지 않아도 먼저 ‘아이고, 어렵지?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니까 딴 사람 건 안 받아도 JTS의 도움은 받았던 거예요. 그런데 이쪽에서 ‘줄까? 필요하면 말해!’ 이러면 상대도 자존심이 상하니까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라고 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그러지 뭐. 자기가 안 달라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줘?’ 이러는 거예요.

질문자도 그러고 있는 거예요. 지금 남북 관계나 질문자 부부 사이나 똑같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먼저 가서 엎드려서 좀 빌어보세요.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시 같이 살자. 애들이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면 남편이 찾아와서 ‘잘못했다. 앞으로 당신 마음에 들도록 잘할게’ 이렇게 싹싹 빌면 받아줄 의향은 있어요?”

“...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어서...”

“아니 그렇게 한다면 받아줄 의향은 있어요?”

“...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딱 정을 끊어야죠.”

“어떻게 끊어야 할지...”

“어떻게 끊어야 할지 묻는다는 건 미련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싫다면서요? ‘와서 싹싹 빌더라도 네 꼴은 보기 싫다’ 이렇다는데 정이 이미 끊어졌지, 어떻게 끊기는요. 안 그러니까 지금 ‘정을 어떻게 끊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정말로 미련이 없다면 저한테 이렇게 말해야죠.

‘저는 정이 벌써 끊어졌어요. 그 인간이 와서 돈을 준다고 하든, 싹싹 빌든, 사랑한다고 하든, 저는 이미 끝난 얘기입니다. 저는 아무 미련이 없습니다.’

이렇게 딱 정리가 되면 애들이 아빠와 뭘 하든 내 마음은 편안해요. 나하고는 부부 관계가 끝났지만 애들에게는 아빠잖아요. 아빠와 자식이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내가 기분 나쁠 게 뭐가 있어요? 더 나아가서, 가능하다면 애들도 그 집에 가면 더 좋죠.”

“그건...”

“그러니까 질문자가 정이 덜 끊어졌다고 하는 거예요. 가버리면 나는 딴 남자 만나도 되고 애 안 키워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내가 애들더러 가라고 하면 내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지만 애들이 나서서 가버리면 내 책임하고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필요하고, 아이들이 필요 없다면 내가 딱 물러서줘야 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아이들이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건 엄마가 아니죠.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해요.

‘너희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너희를 돕겠다. 그러나 너희가 필요 없다고 하면 언제든지 오케이다. 너희는 너희 인생을 살아라. 나는 내 인생을 살겠다.’

그래서 애들이 아빠와 연락해도 좋고, 아빠한테 가도 좋아야죠. 애들이 혹시라도 아빠하고 연락하다가 가버리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있으니까 기분이 나쁘거나 걱정이 되는 거예요. 가도 좋은 일이고, 안 가도 내 자식이니까 내가 당연히 키우면 되는데 왜 그게 기분 나쁘겠어요? 기분 나쁘다는 것은 아직 미련이 남았다는 뜻이에요. 집착이 남아서 그래요.”

“네... 이 집착을 끊으려면 수행할 때 어떻게 기도하면 될까요?”

“그 남자하고 같이 살고 싶지가 않다면서요? 그러면 이미 끝났지, 뭘 또 끊어요? 이미 끊었는데요.”

“... 네.” (모두 웃음)

“손에 뭘 쥐고 있어서 뜨거울 때 ‘앗, 뜨거워!’ 하고 놓으면 끝이잖아요. 질문자는 그걸 내내 쥐고서 ‘뜨거워요, 뜨거워요, 뜨거워요’ 하면서 ‘어떻게 놔요, 어떻게 놔요’ 이렇게 저한테 자꾸 물어요. 어떻게 놓긴요, 그냥 놓죠. 그 사람이 싫다면서요? 싫으면 이미 끝난 거예요.”

“.... 그냥 놓겠습니다, 스님.”

“그냥 놓겠다는 말도 안 맞아요. 이미 끝났으니 놓을 것도 없어요.”

“... 네, 놓을 것도 없습니다.” (웃음)

“그렇게 거짓말하지 말고, 가서 싹싹 빌고 그냥 데려와 사세요. (모두 웃음) 수준이 그거밖에 안 돼 보이는데 자존심 세우지 말고요. 딴 여자가 데려가면 또 아까울 거예요. 지금은 아무도 안 데려가니까 상대가 나한테 와서 빌기를 바라지만 딴 여자가 채가면 또 아까워서 어떤 마음이 들지 몰라요. 괜찮겠다 싶으면 빨리 데려오고, 아니라면 딱 정리를 하세요.

‘당신이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흔들릴 일 없어. 애들 아빠로서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건 몰라도 부부 관계는 끝이야. 남녀 관계는 당신 하고는 끝이다.’

이러면 아무런 미련을 가질 게 없어요.”

“... 네.”

“그리고 약간이라도 미련이 있다면 상대가 아주 가버리기 전에 빨리 가서 잡아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웃음)

다음 질문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대 휴가 연장 의혹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지 올바른 관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이 답답합니다

“최근 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연장 의혹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불공정에 대해서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가 큰 것 같습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려우니 모두가 힘을 합쳐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는 게 가장 급한 과제일 텐데, 정부나 여야 정치인, 언론인들이 정쟁에만 집중하고 미래를 준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점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정치인이 아니고 일반인이라면 변호사를 동원해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됩니다. 그러나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건 국민들이 볼 때 오해할 소지가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사과를 먼저 하는 게 필요해요. 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처벌을 받겠습니다’ 이렇게 오히려 빨리 검찰이 조사를 하도록 권고를 해버렸다면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전 국민에게 받는 길이 있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건 제 개인의 생각이에요. (웃음)

그런데 법률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즉 정치를 법률로 접근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갈등이 심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

또 반대로, 정치적 공세를 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인 것처럼 제기했기에 오히려 문제가 됐어요. 요즘 젊은이들한테 물어보니까 이렇게들 얘기합니다.

‘전화로도 휴가 연장 신청이 되는데요?’

그런데 법무부 장관을 공격하는 쪽에서는 마치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만든 것처럼 얘기하다 보니까 서로 양 극단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양쪽이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한 발씩 물러섰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이렇게 하면 좋았겠죠.

‘그런 법은 있지만 이번 경우가 그 법에 해당이 되느냐? 설령 된다 하더라도 이게 보편적이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느냐?’

또 문제를 제기받는 쪽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데에만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정치인의 문제이고 정치적 공세니까 이렇게 반응하면 좋았을 거예요.

‘아, 도덕적으로는 좀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제 위치에 걸맞게 조심해야 하는데 주의가 부족했습니다.’

양쪽이 이렇게 접근을 했으면 좀 더 조기에 갈등이 진정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치인들이 이렇게 국민을 피곤하지 않도록 정치를 해나가면 좋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지쳐 있는데, 정치인들이 계속 극단적으로 갈등을 일으켜서 국민을 더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사업도 안 되고 장사도 안 되고 외출도 못 하고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희망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스님도 질문자와 같은 생각이에요. 더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처럼 정치인들이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일이 있을까요?”

“제일 좋기는 선거로 심판하는 게 제일 좋은데 선거도 다 끝나버렸어요. 다음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우리가 투표로 압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그 다음은 여론을 형성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의 여론이라는 게 주로 SNS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다 보니 길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SNS에 소위 알고리즘이 개입되어서, 뭘 하나 보면 그 주제와 연관된 내용이 계속 뜹니다. 그러다 보니 이쪽 편 사람은 계속 자기편 것만 보게 되고 저쪽 편 사람은 계속 저쪽 편 것만 보게 되니까 사고가 양 극단이 됐어요. 그래서 양쪽을 다 보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SNS는 어떤 정보를 신속하게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런데 알고리즘이 관심 있는 주제를 모아주다 보니 결국 여론을 양극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자기와 뜻이 맞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 어디에나 가득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엄청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고, 우리 사회에도 지금 이런 현상이 극단적이라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도 한쪽은 마치 법무부 장관 아들이 탈영을 합리화해서 어마어마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양 공격하고, 다른 한쪽은 오히려 안중근의 말씀에 비유해서 지금 말썽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극단적으로 되는 이유에 SNS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패가 딱 갈라진 여론만 있기 때문에 SNS 여론을 바꾸기 힘듭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길거리로 나가 집회를 하는 방법은 정부가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어요. 투표는 지금부터 2년 후에 있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당장은 해결이 좀 어렵습니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계속 SNS 활동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극단적인 사람은 죽기 살기로 SNS 활동을 하고 합리적인 사람은 점잖게 합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극단적인 사람들이 늘 여론을 주도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이게 현대 사회의 큰 병폐입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합리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사람은 비록 수는 적어도 밤잠을 안 자고 몰두하니까 전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쳐요. 합리적인 사람들은 다수지만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습니다. 사고가 유연하면 행동이 잘 안 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현실에서 굳이 해결책이 있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림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쾌, 불쾌에 대해 알아진 점에 대해 원인 분석을 해야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아 질문드립니다.
  • 온라인 불교대학을 준비하는데 한꺼번에 일이 몰아쳤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깨어 있자고 생각하니까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깨어있을 수 있을까요?
  • 저는 경기도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하여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조두순이 12월에 출소하면 안산에서 살겠다고 했습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피의자의 인권도 존중하는 세상이라지만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 최근 화상회의가 많아지면서, 화상회의에 접속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긴장성 두통이라며 항불안제를 처방해주었습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다음 마지막으로 스님은 코로나 시기에 추석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당부하며 법회를 마쳤습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가능하면 고향 방문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전화로 미리 인사드리고, 선물할 게 있으면 미리 보내세요. 차례를 지내야 한다면 따로따로 조금씩 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명절에 음식을 많이 차리는 것은 일가친척이 다 모이기 때문인데, 몇 명 안 모일 때는 조금만 차려야 하겠죠. 그러니 많이 차리지 말고 따로따로 제사를 지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화상으로 연결해서 차례를 같이 지내는 방법도 좋아요.

그런데 고향 방문은 안 하고 거꾸로 여행을 간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래서 제주도고 동해안이고 할 것 없이 관광지가 미어터진다는데, 그러면 숫제 고향을 방문하는 것보다 더 위험해요. 그러니 여행은 꼭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집에서 명상도 하고, 공부도 하고, 가족 간에 대화도 하고, 이렇게 좀 조용하게 보내세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가족과 같이 건전하게 시간을 보낼 줄 몰라요. 애들은 애들대로 놀고, 부인은 부인대로 놀고, 남편은 남편대로 노는 끼리끼리 문화가 조성이 돼서 가족이 다 흩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럴 때는 가족이 다 모여서 같이 지내는 게 좋아요. 자꾸 외출하지 말고요.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들,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저하고 같이 명상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번 명상수련에 신청해서 혼자 사는 것이 도리어 명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되도록 해보시기 바랍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추석 연휴에 5일이나 시간이 있으니까 행복학교 홍보 활동을 많이 하는 거예요. 친지에게 안부 전화를 할 때 언급하고 권하는 등 행복학교를 널리 전파하는 운동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행법회를 마치고 다시 평화재단으로 갔습니다.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소마님이 찾아와 한일 간 협력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평화재단 총장님과 회의를 하고 2시가 넘어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두북으로 가는 동안 창문 밖으로 황금 들녘이 이어졌습니다. 3시간 30분을 달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하고, 손님을 만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농사일을 하고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에 대해 회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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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생

정토대학을 온라인으로 들으며 생활의 지혜 깊이가 생겨 최근 집안일도 시끄럽지 않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질문자의 질문과 같은 상황이라서 댓글을 조심히달아봅니다..
저몰래 집담보로 1억1을쓰고 전세대출을 받아 그돈도 쓰고 퇴직금 보험까지 꽤 큰돈을 쓴것을 며칠전에 발견하고는 조용히 어떻게 해야할지 이성을 찾고 있습니다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겠지요^^

2020-10-01 03:38:00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0-09-29 09:33:02

장가희

법륜스님 최고♡

2020-09-27 23: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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