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20~21 온라인 일요명상, 농사일
“애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성과를 내나요?”

안녕하세요.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제3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마친 후 스님은 이어서 저녁 8시 30분부터 온라인 일요 명상수련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제가 있는 이곳은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들판에 벼가 누렇게 익어 가고 있고, 감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밤나무 아래서 굵은 알밤도 주웠습니다. (웃음)

아침 기온이 13도까지 떨어져서 쌀쌀했습니다. 이런 좋은 가을날에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명상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해가 지고 창밖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처럼 지난 4월에 시작한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들의 명상도 깊어 가고 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 지난주에 외국인이 올린 질문 두 가지에 대해 먼저 답변했습니다.

애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성과를 내나요?

“집을 지을 때 잘 지으려고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명상과 마음 챙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나요?

When we build a house, if we don't try to build well it will fail. How can we get the most out of meditation and mindfulness if we don't try.”

“노력한다는 표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조금 다른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애를 쓴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애를 쓴다는 것은 힘이 든다는 겁니다.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고 ‘컴퓨터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런 표현을 하지 않잖아요.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을 할 때는 노력한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하기 싫지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열심히 할 때 ‘노력한다’ 이런 표현을 씁니다. 수행을 할 때 노력하면 안 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의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둘째,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이 재미있어서 집중해서 하듯이, 그렇게 하는 것을 ‘노력한다’라고 표현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행에 있어서 ‘노력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노력한다’라는 말 속에는 애쓴다는 개념이 들어가지 않고 ‘꾸준히 한다’, ‘가볍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한다’ 이런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수행에 있어서 ‘정진’을 한다는 말은 꾸준히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농구 선수가 연습할 때 공을 치고 가서 골대에 던지잖아요. 이때 공이 골대에 들어가도 받아서 던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받아서 던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연습을 할 때는 공이 골대에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게 꾸준히 연습하듯이 하는 것을 ‘정진’이라고 합니다. 농구가 좋아서 꾸준히 연습할 때는 마음이 힘들거나 애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명상을 할 때도 잘하려고 애쓰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 잘하려고 애쓰거나 긴장하거나 힘이 들어가는 것은 정진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그냥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내가 호흡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기 위해 편안한 가운데 애쓰지 않으면서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보통 ‘노력한다’는 표현을 쓸 때 그 속에는 애쓴다는 뜻이 들어있기 때문에 ‘노력하지 마라’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하지 마라는 얘기가 아니라 꾸준히 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고, 고개를 똑바로 듭니다.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두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주시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탁! 탁! 탁!

고요함을 뚫고 죽비 소리가 다시 울렸습니다. 스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명상을 해보니 어땠습니까?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수십 개의 소감이 쏜살같이 올라왔습니다.

‘생각과 호흡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I go back and forth between being just distracted by my thoughts then focus on the breath.’

‘망상도 일어나고, 시간이 잘 안 갑니다.’
‘I had a lot of distractions and time is slow.’

‘다리가 저리고 몸에 강렬한 열이 났습니다.’
‘My legs ache and I have a strong heat that kind of radiates through my body.’

‘다리가 아팠지만 그 속에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니 통증이 좀 덜했습니다.’
‘My legs ached but in spite that focusing on the breath in and out kind of lessens the pain.

‘얼굴과 팔에 긴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호흡에 집중하고 힘을 빼니 이완이 되었습니다.’
‘I feel tension on my face and arm but when I focus on the breath and try to relax it actually becomes a relax.’

‘평소보다 2배 이상 시간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This session felt twice as long as the other sessions.’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감들이 채팅창 위로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매일 시간을 정해서 하루에 30분 정도만 꾸준히 명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힘들게 애를 써서 명상을 하기 때문에 자꾸 명상을 하자고 하면 겁부터 먼저 나고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거예요.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가장 한가한 마음으로, 꾸준히 명상을 하면 그 어떤 휴식보다 가장 큰 휴식이 됩니다.

우리의 몸에는 많은 피곤이 쌓여 있고, 우리의 마음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 있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렇게 쉬어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피곤도 풀립니다.”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 영상으로 보기

9월 21일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농사일을 하고 업무를 본 후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윗밭으로 갔습니다. 먼저 아랫단에서 다 익은 가지를 땄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잘 자라는 가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예전만큼 잘 자라지 못했습니다.

“이제 가지 크기가 작네요.”

들깨도 꼬투리 속에서 영글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랫단에 들깨와 가지를 살펴본 뒤 윗단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찬 이슬을 머금은 도라지꽃이 햇살을 향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도라지꽃이 참 예쁘죠. 언젠가 도라지 밭을 가꾸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스님의 얼굴에 도라지꽃을 닮은 미소가 피었습니다. 흰빛 보랏빛 초롱이 어우러진 꽃밭을 한참 바라보다 꽃 사이사이 잡초를 뽑아주었습니다.

도라지꽃을 실컷 구경하고 다시 아랫단으로 내려와 호박잎을 땄습니다.

“호박잎도 아직 먹을 수 있어요. 보드라운 잎으로 국을 끓이면 맛나요.”

호박잎 한 바구니를 들고 산 윗밭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밤송이가 발에 툭툭 채입니다. 작은 밤송이를 까보니 알밤이 꽉 차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의 밭을 살펴보고 내려와 낫과 바랑만 들고 다시 밤을 주우러 나섰습니다.

먼저 논둑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랫논에서부터 윗논까지 논둑에 떨어진 알밤을 주웠습니다.




언뜻 밤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스님, 밤이 별로 없네요.”

“왜 없어요. 행자님 눈에 안 보이는 거예요.”

스님은 우거진 잡풀 사이에 콕콕 박혀 있던 밤송이를 찾아냈습니다.


논 뒤로 가서도 밤을 주웠습니다.


쑥대밭을 지나 산 아랫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산 아랫밭에는 배추와 무가 쑤욱 자라 있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쓰러져있던 배추와 무를 아랫밭을 담당하는 행자가 공을 들여 잘 키웠습니다.


산 아랫 밭 뒤에도 밤나무가 있었습니다. 밭 뒤로 가서 또 밤을 한참 주웠습니다.

“이 정도면 대중이 한 번은 먹겠네요.”

울력 내내 발품을 판 보람이 있습니다.

밭을 내려오는데 수크령이 햇살을 받아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눈길 닿는 곳마다 가을입니다.


울력을 마치고 내려와 햇밤을 삶아 대중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아침 공양을 한 후에는 마당의 잔디를 깎았습니다. 오후에는 마을의 민원을 해결해 준 후 오후 5시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여러 도시를 지나는 동안 해가 지고 저녁 8시가 되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 원고 교정을 한 뒤 스님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여러 부서와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3

0/200

박범숙

애쓰지 말라
평소에도 그냥 편한하게 하고 애쓰면 하고나서 진이 빠집니다
애쓰지 않고 그냥 살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2020-10-19 09:17:20

임승주

감사합니다.

2020-10-06 06:44:55

정세은

원하던도라지밭가꾸시니~보기좋아요.

2020-10-04 23:56:26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