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25 두북특별위원회 정토회 역사 편찬 회의
"논에 벼가 반, 피가 반이네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함께 정토회 역사 편찬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논에 물 대기

아침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모내기용 장화를 신고 논으로 갔습니다. 농사를 담당하는 행자가 스님에게 자연 낙차를 이용해 논에 물 대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늘 바쁜 스님에게 매번 요청하기 죄송했던 행자는 직접 배워두기로 했습니다.

저수지로 올라가는 길에 논둑이 터져있어서 논둑을 먼저 막았습니다.


스님은 저수지 물이 저수지 아래에 있는 논과 비닐하우스로 흐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 낙차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호스 입구가 물속에 푹 잠겨 있어야 하는데, 며칠 비가 오지 않으니 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호스 입구가 수면보다 위에 있어 물이 흐를 수가 없었습니다. 농사 담당 행자가 혼자 해보았지만 물이 흐르지 않아서 오늘 스님에게 제대로 배우기로 했습니다.


찌꺼기가 호스로 들어가지 않도록 플라스틱 상자에 거름망을 씌워서 호스에 연결해두었습니다. 나무에 거름망 상자를 묶어두었는데 저수지에 더 깊이 넣기 위해 끈을 풀고 물속에 깊이 잠기도록 했습니다.

아래로 쳐진 호스를 끌어당기고, 호스 입구보다 호스 아래쪽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정을 했습니다.


호스 중간 지점을 잠가두고 주전자에 물을 떠서 호스 안으로 흘려보냈습니다.

호스 입구를 저수지에 넣으려는데 호스에서 물이 역류해 스님 머리 위로 다 떨어졌습니다.

“공기가 들어가 있었네요. 그래서 행자님이 할 때는 안 됐나 봐요.”

다시 한번 물을 부었습니다.

“제가 호스 입구를 저수지에 넣으면서 외칠 테니까 바로 열어주세요.”

농사 담당 행자는 호스 중간지점으로 내려가 대기했습니다. 스님은 호스를 끌고 저수지로 들어가 물속에 넣고 외쳤습니다.

“하나, 둘, 셋! 여세요!”

“열었습니다.”

“됐어요!”

물속 깊이 호스를 넣다 보니 스님은 허리까지 젖었습니다.

논으로 물이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논에 피 뽑기

저수지를 내려오는데 해가 더 높이 떠올라 햇살이 논에 비쳤습니다.

“논에 피가 많네.”

스님은 옷을 버린 김에 피를 뽑아야겠다며 벼 사이로 들어가 피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옷 버린 것도 좋네요. 아침에 이슬이 많아서 논에 피 뽑기가 어려운데.”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줍는다고, 스님은 옷을 버린 김에 피를 뽑았습니다. 뽑은 피는 밖으로 던졌습니다.


윗 논에 피를 뽑고 아랫 논으로 내려왔는데 피가 더 많았습니다.


“아이고, 벼 반 피 반이네요.”

진흙에 발이 푹푹 빠져 밭에서 풀을 베는 것보다 힘이 훨씬 더 들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한참 동안 피를 뽑았습니다.

“스님, 피가 너무 많아서 대중이 함께 울력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요, 혼자서 다 못하겠네요.”

논에서 나와서도 스님은 한 동안 논 주변을 둘러보고 논둑에 자란 풀을 벴습니다. 바지 안 까지 물이 스며들어 장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1시부터 정토회 역사 편찬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정토회 역사 편찬에 대해 논의를 하겠습니다. 지금 공동체 법사단이 다 같이 모여 있기 때문에 모여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해보면 좋겠어요.”

일단 오늘은 1차로 정리해 둔 연대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기록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1969년 스님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경주 분황사에서 출가를 한 이야기로부터 정토회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50여 년의 역사를 훑었습니다.

대화는 오늘날 정토회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다가 멈췄습니다. 법사단은 연도별로 담당자를 정해서 당시의 기록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질문이 있는 것을 내일까지 정리해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연대순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다음에는 분야별로도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요. 교육연수의 역사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지역 법당을 열어나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사회운동은 어떻게 흘러왔는지, 대중부의 발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등 다시 주제별로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내일모레 전국대의원회의를 하고 나면 두북특별위원회는 이제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일은 정토회 역사 편찬과 정토 대전 편찬 업무입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오후 공양을 한 후 법사님들은 저녁 늦게까지 전국대의원회의에 발표할 영상을 촬영하고 녹음했습니다. 이번 전국대의원회의는 온라인으로 열리기 때문에 발표 자료를 모두 영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발표 영상 편집을 마무리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발표 영상을 전국대의원회의에 제출하며 법사단 단장인 무변심 법사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두북특별위원회의 마지막 업무를 끝냈네요.” (웃음)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회 역사 편찬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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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6

0/200

고경희

역사

2020-08-29 16:07:27

푸름이

피 반~ 벼 반!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배웁니다

2020-08-29 08:48:22

수행자

피 뽑는
스님 모습 보면서
친정 아버지
오버랩 되어서 울컥 했어요.

2020-08-29 00: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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